우리는 삶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을 볼 때, 혹은 내 인생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 ‘영화 같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고,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p.6
열일곱 편의 영화를 만나며 어느 한 편 나누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기에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얼마 전 읽은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알려준 대로 한 편의 영화마다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책 한 권에 대해서 한꺼번에 리뷰를 쓰지 말고, 챕터별로 써보세요.
<끝까지 쓰는 용기> p.164
열일곱 개의 리뷰라니,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서평단 도서이다 보니 기한도 신경써야하고(이건 왠지 핑계 같은데?!),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번에는 그 중 세 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마음을 정하고 난 후에도 그 세 편을 고르느라 혼자 고민고민했다는 것은 안비밀).
그렇게 한참을 고심한 끝에 고른 세 편의 영화는 ‘미드나잇 인 파리’,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내가 만난 영화와 저자가 들려준 영화를 비교해보니, 같은 영화에 대해 바라보는 시점이 비슷하기도 또 다르기도 해 흥미롭다.
미드나잇 인 파리
하나. 내가 만난 영화 ( http://blog.yes24.com/document/11574442 )
콜 포터, 스콧 피츠제럴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장 콕토, 거투르드 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아치볼드 매클리시, 주나 반스, T.S 엘리엇...
낯선 이름도 더러 있지만, 작품으로 또는 그 이름만으로도 익숙한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도대체 1920년대 파리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길래 이들이 모일 수 있었을까?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놀라움이 일었다. 그런데 이들을 직접 눈 앞에서 만나 이야기 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구할 수 있다면? 정말 너무 멋지지 않겠는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그런 가정에서 출발한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요. 그럼 또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속의 황금기를.
현재란 그런거예요. 늘 불만족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길과 아드리아나의 대화는 현재를 살며 과거를 동경하는, 달리 보면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곳이 아닌 그들이 살고 있는 저 곳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한다. 이제껏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기분이다.
두울. 책에서 만난 이야기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아서 겁이 나고 두려움이 몰려올 때, 하고 싶은 일과 안정적인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음속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가 실패한다면, 혹은 안정적인 삶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다면, 그래서 시간을 허비한다면 이대로 나의 푸르른 젊은 날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공포 때문이 아닐까? 길의 말처럼 인생은 정말인지 알 수가 없다. p.36
'하고 싶은 일'과 '안정적인 일' 사이의 선택은 딱히 '푸르른 젊은 날'을 보내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계속되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하고 싶은 일'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잠시의 일탈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내가 과연 재능이 있는지 모호하다면 더욱 그렇다.
불확실은 다시 말하면 가능성이기도 하다. 정해지지 않았기에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일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p.37
불안함은 가능성의 대가라고도 할 수 있다. 확실함은 다시 말하면 고정됨이라 할 수 있다..(중략)..그러므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이 어렵긴 하지만, 자유와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우리는 그 무게를 감당하고 마주해야 한다. p.37
불확실과 불안함을 가능성의 대가라 말하는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전히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외면하고 싶다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원하지 않는걸까
그저 영화 속 헤밍웨이가 주인공 길에게 해준 이야기를 작가의 말처럼 '문장'을 '인생'으로 바꾸어 읽으며, 진실하고 꾸밈없는 일상을 노력해본다.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하다면.
또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는다면.
작가라면 자신이 최고라고 당당히 말하시오. p.39
영화의 처음,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는 영상이 나온다. 가벼운 음악과 함께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중략)..인생의 모든 계절을 무심히 비추면서 각자의 상황은 때로는 아프고 힘들지만 그 모든 삶으로 인해 아름다운 파리가 완성된다고, 그러니 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의 삶도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이렇게 아름답다고. 그러니 그대의 현재를 살라고. p.40
리틀 포레스트
하나. 내가 만난 영화 ( http://blog.yes24.com/document/10706531 )
"남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라 말하는 재하를 혜원과 함께 부러워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한 채, 그때 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며 살고 있었다"는 그녀의 독백에 몰입하면서 만난 영화였다.
그리고 배가 고파 돌아왔다는 그녀의 말처럼 내게도 마음 지쳤을 때 무작정 찾아가 따끈한 음식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돌아왔을 때 아무 말 없이 맛난 음식 한 그릇 내밀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내가 남긴 글은 일본판이 아닌 ‘한국판’에 대한 리뷰이다.
두울. 책에서 만난 이야기
이치코는 코모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바쁘고 알차게 보낸다. 그런데 어느 눈이 많이 오던 날, 이치코와 함께 걷던 친구 유우타가 무심한 듯 툭 건네는 말에 이치코는 번쩍 정신이 든다. 속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다.
열심히 사는 건 좋아 보이는데
한편으론 제일 중요한 뭔가를 회피하고
그 사실을 자신에게조차 감추기 위해
'열심히'하는 걸로 넘기는 게 아닌가 싶어.
그냥 도망치는 거 아니야 (유우타) pp.150-151
책에서 소개한 일본판 영화는 두어 번인가 시도했다가 너무나 조용하고 느릿한 진행에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었다(배우 김태리와 류준열이 등장한 한국판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봤는데 말이다).
영화를 보며 나를 뜨끔하게 했던 류준열의 대사를 다시 만났다. 나의 회피와 혼란스러움을 '열심'으로 도망치는 건 아니냐는 그 대사에 나도 모르게 억울한 마음도 들었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일단 뭐라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된 거 아니냐며 나의 회피를 정당화하고 싶었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보기 싫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어쩌면 구질구질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를 인정해야 한다.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피해 도망쳐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반창고로 덮어놓은 상처처럼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염증이 번져서 곪는다. 덮어둔다고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늘 마음 한편에 눌러놓은 돌처럼 묵직한 답답함이 자리한다. p.151
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데 그 말이 때로는 칭찬이라기보다는 애써 돌려 말하는 비난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는 하는데, 아니 '열심히만' 하는데 그게 과연 성과로 이어지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런 마음이니 '허니와 클로버'의 주인공 다케모토의 작품을 보며 교수들이 내린 평가를 들을 때도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아 마음이 쓰리기도 했었다.
기술적으로는 재능이 있는 아인데, 뭐랄까...‘반짝하는’ 뭔가가 부족하달까...
성실하고 좋은 학생이긴 한데...이건...어떻게 평가해야 좋을까요
<허니와 클로버> 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이 하나, 하나 모여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속 조바심까지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결과로 나타나지 않은 모든 과정도 사실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알면서도 두렵고 무섭다. p.148
나의 고민에 대해 누군가는 그게 무슨 돌덩이냐 하며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스스로의 문제가 가장 어렵고 큰 법이다. 다행인 것은 요즘의 나는 꽤 오랜 시간 외면해 두었던 마음속 돌덩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눈을 크게 뜨고 찬찬히 보지는 못하고 곁눈질로 슬쩍슬쩍 흘겨보는 수준이라도 말이다.
마음속 돌덩이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무시무시해 보이는 덩치 큰 문제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점차 안개가 걷히고 알맹이가 나온다. 그리고 그 알맹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중략)..우선은 제대로 바라보는 게 먼저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지금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두려운지도 마주해야 한다. p.151
그리고 이런 나는 영화속 이치코의 엄마가 말했듯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것이 아닌 나선형으로 변화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인지도 몰라.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지만 나선은 조금씩 커지게 될 거야. (엄마의 편지) p.152
인생은 아름다워
하나. 내가 만난 영화 ( http://blog.yes24.com/document/11287900 )
"어디를 가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아이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 아빠에게 묻는다.
"오늘 네 생일이지. 난 말 못하겠다. 깜짝 선물이거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유대인 집단 수용소, 하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우리는 이 곳에서 게임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절대 나오지마. 나오면 안돼. 아무 소리도 안나고 사람이 없을 때 나와."
사람들을 돌아오지 못한 곳으로 실어나르는 트럭 소리, 분주히 뛰어다니는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와 누군가를 향한 총소리가 뒤섞인 그 밤이 지나고 아이는 아빠와의 약속대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도 없을 때 조심스레 광장에 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게임은 끝이 났고, 아이는 아빠의 사랑으로 그곳에서 살아남는다.
엄마를 만난 아이는 밝게 외친다.
"우리가 이겼어요!
1,000점을 모아서 게임에서 이겼어요.
아빠와 내가 1등을 해서 탱크를 탔다구요!"
아이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마지막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 곳에서도 눈이 마주친 아이에게 윙크와 과장된 동작으로 웃음을 주던 아빠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그렇게 그의 아름다운 인생을 만난다.
두울. 책에서 만난 이야기
괜찮소? (엘리시오 숙부)
엘리시오 숙부는 곧 죽는다. 그는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지나다가 휘청하는 군인의 팔을 잡아주며 괜찮은지 묻는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인간이 인간을 향한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한다. p.221
영화에서 가족을 향한 귀도의 사랑에 마음이 울컥했다면 책을 읽으면서는 엘리시오 숙부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났다. 수용소에 도착해 노동력이 없다는 이유로 분리된 엘리시오 숙부는 샤워실로 가장한 가스실에 이른다. 이 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하는 듯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이지만 그는 타인을, 그것도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집단에 속한, 도우려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오히려 울분을 토해내는 것이 나와 함께 운명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의 말과 행동은 타인이 누구인지를 의식하기 이전에 그의 몸에 배인 태도였을 것이다.
나도 엘리시오 숙부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감히 다짐하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과 동정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만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타인에 대한 내 태도가 어찌해야할지 그 방향은 어렴풋이 알 듯도 하다.
인간의 삶의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이유는 각자의 ’삶의 의지‘가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삶의 의지가 충돌하는 것을 막으려면 보편적인 윤리, 즉 공감이나 동정,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사랑을 깨달아야 한다. p.227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났던 영화들을 떠올리고 그 중 리뷰를 남긴 경우에는 다시 찾아 읽기도 했다. 저자의 글에서 내가 적어둔 것과 같은 이야기를 만나면 반갑기도 했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문장을 만나면 신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 공감하고 이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오롯이 나를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책과 영화의 닮은 점이 아닌가 싶다.
'삶에서 가장 참된 것은 만남'이라는 마르틴 부버의 말처럼, 참된 존재로서의 '나'와 잘 만나고, 소중한 존재로서의 '타인'과도 잘 만나기를, 그래서 우리가 온전한 본질로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pp.98-99
*나에게 적용하기
'패치아담스' 보고 리뷰 남기기(적용기한 : 가을이 가기전에)
*기억에 남는 문장
질문은 방향과 에너지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좋은 질문은 질문 자체로 힘이 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의 이슈와 가치관이 드러납니다.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p.9
모아나
모아나의 할머니가 “세상이 혹독해도, 여행이 고통스러워도, 상처는 아물며 널 가꿔줄 뿐이란다”라고 모아나에게 말했듯이, 세상의 경험은 빠짐없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다. 풍파에 이리저리 상처가 나도 우리의 존재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아도,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지 않아도, 우리는 있는 그대로 온전히 귀하고 소중하다. 스스로를 믿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 시작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은 나다운 삶에서 나온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자. p.25
마녀 배달부 키키
떠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보호받던 큰 그늘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신만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도전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능력도 알게 된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미로의 탐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p.47
내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슬럼프는 오지 않는다. 슬럼프는 내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그곳에 나타나며,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그러니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편으로는 ’아, 내가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라고 알아차리고,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위로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화가 우슐라의 말처럼 잠시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기를 가지며 다시 새롭게 도약해나갈 순간을 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p.48
사람은 보이지 않는 원을 두르고 살아간다. 어떤 날은 자신의 동심원 안으로 다른 이의 동심원이 겹쳐진다. 그때 불협화음이 나기도 하지만, 겹쳐진 원과 원 사이의 교집합을 통해 타인을 위로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p.52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모습을 꿈꾸고 바라고 있다면, 이미 자신 안에 그 모습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 안에 한 조각도 없는 것을 원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 안의 조각들은 때로는 불평과 불만의 옷을 입고 마음을 두드린다. p.61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는 ’평범한‘ 우리를 위로해준다. 평범한 삶이란 없다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그것이 바로 삶의 정수이지 않냐고 말한다.
숀이 삶의 정수라고 지칭한 25번째 사진은 월터의 특별한 순간을 찍은 게 아니었다. 월터는 늘 필름과 현상한 사진을 가지고 나와서 하늘에 비춰보곤 했다. 확대 렌즈를 가지고 자연광으로 사진을 보는 작업이다. 매일 반복하기에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이 바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정수이며 본질이다. 인생은 그런 순간들의 합이다. p.67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삶의 어두운 면인 슬픔과 분노, 두려움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삶의 기쁨과 감동이 회복된다. 온전히 슬퍼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껏 기뻐할 수 있다. p.74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지금의 관점과 감정은 바꿀 수 있다. p.8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어른이 되고 사회에서 역할을 맡아가며 진짜 이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명함이 생기고 직책으로 불리며,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이라고 믿는다.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처음의 마음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언젠가는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p.91
가오나시는 현대인들을 대변한다. 많은 이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지만,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근본적 외로움과 공허함을 떠안고 있다. 그 공허함을 무분별한 관계와 물질로 채우려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지금, 오히려 사람들은 더 외롭다.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과 당장의 충동을 구분하지 못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맺는 방법을 모르는 가오나시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매 순간 지금, 여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기억해야 한다. p.93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의 무엇을 아는 것일까? 나는 누구를 알고 누가 나를 알까? 어쩌면 우리는 ’안다‘는 단어를 남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너(혹은 나)를 알아‘라는 말 대신 ’나는 너(혹은 나)를 안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p.96
블라인드 사이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건네준 손을 잡는 용기가 기적을 만든다. 도움은 양방향이다. 주는 이가 있고 받는 이가 있어야 성립된다. 아무리 주고 싶어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중략)..세상의 모든 주고받음이 그렇다. 그러니 도움을 주었다고 으쓱할 것이 아니며 도움을 받았다고 의기소침할 일도 아니다. p.105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아닌 것과 나인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이클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p.114
하울의 움직이는 성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방향을 알고 걸어야 한다. 인간은 한치 앞을 모르기에 미래를 정할 순 없지만, 방향을 정할 수는 있다. pp.121-122
인생 순간순간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이미 놓여 있다. 어쩌면 실패 같은 순간들은 사실 열쇠를 얻을 수 있는 길목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열쇠라는 것을 알아보는 눈과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여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p.129
미라클 벨리에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에 대해 말한다. 가족이 무엇인지, 함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함께 성장하는지 하나씩 짚어나간다. 가족이니까 ’무조건 같이‘가 아니라,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관계로 함께 나아간다. p.135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털어놓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인생에 대한 질문의 답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그러니 철저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의 조언은 다음 문제이다.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은 마음을 헤아려주고 온전한 지지를 받는 것만이 원하는 전부일 수 있다.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p.161
하루하루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만 같을 때도 있다. 때로는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지는 일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날을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그 모든 일들을 겪은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험에서도 배울 것을 찾겠다는 의미자 있다면 모든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성찰을 선물한다. p.166
힘들고 무의미해 보이며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점 같은 인생의 순간들이, 연결해보면 하나의 의미 있는 그림이 되어 있는 것을 우리는 인생 속에서 기적처럼 발견한다. p.171
안나 카레니나
인간의 의지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 누구도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유혹과 싸워 이기려 드는 것이 아니다. 유혹의 순간을 만들지 않거나 자리를 피하는 것, 둘뿐이다. p.179
’사랑한다‘라는 말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의지를 포함하는 동사‘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선택을 했다면, 그로 인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과 같다. pp.182-183
코코
우리는 무의식중에 당연히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때때로 정말 중요한 것을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중략)..매 순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유한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자각,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건 현재를 더 의미 있고 소중한 것들로 채워나가기 위해서다. p.199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가정해도 이 선택을 할 것인지를 자문한다면, 자존심 혹은 욕심으로 덮여 있던 눈앞이 환해질 것이다. 시간의 유한성과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p.199
패치 아담스
헌터는 길을 잃었다. 다행인 건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길을 잃은 사실을 모른 채 가던 방향으로 열심히 계속 전진하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일 수 있다. 반면, 길을 잃었음을 인식하면 바른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p.203
우리에게도 꼭 직면해야 하지만 외면하는 것들이 있다. 직면은 쉽지 않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이 핑크빛이 아닌 경우 두려울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면을 통해 심연에서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다. p.210
업
움켜쥐고 있느라 보지 못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무엇을 떠나보내면 우리의 일상이 둥실 떠오를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말 소중한 것은 움켜쥐지 않아도 남을 테니. p.242
후회와 죄책감으로 자책하기보다는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감사했으면 좋겠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생명의 유한함은 우리에게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움켜쥐지 않아도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p.243
노트북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한 만큼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은 비굴하게 나를 누른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방의 그림자까지도 인정하고 나의 그늘 또한 건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과녜를 말한다. 진실한 사랑은 얼굴 보고 앉아서 사랑한다고 말만 하는 게 아니다.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젓는 것처럼 일상의 고단함과 때때로 부는 풍랑, 때가 되면 날이 저무는 어둠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p.252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안당'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