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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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폭력

고대 그리스부터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

리뷰 총점 9.3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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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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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것을 보며 무엇도 보지 못하는 이들의 시각 평점10점 | d******9 | 2021.06.22 리뷰제목
유서연 작가의 ‘시각의 폭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시각적 쾌락의 무한한 추구가 낳은 심각한 문제들을 꼬집고, 분노함에 멈추지 않으며 근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2020년 n번방 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와 여성살해 범죄가 대상화되고 객체화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시각의 폭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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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연 작가의 시각의 폭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시각적 쾌락의 무한한 추구가 낳은 심각한 문제들을 꼬집고, 분노함에 멈추지 않으며 근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2016강남역 살인 사건’, 2020n번방 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와 여성살해 범죄가 대상화되고 객체화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시각의 폭력에 물든 이 사회에 근본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성범죄는 역시 디지털 성폭력이다. 가해자는 무수하게 양상되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와 다크웹, SNS에서 공유되는 피해자들의 사진, 영상물은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성 따위는 짓밟힌 채 영원히 그 속에서 불멸하게 된다. 저자는 이때 가해자들의 시선을 관음증적 시선이라고 정의한다. 관음증적 시선이란 응시의 대상이 남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전제 하에, 타인의 생식기나 성관계를 몰래 훔쳐보는 경우에 그것이 일반적인 성행위를 통해서 얻는 쾌락을 대치하거나 그 이상의 쾌감을 느끼게끔 하는 시선을 말한다. 이는 상대를 관조함으로써 대상을 통제하고 소유하며 권력상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근대인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관음증적 시선을 증폭시킨 계기가 바로 카메라의 발명이다. 사진은 부동적이고 과거의 시간을 동결시켜 무사심하고 관조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을 수월하도록 했다. 마무리하며 이러한 시각의 폭력 속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고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여 성욕의 해소제로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맹목적 시각의 추구에서 벗어나 촉각적 시각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형태를 제시한다.

 

성폭력 범죄의 원인을 젠더 간 불평등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시각이라는 감각의 남용으로 주시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었다.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가장 고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각의 근원이 태양신론에서 비롯한 고대 서양의 백색 우월주의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하는 등 저자는 시각의 우월성과 위험성의 원인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주장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범죄의 뿌리를 톺아보며 근본적인 원인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철학적으로 무지했던 터라, 또한 감각에 대한 구체적 이해도가 많이 부족했던지라 촉각적 시각 부분에서 저자의 주장을 고스란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고대 철학에서 시각이 우월성을 갖게 된 흐름, 근대적 시각 사상이 관음증으로 귀결된 까닭, 카메라의 등장과 관음증적 시선, 남성들의 연대 방식 등이 설득력 있게 짜여져 있어 너무나도 유익했다. 이 한 권을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문헌과 자료를 참고하여 노력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디지털 성폭력의 근절을 원하는 현대인이라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연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사실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p.101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증언해준다. (-수전 손택) p.123

 

이제는 그 거울을 산산조각 내고 여성의 몸을 제대로 비출 수 있는 다른 유형의 거울을 창출해낼 때이다. p.208

 

피사체와 거리를 두며 대상화·통제·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서 공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 속에서 여성적 시각, 촉각적 시각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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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각의폭력 평점10점 | r****2 | 2021.06.19 리뷰제목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버닝썬 사건 등 IT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진화해온 성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응분의 죗값을 치르지 않는 성범죄자들을 보며, 과연 법이 이런 범죄를 막고자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부터 수많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음란물로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 사건은 또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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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버닝썬 사건 등 IT기술의 발전에 기생해 진화해온 성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응분의 죗값을 치르지 않는 성범죄자들을 보며, 과연 법이 이런 범죄를 막고자하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부터 수많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음란물로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 사건은 또 어떤가. 날로 진화하는 성범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아빠진 관련 법들, 솜방망이처벌 등이 이런 성범죄를 조장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빨리 제대로 된 법규 제정과 함께 수사 인력의 질적, 양적 확충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이런 제도적 개선은 사후적 해결방법에 지나지 않으며 그 속도는 성범죄의 진화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저자는 시각의 폭력에 물든 이 사회에서 사후적 대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각의 폭력과 이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는다.


디지털 성폭력의 기저에는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내려온 시각중심의 철학적 전통이 깔려 있다. 여성을 포함한 타인과 소수자를 시각적으로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이성'에 근거해 이것이 여성혐오 등과 결합해 관음증의 폭발이라는 광기로 이어지는지를 짚어나간다.


프로이트는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의 제1장 <성적이상>에서 관음증과 노출증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보는 즐거움이 성 목적으로 바뀌는 경우는 노출증 환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전 한국의 여중 여고 앞에 출몰하곤 했던 '바바리맨'들의 노출증적 도착은 '나의 것을 보여주었으니 너의 성기도 보여다오'식의 호혜적 '봄'의 관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각종 SNS를 통해 과식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노출하고, 이를 절시증적 욕망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보고 소비하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현상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각의 폭력>

많은 이들이 SNS로 타인의 일상을 엿보고 나의 일상을 노출한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일상을 공유하는 요즘, 어쩌면 언제라도 권력이 되고 폭력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타자와 주체가 연루됨을 거부한 채 은밀하고 탐욕스럽게 타자를 지배 통제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서 여성을 비록한 타자, 자연과 생명에 공감하고 공존하려는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관음증적 시각이 아닌 촉각과 통감각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을 본다는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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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철학으로 추적한 보는폭력의 뿌리 _ 시각의폭력 평점10점 | o********5 | 2021.06.15 리뷰제목
#시각의폭력 요즘 #읽고있는책 들이 좀 어렵길래 메모하며 읽고 있어요.오늘은 제7장 새로운 시각은 가능한가?마지막 챕터까지 #동녘 의 신간 읽었어요.시각의 폭력은 굉장히 철학적이네요.읽다가 자꾸 눈이 감겨서 어제 마무리 못하고 오늘에서야 마무리했어요.총 7챕터중 특히 5,6,4장이 흥미로웠어요.1,2,3,4장은 보는폭력에 관한 이야기. 카메라가 만들어진 역사부터 서양철학 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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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폭력 요즘 #읽고있는책 들이 좀 어렵길래 메모하며 읽고 있어요.
오늘은 제7장 새로운 시각은 가능한가?마지막 챕터까지 #동녘 의 신간 읽었어요.

시각의 폭력은 굉장히 철학적이네요.읽다가 자꾸 눈이 감겨서 어제 마무리 못하고 오늘에서야 마무리했어요.총 7챕터중 특히 5,6,4장이 흥미로웠어요.1,2,3,4장은 보는폭력에 관한 이야기. 카메라가 만들어진 역사부터 서양철학 관음증과 망원경 원근법 영화의 탄생까지 시각에 관한 철학적 정의도 있어요.

5,6,7장을 통해서 디지털시대의 남성들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어요.남성의 우정과 연대의 방식으로 여자들은 남근시각중심주의에 갖힌 소모품에 불과하게 된다고요.
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라는 책도 소개해 주셨어요.소비되는 여성의 살과 몸사진등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1,2,3,4챕터를 읽으면서는 예전에도,아주 오래전부터도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해온 그 철학의 뿌리를 알게 되었어요.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조차도 나는생각한다고로나는존재한다의 주체는 남성이라고만 생각했고 그렇게 주장했단 거죠.

5,6,7챕터를 통해 시몬드보부아르보다 더 진보된 시각의 프랑스여성철학자 뤼스 이리가레,확장촉각적시각성을 이야기한 로라 마스크,직관개념의 베르그손 등의 철학자들의 주장을 접해서 신선했고요.우리 여성들도 남성적 반사구조속에 시각이 갖혀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요.

당신이 나를 볼 때,나는 누구를 보겠어요?타오르는여인의초상 ㅡ2번봤었던 프랑스영화ㅡ의 대사와 시선을 이야기하며 7챕터가 끝났는데요.
너무 빨리 급하게 결론을 내버린게 아닐까?하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시각의폭력 책속에서 #시선강간 이란 표현도 쓰셨는데요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속에서도 바라보는 주체의 무례함이 느껴질 수 있는 그 시선. 당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적대상화가 되버리니까ㅡ저도 그런 시선을 받은 적있고요.친구가 나랑 걸어갈 때 아까 어떤 아저씨가 너 다리밑에서부터 쓰윽 시선훑고 가던데 기분나쁘더라며 얘기해준 적도 있고요.ㅡ이런 부분까지 다뤄주신 점은 좋았어요.

6챕터의 렌즈를 깨는 여성광인 부분도 보다 직접적인 예시를 들어주어서 격한 공감하며 읽었네요.

[최근 20년만큼 시각적 성폭력이 난무한 시대는 없었기에 여성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카메라를 박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서술한 부분은 나도 그러게요~하며 고개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제가 가졌던 시각들도 다시 점검하게 만든 부분 챕터7
[평면거울을 깨부수고 오목거울로 보기]이 부분만 딱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어요.

평면거울은 여성의 성기 대부분을 하나의 구멍으로 반영할 뿐이죠.
그에 반해 검시경은 오목거울인데요. 산부인과의사들이 사용하는 반사경으로 여성질내벽에 접촉해야 질내부를 볼 수 있대요.여성의 성기에 대한 시각경험은 촉각적인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뤼스이리가레의 주장에 공감했습니다.

평면거울로 보면 시각적시각성에 갖혀버리지만 오목거울로 보면 확장촉각적시각성을 획득한다는 거죠.
권력과 위계가 없는 수평적차원의 접촉과 촉각적인 것을 복원해야한다는 이리가레의 주장을 쓴 #유서연작가님 의 글에 적극공감했습니다.

상호주체성의 윤리학을 제시한 이리가레 철학자님 이 책을 통해 알게된 프랑스철학자님이신데 더 배워보고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고대그리스부터 지금 n번방까지 타락한 감각의 역사를 알려주며 비대면시대에 필요한 감각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꼭 이 책에 한번쯤 멈춰서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버닝썬이나 뮤지션이 가수지망생여성을 약물강간하고 후에 그 여성이 수치심에 자살까지 한 그런 배경들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사고해보게 됩니다.

#책추천 #교양서 #교양서추천 #철학 #철학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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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타락한 감각의 역사가 오늘날에 이어지기까지 평점10점 | y******2 | 2021.06.15 리뷰제목
"이 시대는 더 이상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전지전능한 자, 카메라 앞의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을 착취하고 관음증적 눈으로 훑으며 지배하는 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여성 광인은 결국 관조적이고 탈신체화된 지성적 시각에서 비롯되는 관음증적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 특히 촉각과 통감각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카메라를 다시 들어야 한다."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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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더 이상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전지전능한 자, 카메라 앞의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을 착취하고 관음증적 눈으로 훑으며 지배하는 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여성 광인은 결국 관조적이고 탈신체화된 지성적 시각에서 비롯되는 관음증적 시각이 아니라 다른 감각들, 특히 촉각과 통감각적으로 연결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카메라를 다시 들어야 한다." <새로운 시각은 가능한가> 중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는 기술'의 그늘... 바로 '보는 폭력'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이 조용히 잊혀져갔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은 현재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반영해 3년 감형된 42년형을 선고 받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900년씩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서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가 그렇게 가지 않으려고 했겠지. 고작 1년 6개월...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 속도는 눈부시나 법은 여전히 '사후 대책'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위의 사례에서 본다면 한참 뒤처진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프로이트는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의 제1장 <성적이상>에서 관음증과 노출증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보는 즐거움이 성 목적으로 바뀌는 경우는 노출증 환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예전 한국의 여중ㆍ여고 앞에 출몰하곤 했던 '바바리맨'들의 노출증적 도착은 '나의 것을 보여주었으니, 너의 성기도 보여다오' 식의 호혜적 '봄'의 관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각종 SNS를 통해 과시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노출하고, 이를 절시증적 욕망을 가진 불특정 다수가 보고 소비하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현상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음증의 탄생> 중에서

 

 

저자는 각종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법 처벌과 어릴 때부터 이루어지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디지털 기기 사용자의 윤리의식 정립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저변에 깔려있는 '여성의 시각적 대상화와 시각중심주의의 광기'라는 매우 오래된 문제의 근원을 서양 철학의 역사와 그것이 배태한 관조와 관음증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망원경·카메라·영화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렌즈의 발달, 그리고 이것들이 여성 혐오와 결합되어 어떻게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광기'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철학은 평면거울을 통해 세계의 빛을 비추고, 그러한 시각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는 남성 주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반사하고 시각적으로 나르시시즘적인 자기동일성을 재확인하며 구축한 남근시각중심적인 세계이다. 여기서 여성은 자기 자신을 시각적으로 재현할 도구가 없기 때문에 나르시시즘적인 남성 주체와 자기를 동일시하며, 그러한 '남성적 반사구조'속에 갇히게 된다."p.207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나지만 분노와는 다른 시각으로 나를 이끈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깔끔한 문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현재의 상황과 괴리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사실 남자들이 읽고 불편했으면 좋겠지만 읽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대신 강자들의 먹잇감(참 싫은 표현이지만)이 되지 않기 위해 여자들이 읽고 말하고 선언해야 한다. #MeToo 와 #디지털성범죄아웃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추적단불꽃 의 활약들이 점점 세상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당신을이어말한다 #이길보라 감독의 외침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자 연장선이고,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포섭될 수 없는 태생적으로 '저주받은 여성'들이며, 조직을 움직이는 남성들과의 공모 아래 명예남성의 자리에 안착하기보다는 차라리 수치심을 모르는 광인이 되고자 한다. 그들은 나 하나 참으면 이 가족이, 이 조직이,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가부장제 아래 여성의 미덕 따위는 벗어던진 지 오래다." <렌즈를 깨는 여성 광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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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각의 폭력, 촉각의 포용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u***8 | 2021.06.15 리뷰제목
『시각의 폭력』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근원을 탐색하며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다. 나는 여태까지 불법촬영이나 성착취를 일삼는 이들을 경멸하기만 했는데, ‘시각’이라는 감각에 집중하여 뿌리를 찾으려는 저자의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하게 된 저변에는 서양의 근대적·시각중심적 ‘이성’이 있었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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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폭력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근원을 탐색하며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다. 나는 여태까지 불법촬영이나 성착취를 일삼는 이들을 경멸하기만 했는데, ‘시각이라는 감각에 집중하여 뿌리를 찾으려는 저자의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하게 된 저변에는 서양의 근대적·시각중심적 이성이 있었다.

 

(41) 끝없이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 이미지들의 범람과, 그 뒤에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끝없이 소비하겠다는 수천, 수만, 수억 개의 광기어린 눈들. 디지털 성폭력의 저변에는 여성의 시각적 대상화와 시각중심주의의 광기라는 매우 오래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 근원에는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과 소수자들을 눈앞에 두고 시각적으로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서양의 근대 시각중심주의적 이성이 있다.

 

저자 유서연은 고대 자연철학자들과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근대를 연 데카르트와 근대의 도구였던 렌즈, 원근법, 카메라 옵스큐라 등을 시각으로 엮으며 텍스트를 전개한다. 서양철학에서 시각의 개념은 다분히 남성적이며 또한 신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흐름은 18세기 계몽주의까지 이어져서 계몽과 이성의 시선은 인식의 원천으로서의 눈과 태양을 동등하게 간주할 만큼, 시각을 특권화하고 절대시했다(78).

 

저자는 이처럼 신과 같이 모든 것을 한눈에 보려고 하는 경향이 바로 근대(남성)의 광기라고 명명한다. 이 근대적 광기는 제러미 벤담이 설계하고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말한 파놉티콘에서 실현된다. 자신의 존재는 드러내지 않고 눈앞의 대상을 철저히 감시할 수 있다는 자만을 함축하고 있는 근대적 광기는 관음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호프만의 소설 모래 인간(국내에서는 주로 모래 사나이로 출간됨),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아커만의 영화 갇힌 여인은 위에서 말한 근대적 광기를 가진 관음증적 주체가 경악, 공포, 파멸로 귀결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그려냈다. 시각의 폭력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인데, 문학 텍스트나 영화를 예시로 들며 자칫하면 딱딱하게만 읽힐 수 있는 철학을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좋았다.

 

관음증적 시각은 카메라의 발명으로 더욱 심화되는데, 특히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된 오늘날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카메라로 인한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에서, ‘보는가해자와 보여지는피해자는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149) 여성의 몸은 단 몇 번의 클릭으로 과거와 미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그래서 실재하지 않고 단지 이미지나 형상으로만 존재하는 비틀리고 파편화된 몸으로 끝없이 재현된다. 그 여성의 의식 속에 살아 숨 쉬던 과거와 그 지평 아래 펼쳐질 미래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156) 누군가가 나를 빤히 쳐다볼 때 느끼는 감정은 내가 타자의 시선에 따라 객체화될 때 느끼는 수치심일 것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바로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확인할 수 없는 공간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데서 느끼는 인간의 원초적인 수치심과 공포를 극대화한다.

 

(157) 반면 어떤 남성들의 경우옆에서 인기척을 내는 그 누군가가 친구이고 지인일 경우, 그것을 권하고 공유한다. 이 대목에서 사르트르가 예로 든, 수치심을 느끼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누군가의 시선 아래 객체화되는 대신, 동영상 속 여성들을 노리갯감으로 공유하는 힘 있는 시선의 주체가 되기를 권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그동안 불쾌하다고 느끼기만 했던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공감한다는 게 아니다).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현암사, 2021)에서도 여성을 인격이 아닌 대상으로 여기는 상황에 대해 쓴 글을 읽기도 했는데, 시각의 폭력에서 주체객체그리고 권력으로 현상을 분석해주어서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수치심이 부재하는 가해자의 카메라를 누가 부수고 전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성 광인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세대의 렌즈를 깨는 여성들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단어로 옮기자면 그들은 바로 제트 세대 페미니스트이고, 가부장제에 포섭될 수 없는 태생적으로 저주받은 여성(194)이다.

 

요즘 들어 메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나는 그런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없었다면 다른 여러 분야의 페미니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적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저자 역시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남성혐오와 과격함을 밝히기보다 그들이 등장한 배경에 주목하자고 권한다. 그리고 직접 렌즈를 송곳으로 깨트림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에 사용되는 카메라의 눈을 부순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추적단 불꽃등의 여성단체들을 소개한다.

 

시각의 폭력은 서양 철학에서 비롯된 시각을 다루기 때문에 철학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어려운 텍스트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문제적인 디지털 성폭력을 비롯한 젠더 이슈를 이해하기엔 좋은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참상에 감정적으로만 반응하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배제적인 시각을 발견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여태까지 지배적이었던 시각 대신 포용적인 촉각등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덧붙여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 뤼스 이리가레의 여성성여성적 글쓰기는 내게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새로운 카메라의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연습을 계속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43) 새로운 카메라의 시선은, 위계화된 시선의 권력을 통해 지금, 여기, 눈앞에 현전하는 성애화된 이미지의 여성 형상과 모양새만을 응시하는 시선이 아니다. 그것은 여성의 영혼과 정신이라는 내부와 접촉하고 공감하는 능력 속에서 만개하는 시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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