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견디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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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견디는 시간

이윤주 | 행성B | 2019년 11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3 (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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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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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를 견디게 하는 것에 대하여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8 | 2020.04.21 리뷰제목
살 만하지 않은 날이 있다 밥벌이가 고되어 씻으러 욕실에 들어갈 기운조차 없을 때 문득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들 때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슬프고 아프고 치열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윤주의 첫 에세이 나를 견디는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견디게 한ㄴ 삶의 알맹이를 찾으며 쓴 글 50편을 묶었다 이 책의 매력은 자신의 슬픔
리뷰제목

살 만하지 않은 날이 있다 밥벌이가 고되어 씻으러 욕실에 들어갈 기운조차 없을 때 문득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들 때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슬프고 아프고 치열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윤주의 첫 에세이 나를 견디는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견디게 한ㄴ 삶의 알맹이를 찾으며 쓴 글 50편을 묶었다

 

이 책의 매력은 자신의 슬픔이나 고통에만 매몰되지 않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밟고 올라가라는 매몰찬 잔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에게 보내는 은밀한 공감에 가깝다 이윤주가 세사에 너그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만큼 타인들도 서럽고 고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은 살 만하지 않은 날에도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윤주는 슬픔을 굳이 전시라 필요도 폐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저 내밀히 숨쉬는 슬픔의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권한다 각자 슬픔을 처리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 시간을 견딘다 대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더라도 디즈니 공주처럼 기분 좋은 환상으로부터 욕망을 수혈받는다 중요한 것은 나의 슬픔에 빠져 남의 슬픔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가 책을 읽는 이유도 훌륭한 문학이 독자를 자기 연민의 우물 밖으로 꺼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사실 엉망진창이지만 어른이니까 멀쩡한 척하고 다닙니다 라고 이마에 써 붙이지 않아도 모두 으레 그렇단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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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바게뜨빵 같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n | 2019.10.27 리뷰제목
이 에세이는 언뜻 보면 딱딱하다. 편집인이 직업인 이의 글이라는 선입관 때문인지, 표현이라던가 내용이라던가 문장이라던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글쓴이가 견뎌야 하는 세상이라는 게 그리 만만치 않게 거칠어서 계속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스윽 긁으며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단단한 외피를 둘러야 했어서 그랬나. 그런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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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언뜻 보면 딱딱하다. 편집인이 직업인 이의 글이라는 선입관 때문인지, 표현이라던가 내용이라던가 문장이라던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글쓴이가 견뎌야 하는 세상이라는 게 그리 만만치 않게 거칠어서 계속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스윽 긁으며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단단한 외피를 둘러야 했어서 그랬나. 


그런데, 나름 딱딱한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씹어 보면 그리 딱딱하지 않은 바게트 겉면처럼, 건조한 듯 보이는 문장은 씹어 읽을수록 풍부한 맛이 나고, 글쓴이의 마음은 장난스러운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보드라운 구석이 있었다. 마치 부드러운 바게트 빵의 속처럼.  


바게트 빵은 보통 다른 간식용 달달한 빵 들과 섞이지 않고, 고고하게 한 코너를 차지하고 꼽혀 있다. 가만히 보면  책도 그와 같이, 어설픈 감정의 고물이나 앙꼬를 품고 있는 다른 빵 들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간식이 아니라 삶의 중심에 바로 쳐들어가서 얘기하고 있는 한 끼 식량이 될 수 있는 글이 담긴 책이다.


책을 보면서 글 속에 따뜻한 가을 햇살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세상에 대해 조금 냉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넓게 이해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다만 봄 햇살 같이 따사롭지만은 않은. 따스하기도 하지만 가끔 서늘한 느낌을 주는 가을 햇살 같은. 이해와 용납은 역시 다른 것이라서. 전체적으로 이십 대를 지나고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 지금의 경험과, 옛날 일들을 다시 돌아보며 드는 재해석을 담담하게 또 단단하게 풀어내고 있다. 


가을 햇살이라면 아침 햇살 같다. 새벽 찬 기운을 덥히는 바게트 빵이라면 조금 더 부풀어 오르며 향기를 풍길만한. 삼십 대 후반이면 이제 가을이라 불러도 되는 시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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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른인 척 하다 어른인 된 "우리"을 위해 평점9점 | u********2 | 2019.11.06 리뷰제목
어느 밴드의 노래가사처럼 "스윽 훑고 가셔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을 닦아가며 차오르는 먹먹함을 눌러가며 참 착실하게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작가는 "견디기 위해" 글을 썼고 그 견딤에 겪어본, 겪어왔던 사람들이라면 결코 쉽게 읽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1부 나 자신을 견디며 삽니다. 중 "나다운 게 뭔데" 에서 [자기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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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밴드의 노래가사처럼 "스윽 훑고 가셔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을 닦아가며 차오르는 먹먹함을 눌러가며 참 착실하게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처럼 작가는 "견디기 위해" 글을 썼고 그 견딤에 겪어본, 겪어왔던 사람들이라면 결코 쉽게 읽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1부 나 자신을 견디며 삽니다. 중 "나다운 게 뭔데" 에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나치게 설명하는 사람만 큼 자기 내면의 다채로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 또한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40살이 되면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을 겪고 그 사람들을 감당하고 또 관계성을 견뎌야 하는데 본인을 몇 글자로 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어랏 설명과 다른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 종종 있습니다. 작가는 본인이 겪은 아주 사소한 경험들을 작게 쪼개서 구체적으로 견딤의 시간을 적어내려간 듯 합니다.

 

2부 그건 그 사람 마음이에요. 중 [유난히 상처가 많은 시대일지도 모른다. 손톱을 세우지 않으면 나를 보호할 수 없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구절 또한 지금 상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그리고 벌써 사회에서 내몰리는 중년들에게 더욱 와닿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집착을 버리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결국엔 나를 위한 가장 좋은 견딤과 다스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부 즐겁게 일하라는 말의 무례함. 4부 세상은 생각보다 너그러울지도  까지 이렇게 4부로 나누어진 이 책은 친절하다 못해 "내가 쓴 글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견딤의 시간을 보낸 이들이라면 정말 공감할 만 합니다.

 

펜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이 책을 읽는 동안 "사실 엉망진창이지만 어른이니까 멀쩡한 척 하고 다닙니다."라는 구절을 여러 번 곱씹게 되었습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 난 별로 괜찮지 않고 아프지만 아픈 척은 하기 힘든 미숙한 어른이고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어른인 척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 그냥 어른이 되어버린 듯한 40살. 아직은 부족하지만 함께 견디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또 용기를 내봅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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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오늘도 많은 것을 견디며 살아간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h******7 | 2019.11.12 리뷰제목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견디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한동안은 내 반쪽이 견디기 힘들었고,또 한동안은 내 인생 전부인, 전부일, 내 아기가 견디기 힘들었다.어느 순간은 내 가족이 견디기 힘들었고,또 어느 순간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견디기 힘들었다.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나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구나 싶었다. 내가 편안하고 평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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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견디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며 살아왔다.

 

한동안은 내 반쪽이 견디기 힘들었고,

또 한동안은 내 인생 전부인, 전부일, 내 아기가 견디기 힘들었다.

어느 순간은 내 가족이 견디기 힘들었고,

또 어느 순간은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나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구나 싶었다.

 

내가 편안하고 평온한 상태라면. 내 주변을 견딘다는 생각이 들까?

내가 힘들고 휘청이고 있으니 내 주변의 존재들을 힘겨워하고 내가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견딘다고 느낀 것을 아닐까?

 

'나를 견디는 시간'(이윤주)은 이렇게 견뎌라. 이렇게 보내라....하는 류의 글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읽히고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도 않는다. 가만히 읽으면서 곱씹고 곱씹을수록 조용히 내 자신에 빗대어 생각하고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비싼 값을 지불할수록 인간은 타인과의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구절이 그렇게 와 닿는 것을 보면 나는 그동안 타인과 너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나보다.

그것이 물리적 거리이든, 심리적 거리이든 나에게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과제를 남겨주었다.

 

뒷장을 넘기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발견했을 때는 솔직히 좀 뜨끔했다.

저자는 다른 의도로 인용했지만, 내 인생에 '방문객'이라는 시는 큰 의미로 남아있다.

지금 내 반쪽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써줬던 시이기 때문이다.

그걸 보니 또 처음엔 그런 마음이었는데, 왜 견디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싶었다.

그 사람과 함께 온 그의 일생을 받아들일 각오. 그런 어마어마한 각오를 난 왜 있고 있었을까.

그래. 저자는 이럴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깨달음을 준 부분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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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를 견디는 시간 평점6점 | YES마니아 : 로얄 j*******7 | 2020.03.10 리뷰제목
내가 작가 이윤주를 견디는 시간 = 나를 견디는 시간 p.4나를 알고 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나의 글들이 나를 변명하고 있음을. 그렇다면 나는 누가 발주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변명하는가. 이해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받지 못하면 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딜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해받게 행동하면 되지, 왜 이해받기 어렵게 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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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가 이윤주를 견디는 시간 = 나를 견디는 시간

 

p.4

나를 알고 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나의 글들이 나를 변명하고 있음을. 그렇다면 나는 누가 발주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변명하는가. 이해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받지 못하면 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딜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해받게 행동하면 되지, 왜 이해받기 어렵게 굴면서 굳이 변명하는가 하면, 설득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통이 발생된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는 받고 싶은데 (타인에게) 설득되기는 싫은 꼴통의 고통.

그런 나를 견디기 위해서 썼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변명처럼 들리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게도 들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좀더 비약해서.. '징징거림'이라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괜히 작가님이 아니셨다. '변명'이라.. 딱히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징징거린다라는 표현보다는 나으니까..;;

누가 봐도 딱 티가 나는 나의 힘들다는 표정을.. 그냥 모르는 척 지나쳐주기를 바란 적도 많았지만, 또 어떨 때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어봐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하루.. 그런 기분.. 혼자이고 싶지 않은 그런 날.. 그런 날 아주 가까운 이들에게만 털어놓는 나의 변명, 그리고 공감 속에 느껴지는 따뜻함..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그 특유의 온기가 필요로한 날.. 나는 부러 약한 모습을 보인다.

 

p.59

애정결핍으로 인한 내상이 고약한 이유는 결핍된 성분을 투여해도 완치가 어렵다는 데 있다. 피가 모자라 철분제 따위를 먹었을 때의 효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떤 연유든 한번 사납게 유실돼버린 애정은 엔간해서는 정상 범위까지 차오르지 않는다. 밖에서 아무리 쭉쭊 주유해도 이미 금이 간 독에서 졸졸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4남매 중 막내라고 하면, 다들 이쁨 많이 받고 자랐겠구나~ 라고 얘기들 하시는데.. 그걸 많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함께 공유할 추억도 많지 않았고, 나는 대체로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과 언니, 오빠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였어서 다들 거의 집에 없었다. 혼자 집을 지킬 때가 많았다. 빈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누군가가 들어올 시간에 들어간 적도 많았다. 나의 애정결핍은.. 그 빈 집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작가님의 말씀처럼.. 나이 40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는 애정이 많이 고프다.^;;;

 

p.65

'사실 엉망진창이지만, 어른이니까 멀쩡한 척하고 다닙니다.' 라는 말 따위 꼭 이마에 써 붙여야 아는 건가. 안 붙이고 다녀도 서로서로 으레 그런 줄 알고 지내는 게 어른 아닌가. 제 속이 엉망진창임을 감추지 않는 인간이나, 누가 멀쩡한 척한다고 그 속이 엉망진창임을 모르는 인간이나, 다 좋은데 적어도 어른 대접 받을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른 같은 어른이 못 될 거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어른 같은 어른이 어떤 어른인지.. 여전히 잘 모르면서.. 하지만 지금의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들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어른 대접 받기는 그른 멀쩡한 척하는 그 어른인 것 같다.

 

p.67

생의 유의미한 과제들은 전부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출발한다. '그럼'의 기준이야 제각기겠으나 나는 적어도, 지나간 어느 깊은 밤에 "나, 이번 생은 베렸어."(황지우, <거울에 비친 괘종시계>)라고 두 손 들어본 이들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 생을 척척 통제해왔거나 앞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신뢰하기 어렵다. 이들은 삶이 두렵지 않으므로 스스로 용기를 지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용기가 있어서 용기를 낸다는 건 아이러니다. 삶을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가장 크게 허락되는 것이 용기일 테다.

 

삶을 얼만큼 크게 두려워해야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크게 허락되는 것이 용기라는 말에는 동감이다. 두렵지 않은 자에겐 용기 따위가 필요 없으니까..

 

p.77

그리하여 외워야 한다. '나는 당신을 모른다.'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아내도 서로에게 복창해야 한다. 내가 아는 건 오직 내가 당신을 모른다는 것뿐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기대를 품거나 실망하거나 심지어 난동을 부리는 일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껏 살아왔으면서 나를 그렇게 몰라?" 따위의 언설도 금물이다. 모른다. 모르니까 설명해주고, 초면인 것처럼 경청하라. 알고 있다는 믿음을 부수고, 끝내 알 수 없다는 자각을 반복하지 않으면, 지옥을 깰 수 없다.

 

잘 알면서도 정말 어려운 일인데, 우리 엄마는 잘 하신다. 우리 엄마는 나를 마흔 살이 되도록 키웠으면서 아직도 본인 딸래미가 오이와 가지를 안 먹는 걸 모른다. 국에 밥 말아먹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울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며칠에 한 번 꼴로 국에 밥 말아먹으라고 권했다.ㅡㅡ;;;ㅋ

 

p.167

한 사람이 온 세상의 비극을 겪을 수 없어서 문학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훌륭한 문학은 독자를 자기연민의 우물 밖으로 꺼내준다. 제 손톱 밑 가시에 절절매며 살아온 사람에게, 이렇게 넓고 깊은 진창이 세상에 많으니 엄살은 조금만 떨라며. 말귀 밝은 이들이 개떡을 찰떡처럼 알아듣는 건 말 한마디를 천 개의 결로 헤아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담 보바리의 생과 그리스인 조르바의 생을 함께 살면서 휘트먼의 생과 네루다의 생도 건너본다. 그러고도 아직 못 살아본 생을 계속 궁금해한다. 궁금하니까 헤아리려 하고 자주 헤아리다 보니, 잘 헤아리게 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내 인생에 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삶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딱 꼬집어 문학이라고 한 장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냥..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정말 다행이다..

 

p.208

다들 그렇듯, 우리 부부도 '아주 좋을 때는' 유아적인 포즈로 애정을 주고받는다. "우리 윤주 괴롭히는 것들은 싹 다 지옥에 가야 해!" 어느 날 밤의 뻔하고 달콤한 '필로우 토크pillow talk'중 남편이 말했다. 나는 '잉잉' 우는 시늉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의 얇은 티셔츠 속에 손을 넣어 엄마곰처럼 배를 문지르고, 익숙한 체취를 확인하려는 아기새처럼 목덜미에 코를 묻고, 틈틈이 깔깔대며 콧구멍과 앞니와 턱살 따위를 놀려준다. 밤은 반드시 깊어가고, 먼저 졸던 남편이 눈을 반쯤 감은 채 말했다.

"그럼 나는 지옥에 가려나, 천국에 가려나…."

 

빵~ 터지고만 작가님 남편의 말씀.. ㅎㅎ 그냥 편안하게.. 연옥으로 가시지요..^;;;ㅎ

 

정말이지.. 나를 견디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였다. 많이 공감되기도 하고 아, 이건 새겨야겠구나..싶은 문장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책에 별을 3개밖에 안 준 것은.. 작가님의 글에서 나를 견디는 글을 읽으면서도, 작가님 자체를 견뎌야 하는 글도 많아서다. 이 글을 쓴 건 당연히 작가님이니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나도 버거운 상태에서 나를 견디기 위해 제목 하나만 보고 들었던 책이라.. 공감되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건.. 힘들었다. 그냥 눈으로 읽은 부분들이 아쉬워서.. 나중에라도.. 다시 읽게 되면 그때는 또 다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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