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꽤 먼 미래의 박사 유학을 꿈꿨던 날
업무 중 한가한 시간이면 유학 생활 블로그를 둘러보곤 했었다.
당장 내 몸은 회사지만, 언젠가 더 넓은 세상으로 헤엄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 퇴사도 했고,
이제는 석사 논문학기와 미국 박사 지원시기를 코앞에 두고있다.
분명 가장 바빠야 하는 시기는 맞는데, 왜 나는 하필 이시기에 힘이 빠져버린건지
축 쳐져 하루가 가는 느낌만 째깍째깍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지난 주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
책 제목은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전선영작가님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2개의 석사와 1개의 박사학위를 수집(!)한 작가님.
혹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치열했지만 행복했고, 열정이 가득했지만 때론 권태로웠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스포일러가 되긴 싫지만!
유학생활의 시작, 갈등, 적응, 도전, 사랑, 가족
거의 99.9%의 확률로 나도 겪게 될 이야기.
가깝고도 먼 나라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살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담백하게 엮어낸 이야기들이 다가와
어쩔 땐 석사 생활에 벌써 지쳐버린 내 마음을 다독이기도,
다시 열심히 해보자, 일어서보자 말해주기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요즘의 나는 위태로웠다.
그동안 미국에서의 박사 생활을 꿈꾸며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원시기가 다가오니
언어의 장벽과 무엇 하나 준비된 것 없는 부족함에 두려웠었다.
잠깐만 시간을 멈추고 찬찬히 생각해보고 싶은데,
매일 매일 시간은 가고
어쨌든 하루가 시작해버려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내게 과분한 꿈을 꾸었었나 풀이 죽었었다.
책의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으면서
입은 웃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은 뭐지
분명 눈물나게 힘들 것을 알면서도 내 성격은 이래먹어서 결국 해야만 해-
하는 당찬 희망이 생기는 느낌.
박사 유학을 꿈꾸며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 담겨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 길을 가도 되는 기분이다.
결국 그렇게 겪으며 성장하고 견뎌내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내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멋지게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더라도 계속해서 답안지를 제출해내는 것에 그 의미가 있음을,
지금의 비 오는 날들도 과거가 되어, 내 맑은 날들과 함께 아름다운 나이테를 만들어 줄 것임을.
다시 일어서 앞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