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듯 먹어라.
Mindful Eating
“자신을 사랑하듯 먹어라.”
무심코 집어든 책의 제일 뒷장에 쓰여진 말을 봤더니 머리에서 ‘땡!’ 알람이 울렸다.
“나는 나를 사랑하듯 먹고 있나?” 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대답으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의 식생활을 하고 있구나….”가 이어졌다. 내가 건강한 음식을 잘 챙겨먹는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많은 경우 스트레스 받는 상황, 자책하는 상황을 폭식과 연결짓고 있고 대부분의 폭식 메뉴는 과자나 인스턴트, 배달 음식이다. 어떤 상황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 결말은 자책으로 이어지는 나의 정신적 고난 루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폭식을 하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는건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식을 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폭식 - 스트레스의 연결 고리는 여느 때처럼 견고하다. 그래도 요즘은 ‘감정’ 이나 ‘스트레스’ 관련한 심리학 책을 여럿 읽으며 상황을 개선해가고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정리하여 대응 방법을 나름 강구해 두었다. 10번 중 5번 정도는 성공하지만 나머지 5번 정도는 어김없이 폭식으로 이어진다. 폭식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음식물을 몸 속에 채우면서 ‘정서적 공허감 채우기’와 ‘짜증나고 어쩔 줄 모르겠는 부정적인 내 감정에서 달아나기’는 성공하지만 더부룩한 배와 다시 폭식의 굴레를 시작했다는 자책감, 줄어든 잔고, 건강 염려 등등 다른 걱정이 시작된다.
“자신을 사랑하듯 먹어라”
최근에도 연달아 폭식을 계속하며 자책하던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굴러들어온 것에 감사했다. 이 책은 음식과 감정 사이에 잘못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감정을 수용하여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사람, 습관적인 식생활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사람,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에 휩쓸려 주체적인 식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사람을 위해 EAT Q 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EAT Q는 감정식사를 의미한다.
EAT Q는 감성지능, 감정적 먹기, 마음챙김이라는 세 연구 분야의 개념들을 조합한 것으로 ‘감정’에 중점을 둔다.
식사는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중 감정이 가장 많이 개입되는 결정이기도 하다….
감정을 견뎌낸다는 것은 그 감정을 쉽게 바꾸려고 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가는 뜻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완전히 차단해버릴 경구, 결정의 질은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냉장고 문을 열고 보이는 대로 집어들거나, 식당에서 메뉴판을 아예 접은 후, 원래의 식습관 목표에 어긋난 메뉴를 결정할 수 있다. 나는 그 순간을 감정적 결정이라고 부른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감정을 지혜롭게 사용하여 음식 선택의 객관적 지침으로 삼는 것이다.
p.62
감정은 우리의 선택에 깊숙히 관여한다. 좋은 기분일 때 내리는 결정과 그렇지 않을 때 내리는 결정의 차이는 크다. 먹는 것을 생각해보자. 화가 났을 때 혹은 피곤할 때 고르는 메뉴는 대부분 자극적이고 고지방, 고칼로리이다. 스트레스 받은 자신을 위해 혹은 ‘먹고 죽자’는 심정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먹기도 한다. 마음이 평온할 때는 어떠한가? 일단 메뉴 고르는 순간이 느긋하다.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해볼까 고심하기도 하고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균형있는 식사를 도와줄 채소를 찾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행복한 순간’도 감정적 불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생일날이나 노력했던 시험/자격증 합격 혹은 승진, 목표 달성과 같은 짜릿한 순간에도 우리의 메뉴 선택은 스트레스 받았던 상황과 유사하다. 행복한 순간과 스트레스 받았던 순간 먹었던 메뉴를 생각해보니 내 경우에는 두 상황이 똑같았다. 기름지고 다 먹지도 못할 여러 가지 음식을 나열하여 얼마만큼 먹는지 생각하지 않고 오랜 시간 먹었다. 그러고보면 여러 가지 감정을 다양하게 ‘그 때 그 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가 감정을 얼마나 알아차릴 수 있는지 이 책에 제시된 자가진단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일단 나는 감정 알아차리기부터 실패… 최근에도 갑자기 많이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 받지도 않았고 배도 고프지도 않고 다른 일도 없는데 왜 나는 먹고 있는 걸까? 한참 고민하니 답은 바로 추위 때문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몸이 보내는 ‘춥다 추워’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고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습관적으로 입부터 채웠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몸이 보내는 신호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었다.
감정과 먹는 행위를 연결시켜 보는 자가 진단도 유용했다. ‘4. 나는 음식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위안하는 편이다’ 는 너무 내 상황을 콕 짚는 문장이라 뜨끔했다. ‘7. 간식을 오도독거리고 씹으면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뎌진다.’는 말에도 100프로 공감했다. 추위를 알아차리고 보온에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춥다라는 느낌을 모른 척하며 무디게 만들기 위해 먹었던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행복할 때는 행복에 취해서 먹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는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먹었던 것 같다. 자가 진단을 통해 나에게 닥치는 상황 대부분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먹거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먹거나, 감정과 먹는 것 사이에 잘못된 습관이 잡힌 것을 저자는 ‘감정 주도적 사고’라고 부르고 있다.
감정 주도적 사고 : 그 순간에 느끼는 기분을 바탕으로 무엇을 먹고 먹지 않을지 ‘반응’ 한다. 현재의 감정 상태에 따라 결정의 질이 달라진다. ‘에라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며 과자 반 봉지를 먹는 충동적이고 감정 주도적인 먹기를 결정한 상태가 ‘감정적 결정’이다.
통찰 주도적 사고 : 감정이 결정을 장악하게 내버려두는 대신, 감정을 결정의 지침으로 삼아 ‘대응’한다. 감정이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발생가능한 결과를 예상하며 실시간으로 충동을 관리한다.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스리기 위해 감정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다.
EAT Q는 통찰 주도적 사고를 현실에서 사람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EAT Q는 ‘잠시 멈춤’, ‘충분히 감정 수용하기’를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소개되어 있는데 핵심은 ‘지금 감정 알아차리기’이다. 감정에 휩싸이면 충동적이 되기 쉽다. 그런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보고 식사 일기를 써보거나 기록하면서 패턴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음에 유사한 상황이 오면 충동에 휩싸이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세우고 평소 감정 알아차리 훈련을 통해 충동성을 낮출 것을 권유한다.
쾌감을 주는 음식을 원한다는 사실은, 그 순간 내 기분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지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인가? 지루한가? 뭔가 불만스러운가? 긴장이 풀렸는가? 잠시 차분히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라….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이 음식을 마음껏 즐겨도 괜찮을까?’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당신의 태도, 감정, 원칙이 어떠한지 살펴보자.
p.128
여러 가지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도 많아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골라잡을 수도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나는 분노/스트레스성 폭식이 가장 큰 문제이니까 당분간은 이 방법대로 시행해보려고 한다. 분노 해결?> 충동적 음식 섭취 라는 이상한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분노 해결 ?-> 분노 해결 방안 적기, 바로 밖으로 나가 산책하기> 로 바꾸는 것이 목표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감정들의 존재 그리고 감정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내 스스로가 챙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책 구절 중 하나가 생각난다.
의사결정을 내릴 정신적 여유를 허락했을 때
p.128
나는 내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여유없게 이제껏 살아왔나보다. ‘나를 사랑하듯 먹을 수’ 있도록 ‘정신적 여유’를 나에게 허락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