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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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뷰 총점 8.7 (46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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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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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 - 허즈번드 시크릿 평점10점 | b******s | 2015.05.31 리뷰제목
이야기는 세실리아가 딸에게 줄 베를린 장벽 조각을 찾기 위해 다락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봉투 겉면에 의미심장한 한 줄의 글이 적혀 있는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게 된 바로 그 문장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기에 자신이 죽은 후에 읽으라고 한 걸까. 충격 고백이라도 하려는 걸까. 분명한 건, 사랑 고백은 아닐 것 같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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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세실리아가 딸에게 줄 베를린 장벽 조각을 찾기 위해 다락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봉투 겉면에 의미심장한 한 줄의 글이 적혀 있는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하게 된 바로 그 문장이다.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기에 자신이 죽은 후에 읽으라고 한 걸까. 충격 고백이라도 하려는 걸까. 분명한 건, 사랑 고백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다.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p.27) 이란 문장으로 출발하는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2015.03.15. 마시멜로)》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세 가족이 등장한다. 다락에서 편지를 발견했다고 전했을 때 수상하게 굴던 남편 존 폴의 반응이 신경 쓰이는 ‘세실리아’, 남편 윌과 친척 펠리시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에 충격 받아 무작정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온 ‘테스’, 2년간 뉴욕에서 살게 되어 손주 제이컵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소식을 아들 내외로부터 들으며 열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딸 자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레이첼’이 그들이다. 작가는 한 가지씩 고민을 안고 각자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 여인의 삶을 보여준다. 그래서 세실리아가 발견한 존 폴의 편지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세 여인의 공통점은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다. 학교 비서로 근무하는 레이첼의 근무지가 그곳이며, 세실리아의 세 명의 딸 에스터와 이사벨, 폴리가 다니는 학교이기도 하며, 테스의 아들 리암이 다니게 될 학교도 그곳이다. 세 여인은 모두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세 여인이 몰랐던 비밀, 세 여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연결시킨 고리가 있었는데 바로 존 폴의 편지 안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존 폴의 비밀은 세실리아가 편지를 뜯는 순간 공개된다. 그때 마침내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소재인 편지가 공개되었으니 이제 남은 건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더 놀라운 일이 남아있었다.

 

 

이 소설은 부활절을 앞둔 일주일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렸다. 누군가는 남편이 숨겨온 비밀을 공유하게 되면서 평화로운 삶, 안락한 가정이 깨지는 경험을 하며 부활절을 맞이했고, 누군가는 쌍둥이 자매보다 가까이 지낸 친척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 옛 남자친구를 만나 설렘을 느끼며 부활절을 맞이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누군가는 드디어 딸을 죽인 살인자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 신고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자 분노와 슬픔을 느끼며 부활절을 맞이했다. 마음속에 응어리 하나씩 간직하며 부활절을 맞이했던 그들은 어린 소녀의 희생으로 ‘성 금요일’에 모든 죄를 용서받는다.

 

 

《허즈번드 시크릿(2015.03.15. 마시멜로)》의 놀라운 점은 소설의 결말이 진짜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순간의 예측도 불허한 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마지막까지도 조금의 빈틈을 보이지 않고 묵직한 펀치를 날린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너무나도 슬픈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입소문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입소문을 듣고 선택한 작품은 백발백중, 실패한 적이 없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내게 ‘리안 모리아티’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0
종이책 역시 입소문대로, 허즈번드 시크릿! 평점9점 | h******s | 2015.06.05 리뷰제목
아, 오랜만에 가슴 먹먹하고 긴 여운이 남는 소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평을 쓰고 싶게 만들만큼요. 처음부터 표지에 쓰인 문구 하나에 이끌려서 이 책을 샀고, 대체 남편에게 무슨 비밀이 있을까, 편지에 무슨 내용이 쓰여져 있는 걸까 온갖 추측을 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소설 중반쯤 밝혀진 비밀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밀은..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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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가슴 먹먹하고 긴 여운이 남는 소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평을 쓰고 싶게 만들만큼요. 처음부터 표지에 쓰인 문구 하나에 이끌려서 이 책을 샀고, 대체 남편에게 무슨 비밀이 있을까, 편지에 무슨 내용이 쓰여져 있는 걸까 온갖 추측을 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소설 중반쯤 밝혀진 비밀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밀은.. 무척이나 충격적으로 느껴졌어요. 마치 내 일이라도 된 것처럼 어찌나 놀랍고 감정이입이 되던지요;;

초반에는 각 가정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궁금할 만하면 다른 가족의 이야기로 넘어가길래 이게 뭘까 알쏭달쏭했어요,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책의 묘미였습니다. 동시간대 도전! 펫 제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연결된 것도 재밌더군요. 작가는 비밀이 밝혀지고 나서부터야 제대로 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해요. 마치 비밀은 이 소설의 소재이자 시작일 뿐이라는 듯.

그때부터 편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면서 무시무시한 속도감으로 읽히더군요. 소설 속 인물들, 세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모두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한 가정의 이야기도 소홀히 지나칠 수가 없었지요. 그만큼 작가가 그리는 각 등장인물의 세밀한 심리 묘사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부활절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짜맞춘 플롯도, 예사 솜씨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읽으면 읽을수록 입이 딱 벌어졌어요. 거기다 아주 극적인 결말까지...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크게 느낄 수 있으니, 앞부분에 조금은 많다 싶은 등장인물들이 좀 헷갈리더라도, 편지 내용을 예상보다 일찍 예측할 수 있게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저는 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아프고 먹먹하고 짠해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답니다.

그저 단순히 가정주부나 여성 독자만을 타깃으로 한 자극적인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단순히 인과응보 같은 결말을 다루는 이야기도 아니고요.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그래서 나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강추합니다. 아, 이런 책은 정말이지 읽어야 해요. 응원합니다, 허즈번드 시크릿! ㅎㅎ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0
종이책 비밀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허즈번드 시크릿』 평점7점 | w*****8 | 2015.09.30 리뷰제목
'비밀'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목이 함축하는 것도 그렇고 내용 자체도 '비밀'에 의해 흘러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감춰진 것, 숨기는 것 앞에서 정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숨기고 감추는 경계 안에서 이미 '자유로움'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밀을 간직하는 순간 이미 '정직'과는 척을 지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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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제목이 함축하는 것도 그렇고 내용 자체도 '비밀'에 의해 흘러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이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감춰진 것, 숨기는 것 앞에서 정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숨기고 감추는 경계 안에서 이미 '자유로움'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비밀을 간직하는 순간 이미 '정직'과는 척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이 비밀을 감추고 살아온 걸 알게 된다면, 그 비밀이 사소함(비밀이라는 게 이미 결코 단순하거나 사소할 리 없겠지만.)을 넘어서는 거라면 그 파장의 크기는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가족이라는 형태는 여러 형태로 이행된다. 결혼하기 전과 결혼 후의 형태로 나눌 수도 있겠다. 가족의 범주가 한층 넓어지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나의 배우자는 제2의 가족이 되는 셈이다. 그런 가족이 상상할 수 없었던 '범죄' 측면의 비밀을 숨겨왔다면, 그의 삶뿐 아니라 나의 삶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여기, 각자가 직면한 비밀과 배신 그리고 현실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여자들이 있다. 가장 먼저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어 현재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는 세실리아, 마찬가지로 남편의 감정적 외도와 함께 믿었던 사촌형제의 배신에 치를 떠는 여자 테스, 사춘기 딸의 죽음, 풀리지 않는 죽음의 과정과 범인을 반평생 가슴에 품고 살면서 모든 게 그때 시간에 멈춰있는 레이첼까지.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씨실과 날실로 교차하며 독자에게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게 『허즈번드 시크릿』의 기본 얼개이다. 개인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의 삶에 관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전개가 이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고 말이다.

 

제목을 보면 대충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는 소설이 있고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소설이 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당연히 전자다.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개인의 영역이란 존재하기 마련이다. 부부라도 비밀이 있는 건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의 차이가 생겨난다. 말하지 않는 것은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능한 거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감춰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에 파생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이 마음 편할 리 없다. 비밀이라는 것은 쉽게 잊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비밀로 성립하게 되는 것이니까.

 

반대로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 일단 모르고 있는 상태와 알고 난 후의 상황은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비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야기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도의적인 책임을 떠나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경계에 있는 비밀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밀'로 인해 가장 큰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세 여인의 삶 중에 어떤 하나라도 내 삶에 대입해보면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실마리를 풀고 싶을 때는 이 같은 방법을 써보면 가장 빠르다. 내 관점에서 수용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 내 삶에 파장을 일으키는가 아닌가 정도, 그러니까 '나의 상황이었다면' 은 모든 일의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자 무게의 척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개인의 삶을 떠나 공동체의 삶까지 흔들리게 할 정도로 큰 사안이라면 누구라도 혼란을 겪는 건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소설을 읽으면서 시원한 결과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열린 결말을 무조건 선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결말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허즈번드 시크릿』도 그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앞의 삶에만 빠져있다가 다른 사람의 삶은 전혀 보지 못하고 실수를 초래하고 배신을 당하고 미움을 품게 되는 인간의 본질적 습성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할까. 

 

쉬운 결말은 허무함을 준다. 열린 결말은 허무함 대신에 고민을 안긴다. 중반까지는 지지부진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궁금해졌던 건 과연 이들의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해서였다. 각자의 인생에 뜻하지 않게 발을 들여놓게 된 상황에서 마무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과응보, 복수, 배신, 용서, 이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대충 떠오른 키워드다. 복수는 복수를 낳지만 용서는 삶을 구원할 수도 있다는 상투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건 맞지 않을까. 꽉 막혀있던 삶이, 꼬여버렸다고 생각했던 삶을 바로잡고 정립해나갈 수 있는 약간의 여유 같은 것 말이다. 가족 누군가의 죗값을 누군가 대신 치른다는 의미로만 이 소설의 결말을 받아들이는 건 썩 바른 방향은 아닌 것 같다. 원인 제공자인 그 가족이 지고 있던 비밀의 무게에 또 다른 무게를 보탠다는 인상밖에 들지 않으니까. 각자가 행복할 수 있는 길,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의 방향이란 참 무겁고도 어려운 일이구나 같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2
종이책 허즈번드 시크릿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v*****7 | 2015.03.22 리뷰제목
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슬프며, 막판에 반전까지 마련된 소설을 읽은 게 진짜 행운처럼 느껴지네요.제목만 봤을 때 무슨 통속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 그 겉봉투에 "내가 죽거든 읽어 봐"라고 쓰여져 있다면, 아내인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하겠습니까? 훌륭한 문학 작품은 이처럼, 보편적인 독자가 언제라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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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슬프며, 막판에 반전까지 마련된 소설을 읽은 게 진짜 행운처럼 느껴지네요.

제목만 봤을 때 무슨 통속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 그 겉봉투에 "내가 죽거든 읽어 봐"라고 쓰여져 있다면, 아내인 당신은 과연 어떻게 하겠습니까? 훌륭한 문학 작품은 이처럼, 보편적인 독자가 언제라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의 물음을 작중 인물들과 함께 풀어가게 해 줍니다. 미리 답을 말하자면, 문제의 아내 세실리아는 결국 편지를 열어 봅니다. 어떻게 되었을 것 같으세요?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세실리아는 남편 존 폴을 원망합니다. "대체 날 뭘로 봤기에 이런 편지를 써 놓았지? 지옥은 당신 혼자 겪어야지, 왜 이 문제를 내 것으로 만든거야?" 책을 읽는 독자도 같은 생각입니다. 일을 저지른 남편도 어리석고, 그 후에 한 행동은 더 어리석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문제도 자기 것으로 오롯이 떠안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존 폴이란 남자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요.

아마 평균적인 한국인에게라면 답은 하나일 것 같습니다. 아내는 그저 함구할 뿐입니다. 지난 일은 지난 일, 어찌되었든 내 가정은 지켜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동서들에게 언제나 증오의 대상이 되는 시어머니(즉 존 폴의 어머니)가 뭔 낌새를 챘는지 그날따라 찾아와서, "가정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을 뭔 생각에서인지 남깁니다. 멍청한 아들이 뭘 감추려 들어도, 어머니는 다 눈치를 채나 봅니다. 세실리아는 존 폴이 자기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 놓았는지 궁금해하는데, 자신도 아이 어머니면서 그만한 사정도 짐작을 못할까 싶었습니다. 1등 며느리, 1등 아내, 1등 엄마에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정이 닥치면 이런 빈 구석이 드러나나 봅니다.

제목인 <허스번드 시크릿>엔 일단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편지에 쓰여진 내용은 누구에게도, 또 어느 공동체에서도 결코 소홀히 다뤄지지 않을 중대한 사건이지만, 소설은 그 밖에도 두 여인이 더 나옵니다. 한 명은 테스, 다른 한 명은 (결국 세실리아 부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로 드러나는) 레이첼입니다. 테스는 세실리아와 비슷한 또래이며, 레이첼은 20여년 전 두 여인과 같은 또래이자 같은 학교를 다녔던 딸을 (끔찍한 사고로) 여읜 후, 지금은 손자를 본 할머니입니다. 이 세 여인의 사연이 기묘하게 얽히면서, 독자는 과연 어떤 결말로 이 악연의 실타래가 풀릴지, 혹은 더 꼬일지 가슴을 졸이게 됩니다.

세실리아는 남편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미래에 그들에게 닥칠 지 모르는 끔찍한 불행에의 공포에 시달립니다. 세실리아와 비슷한 또래인 테스(토머스 하디의 작품 여주인공과 같습니다)는, 어려서 자매처럼 자라던 사촌(읽어 보니 외사촌이더군요. 서양은 구분을 하지 않죠) 펠리시티("행운"이란 뜻이죠)가, 자기 남편 윌과 바람이 나는 황당한 일을 겪습니다. 그녀로선 남편과,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벗(이자 혈육)을 동시에 잃은 건데요. 남편과 사이에 아들까지 있는 그녀로선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끔찍한 운명을 직시하게 됩니다. 10대때 의문의 죽음을 당한 딸이 만약 살아 있었다면 이 두 여인과 비슷한 또래가 될 할머니 레이첼은, 과거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던 아들 롭은, 잘나가는 아내(즉 레이첼의 며느리)의 진로를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예정입니다.

이처럼 세 여인은 각각 미래, 현재, 과거의 불행과 상실감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 세 여인의 불안과 고뇌는, 공교롭게도 기독교의 사순 마지막 고난 주간에 "저 문제의 편지" 발견을 계기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교차로의 동일 지점으로 질주합니다. 세 여인의 인생에 있어 이 고난 일주간은 말 그대로 운명의 전환점이 되는 셈인데요..... 결말은 실로 장엄한 화해와 용서, 모든 갈등의 승화로 채워집니다. 읽는 분에 따라 조금 작위적이지 않나 생각도 드실 수 있는데(특히 베를린 장벽의 잦은 언급), 소설의 배경은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작부터 가톨릭적 요소와 분위기가 복선처럼 깔리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로마 가톨릭은 소수파 종교입니다. 그런데도 호주를 대표할 만한 이런 명작들은 이 종교를 배경색으로 집어 넣는 걸 자주 본다는 게 흥미롭습니다(다른 예로는 칼린 매컬로 여사의 <가시나무새>). 처음에 "부활절인데 왜 가을이라고 하지?" 같은 의문이 들었는데, 계속 읽어가면서야 "아 배경이 호주라서..." 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치정 드라마도 아니요, 범죄 미스테리도 아닌, 우리들 평범한 사람들의 세심하고 가녀린 심성과 복잡한 감정의 갈래를 어쩌면 이렇게도 잘 표현하고 있는지 그저 놀라웠습니다. 드라마만 장중한 게 아니라,  평균적인 독자의 공감대를 정확히 자극하고, 가식 없는 진솔한 느낌을 절묘히 표현하면서도 천박한 막장 요소는 전무한, 정말 감동적이면서 깨끗한 뒷맛을 남기는 소설이었네요. 이렇게 세심한 심리를 표현한 문장은, 번역에서 통사 구조가 꼬이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구석도 없더군요. 여느 한국 소설보다 더 쉽게 술술 읽혀서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실수는 인간이 저지르나, 용서는 신이 행하는 바"라는 알렉산더 포프의 명언이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야무지건 멍청하건, 냉정하건 온화하건 간에 다 한 번씩 싥수를 저지릅니다. 어떤 건 제법 큰 실수이고, 어떤 건 그 자체론 사소한데 나중에 여파가 커집니다. 뜻하지 않은 비극, 혹은 감당 못할 파국을 앞두고, 이 보통 사람들은 더럽고 이기적이며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 결정적 대목에서, 신이 아니기에 고귀할 수만은 없는 평범한 인간이 고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결단들을 다들 내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첼 할머니는 범인을 용서합니다. 동시에 그녀는,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들던 며느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화해를 시도합니다. 고부 둘 다 점잖은 사람들이라 표면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했으나, 사실 지옥과도 같은 냉전을 치르고 있었기에, 너무도 의외의 순간에 뜻밖의 전갈을 받은 며느리는 잠시 감회를 추스르느라 말을 잇지 못합니다. 저는 사실 이 "부수적으로 치러지는 작은 화해"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큰 일은 큰 일대로, 최종의 심판은 신에 맡긴 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고, 내가 매조지할 수 있는 작은 일, 진즉에 어루만질 수 있었던 작은 다툼부터 해결하겠다는 레이첼의 결정-사실은 본인도 외로움과 번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몰려서 건 전화였습니다만-이, 책을 덮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게 다인줄 알았더니, 이건 웬걸, 에필로그에선 전지적 화자가 더 엄청난 반전을 예비하고 있더군요. 우리 인간은 먼 곳을 볼 줄 모르고, 자신의 이해만 돌볼 줄 아는 구제 불능의 속물들입니다. 프레임 밖에서 어떤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제아무리 현명하고 명철한 이라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자칫 경솔한 겳정과 감정의 폭발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고, 혹시 저 멀리서, 저 높은 곳에서 누가 연민의 정 가득한 눈길로 우리의 어리석음을 지켜 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고 또 성찰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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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지를 뜯는 순간, 모든 시간이 멈췄다! /허즈번드 시크릿 평점10점 | k******5 | 2015.03.18 리뷰제목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유리병 뚜껑에 닿은 손은 열려는 걸까, 꼭 누르는 걸까. 유리병 속 맨 밑에 날개짓하는 나비는 밝은 분홍색이네. <이책은> 가제본으로 서평 의뢰를 받았다.   <저자는>  저자 : 리안 모리아티 Liane Moriarty  ---발췌하다 영미 독자들이 사랑하는 여류소설가, 전 세대 여성들이 공감하는 스토리텔러기발한 발상, 톡톡 튀는 문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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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유리병 뚜껑에 닿은 손은 열려는 걸까, 꼭 누르는 걸까.

유리병 속 맨 밑에 날개짓하는 나비는 밝은 분홍색이네.

<이책은>

가제본으로 서평 의뢰를 받았다.

 

<저자는>

 저자 : 리안 모리아티 Liane Moriarty  ---발췌하다

영미 독자들이 사랑하는 여류소설가, 전 세대 여성들이 공감하는 스토리텔러
기발한 발상, 톡톡 튀는 문체, 유려한 필력으로 영미 문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 여류작가이자 로맨틱 코미디계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나,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전작인 《세 가지 소망(Three Wishes)》(2005)과 《마지막 기념일(The Last Anniversary)》(2006)을 2010년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What Alice forgot)》를 시작으로 2013년 《남편의 비밀(The Husband's Secret)...2014년 7월 최신작《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Big Little Lies)》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은 현재까지 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곧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그녀는 현재 남편, 아들과 함께 호주 시드니에 산다.

 

<책읽은 소감>

'공허한 십자가'는 청소년이 남몰래 사랑하다 임신을 하고, 그걸 숨기다 출산후 살해해 은밀히 묻는다. 그 일로 여자는 직업여성이 되지만 자살을 여러 차례 시도하고, 남자는 완벽남에도 불구하고 다른 씨앗을 품은 여자를 아내로 맞아 생활한다. 세상에 드러나기 전이라해도 자신들만의 참회 방법으로 죄값을 치룬다. 양심의 고통을 저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자수하는데...법의 심판을 받아도 진정 뉘우침이 없는 범법자가 있고 거기선 자유로워도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자세는 충분히 벌을 받았지 싶더라는. 그런 맥락에서 '공허한 십자가'가 떠올랐다.

 

17살에 공원에서 목졸린 채 죽은 딸 자니의 엄마 레이첼. 남편은 마음을 앓다 죽었고, 레이첼이 살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살해범을 찾아 원한이라도 풀어주겠다는 바람과 자신을 학대하는 삶이다. 이 세상에 없는 자니에게 살아 생전에 해주지 못한 것들만이 회한이고, 회상할수록  자책감만 커진다. 아들이 받았을 상처는 짐작도 못하고 며느리에게도 고고한 시어머니로 잔정도 안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며느리는 예의를 다하고 아들은 죽은 누나만을 생각하는 어머니를 불쌍히 여긴다. 제이컵만이 레이첼을 살아있다고 느끼게 한다.

 

다정다감한 여인도 아니었던 레이첼이 딸의 죽음으로 상심하고 대인관계도 기피하다시피한 과정은 서서히 죽어가는 고통이다. 살아있으되 부질없음과 같은 허허로움, 상실감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안돼 괴로움에서 벗어나지지 않는다. 학교 비서직으로 일을 하는게 그나마 낮시간의 일과. 이 학교에 체육샘으로 코너 휘트비가 오면서 레이첼은 극심한 의심증이 작동한다. 딸이 살해되기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요, 주는 인상이 딱 살인자다. 살인자라 점찍어놓고 살피는데 그 테두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음이라. 심지어는 코너를 살해할 행동에 돌입하는데...

 

세실리아 피츠패트릭. 언제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일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절대 조용히 앉아 있는 법이 없고, 기꺼이 자기 시간을 들여 이웃을 위해 캐서롤을 만들어주고,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알고, 항상 다른 방법을 찾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다른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용납할 수도 있고 실제로 용납하기도 하는 사람. ---409 페이지

 

남편 존 폴은 자타공인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다. 행복이란 이런거야 를 외치지만 않았지 매사가 즐거운 세실리아. 자상한 아빠, 다정한 남편은 섹스도 대만족이다. 그런 남편이 6개월여가 되도록 잠자리를 피한다. '베를린 장벽'에 관하여 심취한 둘째딸 에스터. 다락방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구매한 돌조각을 찾다가 남편의 신발 상자(영수증함)를 건드리면서 자필편지를 발견한다. 자신이 죽고 나면 읽으라는 문구가 겉봉에 써 있다. 안부전화에 편지 얘기를 꺼내자 3일이나 일찍 출장서 돌아온 남편. 6개월여 만에 몸사랑을 나누고, 폐쇄공포증이 있는 남편이 다락방을 뒤지는 소리. 문득 잠에서 깬 세실리아는 감춰뒀던 편지를 읽는다... 

 

편지가 내포하고 있는 '허즈번드 시크릿'은 세실리아를 혼란에 빠지게 하고 절망 속으로 밀어넣었다. 남편을 다 안다고 생각했건만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이 미안하고 배신의 계절이요 끔찍한 경악이다. 편지를 읽기전의 행복한 시절은 내동댕이쳐졌다. 유리병 뚜껑을 연 순간 모든게 다 뛰쳐나갔다. 이럴 수는 없어. 나의 모든게 다 무너지다니. 어떻게 존 폴이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여지껏을 감쪽같이 속이고 살아.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아이들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악몽이라면 깨어나고 말거야. 세실리아는 레이첼 부인을 떠올리자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테스는 자신이 사는 방식에 대해 부끄러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깨달았다. '사회 불안증'이라는 수줍음을 안전한 장벽 삼아 그 뒤에 숨어 사람들을 피하는 방식에는 뭔가 폐쇄적인 부분이, 어쩌면 편협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우정이 감지될 때마다 테스는 전화하는 걸 미루고 이메일에 빨리 답장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사람들이 포기하게 했고, 그럴 때마다 안도했다. ---392 페이지

 

테스는 이모 딸인 펠리시티와 쌍둥이처럼 지낸다. 사촌은 뚱녀로 그녀를 관심있게 보는 사람은 없다. 돼지를 보듯 혹은 못본척이 있을뿐. 서로는 부족한 면을 보완하며 대리만족하는 관계로 모든걸 공유한다. 테스가 남친이 생겨도 일일이 사촌에게 말하고, 사촌이 싫은 반응을 보여서 헤어진 사람중에 코너 휘트비가 있다. 반면 사촌은 그 누구도 만난 기억이 없다. 윌과 결혼을 하고 아들 리엄이 자라나고, 사촌과 셋이서 사업을 한다. 둘이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리엄은 사촌이 맡았고 리엄을 다루는데는 테스보다 낫다. 이런 사촌이 살이 빠지면서 비로소 남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윌과 사촌은 테스에게 서로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다.

 

테스의 부모는 열 살때 이혼을 했다. 윌과 리엄, 펠리시티와 같이 지내는 행복함을 질투한건가. 리엄을 데리고 테스는 엄마네 집으로 온다. 다리 부상을 돌본다는 명목이지만 리엄은 전학까지 시켰다. 그 학교에서 체육샘 코너와 대면하고, 얼마뒤 코너와 육체관계를 갖는다. 윌과는 비교되는 성적만족감이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킨게 당황스럽다. 타락이라기보다는 코너의 매력에 끌린건데 체육샘인 코너는 학부모들에게조차 인기남이고 세실리아의 막내딸 폴리는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한다. 테스가 남자 경험이 없는 건 아닌데 윌과 펠리시티의 충격 고백앞에서 테스는 그동안을 짚어보게 된다.

 

열지 말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기에 다 뚜껑 밖으로 나갔다. 오직 희망만이 남아서 반짝이고 희망을 주고 희망이 되었다. 사람들은 하지 말라면 더 하고픈 습성을 가진 듯하다. 맛을 봐야만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시대는 변했고 이제는 증거를 들이대도 그 증거조차 믿지 않으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세상이다. 갈라진 바위 틈에서 야생초가 돋는 것처럼 희망은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는 어떤 부분에 깊숙이 숨어 있다가 빛을 발한다. 나 희망이야! 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희망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고 그런 바탕이 있기에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되어도 얼마간은 힘들지만 극복하려는 의지를 돕게 된다고 본다. 처음으로 대면한 저자의 다른 책을 가지고 있음이 여간 신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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