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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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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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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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평점10점 | b******s | 2016.08.27 리뷰제목
오래 전 친구와의 대화 중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친구는 남동생으로부터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동생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눠보았더니 남동생이 힘들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말끝에 “내가 동생을 잘 아니까.”라고 덧붙였다. 내가 놀란 부분은 동생을 잘 안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당시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내 친구처
리뷰제목

 

 

오래 전 친구와의 대화 중 무척 놀랐던 적이 있다. 친구는 남동생으로부터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소개받았는데 동생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눠보았더니 남동생이 힘들어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말끝에 “내가 동생을 잘 아니까.”라고 덧붙였다. 내가 놀란 부분은 동생을 잘 안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당시 나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내 친구처럼 동생을 속속들이 안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여전히 나의 자기 찾기는 진행 중이며 나와 동생 사이에는 원활한 소통과 신뢰관계가 쌓여 있지만 그렇다고 동생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누나인 내가 모르는 자신만의 세계가 동생에게 있음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생을 포함한 가족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하지 않는 게 미안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안다. 가족을 믿지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시시콜콜 다 알 수는 없으니 말이다. ‘셀레스트 응’의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2016.08.25. 마시멜로)』에서 엄마와 아빠가 딸을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 어떤 불행을 가져왔는지 보았다. 그들은 그들이 안다고 믿었던 딸의 진심을 절대로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야기는 단도직입적으로 리디아는 죽었다(p.9)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리디아는 제임스와 메릴린의 열여섯 살 된 딸아이다. 작가는 이야기 초반에 리디아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차린 화요일부터 호수에서 리디아를 발견한 목요일까지 불안한 일상을 보여준다. 이 내용은 4백 페이지가 넘는 전체 분량 중 4십 페이지 정도를 할애하는데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첫째, 리디아가 죽었고, 둘째, 제임스와 메릴린은 제임스를 닮은 네스와 한나보다 메릴린을 닮은 리디아를 가장 사랑했고, 셋째, 제임스는 중국인이므로 이들은 다문화가족이며, 넷째, 제임스와 메릴린이 리디아의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은 리디아의 친구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다섯째, 메릴린의 오빠 네스는 잭을 의심하며, 여섯째, 메릴린의 동생 한나는 언니가 없으면 언니가 누리던 것들이 자기 차지가 되는 상상을 한다.

 

 

이와 같은 정보로부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상해 보았다. 가장 궁금한 건 리디아의 죽음이 가족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가족 해체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인지였다. 그리고 리디아가 말하지 않은 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어린 소녀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이유도 궁금했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리디아의 죽음 이전에 동양인 남자와 백인 여자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임스와 메릴린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결혼에 이르렀지만 그 이면에는 임신으로 의사의 꿈을 접은 메릴린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방인의 삶을 살아야했던 제임스의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부부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 리디아에게 전이되어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삶을 살아주길 바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꿈이 된다. 리디아를 향한 사랑과 기대가 커질수록 네스와 한나는 외로워졌지만 두 아이는 불평하지 않았다. 리디아가 힘들게 버티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제임스와 메릴린 가족을 가리고 있던 장막을 하나씩 걷어내고 결국에는 발가벗긴다. 그리고 ‘리디아 엘리자베스 리’가 호수로 향한 그날 밤까지 묵묵히 나아간다. 리디아가 호수에 빠져 죽은 사건이 큰 줄기이지만 그 줄기로부터 뻗어나간 작은 줄기들이 이야기를 치밀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제임스와 메릴린 그리고 세 자녀가 제각각 느끼는 감정을 통해 누구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불행한 삶과 행복이라고 믿었던 삶이 사라지면서 가족의 중심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누구도 이 가정에 불어 닥친 비극의 전말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역할이 리디아의 몫이라는 게 비통하게 다가온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확신하지 마라. 그는 본심과 다르게 당신을 위해서 yes라고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8
종이책 가족은 서로에게 위안인가? 상처인가?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17.05.19 리뷰제목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인 리디아, 그리고 아빠 제임스와 엄마 메릴린, 오빠 네이선과 동생 한나, 이웃집 소년 잭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가족구성원 개개인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가족이면서도 절대 말하지 못하는 삶을 둘러싼 갈등요인을 살핀다. 동양계 아빠와 백인 엄마의 결혼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가정갈등 상황을 다룬다. 소수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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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시점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인 리디아, 그리고 아빠 제임스와 엄마 메릴린, 오빠 네이선과 동생 한나, 이웃집 소년 잭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가족구성원 개개인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가족이면서도 절대 말하지 못하는 삶을 둘러싼 갈등요인을 살핀다. 동양계 아빠와 백인 엄마의 결혼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가정갈등 상황을 다룬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 남성중심의 제도에 갇혀 펼쳐보지 못한 엄마의 꿈, 그리고 자녀를 통해 이를 대신 이루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사랑과 소통되지 못하는 진심 등이 스토리를 구성한다.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첫 문장이 불행한 가족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가족 한 명 한 명의 입장과 생각과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통해 이 가정에 불행을 가져온 원인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호수에서 16세 소녀 리디아의 시체가 발견된 후 이 죽음의 원인을 추적해 가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스토리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죽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작가는 리디아의 어린 시절,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과거로 시간여행이 떠난다. 중국인 이민자 신분으로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익숙한 아빠 제임스, 의대에 진학해 남자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고자 했던 엄마 메릴린. 두 사람의 결혼과 출생을 바탕으로 한 다문화 가정에서 리디아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 우리사회의 다문화가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자신을 가장 닮은 리디아를 통해서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성취를 대신 이루려고 밀어붙이고 이는 결국 비극적 종말로 연결된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경험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가족 구성원간에는 각자의 속마음이 제대로 소통되고 있를까? 작가의 메시지는 사회적 갈등문제보다는 가까운 가족구성원간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느냐의 문제에 촛점이 있다. 우리 가정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억압과 단절과 슬픔은 과연 없는가. 우리 모두가 자신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가슴 속 깊은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막내딸 한나만이 말하지 못한 가족들의 진심을 읽어내는 존재로 등장한다. 미국사회가 배경이 되고 있지만 이것은 바로 우리 주변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란 점도 자명하다.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작품이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4
종이책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17.10.22 리뷰제목
내가 어릴 때. 엄마의 관심사는 언니와 오빠 둘 뿐이었다. 나와 동생은 덤(?)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에 마음속에서 늘 묘한 삐딱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길 거부했으니까. 거부 안에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무언의 시위 같은 게 작용했고, 그러면서 내 의지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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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엄마의 관심사는 언니와 오빠 둘 뿐이었다. 나와 동생은 덤(?)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에 마음속에서 늘 묘한 삐딱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길 거부했으니까. 거부 안에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무언의 시위 같은 게 작용했고, 그러면서 내 의지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내가 가정을 가지면서 생각한다. 만약 그때 엄마가 나에게 오빠나 언니에게 주는 관심을 가졌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솔직히 지나고 보니 고마운 부분이 많았다. 관심이 덜 했기에 나는 고민을 했고, 나에게 집중했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선 요즈음 아이들이 조금은 안타깝다. 하나 아니면 둘이라는 자식 앞에 부모들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표현하지만, 그게 과하게 나타나 부작용을 일으키니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은 하나다. 바로 사춘기 둘째 녀석에게 어느 정도의 사랑을 표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지, 그리고 공부에 대한 간섭(?)은 어디까지일지 선을 정하는 것이다. 늘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어려워 아이와 의견충돌을 겪는 것이겠지. 어떤 부모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 아이는 이 정도까지 해줄 것이고, 여기서 더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지만 ‘여기서 조금 만 더’가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 나

 

1970년대 오하이오 주 작은 마을에 중국계 미국 가정이 있다. 엄마는 메릴린 리이고 아빠는 제임스 리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리디아. 둘째인 리디아는 엄마의 아름다운 파란 눈과 아빠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물려받았다. 때문에 리디아의 부모는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리디아를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엄마 메릴린은 딸 리디아가 가정주부가 아닌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아빠 제임스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주목받는 여자로 자라게 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있는 호수에서 리디아의 시체가 발견된 뒤, 이 가정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아버지 제임스는 위로받기 위해 학교 조교인 중국 여성과 일탈을 시작하고, 메릴린은 리디아가 죽은 걸 인정할 수 없어 범인을 잡겠다 결심한다. 또한 오빠 네이선은 이웃집 소년 잭이 동생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생각하며 그를 주시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집의 막내 한나 뿐. 이들은 왜 리디아가 죽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살면서 부모님에게 기대를 받아본 적 없는 내 입장에서 이런 삶의 무게가 어떤 형식일지 짐작할 수 없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아이 입장이라면 사는 것 자체가 괴로움 아니었을까? 또한 같은 형제자매이면서 관심 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 상황에 얼마나 상처 입었을까? 요즈음 나는 작은 아이와 적당한 선을 만들고 그 선을 어떻게 당겨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일방적으로 끌고 오면 아이는 반항할 것이고, 그 줄을 놓아 버리기엔 아이를 ‘포기’하는 것 같아 내가 인정할 수 없다.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되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바로 기다리기라던데... 성격이 급한 내 입장에선 그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오늘도 그 적당한 선을 찾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혼혈가정에 대한 색안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올 여름 조카가 미군과 결혼을 했다. 그 결혼식을 지켜보며 본인들이 좋다면 국제결혼도 환영할 만하구나 생각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직 아이는 없고 신혼을 즐기겠다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그 또한 그들의 삶이라는 생각 든다. 반대한다고 해서 그만둘 결혼도 아니니까. 그리고 아이들은 아이를 낳고 나름의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지. 가끔 생각하지 못한 일로 남편과 싸울 때가 있었다. 그러면 공기 중에 떠도는 묘한 긴장감이 아이들을 피곤하게 한다. 가능하면 그런 공기를 만들고 싶지 않지만, 사람 사는 세상 어떻게 늘 행복하고 늘 즐거울 수 있을까? 완벽하게 잘 짜여진 가정 같지만 때론 공기 중에 떠도는 묘한 균열을 발견할 때 당황하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따스하고 화목한 가정이 진짜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우리 집은 늘 화복하지 않다. 때론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만들어진 화목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싸울 때도 있지만 적당한 선에서 사과를 하고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싸우지 않는 화목한 가정은 어쩜 텔레비전 화면이 만들어낸 허상일지 모른다. 내 아이가 오늘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 억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화목한 가정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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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1 | 2019.02.13 리뷰제목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작가 이름에 눈길이 멎었다.내가 아는 그 작가가 맞는지 잠깐 헷갈려서다.셀레스트 응?셀레스트 잉이 아니라?역자에 따른 번역 차이겠지만 그래도 작가의 이름인데 앞으론 통일시켜 주었주면 좋겠다.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응' 보다는 '잉'이 났다.사람이든 사물이든 처음에 접한 정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나는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작은 불씨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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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작가 이름에 눈길이 멎었다.

내가 아는 그 작가가 맞는지 잠깐 헷갈려서다.

셀레스트 응?

셀레스트 잉이 아니라?

역자에 따른 번역 차이겠지만 그래도 작가의 이름인데 앞으론 통일시켜 주었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응' 보다는 '잉'이 났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처음에 접한 정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나는 이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를 먼저 읽었다.

그때 접한 작가의 이름이 셀레스트 잉이었으니 나에게는 그냥 잉씨인걸로^^


먼저 읽었던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내가 작년 서평에도 썼지만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이 작품 때문에 난 특이한 성을 가진 이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순서가 좀 바뀌었지만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작가의 첫 장편이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

아마존 선정 '2014년 올해의 책 1위'를 차지했다는 것부터 믿음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게 쓰는 것도 어렵다.

이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

물론 실화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 소설가란 직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과 비슷한 경외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재미있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이 책은 그 어렵다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처음 시작할 때 인물들간의 구도를 잡느라 약간 헤맸던 것만 빼면 마지막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읽었다.

개인적인 서평이긴 하지만 늘 책의 별점을 줄 때 약간 고민하는 편인데 이 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별 다섯개 쾅쾅이다.


중국에서 이민 온 가난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제임스는 하버드대에서 조교수로 강의를 하다 똑똑하고 매력적인 여학생 메릴린을 만난다.

메릴린은 가정 교사인 홀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의 꿈을 키우던 중, 제임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잠시 자신의 꿈을 접게 된다.

약 20년 뒤, 제임스와 메릴린은 작은 도시에서 세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제임스는 근처의 작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로, 메릴린은 세 아이를 보살피며 집안 살림을 하는 주부로.

첫째 아들인 네스, 둘째 딸인 리디아, 그리고 막내 딸 한나까지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은 이 가정에 어느 날, 끔찍한 사고가 터진다.

둘째 딸인 리디아가 사라진 것이다!

중국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검은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 동양인 특유의 얼굴을 물려 받은 네스, 한나와는 달리 리디아는 엄마를 닮아 파란 눈을 지녔고, 부모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집안의 중심 인물이다.

그랬던 리디아가 실종되고 나서 얼마 뒤, 그녀는 집 근처 호숫가의 배 위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나는 이 부분까지 읽고 이 책이 리디아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일종의 추리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얄팍하고 시야가 좁은 내 짐작이었을 뿐, 리디아의 죽음 이후 이 가정에 드리워진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이 책은 인종, 교육, 양성 평등까지 정말 폭넓은 주제들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만약 내가 이 책을 부모가 되기 전에 읽었다면 전적으로 아이들의 입장에 섰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긴 네스나 어렵게 결심한 엄마의 꿈을 향한 열망을 존재 자체만으로 붕괴시켜버린 뒤 집에서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한나에게 빙의되어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단지 '엄마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알지도 못하는 물리학 문제를 풀고, 생물학 강의를 억지로 듣는 리디아가 마냥 불쌍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자기들이 살아오는 동안 머리속에 박혀버린 생각을 강요하는 제임스와 메릴린이 한심하고 꽉 막힌 부모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나는 두 아이를 둔 엄마다.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중간에 정말 살을 깎는 고통을 견디면서 다시 꿈에 도전하지만 한나의 임신으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메릴린의 입장이 이해되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부모가 되면 책임감과 부담이 막중해지겠지만 아무래도 여자가 희생해야 될 부분이 훨씬 크다.

임신중의 신체 변화, 고통속에 맞는 출산, 출산 후 아이 양육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10년 동안은 아이에게 묶여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남자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 멀쩡히 사회 생활을 한다.

물론 요즘은 아이를 낳고도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일, 가사, 육아까지 어느 하나를 제대로 하기도 힘든 세 가지 영역에서 동분서주하면서 슈퍼 우먼이 되어야 한다.

나는 현재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번 휴복직을 반복하여 나이는 많은데 경력은 적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 버렸다.

나도 직장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엄마 손길이 필요한 나이대의 아이가 2명이나 있는 마당에 직장에 내 에너지를 다 쏟아 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고 쭉 직장에 다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능력있고, 일도 잘 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어느 하나를 포기하든가, 아니면 두 가지를 병행하되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해야 한다.

나는 후자를 택했지만 메릴린은 한때 전자를 택했고, 메릴린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최선이었으나 그로 인해 리디아는 끝도 없는 자기 기만의 굴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같은 여자, 엄마로써 메릴린에게 깊이 공감하다 보니 메릴린이 제임스에게 느끼는 감정이 내게도 전이되었다.

의사의 꿈을 포기하고 결혼을 선택한 건 메릴린 자신이니 누구를 원망하기는 좀 그렇다.

비논리적이고 자기 생각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걸 어쩌겠나.

제임스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메릴린의 입장에서만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막상 제임스의 스토리가 펼쳐지니 이번엔 그도 이해가 간다.

자식들 중 둘째 딸인 리디아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은 부모가 비슷했지만, 메릴린이 리디아에게 다른 사람보다 특별해야 하고, 더 뛰어나기를 바란 반면, 제임스는 다른 이들과 리디아가 별 차이없이 어울리기를 바란다.

이는 제임스의 국적, 생김새와 관련이 깊다.

학교에서 유일한 중국인(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중반이다)이었던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일단 외모에서 너무 튀었고, 어려운 가정 형편과 내성적인 성격은 그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지내던 제임스는 자신의 아이들만큼은 자기와는 다른 학창 시절을 보내길 바랬을 것이다.

그래, 그래, 알겠다.

나도 아이들에게 내가 못 이룬 것을 기대하고, 내가 못 해본 것을 아이들은 해봤으면 좋겠으니까.

그런데 방법이 아주 틀려 먹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양방향의 의사 소통이 이루어져야 건강하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늘 제임스나 메릴린에서 아이들에게로 향하는 일방통행만 존재했다.

어쩌면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상태에 무지했던 것이다.

아이가 바라는 선물이 아닌 자신이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드는 선물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늘 내가 방치된 상태로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찌 보면 차라리 방치가 낫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든다.

최소한 나는 언제 엄마가 또 떠날지 몰라 눈치를 보면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행동한 리디아보다는 내 주장과 가치관대로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누가 잘못했냐고?

누가 리디아를 죽였냐고?

표면적으로만 보면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메릴린이다.

하지만 메릴린이 그렇게까지 된 원인중의 하나는 제임스다.

그런데 제임스도 알고 보면 여러가지 사정이 복잡한 사람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집중되자 리디아를 호수에 빠뜨려 죽일 뻔한 네스는 곧바로 동생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민다.

그뒤로 쭉 네스는 부모 밑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리디아에게 항상 비슷한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네스의 대학 진학 문제로 끊어진 것도 리디아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이유중의 하나다.

'누구 탓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마치 벤젠의 분자 구조처럼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모양새라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리디아의 죽음과 관련된 잘잘못을 밝히자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 가족도 리디아의 죽음과 관련하여 답을 찾다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스스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명확한 답은 없는 것인데.

파국으로 치닫던 이들은 메릴린이 리디아의 숨겨진 진심을 알게 되고, 제임스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며, 스토리 내내 주목받는 인물들 사이를 부유하며 공기처럼 존재감이 없던 한나가 가족들에게 의식되면서 안정을 찾는다.

과거는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후회하는 과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 정도인 것이다.

비탄에 빠졌던 이 가족은 정말 오래오래 헤매던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타깝고, 화가 나면서도, 화가 나는 그 대상을 마냥 미워하지도 못하고 일견 공감도 되는 신기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부모인지를 돌아보게 해준다.

제임스나 메릴린처럼 아이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고 내 입장에서만 일방통행격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닌지.

살면서 후회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빈도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의 어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 영향력이 길게는 인생 전반에 미치게 되니 정말 중요한 시기다.

지금 그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써 , 같은 처지의 엄마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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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이들에게 꿈을 투사하는 부모,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16.08.25 리뷰제목
아마존 2014년 올해의 책 1위, 셀레스트 응 작가의 Everything I Never Told You. 입소문이 자자하던데 드디어 한글판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제목으로 나왔군요. 최근 몇 년간은 부부 중심 미스터리 소설이 특히 인기 얻었는데, 이 책은 아들과 딸 둘을 둔 한 가족을 다루고 있어요. 게다가 혼혈가정입니다. 셀레스트 응 작가가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가정을
리뷰제목

 

 

아마존 2014년 올해의 책 1위, 셀레스트 응 작가의 Everything I Never Told You. 입소문이 자자하던데 드디어 한글판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제목으로 나왔군요. 


최근 몇 년간은 부부 중심 미스터리 소설이 특히 인기 얻었는데, 이 책은 아들과 딸 둘을 둔 한 가족을 다루고 있어요. 게다가 혼혈가정입니다. 셀레스트 응 작가가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가정을 이룬 것을 보면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간 소설이지 않나 싶어요.


작은 대학 마을에서 여느 날과 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한 가족에게 닥친 비극.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둘째 딸 리디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며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들 각자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에 숨겨져있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며, 한 가정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동양인의 모습을 한 남편과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아내. 그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혼혈의 모습입니다. 남편은 백인이 아닌 생김새에 불이익을 많이 겪어 자기 자식들에게서 제 모습이 나타나는 걸 극도로 꺼려하죠. 친구 하나 없이 지낸 어린 시절 모습이 아들에게서 나타나자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꿈이 찢어지는듯한 분노를 느낍니다. 그 실망감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고요.


"사람들은 나를 알기도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결정해버리는걸." - 책 속에서


이 가족은 엄마를 닮은 둘째 리디아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는 가정에만 헌신한 자기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아 했지만, 현실은 남편과 아이 뒤치다꺼리하는 신세로 전락한 모습에 리디아를 자기가 되고 싶어 했던 모습으로 만들려 합니다.


부모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리디아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나마 리디아가 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빠 때문이었지만, 오빠는 대학 입학으로 집을 곧 떠날 참입니다. 결국 엄마의 꿈을 자신의 것인 양 실현해야 하는 일은 한계에 이릅니다.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 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 책 속에서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리디아의 죽음 배경에 자리 잡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 서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보여줍니다. 이 모든 것이 흰색과 흰색이 아닌 것의 결합이 낳은 결과라고 자책하는 부부. 그저 '다르다'는 것으로 무너지는 한 가정이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부모의 꿈이 아이의 꿈인 양 자식에게 목숨 걸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이 땅의 흔한 부모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소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는 리디아의 속마음을 보면서 가슴이 묵직해집니다.


"한 명이 도망가면 다른 한 명은, 영원히, 갇혀버린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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