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이끌어가는 도시는 베이징과 상하이입니다.
정치권력을 가진 베이징과 경제권력을 쥔 상하이는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베이징에 비해서 상하이는 새로이 등장한 도시입니다.
상하이는 아편 전쟁의 패배 여파로 개항을 하게 되면서 외국인들에게 조계지를 만들어주면서 등장하게 됩니다.
이 도시는 그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 역사의 주요무대가 되게 됩니다.
혼란스러웠던 민국 시기에는 다양한 국가들과 세력이 이 도시를 무대로 활동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나라 잃고 낯선 이곳에서 독립을 위해 싸웠던 임시정부와 독립투사들이 있었습니다.
상하이는 이미 이 당시에도 전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주목받는 도시였습니다.
이 도시를 배경으로 부를 일구었던 두개의 가문이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이 두개의 가문은 놀랍게도 바그다드 출신의 유대인 가문입니다.
서순과 커두리 가문은 바그다드에서 박해를 피해서 인도를 거쳐서 중국에 왔습니다.
그리고 혼란한 중국에서 사업을 펼쳐서 막대한 부를 쌓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 두가문의 이름은 상하이의 역사에서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중국을 침략하고 약탈했던 서구의 앞잡이이기도 했습니다.
이 두가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유대인들 특유의 생존 방법과 미움을 바든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바그다드의 상인 가문이었던 이들은 오스만제국의 힘이 약해지고 관용성이 떨어지자
새로운 제국인 영국에서 기회를 찾습니다.
재빠르게 영국인으로 변신했고 이 떠오르는 제국의 힘을 배경으로 중국에서 부를 쌓았지요.
이 가문들의 흥망성쇠에 촛점을 맞춘 상하이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롭고 그 국제적인 면모에 놀라게 됩니다.
중국의 역사 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황에도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상하이에도 유태인들을 가둔 게토가 형성되어 있었고 일본인들에 의해서 통제되었습니다.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읽다보면 더 많은 역사가 있을 것인데 축약된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요소로서 이들 가문의 이야기는 읽어 볼만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_ 상하이는 중국의 용광로, 중국을 형성한 모든 세력들 - 자본주의, 공산주의, 제국주의, 외국인, 민족주의 - 이 한데 모인 도가니였다. (p.35, 들어가는 말)
이 책은 바그다드 출신의 유대인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이 상하이에서 이루었던 거대한 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 HSBC의 전신인 홍콩상하이 은행 설립에 동참했던 데이비드 서순, 1920년 홍콩의 페닌술라 호텔을 구입했던 엘리 커두리. 반유대인주의가 없었던 상하이에서 두 가문은 일찍이 자본주의를 활용해 가문의 자산을 확장해나간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나치를 피해 상하이로 흘러들어오는 1만 8천명의 유럽 유대인 난민을 구하고, 중국 정치가들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과 관계를 맺으며 가문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후 서로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면서 한세기에 걸쳐 일군 가문의 재산을 잃고 몰락한다. 물론 그 와중에도 커두리 가문은 여전히 홍콩에서 페닌슐라 호텔 체인과 홍콩 최대 전력회사 CLP 홀딩스를 경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3대를 넘어서 잘 사는 가문이 여기 있나 싶기도...
그 옛날 상하이는 참 흥미로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외국인과 중국인이 어울려살고, 자본주의 체제가 그 안에서 싹트고 호화로운 백화점과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치욕적인 역사적 장소다. 외국인들이 중국인 대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아편을 팔아 자본을 축적하고, 외국인 전용 주거지(조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중국인 하인을 싼값에 부려먹었던 것을 보면.
공산당 집권 후 외국인의 재산이 몰수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서순가문과 커두리가문은 중국 사회에서 계속 자본가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가독성있게 잘 읽혔다. 마치 옛날 한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재현해주는 것 같았다. 세계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