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청력을 잃은 자신을 가리켜 귀 나이를 덜 먹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저자. 청능은 단순한 능력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귀 나이라고 하면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되새길수록 선명해지는>이라는 감각적인 책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만큼 내용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결핍이나 결손을 다룬 다른 에세이와는 결이 많이 달랐다.
가슴이 뻐근했다가 울컥했다가 무릎을 탁쳤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가 미소지었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가를 반복하게 만들었달까. 한마디로 뭉근했다.
과하거나 요란하지 않은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가볍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덤덤하고 말간 톤으로 풀어냈지만 행간의 의미는 제법 묵직하다.
나라면 청각 장애 진단을 받고 ‘줬다가 뺏어간’ 것 같은 참담한 기분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그 어린 나이에. 겨우 열 한 살에.
감사하게도 그는 잘 자랐고, 역경을 잘 건넜으며(그가 힘들게 건너온 크고 작은 갈등, 아픔, 고통이 책 속에 잘 나와 있다), 유머러스해졌고 당당해졌고 엄청 멋져진 것 같다.
"청각 장애가 있어요"가 아니라 "귀 나이를 조금 덜 먹었어요"라니, 결핍으로 인한 분노를 내려놓고 대신 바벨을 들어올리는 운동에 푹 빠지다니, 결혼 예정인 사촌 누나의 유전자 검사 요청을 결과적으로 흔쾌히 수락하고 또 신기해하다니… 여러 모로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단단한 내면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책 속에 나오는 ‘귀 나이’ ‘평범하지 않은 유전자’ ‘’중고 기타‘ 같은 단어를 몇 번씩이나 되새겨보게 되었다.
또 민트색 스쿠터를 타고 카페로 출퇴근한다는데 걱정되기는커녕 그 소리에 내 기분도 민트색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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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잘 안 들려서 소통하기 힘든 것보다 서로 집중해서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대화의 깊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됐다. 즐겨 듣던 클래식 음악이 잘 안 들려서 힘들어하기보다 조용한 세상에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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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어린 저자가, 유학을 간 저자가 그리고 사회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해야만 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견딘, 때론 찔리듯 아프고 때론 눈두덩이가 뜨거워질 만큼 뭉클했던 시간들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특히 다니던 회사에서 잘리고 카페에서 일하게 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그건 장애를 지닌 청년만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청년이라면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담과도 흡사해 진짜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한다. 왜 그렇게 못하고 끙끙대서 선배며 상사를 욱하게 만들었을까. 말귀는 왜 또 그렇게 못 알아듣었을까. 한번은 선배가 “너무 춥지 않니?”라고 돌려 말했다. 창문을 닫으면 어떻겠냐는 소리였다. 그런데 나는 끝까지 “그러게요.”만 외쳤다. 결국은 선배가 일어나 내 뒤의 창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러고보면 귀 나이를 덜 먹은 건(정서적 공감력이 떨어지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쩌면 더할 수도 있다. 차이가 있다면 저자는 그걸 쿨하게 인정하고 개선의 여지를 끊임없이 추구한 것이고 나는 전혀 인정하지 못한 채 주로 남탓을 많이 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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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열린 문을 보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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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도 등장하는 헬렌 켈러의 말이 별똥별처럼 내 맘에 와 박혔다. 저자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지 않고 열린 문을 향해 걸어나가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카페사장이 돼 민트색 스쿠터를 타고 민트색 바람을 일으키며 유쾌해지기까지의 스토리는 그래서 귀하고 소중하다. 책 사이즈도 아담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혹은 커피숍에서 읽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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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사는 게 답답하고 또 닫힌 문을 건너다보는 것처럼 울컥 서러운 이가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라.
당신의 가슴에도 나처럼 민트색 바람이 불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닫힌 문이 단번에 활짝 열리는 것 같은 드라마틱한 기적은 아니겠지만, 어느새 가느다란 틈 사이로, 틈틈이, 향기로운 희망이 가슴 위로 비쳐들 것이다.<!--[if !supportEmptyParas]--> <!--[endif]-->
청각장애 청년의 아프지만
밝고 유쾌한 세상살이
고정관념은 참 무섭다.
책을 읽기도 전에 얼마나 힘듦과 고통이
담겨있을까 라는 생각에 괜히 긴장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한장 한장 읽어갈수록
힘들고 괴로운것 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아픔과 고통과 주위에서 알게모르게
겪었던 차별들이 없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덤덤하게 써내려간 글에 작가의
온순하고 바른모습이 보인다.
한번쯤은 엇나가고 싶어서 했다는 행동이
편의점에서 맥주 한병 사기라니 진짜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청년이다.
자신의 불편을 불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유머로 사용할줄도 아는 참 밝은 사람이다.
초 예민하다고는 하지만 그 예민함은 듣지
못함에서 오는 긴장으로 더 예민해져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글에서 본 청년은
밝고 유쾌하다. 모든것은 생각의 차이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작가의 모습은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도
도전이 되고 본이된다.
작가의 말처럼 귀는 좀 안들려도 인생은
소중한거니까. 아직 취직이 안됐어도,
아직 일이 잘 풀리지 않았어도 설령 많이
아프더라도 지금 순간순간이 소중하니까
우리 모두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시일어설 힘마저도 없다면 잠깐 엇나가도
괜찮다. 당신은 분명 다시 일어설테니
-책속에 밑줄긋기-
돌이켜보면 조금 힘들고 험한 길을 겪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힘든 경험은
항상 무언가를 나에게 남겨 주곤 했으니까
78쪽
빠르고 바쁘게 산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닐 것이다.
빠름과 바쁨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다름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157쪽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헤쳐나가야 할 길이 조금 더
먼 것뿐이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자 의외로 이것저것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겼다. 또 그러다보니 삶이
더 풍성해졌다. 역시 마음먹기에 달렸다.
청각장애인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일단 마음을 먹자.
23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