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공유하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리뷰 총점 9.5 (281건)
분야
소설 > 성장소설/가족소설
파일정보
EPUB(DRM) 31.0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21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를 읽은 후 평점10점 | p******y | 2023.11.14 리뷰제목
학창시절 읽어보았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야기. 그 당시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어른들이 잔인할까", '제제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도의 느낌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엄마로서 30대 나이가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나서 멈췄다 다시 읽고, 또 읽다가 잠시 멈추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리뷰제목

학창시절 읽어보았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야기. 그 당시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어른들이 잔인할까", '제제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도의 느낌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엄마로서 30대 나이가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고,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물이 자꾸 나서 멈췄다 다시 읽고, 또 읽다가 잠시 멈추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제제의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말과 행동을 볼 때마다 비슷한 또래인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런 작디작은 어린아이가 냉혹한 현실세계를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혼란과 상실감을 겪는 모습에 너무 안쓰러워 제제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또한 호기심 넘치고,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제제를 이해 못하고 그저 문제아로 바라보고, 억압하려는 어른들. 10대 때 읽으면서는 그런 어른들의 행동에 화가 났었던 것 같은데,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자식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케어해 줄 몸과 마음의 여력이 얼마나 없었으면 저랬을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조금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폭력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제제는 소중한 것들과의 이별을 통해 현실을 자각했고, 자신 안의 '파랑새' 와 친구였던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 를 보내주며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이며, 이렇게 현실을 자각하는 것을 성장한 것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나이가 들어가도 내 안의 파랑새를 꼭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제처럼 세상을 호기심 넘치게 바라보고,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예민, 조숙, 상상력이 풍부했던 제제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주었던 책 속의 에드문두 아저씨, 마누엘 발라다리스(뽀르뚜가) 아저씨, 쎄실리아 선생님과 같이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P161 "달려라, 달려! 평원이 물소와 들소로 가득 차 있다. 이봐 총을 쏘라구.."

바람, 말, 질주, 구름 먼지, 그 속에서 루이스가 거의 악을 쓰고 있었다.

"제제 형! 제제 형! "

나는 천천히 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뛰어내렸다.

"무슨 일이야? 어떤 물소가 네 쪽으로 왔어?"

"아니 다른 거 하고 놀자. 인디언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

 

: 놀라운 상상의 나래. 이 시기만이 가능한 상상력으로 성장하는 시기.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싶었습니다. 온갖 상상을 하며 잔뜩 설레하던 그 어린 시절. 

아파트 풀숲가지 안이 나의 비밀기지라며 혼자 안에 들어가서 바깥의 동태를 살피던 일, 나뭇가지를 던지며 가지 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따라가며 모험을 떠나던 일, 친구와 인형으로 상황극을 하며 신나게 놀던 날 등등.

'제제가 밍기뉴 라는 친구가 있었다면 나는 어딜 가든 함께하던 친구 곰돌이가 있었지~' 나의 어린시절을 한창 떠올리게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P267 이제 이 세상에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젠 다시는 나의 또르뚜가를 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더 이상. 그는 가 버린 것이다.

P270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그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장면입니다. 제제의 슬픔을 걷어주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던 뽀르두가.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상관없이 깊은 우정을 나누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의지를 많이 했던 뽀르두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제제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아픔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아픔을 묘사한 부분이 저에게도 너무 와닿아 저절로 눈물이 났었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상실감을 느끼고, 사랑하는 것과 이별하는 순간이 있었을테니깐요. 그런데 어린 꼬마가 그런 아픔을 느끼다니, 너무 빨리 성숙해져버린 제제를 생각하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3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7 댓글 30
종이책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평점10점 | k********4 | 2015.05.05 리뷰제목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미안하단 말과 함께 안방으로 사라졌다   오늘 밤도 아빠는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실업자가 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다. 합판으로 지은 시골집 안은 한여름의 눅눅함이 가득했다. 습기는 가족의 무거운 침묵을 전부 머금었는지 참기 힘든 꿉꿉함을 더하고 있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에게
리뷰제목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미안하단 말과 함께 안방으로 사라졌다

 

오늘 밤도 아빠는 소주 한 병을 비웠다. 취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실업자가 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다. 합판으로 지은 시골집 안은 한여름의 눅눅함이 가득했다. 습기는 가족의 무거운 침묵을 전부 머금었는지 참기 힘든 꿉꿉함을 더하고 있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에게 일자리가 없다는 것, 집이 가난해졌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날 밤에도 역시 나와 동생은 숨죽인 채 소주 한 병을 비운 아빠가 잠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방으로 아빠가 들어왔다. 이내 아빠의 술버릇인 집안 내력 외우기가 시작됐다. 안동권씨 복야공파 35대손, 시조 태사공, 할아버지 이름. 끝날 줄 모르고 반복되던 내력 외우기는 이제 정말 짜증나요. 그냥 주무시고 제발 일 좀 하세요.”라는 동생의 잔인한 한 마디에 끝날 수 있었다. 아빠의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안방으로 사라졌다. 그대로 동생의 뺨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아빠의 힘없는 어깨, 동생의 짜증 섞인 목소리, 집안을 맴도는 깊은 슬픔과 무거운 침묵, 가난한 집에 대한 원망과 자기혐오를 주먹에 담아 동생을 패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얼마 뒤, 우연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를 만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불 속에 숨어 오열했다. 베갯잇을 거세게 물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과 신음소리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감춰야만 했다.

 

책이 가진 위로의 힘을 처음으로 느낀 책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깊은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특별히 그 친구가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나에게 제제가 그랬다. 아빠가 뒤에 서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른 체 아빠가 가난뱅이라서 진짜 싫어.”라는 말을 내뱉은 제제는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에도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아빠를 위해 구두닦이 통을 들고 거리를 헤맸다.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헌 장난감이라도 선물하려 먼 길을 걸었다. 그런 다섯 살 제제의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내게 주었다.

 

벌써 일주일 전에 내 라임오렌지 나무를 잘라 갔어요.

 

가난만큼 어린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도 없다. 온통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투성이인 꿈 많은 나이에 가질 수 없고, 할 수 없다 막아서는 잔인한 세상의 벽에 좌절케 한다.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화제에 오르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가난은 어린 코끼리 발의 족쇄처럼 제 인생의 한계를 스스로 긋게 만든다. 가난한 현실을 알아가고 거친 세상에 일찍 철이 들수록 삶은 점점 더 삭막해져만 간다. 감수성 가득한 다섯 살의 제제 역시 바싹 메말라버렸다. 제 나이를 잃은 제제의 조숙함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상처받은 제제에게 흥미진진했던 동물원 구경도, 평원을 질주하는 카우보이와 사냥 놀이도 이제는 좁은 닭장과 작은 나뭇가지로 보일 뿐이다. 가난은 멋진 라임 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따뜻한 친구 뽀르뚜가를 제제에게 선물해 줬지만 또 너무나 일찍 세상의 슬픔에 눈 뜨게 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초등학교 무상급식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가난함임에도 그 가난을 스스로 고백해야만 공짜로 급식을 준단다. 모두가 꿈을 먹고 자라나야 할 어린아이들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잔인해도 가난 때문에 아이들이 차별받고 좌절과 슬픔에 빠지게 하진 말아야 할 텐데, 왜 자신들 멋대로 만든 세상의 책임을 이 한없이 여리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걸까. 왜 조금이라도 가난한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아파트 평수로 계급을 매기는 부모들의 못된 버릇이 이제는 아이들의 친구들마저 빼앗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일찍 철듦을 강요하고 세상의 슬픔에 눈 뜨게 만들려는 어른들에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속 천사 같은 아이, 제제의 이야기를 꼭 한번 들려주고 싶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0
종이책 2005년을 맞이하며 평점6점 | q******0 | 2005.03.05 리뷰제목
12월의 막바지. 그리고 2004년의 마무리 모든게 끝나버린 듯한 계절의 끝자락과 한 해의 조잡스러웠던 끝들을 정리하며 다시금 새로운 날들을 계획하며 큰 꿈과 목표를 세워 본다. 목표는 크게 높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 햇던가? 내게도 모든 것들이 여유로운 날들 시간, 돈, 마음, 기분까지도 여유를 부려보는 사치를 누려본다. 궁색하지 않게 너무 인색하지 않으려 했던 조급함
리뷰제목
12월의 막바지. 그리고 2004년의 마무리 모든게 끝나버린 듯한 계절의 끝자락과 한 해의 조잡스러웠던 끝들을 정리하며 다시금 새로운 날들을 계획하며 큰 꿈과 목표를 세워 본다. 목표는 크게 높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 햇던가? 내게도 모든 것들이 여유로운 날들 시간, 돈, 마음, 기분까지도 여유를 부려보는 사치를 누려본다. 궁색하지 않게 너무 인색하지 않으려 했던 조급함들이 있엇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보자. 궁색하지 않게 너무 인색하지 말며 가끔은 여유도 사칫럽게 써보자. 첫눈 한 번 내리지 않는 겨울이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한다. 2004.12.27. 월 책을 사서 첫 페이지에 기록한 내용이다. 직장다니며, 아이 키우며, 살림하며, 정신 없이 내 달려온 인생이었다. 휴직 3개월이 되니 이것 저것 사소한 일들 눈에 밟히며 쉬는 동안 여러가지 할 일들이 많을 거라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할 일이 없는 요즘이다. 그냥 앞만 보며 계속 달릴걸 후회도 된다. 여고시절 읽었던 것을 되새김질 하듯 다시 읽어 보니 감동도 새롭다. 예전의 번역보다는 못한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책을 읽고 나면 뿌듯한 마음 "아 좋다!"라는 말 한마디 뱉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책을 읽으면 자꾸 눈물이 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재우고, 예전에 그랬듯이 밤새 책을 읽으며, 울고 불고, 콧물흘리며, 눈물 짜며 읽었다.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랑을 위해 아름다운 글을 써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당시도 하얀 구름조각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기를 바라며....2005.3.5.란

[인상깊은구절]
여섯 살 먹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마누엘 발라다리스를 그리워하며...... 도도, 저는 지독한 슬픔과 그리움에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답니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0
종이책 당신과의 만남은 비밀이었네 평점9점 | t******e | 2012.10.12 리뷰제목
1  “마음속에 비밀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자다.” 라는 말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천재라고 불리던 이상이 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남달리 조숙해서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를 즐겼던 나를 또래의 아이들은 희한하게 보거나 못 본 척 외면하기도 했다. 간혹 나를 이해해주기 위해 다가오는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내 속에 나를 가둔 채 다른 사람들과의 만
리뷰제목

 


1


 “마음속에 비밀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자다.” 라는 말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천재라고 불리던 이상이 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남달리 조숙해서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를 즐겼던 나를 또래의 아이들은 희한하게 보거나 못 본 척 외면하기도 했다. 간혹 나를 이해해주기 위해 다가오는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내 속에 나를 가둔 채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망설였으며, 그 누구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이런 내가 눈물을 보일 때는 대개 두 가지 경우인데 첫 번째는 음악이나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내 안에 꼭꼭 감춰두었던 속마음이 건드려졌을 때다. 이때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눈물이 줄줄 흘러 나왔고,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는 때에는 눈물이 통곡으로 변하면서 내 속에 갇혀있던 답답함이 조금은 풀려나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내 뜻이 다른 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꺾였을 때 분에 겨워 어쩌지 못해 눈물이 흘러나오는 때였다. 이럴 때도 눈물은 마음속의 분노를 밖으로 내보내는 정화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이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눈물은 우물에 갇힌 듯 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찰랑거리다가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안에 고여 있는 눈물이 흐르지 못해 답답해질 때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쪽에 앉아서 이 책을 읽는다. 생각해보니 그럴 때의 계절은 일조량의 부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슬픔이 목안에 차게 되는 지금 같은 가을이거나 겨울쯤이었다.


2


  다섯 살짜리 소년 제제가 세상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눈물을 내게  줄 수 있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제제의 조숙함이 어린 시절 이해받지 못했던 나의 조숙함을 껴안아주고 있어서라고 대답해본다. 제제는 실직한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하기위해 구두통을 메고 거리를 헤맬 줄 아는 아이다. 실망해 있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의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제제에게 돌아온 건 가혹한 매질. 아버지의 자격지심으로 인해 그 작은 몸 위로 끊임없이 매질이 이어질 때 나는 그 아픔이 내 몸에 고스란히 느껴져서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조차 아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니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제제 대신 우는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이해를 받지 못했던 제제를 위로해 준 것은 볼품없는 작은 라임오렌지 나무 한 그루였다. 제제는 이 작은 나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창문을 조금이나마 열어놓을 수 있었다.

  동네에서도 소문난 말썽꾸러기 제제를 확연히 달라지게 만든 것은 작은 오렌지 나무가 아니라 포르투갈 사람인 마누엘 발라다리스였다. 부자인 그와 가장 가난한 아이인 제제가 만나 친구가 되었다. 제제는 뽀르뚜가(마누엘 발라다리스의 애칭)의 요청을 받아들여 심한 욕도 하지 않았고, 이웃을 괴롭히는 일도 그만 두었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이 제제를 달라지게 만든 것이다. 이제 제제는 모두가 꺼려하던 작은 악마가 아닌 노랑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 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이 말은 제제가 뽀르뚜가에게 한 애정 고백이다. 이 둘의 만남은 비밀이었다. 이 만남을 하느님 말고는 모르게 하고 싶었던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나는 이런 마음을 알 듯도 했다. 이들처럼 세상에 내보이기 아까운 극진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가슴은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 둘을 태운 자동차가 달릴 때 자동차마저도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하는 제제의 마음은 저절로 비단처럼 부드러워졌는데 나는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힘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뽀르뚜가는 제제의 꿈속에서도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준 사랑만큼 되돌려 받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믿게 된 제제에게 세상은 온통 사랑으로 채워진 꽃밭이었다.

  마음속에 태양을 품은 것처럼 세상이 밝게 보이던 제제였는데, 거짓말처럼 뽀르뚜가가 기차에 치여 죽어버린다. 다섯 살짜리 제제는 이제야 아픔이 뭔지 확실하게 느낀다. 그 아픔은 죽을 만큼의 매섭던 매질도 아니고, 유리조각이 찢어놓은 발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한 채 죽어야 해서 가슴전체가 아려오는 그런 것이었다. 이것이 다섯 살짜리가 느끼는 아픔이었다.

  이렇게 제제가 세상의 비밀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을 때,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이별이 죽음이라서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제제의 슬픔이 독자인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질 때 내 눈에서는 거침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만다. 제제!


3


  나는 제제를 통해 천재 시인 이상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구름에게 말을 걸고 나무를 껴안으며 위로 받았던 소년이 간신히 맺은 사람과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버렸을 때, 그리고 그 사람과의 모든 것이 세상 안에서는 비밀이어야 했을 때 그 감당하지 못할 슬픔이 제제를 철들게 하고 성장시킨다는 걸,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제제가 자신이 받은 뽀르뚜가의 사랑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마지막 장면을 읽을 때가 되면 나는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조금씩 닦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장맛비가 내린 뒤의 동네풍경처럼 말끔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한동안 별 탈 없이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내 안에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제제가 있으므로.  나와 제제의 만남도 지금까지는 하느님만 아셨던 비밀이었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13
종이책 제제, 마음에 담기다. 평점10점 | b*****a | 2015.11.09 리뷰제목
브라질 작가의 세계적인 소설.소설의 구성이나 서사는 뒤로 미뤄두고순수함과 진실성이 독자를 사로잡는 것 같다. 제제는 달리 해석되기 보다는 그대로 간직하는 게옳아보인다. 그리고 제제는 아이유를 위로하고 싶어할 것이다. 지나친 비판도 좋지 않다.
리뷰제목
브라질 작가의 세계적인 소설.
소설의 구성이나 서사는 뒤로 미뤄두고
순수함과 진실성이 독자를 사로잡는 것 같다.
제제는 달리 해석되기 보다는 그대로 간직하는 게
옳아보인다.
그리고 제제는 아이유를 위로하고 싶어할 것이다.
지나친 비판도 좋지 않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1

한줄평 (160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7점 9.7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