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인상깊게 본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요즘 TV를 거의 안보는데도 기다렸다가 모처럼 챙겨본 방송이었는데, '싱글턴(Singleton)'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급증하고 있는 1인가구의 다양한 모습들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방송이었다. 예비 1인 가구의 주인공인 나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 그런지 초집중해서 시청했다.
그런가하면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는 방송도 있다. 비혼 혹은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은 것인데, 매스컴에서 이렇게 싱글, 1인 가구의 주인공들을 담아내는 것을 보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이제는 싱글, 1인 가구가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싱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데 비해,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진지한 탐구나 논의가 아주 부실했다는 것인데, 근래 들어 싱글, 1인가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도 바로 그런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학자의 눈에 비친 혼자 사는 삶에 대한 탐구인만큼 단순히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격려나 위안을 주는 정서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사회학적으로나, 일반인들에게도 의미있는 다양한 분석과 짚고 넘어가야 할 개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담론들을 담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쓴 필자 노명우 교수 역시나 혼자 사는 싱글이라 학구적인 접근과 함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둔 담론에서 더욱 생생한 문제의식이 느껴졌다.
애시당초 난 '화려한 싱글'에 대한 한 줌의 환상도 지향도 가지지 않았던 터였다. 무엇보다 내가 바랐던 것은 화려한 삶이 아니라, 혼자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개념을 뜻깊게 주목했고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확실히 사회학자라 그런지 여늬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책, 싱글에 대한 책과는 다른 면모가 보였다. 보통 고독, 혹은 고립이라는 말과 연결되기 쉬운 이 '혼자'라는 말을 필자는 '개인화','단독자','독립자' 등 학술적인 개념으로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학구적으로 정리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집단으로부터 분리돼 있고 자율성을 지닌 개인(77쪽) ','자신을 고립시키는 고독이 아니라 자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의도된 고독(161쪽)','타자 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집단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리에서 밀려나는 배제의 희생양이 되지도 않고, 세상을 향한 시선을 닫고 있는 은둔자가 되지도 않기 위해서 참조할 수 있는 삶의 모델을 우리는 홀로 서는 사람, 즉 '단독인'이라고 부르자(168쪽)' '타인이 연출하는 삶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방이라는 성향 대신에 독립이라는 특징에 무게 중심을 둔다. 독립은 기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내적요구에 충실한 삶을 지칭한다(184쪽)' 등등
에세이가 아닌 사회학자의 책을 선택한만큼 분명 독자들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자율성을 지향하는 개인의 등장, 이들의 등장은 하루 아침의 현상이 아니라 예고된 현상이었다. 철학적이고 사회학적인 개념이 등장해서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명확하고, 깊이 있게 또한 지향해야 하는 '혼자'의 존재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그리고 싱글과 1인가구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는 점도 은근히 통쾌했다. 흔히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폄하됐던 것이 결혼 안 한 사람들이었고, 독신이 1인 가구의 주범으로 여겨졌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였고, 덤터기였다.
오히려 노령세대에서 1인 가구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1인 가구의 급증은 비단 결혼 안한 독신으로 국한되는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또 젊은 세대만의 현상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이나 여러 이유로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고, 노인부부의 배우자 사망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아마 독자 역시 납득했을 것이다. 그만큼 1인가구 시대에 걸맞는 사회적인 대처와 개인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것 또한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통념, 우리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강고하게 뿌리 내려있는 통념이 '가족'인데, 필자가 가족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길 주문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혼자 사는 삶에서 벗어나는 가장 흔한 길은 바로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인데, 친밀성있는 관계가 단순히 혼인과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의 증가를 보더라도 결혼이 이제는 영원한 관계를 보장하지 못하고, 가족 또한 친밀함을 지닌 관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가족만을 범주에 둔 삶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건강문제나 고독사와 외로움이다. 혼자 사는 이의 죽음에 관해서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제법 유포돼 있는데, 고독사나 외로움은 1인 가구를 택한 댓가나 피할 수 없는 불상사가 아니어야 하고, 아닌 것이 분명하다. 지금처럼 1인가구에 대한 배려나 정책이 미흡한 상황이 아니라면, 분명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고, 이제는 사회적으로 그 방법들을 모색하고 마련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개인과 개인이 함께 만드는 네크워크 형성과 주거 공동체를 제시하고 있는데, 주거 공동체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던 다큐멘터리 '싱글턴'에서도 본 기억이 났다. 1인가구의 비중이 세계 최고라는 스웨덴의 경우, 개인의 방 따로에 공동 주방과 거실을 두고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대나 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집에서 살면서, 식사 당번, 청소당번을 두고 함께 밥 먹고, 거실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취미도 함께 즐기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자신의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면서, 고독사나 외로움을 방지하면서 개인 생활을 누리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방송에서 볼 때에도 제법 합리적으로 비춰져서,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거나, 집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네트워크로 이어져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것 이른바 연대감을 느끼면서 개개인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것, 1인가구의 주인공으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혼자의 삶' 과 관련한 여러 담론들을 거론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정말 주의깊게 읽었다. 요즘 나의 초미의 관심사가 '혼자 산다는 것'이 행복해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조건이 안되게 '혼자 잘 사는 방법'을 구하고 있는지라, 한 자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진지해졌다.
올들어 첫번째로 읽은 책이 '고독의 즐거움'이었다. 그만큼 정서적으로 개인적으로 '혼자의 삶'을 잘사는 대비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서는 그 인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나'만이 아닌 '우리' 가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 더 파고들어야 할 생각들을 짚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날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싶었고, 한 인간으로 개인으로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내게 여러 물음들을 새기고, 그 답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 표지 뒷장에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라고 써 있는데..읽어 보니 맞다. 준비할 점도 있고 마음 단단히 먹고, 다독거려야 할 점도 있는 바로 내 얘기라는 공감이 왔다.
네. 맞습니다. 혼자 살고 있지요. 저는 1인테이블입니다. 외롭고, 슬프고, 자유롭고, 홀가분하고 대충그래요 라고 말한다.
대부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이 물어보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결혼안했지요?
네
그럼 가족들이랑 같이 살아요.?
혼자살고있지요.
1인테이블입니다.
외롭지않았요?
외롭고 슬프나 때론 자유롭고 홀가분할때도 있어요 .
모임이나, 명절을 맞이하면 그자리에서 위의 질문처럼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결혼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왜 결혼을 안하냐?, 눈이 높은 것 아니냐?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결론을 낸다 .
혼자사는것이 편하다고 그래도 늙으면 외로우니까 결혼하라고 말하면서 은근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요즘 1인가구가 늘어간다고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사회적인 심각성처럼 이야기한다.
거기다가 고독사를 한 뉴스까지 대하다 보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러다 정말 결혼한번 못해보고 " 브리짓 존슨의 일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죽은지 3년이 지나서 발견되는 것은 아닐까?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이책의 저자 노명우 교수는 사회학자이면서 싱글이다. 그래서 더욱더 혼자사는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것 같다.
그는 우리사회가 싱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에 관한 다섯가지를 제시해준다.
1. 1인가구의 증가는 결혼을 늦추고있는 젊은 세대의 증가때문이다.
만혼화 경향은 있어서 젊은 세대의 양적증가는 있지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것이든 , 또 다른 이유등으로 전연령대에 나타난다고 한다.
2.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역시 1인가구 증가의 주범이다.
고령화로 인한 1인가구가 더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고 미래의 현실이될것이다.
3. " 1인 가구는 가족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러기 아빠로 인한 1인가구율이 27.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인구들도 많아서 그것이 때론 결혼안한 남녀들에게 화살이 되고 있다.
4. 결혼을 하면 혼자 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혼과 재혼, 이혼이 반복적인 시대이므로 이말은 해당이 안된다.
5. 혼자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련되고 능력있는 화려한 싱글이다.
화려한 싱글은 섹스앤시티,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그들만이 가능한 세상이다.
결혼한 그들처럼 싱글의 생활도 처절하다.
아파서 외롭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 때론 혼자임이 좋을때도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생활인으로서의 싱글라이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가 느끼는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철학자의 삶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이야기해준다.
섹스앤 시티와 신사의품격에는 리얼리티가 없으며, 스피노자,베토벤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삶이 리얼리티라고 말한다. 스피노자는 종교적인 문제로 유대교회로부터 추방당하고 파문선고를 받은 그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베토벤은 생애마지막에 청각을 잃으면서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말한다.
스피노자,베토벤이 싱글생활을 하면서 위대한 사람이 되었던 이유는 흰고독을 다룰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흰고독이란 절대 고독, 의도된고독을 이야기한다. 상황에 의해서 고립이 되었지만 그환경을 원망하기보다는 그 고독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기위해 자신이 더욱더 고독속으로 걸어들어갈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싱글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자아 즉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수 있어야하면 그삶을 즐길수 있어야하는 내면의 강건함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혼자산다는 것은 결국 삶이다. 지금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다.
혼자산다는 것은 홀로서기, 진정한 독립이 무엇인지 아는것, 화려한 싱글이라는 수식어보다는 즐거운 싱글 ,행복한 싱글이라는 자신만의 수식어를 만들줄 아는 고독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싱글라이프는 어느쪽인가? 어느쪽으로 가고 있는가? 이제 부터 생각해봐야겠다.
혼자사는 공인들이 등장하는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털털해 보이던 남자연예인이 의외로 먼지 하나 없는 깔끔한 집안과 가사일에 도가 튼 생활을 지켜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혼자 사는 삶도 썩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출연자 대부분의 냉장고엔 약속이나 한 듯 인스턴트 식품과 날짜 지난 음식들이 가득한게 보통이지만.
1인 가구의 증가는 이타주의의 몰락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익숙해져 있던 가정중심성이 약화되는 징후에 불과하다. - p.53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환상이 공존하는 요즘, 예의 프로그램은 그 편견을 깨부수기도 하고 아직은 드문 싱글 라이프의, 일반화된 타자로서 모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교육 과정에서 '사회화'라고 하는 군집생활에 필요한 개념과 제도를 당연시하고 습득하게 한다. 싱글족이 반사회적인 암적존재로 여겨지는 부분엔 아마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1인가구의 비율에도 불구하고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통적 관습과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유명한 철학자들이 고독을 즐기며 단독인으로서 예술적 낭만을 고취시켰던 것과 달리 지금은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인격결함이나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개인주의자로 치부되기 쉬운 현실이다.
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느냐는 질문을 받는 노처녀, 노총각들에게 혼자인 삶은 선택이 아닌 어쩌다 보니 갖추어진 삶의 방식일 뿐이다. 똑같은 예로 사별과 이혼, 별거, 가족의 불화등으로 뿔뿔히 흩어진 사람들 역시 본인이 원했다기보단 처한 현실과 상황이 이끈 삶의 형태였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 내 관계밀도 과잉에 치인 삽사십대 중년들이 때로 자신만의 치타델레를 꿈꾸는 것은 생략된 혼자남녀들의 고충을 차마 알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젊음, 경제적 능력, 독립의지등 혼자 사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무거운 역할가면을 쉬이 벗어던지지 못하는 건 안정된 지금의 삶이 혼자인 삶의 불안정함보다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기쁨, 슬픔도 나눌 수 없고 역할분업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 1인 가구의 일상은 4인 식탁에 앉은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 고독하고 청승맞은 경우가 많다. 생활비가 1/n로 드는 것도 아니고 매일 원맨쇼를 자처해야 하는 궁색하고 바쁜 하루는 정작 그 생활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판타지의 대상으로 포장되곤 한다. 집단주의에 매몰되었던 과거에 비해 개인의 감정과 선택이 중요시되는 현 사회풍조에 맞춰 낭만적 만남에 대한 기대는 점차 커지고 연애의 빈도는 잦아지나 불확실한 남녀관계에 의해 결혼 자체는 망설이게 되고 그 결과로 미혼과 비혼이 급증하는 현상. 바로 저자가 말하는 1인 가구 젊은이들이 늘게 된 배경이다.
언젠가부터 골드미스, 차도남이란 말이 생겨나고 혼자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부와 시크함을 두루 겸비한 능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치가 되버렸다. 스웨덴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가족을 떠나 독립하는 시기가 한국보다 유난히 빠르고 1인 가구의 비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그에 따른 사회적 병폐인 고독사나 무연사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이유인 즉슨, '기본소득'과 '주거공동체'라는 자립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복지제도와 함께 어미새가 새끼를 둥지에서 떠밀듯이 자연스레 독립을 받아들이는 사회문화가 깃들어 있기 때문인데, 역시 멀지 않은 비슷한 구조의 사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서 참조해야 할 장점이 아닌가 싶다.
홀로서기를 꾀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자폐의 의지가 아니라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을 끊임없이 주입하는 과잉화된 '일반화된 타자'와 거리를 두는 능력의 획득을 의미한다. -p.190
집단 속에 오랜 세월 머물러 있던 사람이 홀로서기를 한다는 건 한국과 같은 경우 흔치 않은 모델 없이 부딪히는 맨땅에 헤딩과도 같다. 노후에 대한 불안, 건강악화, 경제적 압박은 사회가 단독인들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과 함께 싱글족들의 불안요소로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혼자만의 탑에서의 즐거운 고독이 절실한 사람들은 기꺼이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집단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다. 그것은 존재의 또 다른 형태로써 결핍이 아닌 '자기밀도'의 최대화를 꿈꾸는 단독인의 몸부림일 것이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읽어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큰 애가 독후감을 써야 한다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 있길래 저도 같이 읽어보고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사회적으로 저출산이나 만혼,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와 사회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1인 가구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 반대편에 '화려한 싱글'로 미화되는 신소비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모습에서 자유로움, 안락함 등을 찾을 때 '생략되어 버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같은 1인 가구로 통계에 잡히지만, 고령의 독거노인이나 사회에 제대로 진입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입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살아야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기본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한 자산을 가지고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서, '혼자'라는 게 마냥 행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는 게 해답도 아닌 건 마찬가지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 사회가 기본적으로 해 주어야 할 일은,
그들에게 기본적인 생계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듯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도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뉴스에 비슷한 사회현상인 저출산, 고실업율 등에 대한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의 대응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일본정부라면, 우리 정부는 이를 거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회가 보호하지 않는 개인들의 삶의 결말이 어떨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늘어가는 1인 가구를 염두에 둔 '쉐어하우스'라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고시원이나 원룸처럼 들어가면 완전히 고립되는 구조가 아닌, 홀로인 여럿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그들의 심리적인 고립을 막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역시 국가가 나서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겨두기엔, 이 나라는 너무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게 국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