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는 객관적인 사실을 주관적인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위치와 환경에서 달리 해석하는 것이죠. 나의 삶의 가치관이 나의 판단과 해석의 근거가 됩니다.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은 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챕터마다 수록된 다양한 그림책 속 인물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들여다본다.
상담대학원을 졸업한 저자 송귀예는 독서심리상담사로 오랜 시간 일하며 '같은 그림책이라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 한다'는 점에서 그림책에대한 매력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마음 치유를 위한 집단 상담에서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보며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들의 마음 성장에도 유익한 도구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그림책에 대한 매력을 한 층 더 강하게 느꼈다고 전한다.
chapter 1 내 감정은 소중하다.
울어야 할 때 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울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 순간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기만 하다보면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끊임없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느 순간 빵 터져버린 감정을 자신조차 조절할 수 없어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 사고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의 감정을 잘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 안에 감정을 풀어주는 방법에는 산책을 해보는 것도 화를 해소시키는데 좋은 방법이지만 감정 일기를 쓴다던가 혹은 신문지에 느끼고 있는 감정을 써서 찢는 방법이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정일기는 어떻게 써야 좋을까?
chapter 2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면 달라지는 것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따라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올라옵니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긍정을, 또 다른 사람은 부정을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해석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우리가 상황을 보고 바로 떠올리는 생각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일들에서 기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해소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난다면, 일시적으로 시원하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감정으로 다시 힘겨워하게되는 상황이 꼭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해소를 하고 난 후에는 내가 왜 그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 가령 해소 작업을 하고 난 후 A4 용지를 준비해서 상황, 감정, 행동. 생각등을 기록하고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내가해왔던 일들을 떠올려 본다.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행동했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매일 밤 자기 전에 감정 일기를 쓰는 것은 아주 좋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거기에 따라 핵심감정을 찾아 읽어주고 마음까지 토닥일 수 있다면 쌓이는 감정이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그런식으로 과거의 어린 나를 만나 충분히 들어주고 그 당시에 떠오르는 감정을 충분히 발산하게 해주며 당시 감정에 대한 나의 생각을 관찰하고 당시 느낀 감정과 생각이 합리적인지 혹은 사실인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다보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식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식을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는 좋은 책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풍경을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chapter 3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시간
황조롱이 엄마가 아파트 화분 받침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습니다. 맨 마지막에 태어난 막내 황조롱이는 모든 게 늦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것도 늦고 먹이도 나중에 먹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나는 모습을 흉내내던 언니들은 모두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막내 황조롱이만 남았습니다. "나도 날 수 있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막내에게 아빠가 말합니다. "늦지 않았어, 너도 날 거야."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이태수 글 / 비룡소 그림.
'늦어도 괜찮아' 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그렇게 자신에게 말해 줄 수 있을 까? 황조롱이는 다른 언니들에 비해 모든게 늦었지만 엄마. 아빠는 옆에서 "너는 왜 언니들처럼 하지 못하고 그모양이니?"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지켜봐주고 보듬고 안아준다. 마음은 답답하고 걱정이 되었을지 몰라도 막내 앞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좀 늦지만 꼭 날 수 있을 거라' 막내를 믿어준다. 막내 황조롱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같은 시선으로 자신을 너그럽게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때 힘이 나는지, 나는 어떤 유형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하는 등의 질문들을 계속 해본 적이 필자는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것은 질문과 답을 타인에게서 찾기 때문이라 저자는 말한다. 타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늘 인간은 외로운 존재 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도 자신을 모르는데, 타인이 어떻게 나를 알까?' 그러니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기 위해 질문과 답을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는 가치있고 소중한 존재다.' 라는 생각과 말을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chapter 4 소란스러운 마음으로 지친 나에게
꼬옥 대장은 꼬옥 안는 걸 제일 잘하고 정말 좋아합니다. 친구들을 언제든 꼬옥 껴안아줍니다. 그렇게 안아주면 친구들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꼬옥대장이 안아주면 큰 걱정은 작아지고 작은마음은 커다래 진답니다. 꼬옥 대장은 애너지를 보충한 뒤 공원으로 달려가 많은 사람들을 '꼬옥' 안아줍니다. <꼬옥 안아줄께> 스콧 캠벨 글 / 웅진주니어 그림
인간은 정서적인 동물이기에 서로 함께 어울리며 좋은 일에는 축하를 받고 싶고 좌절하면 위로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런 순간 꼬옥 대장처럼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런데 꼬옥 대장처럼 진정으로 타인을 안아주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따듯하게 안아주는 시간이 먼저 실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오느라 정말 아팠겠다.
그렇지만 이제 괜찮아. 너는 이전의 네가 아니야. 넌 힘도 있고 뭐든 잘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야. 잘할 수 있어. 괜찮아. 사랑해, 고마워, 그동안 잘해왔어, 괜찮아. 잘하고 있어. 다 좋아질거야. 넌 소중한 사람이야. 있는 그대로 너는 사랑스럽고 멋져. 널 사랑해.
위와 같은 충분한 위로는 원망과 억울함의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혹시 지금껏 살아오면서 과거의 상처로 인해 습관적으로 자신을 비판하며 살아왔다면 거울을 보며 내 안의 어린 나에게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혹은 어딘가 나와 똑같은 아이가 있어 그 아이를 위로해 준다는 마음으로, 매일 양분을 주듯 지속적으로 위와 같이 자신을 사랑해주고 인정해주고 알아주고 보듬어주어야한다.
여기까지 잘 살아온 당신에게. 괜찮아! 사랑해! 고마워!
처음에는 어색할 지라도 마음과 몸을 정성 스럽게 어루만져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가끔 울컥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치유가 되어가는 증상이라한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입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은 없습니다. 스스로를 공격하지 마세요.
chapter 5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나의 존재가치를 회복하려면 어두운 과거의 기억으로 생성된 감정을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감정은 장애물처럼 내 인생에 작용해 나를 가로막고 그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흥분하게 만들어 중요한 일을 망치게 한다. 자신만이 경험한 사건이기에 다른이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별것 아닌 상황에서 왜 저렇게 화를 내지?" 하며 의아해한다. 책에 의하면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는 당신의 상처를 만나주고 어루만져주는 시간을 갖고 나면 당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 수업』은 그림책의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고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책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그림책 속 주인공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러했구나!' 하는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거란 기대를 한 작품이다. 하지만 필자에겐 그러지 못했다. 특히 chapter 3 은 '나에게 너그러워 지는 시간' 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위에 chapter 3을 요약해 놓은 부분은 페이지를 몇차례 반복적으로 넘기고 되돌아가며 뽑아보려고 필자 나름 노력한 흔적이다. 필자가 잘못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chapter 3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본다기 보다 오히려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 에 더 가까운 좋은 부모, 좋은 육아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chapter 5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반복되는 말들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저자가 딴 한자와 사범 자격증의 언급 같은 것들.
너무 많은 것을 독자에게 안겨주려고 했던 것인지, 필자가 잘못 받아들인 부분이 있었던 탓인지 chapter 1과 chapter 2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주제에 관한 내용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퍼져있고 계속 반복되고 있단 느낌이 들어 필자에게 도서 『그림책으로 읽는 감정수업』은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은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