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읽는 고전문학인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출판사별로 보면 10권 넘게 출간되어 종류가 다양하다. 그 중 허밍버드 출판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고른 이유는 순전히 표지가 예뻐서다. 여심을 자극하는 분홍색 표지에 확~ 꽂혀버렸다. 금박이 입혀진 제목 인쇄와 양장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책의 표지가 예쁘면 소장하고 싶다는 욕심에 구입하곤 한다. 그렇게 고른 책은 읽지 않아도 배부르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다. 허밍버드 출판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요번에 완독까지 했으니 말로만 듣던 '앨리스'가 어떤 소녀인지 나이 서른 중반 넘어서야 알게 된 기쁨까지 누리게 되었다.
아들에게 그림책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다. 글밥이 많은 책은 아직 아이가 부담스러워한다. 12월 생이라 모든 면에서 또래의 평균치보다 늦은 경우가 많은데 독서력도 그런 것 같다. 여름이 지나서야 글밥이 조금 많은 책도 보기 시작했다. 앉은 자리서 끝까지 읽는 것은 아직도 안되지만 글밥 많은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엄마를 의식한 것이 한몫했다. 엄마는 두꺼운 책 읽는데 자기는 항상 얇고 그림 많은 책을 보니까, 약간의 경쟁심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어느 날 아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펼치며 읽는 '척' 하고 있었다. 그림책이 아니라서 삽화가 몇 점 없지만 삽화도 유심히 보면서 단어 몇 개씩 읽는 눈치다. 양장본이라 책끈이 있어 아들은 읽은 만큼 책끈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이 자체에 희열도 느끼는 듯 했다. 이러한 모습도 책과 친해지는 하나의 놀이로 보여서 엄마로서 그저 만족한다. 아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엄마인 내가 안읽어봤다는 것이 말이 되냐 싶어 사두고 품고만 있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은 걸까? 어릴 적부터 이런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왜 지금껏 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읽지 않았는데도 '앨리스'란 이름을 들으면 환상 의 세계를 탐험하는 소녀가 떠오르는 건 왜인지. 어디서 앨리스에 대해 들은 것이라도 있을까? 기억엔 없지만 그런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읽는 내내 "이거 무슨 말이야? 무슨 이야기가 이래?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하며 투덜댔다. 그러다 보니 읽기가 자주 끊겼고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대략의 줄거리는 앨리스가 언니랑 강둑에 바람 쐬러 왔다가 지나가는 토끼가 신기하게 생겼길래 따라나서게 되고 우물에 빠지면서 이상한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에선 주로 동물들이 나왔으며 상식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앨리스는 무엇을 먹기만 하면 몸집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위험과 고비를 넘기다 결국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뭐, 이런 얘기다.
(목이 길어진 앨리스)
허밍버드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원작자의 삽화를 그대로 실었다. 허밍버드 출판사 책을 고른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다른 출판사 중에서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작가를 섭외하여 책을 만들기도 했다. 앤서니 브라운이나 토베 얀손같은 유명 작가가 그린 그림이 실린 책은 살짝 욕심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사는 만큼 원작에 충실한 책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원작 일러스트인 존 테니얼의 그림이 실린 책 중에서 표지가 가장 예뻐 보였던 허밍버드 출판사 것으로 고른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 읽고 나자, 왜 이야기가 '뒤죽박죽+이해불가'였는지 알 것 같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나의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며 히죽히죽 웃던 게 생각났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요지경 이야기였지만 아들은 웃으면서 읽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겐 충분히 재밌고 웃긴 이야기로 읽혔나 보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논리적이지 못하고 말도 안되는 쓰레기로 취급할 수도 있었다. 읽는 내내 '이 동물은 왜 등장했을까, 무엇을 상징할까, 이 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등 나는 계속 작가의 의도를 찾아보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부끄럽게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기에 이 책은 단숨에 19세기의 베스트셀러 문학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다 읽고 다시 서문으로 돌아 가 보았다. 그제서야 작가 루이스 캐럴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8살 아들과 그의 친구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한 엄마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해준 적이 있다. 워낙 입담 좋은 엄마라 재미있게 이야기해줄 것은 알았지만 어른의 기준으로 보면 하나도 재미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대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딱 그 식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충분히 상상되는 일에 즐거운 모험 이야기이다. 모든 게 앨리스의 꿈이었다는 결말은 살짝 어이없고 싱겁긴 했다.(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였겠지만 작품 발표 시기를 본다면 앨리스 이야기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첫 장에서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가다가 우물에 빠지며 쭈욱 미끄러져 가는 것,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장면은 앨리스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 뒤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우리가 꿈 속에서 헤맸을 때의 기분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앨리스가 상상한 이야기들은 아이들일 때 가능한 것. 아이에서 한겹씩 벗어날수록 현실로 진입한다. 루이스 캐럴이 쓴 서문을 여기에 옮겨보겠다. 그의 서문에는 왜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썼는지 명확하게 밝혔기 때문이다.(나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서문을 다시 읽고 이해했지만)
금빛으로 찬란한 오후
우리는 느긋하게 강물 위를 미끄러지네
기술은 부족하지만 작은 팔로
부지런히 양손으로 노를 젓는다네
어린 손들은 헛되이 노를 젓는 척하며
우리를 이끈다네
아, 철없는 세 아이들!
아직도 꿈에서 멋어나지 못한 이 시간에
가느다란 깃털 하나조차 날릴 수 없는 내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채다니
하지만 이렇게 약한 목소리로
졸라대는 세 아이들을 이길 수는 없다네
거만한 첫째가 명령하듯 말하네
"시작하세요."
둘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지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야!"
셋째는 일 분이 멀다하고 이야기에 끼어들지
그러다 갑자기 침묵이 내려앉고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좇아
신비롭고 새로운 경이로 가득 찬 나라를 누비며
꿈속의 아이를 따라간다네
새들과 동물들의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모두 그렇다고 믿으면서
상상의 샘이 메말라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이야기꿈은 진이 다 빠진 목소리로
"나머지는 다음에"라고 말하네
"지금이 다음이에요."라는
행복한 목소리들이 울리네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는 이렇게 자라났다네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신기한 사건들을 쌓아올리며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끝났으니
행복한 사공들인 우리들은
저무는 태양 아래에서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가네
앨리스! 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너의 부드러운 손으로
어린 날들의 꿈이 뒤얽힌
신비로운 기억의 장소에 두고 오지 않겠니
머나먼 나라에서 가져온
순례자들의 시든 꽃다발처럼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서문을 읽었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왜 탄생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납득되었다. 어른이 되면 이렇게 '납득'이 되어야 받아들이니, 자꾸 논리를 따지게 된다. 그래서 논리로 무장한 어른이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읽으면 '뭐 이딴 이야기가 다 있어?' 할지도 모른다. 순수한 영혼이면서 삶의 경험이 아주 적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접근할 때 한번쯤 상상해본 세계들이 글자들 속에서 펼쳐진다는 신비로움을 경험하며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그래서 아직 글밥 많은 책을 읽기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내가 읽어줄까 한다. 하루에 한 챕터씩 읽는다면 총 2주가 걸린다. 읽는 내내 내가 더 행복할 것 같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표정을 상상만 해도 이 에미는 이미 최상의 행복지수를 찍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책뿐만 아니라 영화,캐릭터상품등으로 유명하죠
이 책은 일단 그림도 너무 예쁘고 두껍습니다.
소장용으로 아주 딱이라고 생각되네요
이 책말고도 다른 시리즈도 있는데
구매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저.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세계명작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사면서 같이 샀는데 캬아 역시나 표지부터가 분홍분홍하니 너무 이쁘고, 어릴때 아무생각 없이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아 이런 내용들이 이런 의미의 내용들이 숨겨져 있엇구나 하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던 그런 글이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보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추천한다
고전문학의 힘이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여러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계속 출간되니 말입니다.
허밍버드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원작자의 삽화를 그대로 실었습니다.
겉 표지도 핑크색에 글씨는 금박으로.... 고급스러운 책으로 나왔어요..
어른이 되서 다시 읽은 이 책은 모든일들이 앨리스의 꿈이었다는 다소 어이없고 싱거운
결말이지만 이 책이 쓰여진 의도를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일 것입니다.
어른이 되니 아이들처럼 모든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함이
사라진것 같아 살짝 서운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