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한두권씩 읽다보면 꼭 읽고 싶은 책이 있는가하면 소장하고 싶은 책들도 있다. 읽고 싶은 책들을 모두 살수 없기에 가끔은 도서관이나 주변에서 빌려 읽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가 꼭 구매하여 읽고 소장하고 싶은 책들의 목록 중 하나는 셜록 홈즈 전집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셜록 홈즈는 알 것이고 책도 한두권쯤은 읽지 않았을까. 어떻게보면 다 아는 내용이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몇번이나 읽은 책이지만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은 책 중 하나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만큼 재미있게 본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에도 '뤼팽'이라는 탐정이 나온다. 홈즈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친구들과 두 인물을 놓고 누가 더 매력적인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뤼팽에 대한 언급을 한다. 왓슨이 홈즈에게 뒤팽을 닮았다는 칭찬을 했을때 보인 홈즈의 반응이 우리를 웃게 만든다. 뒤팽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를 칭찬할 생각으로 뒤팽 이야기를 꺼냈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뒤팽은 나보다 한참이나 수준이 낮아. 15분이나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그럴듯한 말을 꺼내서 생각에 잠겨 있는 친구를 방해하는 건 얄팍한 허세일 뿐이야. 물론 분석하는 재능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포가 만들어 내고 싶어 앴던 천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인물이라네." - 본문 31쪽~32쪽
셜록 홈즈 전집 1 - 진홍색 연구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 설레인다. 얼굴이나 옷차림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표지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만큼 인기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시절 동화로 처음 만났던 기억 때문에 한동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리소설리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당연히 지금은 아니다. 그렇기에 꾸준히 읽고 다시 읽으며 소장하고싶은 책인지 모른다. 축약본이 아닌 문예춘추사의 <셜록 홈즈 전집> 완역본을 만나며 지금의 더위를 잊어보려 한다.
셜록 홈즈와 왓슨이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어린시절 동화속에서 만난 왓슨은 셜록 홈즈의 조수로 나온다. 선입견이 무서운 것은 처음 그렇게 만났기에 오랜 시간동안 왓슨은 단지 셜록 홈즈의 조력자일 뿐이라고 생각을 했다. 관찰과 추리가 뛰어난 셜록 홈즈이지만 그의 곁에 왓슨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는 조수가 아니고 조력자 이상의 인물인 것이다.
<셜록 홈즈 전집>1권은 '진홍색 연구'이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인 사건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홈즈와 왓슨의 운명적인 첫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말 그대로 운명이 아닐런지.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그들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들을 흥미롭게 보는 것이다. 홈즈는 오랫동안 같이 살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탠퍼드는 말했지만 그들은 환상적인 콤비로 우리들에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사건을 따라가며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읽는 독자들의 흥미를 빼앗는 일이라는 생각에 홈즈가 해결하는 사건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그 누구도 셜록 홈즈의 추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증거가 모이기 전에는 절대로 성급하게 추리하지 않는 셜록 홈즈의 대단한 능력을 확인할수 있는 '진홍색 연구'이다.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읽지 않던 시절에도 내겐 언제나 명탐정은 셜록 홈즈였고, 추리소설의 효시였다. 성인이 되어 이 계열의 소설을 읽고 있지만 정작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정식으로 접할 계기가 없었으니 이후에 읽은 것들은 외전 격에 해당된다. 문예춘추사에서 완역본으로 이 시리즈가 출간되고 보니 이번에야말로 전체까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단 몇 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이다.
일단 첫인상이 중요한 법, 표지가 맘에 든다. 홈즈와 왓슨을 실루엣화한 표지에 셜록 홈즈의 영문 제목이 화려한 붉은 색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잡고 있어 단연 눈에 확 들어온다. 주석도 이만하면 무난한 편이라 적은 분량과 더불어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시리즈의 첫 출발에서는 왓슨이 홈즈와 본격적으로 동거하게 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육군 군의관 출신의 왓슨은 제2차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가 왼쪽 어깨뼈에 총상을 입는다. 부상병이라 영국으로 송환되어 휴가를 명받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저렴한 집을 구하다가 옛 동료로부터 존 베이커가에 하숙집을 소개받는다. 단 하숙비 분담 차원에서 동거인이 필요했는데 셜록 홈즈라는 기이한 남자이다. 해부학과 화학에 능통하지만 문학지식 제로, 철학지식 조금, 천문학 지식 제로, 정치학 약간, 식물학도 부분적 해박(마약류 등) 등등 왓슨이 분류한 지식 범위표를 보면 이 남자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놀랍기도 하거니와 무지하기도 한 홈즈의 자기변호는 명쾌하다. 필요한 지식만 취사선택하여 머리 속에 저장해둔다는 것, 어쩌면 실사구시의 원칙에 다소 벗어난 것 같기도 하고 충실한 면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특별한 사건들이 마그마구 일어나야 두뇌에 기름칠하며 대활약을 펼칠 무대가 마련된다며 사건추리를 살아가는 소명으로 삼기에 런던경찰국의 그렉슨 형사로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아마 날아가는 기분이었겠지. 제목인 “진홍색 연구”는 인생을 실 뭉치에 비유하고 살인은 그 실 뭉치에 섞인 진홍색 실이므로 풀고 분리하여 그 부분만 세상에 드러내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문제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추리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추론의 과학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심증이 아닌 증거를 기반삼아 논리를 이끌어내고 반복 숙련된 데이터가 항상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면 번개처럼 뛰쳐나오는 그 순발력에 감탄했다.
대신 관찰과 추리의 차이점을 예시로 들며 눈으로 보고 그치고 마는 일차원적 반응을 뛰어넘어 필요충분조건을 반드시 성립시킨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사건의 동기를 설명하는 대목에 있는데 명탐정의 입을 통해 듣기 보다는 액자구조 같은 형식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반적인 경위를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집중 않으면 다른 단편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장면 전환이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까닭이기도 하거니와 동기 그 자체에 얽힌 진실을 듣고 나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왜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악을 징벌하는 또 다른 얼굴의 악. 동정할 수 없게 만드는 미련이 남으니 인간이 인간답게 배려 받지 못해 생기는 증오는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끝까지 추적하여 죄를 묻고 마는 그 집념과 끈기는 무엇보다 간담을 서늘케 했고 그 우직함에 감동받는다. 이번 사연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홈즈의 추리를 빛바래게 할 만큼.
"15분이나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그럴듯한 말을 꺼내서 생각에 잠겨 있는 친구를 방해하는 건 얄팍한 허세일 뿐이야. 물론 분석하는 재능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포가 만들어 내고 싶어 했던 천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인물이라네."
"그 사건 기록을 꼭 읽어 봐야 합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모든 일은 예전에 한 번은 벌어진 것들이니까요."나도 일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셜록이랑 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