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 물은 물." 그 자체가 '이 뭐꼬' 같은 화두다. 한국 선불교의 큰스님 성철 대선사의 생애를 백금남 작가가 소설로 빚어냈다. 누군가 진작 했어야 했을 작업이었다. 덕분에 선불교의 매력과 깨침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춘원 이광수의 『원효대사』 이후 정말 모처럼만에 접하는 불교소설이자 구도소설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나 김별아의『백범』처럼 대중의 사랑을 널리 받는 소설이 되었으면 한다. 『소설 성철』(마음서재, 2021)에 이어 원택스님의 『성철스님 시봉이야기』(김영사, 2012)도 연이어 독파했다.
큰스님이 휘두르는 칼이 있다. 바로 자비와 지혜의 검, 취모리검이다. 취모리검 혹은 취모검은 반야검, 무지를 걷어내 본질을 바르게 보는 지혜의 검이다. 다시 말해서, "무명초인 머리카락을 베어 부처님의 혜명을 증득하게 한다는 지혜의 칼"이다. 분별을 베고 망상을 베고 아집을 베고 무명을 베어내는 부처의 법이 바로 취모검이다. 중노릇은 결코 쉽지 않다. 검객이 칼을 들고 검술을 연마하듯, 산승은 화두를 들고 선에 정진한다. 선승에게 교종이란 피묻은 살인검이나 다를 바 없다. 피비린내 풍기는 살인검이 활인검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을 베어 보지 못한 검이 사람을 살리는 깜냥을 가진 자비심의 검이 될 수 있을까.
유가의 학풍이 드센 만석꾼 집안의 외아들 이영주는 부모와 처자를 버리고 산승이 된다. 백련암의 동산스님은 영주에게 성철이란 법호를 내린다. 출가 전 의사가 되려 했던 동산스님은 용성스님의 제자로, 백용성 스님은 전라북도 장수 출신으로 해인사에서 정진했고 삼일운동 때 한용운 스님과 함께 민족 대표 33인으로 나섰던 분이다.
용성스님에게 취모리검을 주고 간 임제의현의 신비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동산 스님과 이영주(성철 스님의 속명)와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용성은 동산에게 취모검을 건네지 않고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린다. 불칼은 결국 성철스님에 의해 다시 제련된다. 성철스님은 중생을 위해 번뇌와 인과를 끊는 취모검을 휘두른다.
주인공이 출가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 동산스님의 법문을 하나 소개한다.
"여기 길이 있다. 아무도 그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대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 길에는 문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길 자체도 없다."(108쪽)
얼마 전에는 『소설 반야심경』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소설 성철』이다.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라니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불교소설의 대가 백금남 작가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소설을 읽는 데에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 없다. 소설 속 문장에 이끌릴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를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일단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기 전에 한 가지, 띠지에 있는 문장을 마음에 담으면서 말이다.
우리 곁에 다녀간 부처,
혼란한 세상 마음의 등불을 밝혀준 큰 스승,
성철 스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되살려낸 소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하며, 『소설 성철』 1,2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백금남.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13년 소설 《관상》이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와 함께 '관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궁합》 《명당》과 함께 역작 3부작으로 꼽힌다. 2016년 유마 거사의 생애를 그린 《유마》, 법정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소설 법정: 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를 발표해 최고의 불교 소설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책날개 발췌)
부잣집 도련님 영주의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것 말고 성철 스님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성철 스님의 속명은 이영주, 결혼도 했고 아내가 아이를 임신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성철 스님의 어머니, 아내, 딸까지 모두 출가를 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가족사다.
이 소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어나갔는데, 저자의 필력에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그냥 눈앞에 장면 장면이 펼쳐지는 듯, 숭덩숭덩 휙휙 지나간다. 이 또한 영화화되리라 짐작될 만큼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현장감 있게 생생하게 훑어보는 느낌이다. 성철 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말이다.
사십이 일 만이었다. 참선에 든 지 꼭 사십이 일 만에 동정일여 動靜一如가 이루어졌다. 앉으나 서나, 말을 하거나 심지어 묵언할 때나, 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상관없이 머릿속에 화두만 가득했는데 나중에야 그것이 동정일여의 경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나니 부지런히 참선하면 도인이 되겠다 싶었다. (1권_93쪽)
이 소설을 보며 성철 스님의 아내 이덕명의 삶 자체도 파란만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양반집 규수를 데려다놓고 중이 된다면서 집을 나가버린 때가 언제인가. 세 살이나 아래인 풋총각에게 열일곱에 시집와서 스물넷에 첫딸 도경이를, 스물아홉에 막내딸 수경이를 낳았다. 그렇게 둘씩이나 애를 싸질러놓고서는 서른도 되지 않아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무정한 사람이다. 심지어 첫아이가 열세 살 되던 해 급살을 당했을 때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던 사람. 그 딸이 살았을 적 제 아비에게 가서 중이 되겠다고 할 때는 참말로 기가 차서 제대로 하소연조차 못했다. … 비록 큰애는 그렇게 보냈어도 작은딸만은 결코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애지중지했다. 그런 아이가 막내 수경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불필이라는 비구니가 되어 함께 걷고 있다. (2권_108쪽)
특히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성철의 딸 불필의 등장에서 더욱 크게 여운을 남긴다. 먹먹한 감동이 마지막까지 퍼져나간다. 그냥 성철 스님만의 일대기가 아니어서 더욱 생동감 있게 허를 찌르며 내 마음을 휘어잡는다.
예전에 경허스님의 삶을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에서 선문답을 주고받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 소설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짐작하고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마음을 휘감는다. 보다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현실로 들어가서 성철 스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소설이다.
평소 존경하는 큰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 소설로 출간돼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바로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 하는 재가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작품이 상당히 기대됩니다.
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참선 잘 하그래이"
라는 말이 오늘따라 귓가에 맴도는 듯 하네요
가셨지믄 항상 곁에 계신 듯한 스님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소설 성철(전2권) / 백금남 / 마음서재
너희가 세상에 온 도리를 알겠느냐?
성철 스님은 불교신자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딱히 종교에 관심 없는 저도 익히 들어본 이름입니다. 누더기 스님이라고 불렸던 분이죠. 자신의 옷에 붙은 빈대도 털어내지 않았다고 하는 분인데요.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금남 작가가 성철 스님의 이야기를 소설로 펴냈습니다.
《소설 성철》은 불교 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백금남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엄격한 유가에서 자란 성철 스님이 어떻게 불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스승인 동산 스님을 만나 어떻게 깨침의 길로 나아갔는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속가의 어머니, 아내와 딸마저 출가해 스님이 된 비밀스러운 가족사도 함께 담겨 있어 그 깊이를 더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 누구라도 성철이 일개 구도자가 아닌, 이 시대의 살아 있는 부처였음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_보도자료
백금남 작가는 일본의 화신(畵神)으로 불리는 도슈샤이 샤라쿠가 바로 한국의 김홍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추적한 소설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지요. 신윤복과 조선 후기 회화사를 집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 신윤복"도 발표했고 특히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자로도 유명한데요. 백금남 작가의 눈에 비친 성철스님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만나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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