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의 시간 속으로
공유하기

근원의 시간 속으로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리뷰 총점 9.5 (29건)
분야
자연과학 > 과학일반
파일정보
EPUB(DRM) 57.33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27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지구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평점8점 | k**u | 2021.10.28 리뷰제목
"인간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난 수십억 년에 걸쳐 펼쳐진  변화의 산물일 뿐이다. (...)  지구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  인간은 끊임없는 지구의 재구성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117, 141. 163쪽 변형 발췌   시적(詩的) 울림 가득한 지질 탐사 여정의 기록이라면 왠지 모순된 문장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았던 원시 자연
리뷰제목

"인간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난 수십억 년에 걸쳐 펼쳐진  변화의 산물일 뿐이다. (...)  지구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  인간은 끊임없는 지구의 재구성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117, 141. 163쪽 변형 발췌

 

시적(詩的) 울림 가득한 지질 탐사 여정의 기록이라면 왠지 모순된 문장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았던 원시 자연의 장엄함 앞에 서면 절로 겸허함과 경외감으로 채워진 시인의 탄성이 왜 나오지 않겠는가!   암석의 변성작용 전문가인 지질학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구조 지질학자인 '카이'와 '존 코르스트고르'와 함께  "그린란드가 거대 대륙이 둘로 쪼개진 복잡한 지대임을, 산맥 형성 후 대륙판 두 개가 서로 스쳐지나가간 큰 변형이 있던 지대임"을 입증하는 탐사에 동행한다. 

 

드넓은 툰드라 평원과 피오르 빙하수가 흐르는 바위 투성이 골짜기만 펼쳐진, 산맥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오늘날의 그린란드에 약 20억년 전 알프스 크기의 산맥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에 대한 논쟁을 잠재우기 위한 지고한 여정이다. 여기에는 '판구조 이론'에 대한 학자들간의 이견(異見)이란 배경이 놓여 있었던 듯하다. 이 웅장한 자연 탐사의 기록이 분명 대륙 충돌의 접촉지점과 전단작용의 생생한 증거인 암석들, 그리고 온갖 지체운동의 흔적을 찾아 노두(outcrop)위를 이동하는 지난한 노력의 술회를 담고 있지만, 오히려  "습곡으로 휘어지고 뒤틀린 암석층"과 같이 자연이 써내려간 단순한 진술들 속에 담긴 풍요로움에 대한 숭고한 경외의 감정들에 대한 산문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 위해 지어진  '사유(思惟)의  정원'에 불쑥 침입한 것 같아  살짝 불편한 기분도 들었다."   - 55쪽

 

짙푸른 빙하수가 흐르고 카펫 같은 툰드라 평원과 형형색색의 암석 골짜기가 펼쳐지는 적막한 태고의 풍경을 간직한 야생의 자연 속을 거닐 때,  그 장엄한 풍경에 압도되어 글래슬리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 해방과 겸허의 감정이 혼합된  알 수 없는 눈물의 의미에 동화된다.  그는 말한다. "그 땅에서 나는 오후의 산들바람보다도 존재감이 없었다.(56쪽)"고. 

 

마그마의 방 바닥에서 형성된 '사방휘석 집적암'의 발견, 고대 바다 해저에서 분출한 다음 변성되고 습곡 작용으로 형성된 '베개 현무암', 극단적 전단 작용의 생생한 증거인 '연필 연마암' 등,  "자연이 써내려간 이 단순한 진술들이 담고 있는 수십 억년 전 태초의 지구에서 시작된 흐름의 일시적 발현(189쪽)"을 바라보는 고독한 관중이자 일시적 방문자가 겪는 그 경외의 겸허가 전달되어 온다.

 

"우리가 무엇인지, 무엇의 일부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형태가 완성되지 않은 야생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 그곳은 뼈가 놓여있는 세상이다."   -163쪽

 

히말라야,알프스 크기의 거대한 산맥이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그 뿌리를 표면에 드러내어 20억년 전, 대륙판의 부딪침과 퇴적과 융기와 침식의 장대한 지구의 역동성 앞에 선 인간이 "안다고 생각한 자신의 무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무지에 대한 인식의 인정", 그 깨달음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게된다. 글래슬리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쓴다.  차이를 생각하고 묘사하며 세세히 열거하는 분별의 마음, 개체를 파악하고 마치 시간에 고정된 것처럼 말하는 우리 인간의 정신이란 정말 한없이 왜소하게 축소되고 만다.  그런데 한낱 수십억년 지구 변화의 우연한 산물인 인간이 이 야생의  시간을 지워버리고 있다. 

 

저자 글래슬리는 '자연'이라 애기하지 않고 지구의 진짜 기원으로서 '야생'이라 부르고 있다. 점점 인간을 감싸고 있는 이들 야생을 잃어가는 것, 야생과의 접촉 기회를 상실해 가는 것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이 명확할 때 조차도 인간은  거의 알아채지 못하고 지구의 물리적 토대와 생명의 상호작용을 파탄내고 있음을 경고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야생의 시간을 쓴 이 지구 역사의 심오한 탐사의 기록은 경이로움과 함께 겸허의 존재로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의 사고는 점점 빈곤해지고 무지해지고 있다. 위계와 가치, 차이를 향한 욕망이 과연 태양 빛, 파란 바다, 패턴을 이룬 암석의 역사에 한 없이 왜소해지고 누추해진다. 아름답고 위대한 야생 찬미의 절창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 평점8점 | y*********g | 2021.11.17 리뷰제목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수있듯이 이 책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얼음왕국 그린란드의 탐사기록이다그린란드가 어디쯤인지 세계지도를 펼쳐보니까 캐나다 위 북쪽 맨끝에 초록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시되어있다저자는 두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논란의 여지가있는 이론을 입증하기위해 인간의 손길이
리뷰제목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수있듯이 이 책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생의 상태로 남아있는 얼음왕국 그린란드의 탐사기록이다

그린란드가 어디쯤인지 세계지도를 펼쳐보니까 캐나다 위 북쪽 맨끝에 초록색이 아닌 흰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저자는 두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논란의 여지가있는 이론을 입증하기위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그린란드 야생에서 몇주동안 야영을 하며 조사를 한다

고등학교때 지구과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지질학이 책에 나온다
뼛속까지 문과생이던 나는 지질구조나 지층의 생성순서를 왜 알아야하는지 지루하고 어렵기만했다

이 책을 읽기전부터 그때의 지구과학 수업이 떠올라 살짝 망설여졌지만 책의 첫부분 그린란드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저자가 만난 그린란드의 야생을 따라가다 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프로그램을 보는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지질학자에게 그린란드는 꿈의 장소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은, 진정한 야생이 남아있는 땅에서 지도를 그리고 샘플을 채취하고 암석 꽃이끼 물고기떼 들꿩 매 조약돌 빙하 바다표범 등 모든 생물과 무생물들을 기록한다

저자는 그린란드 탐사경험을 총 3장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1장 분별 편에서는 그곳을 안다고 생각한 저자의 무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경험을
2장 고화 편에서는 저자의 무지가 인식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3장 등장 편에서는 이 세상에 대해 알수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작은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한다

다른 과학관련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 책만의 놀라운 점이 한가지 있다
소설가나 시인이 아닌 과학자가 지질조사의 여정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수있다니..
저자는 아마도 이과적 두뇌와 문과적 감성을 반반씩 갖춘 사람인듯하다ㅎㅎㅎ

이 책은 단순한 지질조사의 기록물이 아니다
우리처럼 도시에 살던 저자와 동료들이 얼음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속에서 야생과 마주하는 모습을 통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게한다

저자는 거대한 우주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지할수있는 장소로서 야생 자연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자연보존에 힘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에서 인간이 없던 지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낼 증거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근원의 시간속을 탐험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될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평점10점 | c*****0 | 2021.10.30 리뷰제목
현대 과학의 틀 위에서의 지구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설들을 상세히 소개한 책 『지오포이트리』를 최근 읽었다. 이 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의 출판을 감수한 좌용주 지구과학 국내 권위자가 쓴 책이다. 『지오포이트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며, 단백질이 주 구성원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아미노산은 실험을 통해
리뷰제목


 

현대 과학의 틀 위에서의 지구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설들을 상세히 소개한 책 『지오포이트리』를 최근 읽었다. 이 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의 출판을 감수한 좌용주 지구과학 국내 권위자가 쓴 책이다. 『지오포이트리』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탄소를 기반으로 하며, 단백질이 주 구성원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아미노산은 실험을 통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지며, 우주에도 고분자 화합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시지구에선 아미노산을 발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미노산이 흔하다고 하여 생명 탄생이 쉬웠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좌용주 저자는 생명의 탄생 조건에는 ‘자기복제 기능’과 ‘효소로서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복제를 해야 유전 정보를 옮길 수 있고, 효소 작용이 가능해야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백질 월드 가설과 DNA 월드 가설은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되었다. 기후변화가 급격한 오늘날, 인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짧게는 4억 년 후 태양의 변화로 야기되는 이산화탄소의 감소, 산소의 감소와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없어질 운명이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결국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외계생명체 탐색과 행성의 생존 적합성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바로 이것이 과학의 한 분야로서 지구과학이 시간이 갈수록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썼다.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고 감동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

 


 

이 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감동의 연속이다.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진화하는 풍경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책이다. 글솜씨 또한 놀랄 만하다. 그린란드를 탐사하면서 지구의 신비, 생명의 신비를 탐험하듯이 샅샅이 살핀다. 지구과학자들의 일이다. 이들은 태고의 지층을 탐사하며 특정한 곳과 상황에서 벌어지는 세부 사항, 미묘한 단서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지질학자인 윌리엄 글래슬리는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깊은 사색과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린란드는 진정한 야생이 남아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저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두 명의 지질학자와 함께 지질학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방문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서 몇 주 동안 야영을 한다. 문명세계로부터 자발적으로 고립된 채 그들은 인간의 존재를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아무런 저항 없이 걷고 항해하면서, 지구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오래된 기반암의 샘플을 찾아내고 사진을 찍고 측정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에 정면으로 맞서는 반복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유지되고 진화하는 대지와 생태계,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자연사 분야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는 존 버로스 상을 시작으로, 뉴멕시코 애리조나 북 어워드 수상, 스탠퍼드 대학과 윌리엄 사로얀 재단이 수여하는 국제집필상 최종 후보, 커커스 리뷰 ‘올해 최고의 책’,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추천도서, 파이 베타 카파 클럽(아이비리그 우등생클럽) 추천도서 선정 등 많은 매체들로부터 수상과 찬사를 받았고 독자들의 칭찬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수작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앞으로 느끼겠지만 태고라고 표현할 정도로 빙하 속의 지구의 신비들이 저자의 글솜씨가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베일을 서서히 벗는다. 생명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완전 적막함, 고요함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글솜씨는 수많은 찬사를 받고 감동을 준 값어치를 가늠케한다. 이렇듯 깊이 있는 성찰과 풍부한 문학적 설명, 과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책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먼 곳으로 우리를 떠나게 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우리는 한 과학자가 펼치는 과학과 시의 멋진 만남을 보게 된다. 앞서 언급한 지구과학자 좌용주의 「감수의 글」 또한 인상적이다.

"글래슬리의 글에 탄복했다. 야외 지질조사의 여정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매우 놀라웠다. 어렵게 느껴지는 지질 현상의 묘사조차 그만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는 태양빛, 파란 바다, 거친 표면의 패턴을 이루는 암석, 바위를 덮고 장식하는 넘쳐나는 지의류, 무리 지어 다니는 청어 떼, 장엄한 고독에 이르기까지 그린란드 순백의 야생이 생생히 펼쳐진다. 이 책은 단순한 지질조사 기록물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야생을 홀로 걸으며 저자는 과학적 기록을 남기고 철학적 사색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도 구속이나 방해 받지 않는 장엄한 고독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생명체들의 삶을 보는가 하면, 미스터리로 가득 찬 암석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이 땅이 우리만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광활한 대지에서 맹렬한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야생은 ‘모든 것의 부재에 존재하는 냉기의 순수함’을 전해준다. 그 속에서 무한한 자유가 삶으로 침투하고, 그 궁극의 순수함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 근본적인 것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지속적인 일광은 일종의 해방이었고, 움직임을 제한하고 시야를 한정시키는 밤의 암흑이 사라지면 시계나 시각 따위는 불필요한 짐이 된다. (…) 자연의 웅대함에 흠뻑 빠진 채 노두에서 노두로 이동하다 보면 일상은 겸손해진다. 시간은 무의미해지고 인식의 저 끝에 머문다. (…) 도시의 소음은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고 우리는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영혼의 안과 밖을 가르던 경계는 불분명해졌다. 우리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지구의 진화 방식을 둘러싼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과학자인 우리가 그곳에서 연구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그곳에서의 강렬한 경험’의 배경에 불과했다.”

 


 

저자는 ‘인간이 없던’ 지구의 거의 모든 역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를 그린란드의 광활한 고요 한가운데로 독자를 이끌고 가, 지구의 영혼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부패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때 묻지 않은 자연과의 만남을 선물하면서, 존재의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광활한 풍경으로 들어가 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저자는 예술가적 기교로 가득한 위대한 자연의 세계와 그 안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수천 마리의 청어가 수 미터 너비의 띠를 이루며 양쪽 방향으로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모습은 그림처럼 펼쳐진다. 날개는 바람의 속도에 맞춰 절벽 끝에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지도록 살짝만 조정할 뿐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날아오르는 작은 송골매의 비상은 눈앞에서 보는 듯 야생의 순간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날 태양빛을 흡수하는 노두에 누워 셔츠로 스며드는 온기를 느끼는 저자의 평온한 모습은 빛과 감촉이 전해주는 감미로움을 전해준다. 모든 문장에는 야생에 대한 호기심, 경외하는 마음, 존경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야생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물고기 떼 가운데 놓인 빙하 덩어리, 절벽 표면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바람, 바다표범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 피어나는 생명의 생식기관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 야생은 추론하고 시를 짓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문턱이다.”

저자가 만난 지구의 표면은 거칠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아름다움에 에워싸여 진화하는 세상을 생생히 담고 있다. 그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원을 알려주는 놀라운 생명체와 자연 현상, 과학의 장점과 한계, 그 안에 놓인 자연을 찾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지구의 속속들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솟는다. 무생물체인 돌멩이 하나에도 생명의 신비가 곁들인 듯 한없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수십억년의 비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가 발견한 과학자에게 하나씩 하나씩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조약돌 하나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한 지질학자의 아름다운 접근 또한 돋보인다. 물고기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도 솟구치는 생명력을 느끼는 과학자의 섬세한 눈길과 창의력 높은 글로 지구의 한갖 무생물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간도 지구의 한 생명체로서 아름다운 지구를 더 아름다운 생명체로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분에 거주하며 그 일부만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2.5미터 높이와 몇 미터 너비보다 적은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그 일은 잘해낸다. 하지만 툰드라 식물과 흠뻑 젖은 토양의 뒤엉킴 속에 존재하는 세상에는 애초에 접근할 수 없다. 조차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형태에도, 매가 날아다니는 혼돈 가득한 해류에도.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빈곤해지고 무지해진다.

-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 들꿩」 중에서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내 주위의 풍경은 새로움과 조화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색상, 질감, 형태, 패턴이 한 표현에서 다른 표현으로 막힘 없이 흘러갔다. 중대한 개념(바위, 물, 공기, 추위)들을 제외하고 익숙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이해를 거부했다.

-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지 않은 풍경 : 꽃이끼」 중에서

 


 

저자 : 윌리엄 글래슬리(WILLIAM E. GLASSLEY)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지질학자이자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의 명예연구자로, 대륙의 기원과 진화, 그것들을 활성화시키는 과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열에너지: 재생에너지와 환경CRC PRESS, 2014》이 있다. 현재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거주한다.

 

역자 : 이지민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철학 가게》《망각에 관한 일반론》《철도, 역사를 바꾸다》《그곳에 가는 길》 등 다수가 있다

 

감수 : 좌용주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지질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소에서 남극연구를 수행하다 1992년부터 경상대학교 지질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화성암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고고지질학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극지연구로는 남극권의 남쉐틀랜드 군도 일대와 북극권의 스발바르 제도에서 지질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암석학회와 한국지구과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 위원장, 경상대학교 기초교육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지오포이트리》《테라섬의 분화, 문명의 줄기를 바꾸다》를 비롯해 여러 권의 청소년을 위한 지구과학 교양서적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사람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을 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a | 2021.10.25 리뷰제목
지질학에 관한 이야기 지만 나는 작가와 함께 그곳에 앉아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천천히 검색하면서 사진들을 보며 함께 걸었다. 월든이 그린란드에서 살았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몇십억년을 켜켜이 쌓인 지구의 시간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반대로 찰라의 인간이 보인다. 어디론가 가고 싶고 숨고 싶을 때 사람이 없는 곳이 필요할 때 숨으면 딱
리뷰제목
지질학에 관한 이야기 지만 나는 작가와 함께 그곳에 앉아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천천히 검색하면서 사진들을 보며 함께 걸었다. 월든이 그린란드에서 살았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몇십억년을 켜켜이 쌓인 지구의 시간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며 반대로 찰라의 인간이 보인다. 어디론가 가고 싶고 숨고 싶을 때 사람이 없는 곳이 필요할 때 숨으면 딱 좋을 책이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근원의 시간 속으로 평점10점 | g****y | 2021.10.17 리뷰제목
근원의 시간 속으로    가끔 수많은 찬사와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홍보에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수많은 찬사와 문학상 수상이란 설명이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작품이었다.     마치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영혼과 모비딕을 쓴 허먼 멜빌의 영혼이 결합된 듯한 저자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탐구하는 지질학자면서도 자신의 사색과
리뷰제목

 

근원의 시간 속으로 

 

가끔 수많은 찬사와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는 홍보에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수많은 찬사와 문학상 수상이란 설명이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작품이었다.  

 

마치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의 영혼과 모비딕을 쓴 허먼 멜빌의 영혼이 결합된 듯한 저자는 그린란드를 탐험하고 탐구하는 지질학자면서도 자신의 사색과 기록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한편의 대서사시로 그려낸다.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익숙했던 알래스카가 아닌 그린란드 라는 점도 신선했는데 저자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에서 몇 주 동안 야영을 한다. 인간의 존재를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아무런 저항 없이 걷고 항해고 지구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오래된 기반암의 샘플을 찾아내고 사진을 찍고 측정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극한의 환경 속에서 유지되고 진화하는 대지와 생태계, 한없이 작은 인간의 존재를 생생하면서도 문학적으로 함께 사유하고 느끼게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그린란드에서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과학자가 쓰는 언어가 아닌 예술가가 쓰는 언어로 말한다는 점이다. 어떤 대목들에서는 너무 진지하고 비장하며 거창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 표현들이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하기에 그걸로도 모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 자연과 함께하는 철학적 사유을 독자들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도록 쓰는 대목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야생에서 펼쳐지는 생사의 보편성에 경탄하고 있었다. 툰드라 표면에는 새의 뼈와 북극여우의 두개골, 순록의 뿔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진화론적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증거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새하얀 땅 위를 어두운 음영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미래는 계속해서 뼈의 표면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우리가 계획하고 구축한 세상에서는 우리가 실제로 어떠한 세상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지난 수십억 년에 걸쳐 펼쳐진 변화의 산물이다. 우리가 무엇인지, 무엇의 일부인지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형태가 완성되지 않은 야생의 세계를 알아야 한다. 그곳은 뼈가 놓여 있는 세상이다.

 

이 땅은 우리를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중 극히 일부분에 거주하며 그 일부만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2.5미터 높이와 몇 미터 너비보다 적은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진화했다. 우리는 그 일은 잘해낸다. 하지만 툰드라 식물과 흠뻑 젖은 토양의 뒤엉킴 속에 존재하는 세상에는 애초에 접근할 수 없다. 조차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형태에도, 매가 날아다니는 혼돈 가득한 해류에도. 이러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빈곤해지고 무지해진다. 

 

위대한 외로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했다. 내 주위의 풍경은 새로움과 조화로 굉장히 아름다웠다. 색상, 질감, 형태, 패턴이 한 표현에서 다른 표현으로 막힘 없이 흘러갔다. 중대한 개념(바위, 물, 공기, 추위)들을 제외하고 익숙한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은 이해를 거부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