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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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하는 일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리뷰 총점 9.6 (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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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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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에세이] 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평점10점 | c********u | 2022.01.09 리뷰제목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될 턱이 없음을 알기에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딸아이가 정시 원서를 내놓고서 지원자 수를 지켜보면서 한숨과 자책을 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은 퇴근한 아빠에게 전문대에도 혹시 모르니 원서를 써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렁한 눈을 맞춘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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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될 턱이 없음을 알기에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딸아이가 정시 원서를 내놓고서 지원자 수를 지켜보면서 한숨과 자책을 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은 퇴근한 아빠에게 전문대에도 혹시 모르니 원서를 써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렁한 눈을 맞춘다. 시험을 망친 탓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얼굴이 다 뒤집어질 정도로 아토피가 재발했다. 녀석은 제 속도 말이 아닐 텐데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보태져 하루가 지옥일 게 뻔하다.


이제 20년 인생에 1년은 별거 아니고 낭비한 것도 아니라서 천천히 하고 싶은 걸 찾아봐도 된다, 고 했지만 딸아이의 인생에 대학은 어떤 의미일지 속단할 수 없으니 그저 기다려 주는 수밖에. 그러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없어지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는 작가의 말이 어찌 와닿지 않을까. 조용히 딸아이에게도 전한다. 덧붙여 다소 느리지만 천천히 네 걸음으로 너의 보폭으로 거닐길 바란다고도.



 


잘 버리지 못하던 것들에서 물건을 버리는 일은 마음에 담아 둔 기억을 버리는 일이고 결국 생각을 버리는 연습이라는 말에 멈칫한다. 나는 버릴 것일이 수북이 쌓여있음에도 여전히 쌓고만 있을까 싶어서. 버리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 갈수록 관계는 적어지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나에게 없는 것을 상대방이 갖고 있을 때보다 나는 아무리 애써도 그걸 갖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좌절한다." 91쪽, 잘나가는 친구


어쩌면 이 시대 모두의 초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만 보고 죽어라 달려야 며칠의 안정을 맛볼 수 있는 월급은, 그 존재감이 찰나여서 영끌해야만 그나마 만져볼 수 있는 돈을, 투기에 가까운 투자라고 믿으면서 털어 넣을 때의 불안감. 누군가의 차이 나는 클라스의 돈놀이로 어느새 벌어진 격차에 한숨짓는 사람들이 주변에 천지삐까리로 넘친다. 에이C 쓰다 보니 내 한숨이 제일 크게 들리는 거 같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 매번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는 작가의 말을 살갗을 파고드는 뜨거운 사막에서 질식하기 직전 목을 축이는 한 모금 생명수처럼 바들바들 떨면서 퍼올린다. 그런 내 인생의 수많은 오류가 내 아이의 오류가 되지 않도록 조금 더 나은 선택을 도와줄 한줌 지혜가 있으면 싶다.


그럴 줄 알면서 매번 해야 하는 선택은 후회로 남는 경우가 허다한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지는, 처한 상황이 어떻든 자신에게 보다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쓸 때야 비로소 보다 나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린 많든 적든 선택에서는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고.


체육학을 전공하던 시절, 운동이 좋았고 체육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뜻하지 않게 사고가 났고 난 더 이상 운동은커녕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극한은 힘을 짜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 몸으로 복학을 했지만 동기나 후배들이 땀 흘리는 공간에 같이 있다는 건 큼지막한 알사탕이 목에 걸린 듯 답답하고 괴로웠다. 내가 하면 저들보다 훨씬 잘 해낼 텐데,라는 생각과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는지, 하는 자책이 동시에 휩쓸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후에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애써본 덕에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하고 싶었던 체육 선생님은 여전히 가슴 한켠에 이루지 못한 꿈처럼 남았다. 어쨌거나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앞에서는 뒤가 아닌 앞을 보고 숨을 마셔야 더 잘 보인다. 그래야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바라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깊이 숨을 들이 마셔 본다.



 


한숨이, 어이없음이 단전을 들끓게 한다. 역무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복사한 후 그도 누군가를 해코지하면 자신도 일상이 지옥이 될 수 있음을 지긋이 천천히 알려 주어도 좋았을 텐데.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건 복수가 아니라 친절 아닌가. 지금도 어느 역에서 바삐 뛰는 누군가에게 다리를 디밀어 지옥을 만들고 있을지 모르는데, 그 나쁜 자식이.


"이제는 어느 정도 선을 그을 줄 안다. 지금 마음을 주되, 미래의 그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주지 않는다. 내일 그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네가 그럴 줄 몰랐다며 섭섭해하지 않기로 한다." 166쪽, 한때 고마웠던 사람


읽으면서 답답함이 꽤나 있었다. 작가는 삶에서 참 많은 관계가 어려웠겠다는 생각 그런데 어느 정도 시니컬한 마음으로 타인의 감정에 본인의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삶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것처럼 보여 안도감도 든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잇고 끊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럴 때 내 감정은 곪아 가는데도 유지하려 애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런 관계는 끊어내도 사실 별로 티도 안날 경우가 많다. 나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 그 사람은 나를 그렇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쌔고 쌨다. 내 절친과 그의 절친은 분명 다르다. 우리 착각하며 살지 말자, 라는 생각은 50년 넘게 살아보니 깨닫는 좋은 일 중에 하나다.



 


이 책은 이런 휘청이는 관계가 별것 아닐 수 있음을,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하고 위로받는다. 어디쯤 잘못 꼽혀 있을지도 모르는 책처럼, 마음을 잘 살펴야겠다.



 


작가를 잘, 아니 아예 모른다. 혹시나 그의 책을 읽었는데 잊었을까 해서 오랜 기록들을 뒤적여봐도 찾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차분해지고 섬세하게 뒤죽박죽 엉망이던 감정이 마구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마치 뒤엉킨 큐브 색깔을 하나하나 맞춰 나가듯. 딱히 내가 널 위로해 줄게, 라며 티 내지 않아도 그냥 위로가 되는 책이다. 타인의 이야기에서 내 모습을 이리 많이 비치는지. 스며들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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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간이 하는 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 평점10점 | h******o | 2022.01.10 리뷰제목
1.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자꾸 들여다봐야지. 물어봐야지. 살펴봐야지.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은 없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마음은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 p.243     내 마음에 어떤 부분들은 아직도 못된 마음이 있다. 그 못된 마음의 어딘가에선 반드시 눈물이 터져 나와, 이러면 안 되는 거였구나, 하는 마음들이 나올 때,
리뷰제목

 

 

1.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자꾸 들여다봐야지. 물어봐야지. 살펴봐야지.

 

어디 잘못 꽂힌 마음은 없는지.

잃어버리고 사는 마음은 없는지.

잘 살고 있는지.

 

- p.243

 

 

내 마음에 어떤 부분들은 아직도 못된 마음이 있다. 그 못된 마음의 어딘가에선 반드시 눈물이 터져 나와, 이러면 안 되는 거였구나, 하는 마음들이 나올 때,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바라다본다. 나의 삶을 바라보면, 내가 지금의 내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거기에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들이 오곤 한다.

 

시간이 하는 일은 에세이다. 때로는 자신이 걸어온 길 중에서 어떤 부분을 반성하기도 하고, 자신이 돌아온 길을 살펴보면서, 하나씩 하나씩 길을 마련하고자 하는 에세이다. 때로는 미래의 걱정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하지만, 거기에도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저자는 차츰차츰 자신의 삶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시간이 하는 일

은 조금씩조금씩 나를 젖어들게 하는 에세이다.

 

 

2.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과 가지 않은 길이 있었다. 삶이 단단히 묶인 매듭 같아서 도저히 풀리지 않을 때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일을, 가지 않은 그 길을 자주 생각했다. 생각의 끝에서 만나는 것은 불행과 우울이었다. 지금 나에게 없기 때문에 아쉬움이 되고 동경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땐 하지 못했따.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쪽을 아쉬워하며 곁눈질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 p.048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얻게 되는 교훈은 그 일을 통해서 나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중요한 순간을 넘기면, 반드시 내게 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시간이 하는 일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어쩌면 그런 힘이 생길 가능성도 있겠다. 시간이 하는 일이니까.

 

3.

 

하지만 내 생각, 내 아이디어, 내 것이라고 믿은 것들은 결국 순수하게 내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생각에 많은 부분 빚졌을 것이고, 나는 그걸 조금 다듬고 보탰을 것이다. 내 것이라 할 게 없는 것을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었다. 이기지 못한다고 괴로워했다. - p.057

 

 

저자의 깨달음. 처절하게 반성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지금의 나도 그러하지는 않은지 항상 끊임없이 돌아보게 된다. 그 끊임없는 돌아봄이 지금의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미래의 나를 어떤 위기의 순간이 와도 극복할 힘을 길러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나의 자세를 돌아본다.

 

시간이 하는 일에서 얻은 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감성의 힘. 그리고 절제의 힘. 그리고 마음의 힘. 그 힘들이 모여서 나의 지금을, 나의 나주을 밝히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지금 몹시도 큰 힘이 된다. 그 힘들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 백도씨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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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간이 하는 일 - 권미선 에세이 평점10점 | d******2 | 2022.01.09 리뷰제목
“지금 보내는 힘든 시간들도 길고 긴 인생 그래프에서 보면 봐줄 만한 하루라는 것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굴곡은 조금씩이지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는 것을. 이 모든 게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p.25       일을 하다가 마음이 힘든 날이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니깐, 지켜보다가 한 분이 “네가 지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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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내는 힘든 시간들도 길고 긴 인생 그래프에서 보면 봐줄 만한 하루라는 것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는 굴곡은 조금씩이지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거라는 것을. 이 모든 게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p.25

 

 

 

일을 하다가 마음이 힘든 날이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니깐, 지켜보다가 한 분이 “네가 지옥이라고 생각하면 이 곳은 지옥이고, 네가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이 곳은 천국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마음을 바꾸니 그 상황이 힘들지 않아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것을 내기 너무 깊이 생각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문구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사실 『시간이 하는 일』 책을 읽고, 저자의 생각, 경험, 감정, 몇 해 전에 했던 고민, 갈등 등이 나랑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일상, 일을 하면서 겪는 것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것들을 담담하게 글을 썼는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가슴 시리기도 하고, 저자에게 ‘토닥토닥’해주고,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책, 저자랑 대화를 나눈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어떤 일이든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애써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노력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되니까 말이다.”

 

p.121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이 왜 ‘시간이 하는 일’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의미없는 시간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도 있지만, 그 돌아가는 길을 통해 볼 수 없는, 어쩌면 모르고 넘어갈 풍경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는다. 마음이 편안해졌고,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저자가 나에게 응원한다, 너의 마음을 안다, 괜찮아~ 등을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람들이 사는 것이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생각 등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고, 다음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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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간이 하는 일 - 시간만이 해줄 수 있는 위로 평점9점 | s*****2 | 2021.12.25 리뷰제목
삶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몸의 상처라면 가시적인 것이라 병원에서 치료를 곧잘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러기가 쉽지가 않지요. 보통은 방치되고 정말로 기억에서 사라진다기보다 그 당시의 감정보다 아무래도 옅어지게 되고요. '시간'이 진정한 의미의 해결사인 건 아니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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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몸의 상처라면 가시적인 것이라 병원에서 치료를 곧잘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그러기가 쉽지가 않지요. 보통은 방치되고 정말로 기억에서 사라진다기보다 그 당시의 감정보다 아무래도 옅어지게 되고요. '시간'이 진정한 의미의 해결사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하는 일]의 이야기들은 작가 님의 과거의 경험들이면서, 그 경험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의 돌이켜보는 관점의 변화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시의 상황이나 관계된 사람들이 변함이 없을 과거의 것입니다,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는 것이라지만 중요한 건 역시 지금이니까요.

 

처음부터 세상을 대하는 게 방어적이고 또 열정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게 분명하지만 어떤 의미론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지키고 조금 덜 상처 입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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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추억도 안 좋은 기억도 그 자리에 두고 가야 할 때가 있다. 좋은 추억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고, 안 좋은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상처가 된다. 둘 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한다.

 

그때 알았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것을.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보다는 최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가 '생각보다 괜찮네?'하는 것이 더 안심이 되었다.

 

어릴 때는 여행하면서 누군가 내 것을 가져갈까 봐 경계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였으니 가진 것이 시간밖에 없었는데, 내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다. 괜히 이상한 사람과 엮여서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저 사람이 나에게서 무언가를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반가운 인사 하나라도. 내가 경험한 작은 일 하나라도. 잠깐 이야기를 들어 주는 시간만이라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상처가 그냥 상처로 끝나고 만다면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고,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것. 다 아는 것처럼 어설픈 조언을 하지 말 것. 그게 내가 지난 상처에서 배운 것이다.

 

작고 사소한 것.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그렇다. 멈춰 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다시 일어서게 한다. 삶이 아주 무기력했을 때, 다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어느 블로거가 올린 여행기 덕분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고, 그 여행지에 꼭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이 우울하던 일상에 반짝 불을 켜 주었다. 한동안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으로 살았다. 사정이 생겨서 결국 여행은 가지 못했지만, 그때는 무기력과 슬럼프를 빠져나온 뒤였다.

 

힘든 시절도 지나면 추억이 된다는 말은 더 이상 힘들지 않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죽을힘을 다해서 지금을 견디고 있는 사람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잘되고 나서 "모든 건 견딜 만했어"라며 인생에 선심 쓰듯이 말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어려운 건 반짝반짝 빛나는 성공 후가 아니라 실패의 과정 중에도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갖고서 너그러워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는 많은 것을 갖고 있어서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은 살 만한 것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박하고 별것 아닌 것을 손에 쥐고도 그렇게 말하는 삶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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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선 작가님의 [시간이 하는 일]을 읽다 보면 정말 환하게 온 주위를 밝히는 빛과는 다른 지속할 작은 반짝임이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비관적이라기보다 포장되지 않은 솔직한 일상의 감정이면서, 특히 놓고 가야 할 기억에 관한 부분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추억은 보통 좋고 소중한 것이고 추억이 담긴 물건들 역시 그렇잖아요? 여행지의 영수증은 조금 지저분해져서 곧잘 버렸지만 영화 팸플릿은 정말 오래 모으고 보관 중이라서 더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렇다고 몽땅 버릴 것은 아니지만요. 영화든 여행이든 그 추억으로 떠올려 잠시 위로받는 정도여야지 지나치게 그리워하면 오히려 무기력해졌던 경험도 있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예의 추억 때보다 힘들 테니까요... 무언가를 갖지 못하고서 너그러워져야 하는 어려움은 한때가 아니라 거의 언제나라서 '인생은 살 만한 것이야'도 꼭 지녀야 할 태도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학생인 어린 친구들보다도 사회생활의 풍파를 직접 맞고 있는 직장인 분들에게 전할 위로의 선물로 추천하고 싶은 [시간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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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북 클러버] 시간이 하는 일 평점10점 | a*****1 | 2024.03.30 리뷰제목
권미선 작가의 책은 두번째다. '아주 조금 울었다'에서 만난 그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센치했다. 그녀의 글은 낙관과 비관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가 터졌다가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이어졌고 어떤이는 밤에 보면 안되는 책이라고이야기 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책이었다. 이번에 만나는 '시간이 하는 일'은 어떨지기대가 된다.멋진 의사 한 명
리뷰제목

 

권미선 작가의 책은 두번째다. '아주 조금 울었다'에서 만난 그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센치했다. 그녀의 글은 낙관과 비관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가 터졌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이어졌고 어떤이는 밤에 보면 안되는 책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책이었다. 이번에 만나는 '시간이 하는 일'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멋진 의사 한 명을 만났다. 지칠대로 지친 그녀가 계속해서 잠만 자기를 반복하다 찾은 의사는

그녀에게 '나중에 해요, 나중에. 천천히. 몸 좀 좋아지고 나서. 급할 것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운동이 부족하다느니, 의지가 없다느니 하는 객소리가 아닌 현실에 딱 맞는 그런 답을

준다. 억지로 밀어 붙이지 않는다. 그런 의사에게 그녀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의사를 만나

보고 싶다. 뭐가 그리 바쁜지(그들도 그게 직업이고 일이니 그렇 수 있을거라 생각은 한다)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쫒겨나듯 진료실을 나온 기억이 있는 이들은 안다. 그 더럽고

치사한 마음을. 한데 이 의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살피고 안정을 준다. 어디에

있는 의사인지 궁금하다.


사람은 누구나 무기력감을 느낀다. 각자가 느끼는 양과 범위는 다르지만 대부분 자신이 겪는

무기력감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정말 무기력함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째찍질을 한다. 마치 잠시라도 쉬어서는 안되는

기계마냥 줄기차게 달리기를 바란다. 사실 무기력은 '쉼표'다. 쉬어 달라는 몸의 신호이고

멈추어 달라는 생각의 표현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아니 기계도 쉰다.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힘겹다면 쉴때가 된것이다. 지금은 도저히 아닌것

같겠지만 '언젠가' 그 날은 반드시 온다. 그 날을 위해 쉬어야 한다.


지나고 보면 풍경이나 벅물관이나 공연 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과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을 한께 한다는 것, 어떤 부담이나

의무감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은 친절해 지

는 시간, 그 시간은 결국 사람이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지독한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살면서

잃어 버린 것 어쩌면 잃어 버린 줄도 모른채 사는 것, 그것은 그대로 시간의 외로움이 된다.

시간은 그렇게 그 사람을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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