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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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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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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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에너지믹스의 선결조건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21.07.28 리뷰제목
탈원전의 여파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일이 원전 부지평가 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평생의 업이 되었다. 1980년 월성 원전 후속기부터 시작해서 영광ㆍ울진ㆍ고리, 검토만 하고 부지로 선택되지 않은 부안ㆍ산포ㆍ송공, 사우디에서 스마트 원전 부지평가를 준비하기까지 40년 넘게 간여해왔다. 그러다 보니 부서의 매출 상당부분이 원전 사업이었고, 2017년 선포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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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의 여파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일이 원전 부지평가 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평생의 업이 되었다. 1980년 월성 원전 후속기부터 시작해서 영광ㆍ울진ㆍ고리, 검토만 하고 부지로 선택되지 않은 부안ㆍ산포ㆍ송공, 사우디에서 스마트 원전 부지평가를 준비하기까지 40년 넘게 간여해왔다. 그러다 보니 부서의 매출 상당부분이 원전 사업이었고, 2017년 선포된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태풍으로 밀어닥쳤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본사에 있을 때 검토해보니 태양광발전은 장치산업에 지나지 않았고 풍력발전은 우리가 간여할 부분이 없었다. 깊이 있게 검토한 것이 아니니 재생에너지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측이 어려운 기후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생산과 소비의 시점이 일치하지 않을 때 전기를 저장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 엄청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방안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원전 건설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어서 탈원전 정책이 선언되고 나서도 충격이 미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사업의 가장 초기에 이루어지는 부지평가는 탈원전 선언 즉시 그 충격이 밀어닥쳤다. 발주가 임박해 있던 사업이 줄줄이 취소되고 수행하고 있던 원전 감리사업은 언제 중지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는 일이 먼저가 되어야 했지만, 그것보다는 감정이 앞서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과 재생에너지의 부적절함을 밝히는 일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원전을 폐쇄해야할 이유가 아닌 것은 분명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점은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믹스라는 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전력 생산 수단으로서의 재생에너지만 생각했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있고 난 후 페이스북에서 전력분야의 전문가 몇 분을 만났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이 전기 공급 시스템을 무너뜨려 대정전(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워낙 전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저 현재 전기 공급 시스템은 통제 가능한 전력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재생에너지가 그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아들었다.

 

그리드

 

현지법인에 부임하기 전 본사 전력사업부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추진하면서 처음 ‘그리드’라는 용어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리드의 개념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는 데에는 전문가들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글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번역한 <그리드(Grid)>를 만났다.

 

전기가 소비자에게 공급되기까지 발전ㆍ송전ㆍ배전 과정을 거치는데, 이 책에서 전기가 만들어진 역사에서부터 지금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도 이 중 송전ㆍ배전 과정을 그리드라고 칭하는 것 이상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해한 것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전력은 저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소비자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생산되는 즉시 공급되며, 이 모든 과정은 1,000분의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가 얼마나 전력을 요구하든 각각의 순간에 그리드에 연계된 전기장치가 무엇이든 이에 필요한 전력은 바로 그 시점에 그리드에 연계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거의 완벽하게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리드는 통제나 예측이 가능한 전력을 분배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재생에너지가 망에 더 많이 진입할수록 운영과정이 복잡해지고 예기치 못한 문제가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른 기후 차이가 크고 변화무쌍하다. 겨울에는 일조량이 적어 그만큼 많은 난방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줄어든 일조량 때문에 태양광발전량이 줄어들고 풍력발전은 블레이드가 얼어붙어 발전량이 더 줄어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폭염과 혹한은 에너지 수요를 급증시키지만 그것이 또한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을 갉아먹는다. 이와 같이 전력이 부족할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예비 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과잉 생산되어 남은 잉여전력을 처분하기도 어렵다.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은 그리드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발전량 변동 폭이 크다. 이의 비중이 올라갈수록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과도한 전력이 그리드에 유입되면 그리드는 전력을 차단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강풍이 불어 닥칠 때 그리드에 유입되는 전력과 유출되는 전력을 맞추기 위해 풍력발전소에 돈을 주고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태양광발전도 다르지 않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그리드를 증설해야 하지만 모두들 재생에너지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만 그릴 뿐 증설은 아예 시야에 없다. 재생에너지 전원은 대체로 전력을 소비할 사람도 없고 송전선도 없는 곳에 위치한다. 그리드가 이런 곳에 유지되었던 적은 없었다.”

 

“연평균 정전시간은 일본 11분, 독일 15분, 한국 16분, 이탈리아 51분이며 모두들 10분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120분 이상인데다가 그마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기계장치는 전기 공급이 15초 중단되든 15분 중단되든 15시간 중단되든 정확히 같은 종류의 손상을 일으키고 원래대로 복구하는데 거의 같은 시간이 걸린다. 2014년 간행된 백악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일어난 정전사태의 90% 정도는 배전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전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리드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전력산업의 기틀을 만든 선구자들은 태양과 바람의 변덕스러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런 변덕을 그리드에 수용하는 일은 발전의 기반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꾼다고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단순한 개선을 넘어선 재창조라고 말하며 그 난이도는 우리가 보유한 모든 항공기가 승객을 가득 채운 채 비행하는 상태에서 활주로와 관제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전력저장

 

재생에너지는 넓은 부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운전시간이 기존 발전소에 비해 월등하게 적어 이 시설이 대대적으로 확장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좁은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앞서 정리한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그리드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결국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모든 전력 산업 이론가가 꿈꾸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제 이 문제는 꿈이 아니라 당장 타개해야할 현안이 되었다. 결국 미래에 에너지를 더욱 청정한 방식으로 활용하려면 재생에너지에 의해 과잉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해 놓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와 수소전지 뿐 아니라 대륙 간 연결을 통해 그리드를 확장하는 슈퍼그리드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으며, 환경문제 때문에 건설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지만 양수발전소 또한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가 평생 해온 일 중 원자력발전소 다음으로 많이 한 일이 지하저장시설이다. 연구소에서 지금 회사로 옮긴 1982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하에 대규모 터널을 뚫어 원유ㆍ등유ㆍLPG를 저장하는 시설의 부지를 선정하고 설계하고 감리하는 일을 해왔다. 저장시설은 장치시설이니 수요가 무한정 늘 수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검토한 일이 있는데, 그 하나가 바로 압축공기저장시설(CAES, Compressed Air Energy Storage)이었다. 전기로 공기를 압축해 동굴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압축공기로 다시 발전하는 시스템인데, 당시로서는 이를 도입할 유인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검토만 하다가 접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탄소제로를 위해 재생에너지가 발전원의 주축을 이루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방안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이런 시설을 설치할 만한 양질의 암반이 지표 얕은 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지하수위가 지표 근처에 분포하고 있어 수압을 이용할 경우 동굴 안에 콘크리트나 철판으로 복공(lining)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거둘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터널이야 누구든 덤벼들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시설에서는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지하수를 이용한 기밀유지’ 기술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텐데,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얼마 되지 않아 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사우디 왕세자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네옴 신도시는 탄소제로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모든 전력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당연히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ESS를 검토하고 있겠지만, 과문한 탓인지 아직 CAES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물론 세계유수의 기업이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반은 그리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반은 평소에 익히 그 역량을 알고 있던 전문가들이 합동해 번역한 책이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두 번이나 읽었지만 덕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나야 이미 은퇴를 넘긴 나이이니 내가 간여할 기회를 얻을 수는 없겠지만, 후배들이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상황

 

역자들이 이 책을 번역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읽기 전에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상황에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다. 읽고 보니 그리드, 더 나아가 전력산업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후배들이 겨냥해야 할 시장에 대한 통찰을 얻는 덤을 누렸다. 좋은 책을 골라 오랜 시간동안 애써 번역한 역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더구나 그저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이와 관련한 한국의 상황을 책의 해제에 정리해놓아서 사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혼자 읽고 넘기기 아까워 역자들이 부연 설명한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긴다.

 

“원자력은 반핵운동으로 인해 시민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원자력 수용성이 갑자기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신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의 믿음이란 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명백한 실체이고 사람의 믿음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하고 성패를 알 수 없는 설득작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의 그리드를 지배하는 것은 한전 단 하나이다. 심지어 송전시장과 배전시장도 분할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망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덕택에 한국의 그리드는 정전도 적고 송배전 손실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다. 그리드의 뼈대를 이루는 송전망도 인상적이다. 한국의 송전망을 이루는 골간은 호남과 영남의 원전, 영동과 충남의 석탄화력에서 수도 쪽으로 향하는 원거리 송전망이다. 또한 전기가 더 많이 움직여 송전망의 용량을 더 많이 잡아먹지 않도록 발전소를 배치했다. 수도권 외부 방사망의 끝에는 원전과 석탄화력과 같은 기저전원이 연결되어 있으며 반면 비싸게 거래되어 가동순서가 후순위인 LNG 복합화력은 인천과 같은 수도권 내부에 다수 자리하고 있다. 이는 장거리 송전망은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꾸준하게 운전한다는 뜻이고 중거리 및 단거리 송전망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만 운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송전의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이렇게 장거리 송전에 우리한 그리드의 구조는 한전의 독점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 40년 가까이 사실상 전력요금을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고 송배전 손실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그리드를 건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장거리 송전망을 확대하는 작업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전은 현재 전원과 수요처에 따라 그리드를 정교하게 배열해놓았지만 변동성이 큰 전원인 재생에너지는 이와 상관없는 위치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남과 제주도의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현재 구축된 그리드의 수용력을 초과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렇게 분포가 흐트러지면 전력망을 따라 전기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지고 당장은 큰 용량이 걸리지 않는 송전선로에도 대량의 부하가 걸리는 상황이 잦아진다.”

 

앞으로 역자들이 에너지 저장시설에 관한 좋은 책을 골라 우리에게 소개해주면 좋겠다. 배터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 있을 테니 배터리를 제외한 에너지 저장시설, 즉 슈퍼그리드나 양수발전소, 그리고 관심을 크게 두고 있는 CAES와 같은 기타 저장시설에 대한 좋은 안내서를 편찬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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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리드의 과거 현재 미래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0 | 2021.07.15 리뷰제목
그레천 바크라는 인류학자가 2015년에 쓴 “그리드(The Grid)”라는 책이 2021년에 번역되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드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선로, 관련 시스템 전반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저자는 미국의 그리드를 중심으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그리드의 역사와 현재 이슈, 향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처음에 미국에 발전소와 전력망이 설치되고, 소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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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천 바크라는 인류학자가 2015년에 쓴 “그리드(The Grid)”라는 책이 2021년에 번역되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드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선로, 관련 시스템 전반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저자는 미국의 그리드를 중심으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그리드의 역사와 현재 이슈, 향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 미국에 발전소와 전력망이 설치되고, 소규모 개별 경쟁으로 이윤 확보가 어려워지자 전력회사들이 대형화와 지역 독점 등을 통해 이윤을 확보해 가고, 산업단지에 전기 공급과 가정에서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 확대되면서 새로운 전기 수요처를 확대해 간다.

전기의 역사가 약 200년 정도 되는 동안, 발전소들은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수력, 태양, 풍력 등 점점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소에서 친환경 소규모 분산형 발전소로 변해가고, 전기의 송배전 망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어 관리가 잘 안되면서 산불이나 정전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대규모나 다수의 소규모로 설치될 때 간헐적(햇빛이 좋거나 바람이 좋을 때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여 그리드로 보내면서 그리드의 안정적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고, 향후 배터리, 압축공기저장, 양수발전, 전기차의 충·방전 등 다양한 에너지 저장 기술과 에너지효율화 기술이 더욱 요구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그리드를 중심으로 하여 전기 사업자가 시대별로 시장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환경보호와 시장경쟁, 탈규제 등의 정책 환경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향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 뿐만 아니라 그리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전의 피해로부터 잘 회복될 수 있도록 대형 그리드와 마이크로 그리드가 함께 개선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가 향후 크게 확대될 전망임에 따라 재생에너지 전기의 출렁거림을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에 번역자들은 미국의 그리드 역사에 비춰, 한국의 그리드 개발 역사와 현재 이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그리드에 대해 전문가 인터뷰와 사례 소개 등을 통해 재밌게 소개하고 있다.

향후 그리드는 어떻게 변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야할 꺼리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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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21세기 전력 총력전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r*******n | 2021.09.07 리뷰제목
그리드/그레쳔 바크/ 김선교,전현우,최준영/동아시아/2021 화석 연료 시대가 끝나간다고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들, 연일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도 탄소 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투자하기 주저하게 만드는 정통적인 철강, 화학, 시멘트 회사들. 일찍부터 태양광에 집중투자해서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을 싹쓸이 하다 시피한 중국, 풍력과 수소에 집중하는 유럽, 뒤늦게 돈을 쏟아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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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그레쳔 바크/ 김선교,전현우,최준영/동아시아/2021

화석 연료 시대가 끝나간다고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들, 연일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도 탄소 배출이 많다는 이유로 투자하기 주저하게 만드는 정통적인 철강, 화학, 시멘트 회사들. 일찍부터 태양광에 집중투자해서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을 싹쓸이 하다 시피한 중국, 풍력과 수소에 집중하는 유럽, 뒤늦게 돈을 쏟아붓는 미국,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전기차, 전기차, 전기차. 사실 전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한여름 에어컨 가동율이 높아졌을 때 잠시 전력이 부족하니 어쩌니 떠들 때 뿐이고, 또 석유 값에 연동해서 전기료를 올리니 내리니 하는 말이 나오는 때 잠시 뿐이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화제의 중심이 되었는지. 사실 기후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코로나 확산이 인류에게 눈앞에 닥친 숙제로 던져졌기 때문일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류는 또 한고비 넘기겠지만, 그러려면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이해가 필요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책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리드, 뭐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까요. 전력망 이정도면 괜찮을까요? 아무리 효울이 높은 가전 제품을 자꾸자꾸 개발해 내도 점점 전기를 쓰고 있는 현실에서, 그리고 점점더 빅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서버에서 전기를 왕창왕창 잡아먹는 세상에서 왜 이렇게 요즘 태양광이다 풍력이다 원자력이다, 아니다 그걸로 안된다 쌈질 인지 세상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른바 친환경이라는 태양광과 풍력은 에너지가 생길 때는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잼병이라는. 그래서 저장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수소니 어쩌니 하는 것은 아직 경제성이 있을 만큼 개발되지 않았다는. 안정적으로 계측해서 전기를 쓸 수 있으니까 예전처럼 계속 석탄 석유 떼는 걸로 돌아가기에는 세상에 탄소 농도가 너무 올라가고, 그래서 기후변화가 너무 극심하고, 그래서 자연재패가 너무 늘어난다는. 그렇다고 원자력으로 가자니 소형원자로는 대형과 발전 체계가 달라서 안전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아,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은 거 같은데 그래도 찜찜해 하는 기분이 드는 건어쩔 수 없다는. 과연 인류는 어떻게 해야할까. 

더 큰 문제점은 그리드라는 전력망을 통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 되어 버렸냐는데 있습니다. 석탄 석유나 원자력으로 관리 할 때는 중앙 시스템에서 일괄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풍력 같은 경우는 지엽적이 될 수 밖에 없고, 더구나 태양광 같은 경우는 가가호호 가능하니 중앙통제가 힘들죠. 더구나 많이 생산되어 버리면 사 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려서 생산성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발전, 송전, 배전이 일사천리도 해결되던 세상에서 일단 발전이 여러갈래로 갈라져버리는 추세 속에서 어떻게 이걸 적절히 타협하면서 안정적인 전력망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각 나라마다 엄청난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전력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만, 이른바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면서도 민생에 직결되다 보니 부당하게 전기료를 억제시키는 경향이 많아서 항상 보고 있으면 그냥 주주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국유화를 하거나, 아니면 요금 현실화를 하고 전기를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싶으면 그만큼 국가에서 제대로 보상을 해주거나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무심하게 쓴 전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준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세상에 참 쉬운일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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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그리드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9 | 2022.07.19 리뷰제목
미국의 인류학자 그레천 바크가 연구하고 쓴 책이다. <그리드(The Grid)> 그리드는 네트워크와 함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선로 및 관련 시스템 전반을 의미한다. 이 의미 전체를 한꺼번에 도드라지게 표현하기 위해 '그리드'로 표기했다고 옮긴이는 전한다. 음; 이렇게 말하면 어렵다. 들어가는 글을 빌려 말하면 이렇다. 우리의 그리드는 스마트폰 배터리, 입출력포트, 충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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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류학자 그레천 바크가 연구하고 쓴 책이다. <그리드(The Grid)> 그리드는 네트워크와 함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선로 및 관련 시스템 전반을 의미한다. 이 의미 전체를 한꺼번에 도드라지게 표현하기 위해 '그리드'로 표기했다고 옮긴이는 전한다. 음; 이렇게 말하면 어렵다. 들어가는 글을 빌려 말하면 이렇다. 우리의 그리드는 스마트폰 배터리, 입출력포트, 충전기, 플러그, 콘센트, 벽에 숨겨져 길거리까지 뻗어 있는 전선, 변압기,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도시의 전봇대 숲, 여러 전봇대 위를 따라 흐르는 저전압 배전선, 전선이 연결된 변전소, 블라블라블라.............. 오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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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전기..너무 쉽게 쓰다보니 중요함을 잊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x*****4 | 2022.06.02 리뷰제목
이제는 콘센트만 꽂으면 승용차가 다니는 전기가 풍족한 시절이 왔다지만, 사용자는 그 전기의 귀중함을 못느끼는 듯 싶다. 발전, 송전, 보관 등...쉽게 사용하는 전기의 특성이 간단치 않음에도 지금 돌아가는 정책이나 흐름은 친환경이라는 점에만 포커스 맞춘다는 느낌 지울 수 없었는데...이 책은 본질을 명확하게 지적해준다. 당장 아파트 전기차 충전문제로 이런저런 문제가 현실
리뷰제목

이제는 콘센트만 꽂으면 승용차가 다니는 전기가 풍족한 시절이 왔다지만, 사용자는 그 전기의 귀중함을 못느끼는 듯 싶다.

발전, 송전, 보관 등...쉽게 사용하는 전기의 특성이 간단치 않음에도 지금 돌아가는 정책이나 흐름은 친환경이라는 점에만 포커스 맞춘다는 느낌 지울 수 없었는데...이 책은 본질을 명확하게 지적해준다.

당장 아파트 전기차 충전문제로 이런저런 문제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사용자의 입장에만 맞춘 전기에 대한 시각...진지하게 검토해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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