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부유함이 연상되는 정원,
때가 되면 늘 가꿔줘야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정원.
TV에서 보듯 과시와 장식용의 개념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 정원.
'정원'은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의미하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보고 익히 들어왔던 선입견으로 인해 정원의 개념과는 멀게 느껴진다.
그와 반대로 '텃밭'이란 개념은 너무 친근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살아가는 삶과의 거리감이 '정원'과 '텃밭'의 사이를 띄운다.
'텃밭'은 집의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이다.
따지고 보면 텃밭 안에 정원이 자리잡은거다.
텃밭에 종자를 심어 신선한 채소와 야채를 키우고, 씨앗을 틔워 꽃도 키운다.
수렵 채집 시대에는 먹거리를 일일이 찾아다니는데 한계(이상기후, 동˙식물의 부족 등)가 있을테니
정착 생활을 하면서 씨앗을 뿌려 텃밭을 일꿔 생산량을 늘렸을거다.
먹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대와 사람들은 정원을 가꿨을거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텃밭과 정원은 얼굴을 달리해서 사람들에게 효용과 만족감을 주었다.
요즘 정원과 텃밭 가꾸기는 하나의 현상이 된 듯 하다.
'정원과 텃밭' 가꾸기는 사람을 살린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을 밟고, 땅을 어루만지는 사람은 살아낸다.
TV의 교양과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달라진 사람들을 본다.
그리고,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워봤던 사람들은 안다.
내 손으로 어루만졌던 식물이 조금씩 날마다 자란다는 것을.
그것을 보면서 마음의 불안과 자존심에 흠집 난 사람들도 회복된다는 것을.
식물이 자연에서 번성하는 길과 인간이 번성하는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바깥 자연을 돌보면, 우리 안의 자연, 우리의 본성도 돌보게 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연결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깨어난다. (49쪽)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선고를 받은 사람들도 산으로, 촌으로 향한다.
도시에서는 더이상 내 자리도, 살아갈 희망도 없다며 태어난 고향으로 간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자연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아프고 지치고 힘들었던 내 마음이 살기 위해서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고질적인 병이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stress) 즉 마음의 병이다. 그 스트레스를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결국 마음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식물을 키우고 가꾸면서 마음을 탐구하고 연계하는 심리 치료가 유용하다.
정원이 주는 안전감과 자연의 풍요로움, 텃밭을 내 손으로 직접 가꾸면서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
인간의 정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유의미한 사례들이 되었다.
식물은 사람 같아요. 우리 도움이 필요해요. 도움이 없으면 죽어요.
꽃을 키우는 것은 우리가 언제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식물을 돌보면 우리에게 보답을 해줘요. (176쪽)
정원(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통해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고된 산업 노동 속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장소와 유대를 맺고,
집단과 애착을 형성하는 소속감을 키워준다. 기쁨을 공유하는 협력의 문화를 만들고.
범죄를 예방하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안과 공황 장애를 이겨내었다는 연구 사례들이 많다.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원(텃밭)과 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켰는지
신경과학적, 진화론적,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해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 그 이상의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
「정원의 쓸모」를 만났다. 너무 좋아서 괜시리 할 말이 많았다^^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도,
손바닥만 한 공간일지라도
식물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힘은 같다.
그 곳에선 우리 삶이 정말 바뀔 수도 있다.
원예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분갈이 하고, 흙을 채워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솎아주고 잘라내고, 물을 주고....
내 손으로 일궈 자란 식물을 볼 때 마다 벅차오른다.
궁금해서 매일 보게 된다.
오늘은 얼만큼 자랐나? 시들지 않았나? 아프지 않나?
내 마음 돌보듯이 식물을 돌본다.
그래서 식물이 주는 효용과 회복에 관한 부분들을 더 잘 이해한다.
호흡하고 생명있는 것을 키워봤기에.
지금은 내 삶 속 테두리 속에서 아주 작게 소박하게 식물을 키우면서 위로 받지만,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키우고 있는 정원(텃밭)의 경계가 늘어날 것이다.
그 때는 내 지혜가 한 뼘 더 성장할거라 기대한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 보살피는 일은 살리는 일이기에.
파라다이스 정원은 제 역할을 해서,
우리더러 무화과나무들 아래서 몇 시간을 자고 가라고 유혹합니다.
남부의 어지러운 아름다움.....
나무에서 갓 따서 태양의 열기를 입 안에 향기롭게 전해주는
잘 익은 복숭아보다 호사스러운 것이 있을까?
무화과나무 아래 누워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련한 생각들에 잠기는 시간보다 휴식을 주는 것이 있을까?
더운 여름날 이런 곳에서 백일몽에 빠져들기란 얼마나 쉬울까? (248쪽)
평소에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책을 만나는 일은 멋지다.
이런 책들을 보는 그 자체로 풍성한 위안을 얻는다.
정원(텃밭) 가꾸기의 소망? 꿈?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닿은 느낌이다.
생명이 생명을 살리는 읽을거리도 풍성한 아름다운 정원 이야기이다.
일상의 소중함으로 평안함에 이르는 책, [토와의 정원]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토와의 정원 http://blog.yes24.com/document/14476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