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지만 의도하는 바가 느껴지고 자연스레 끌렸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면서
식탁 근처에 책 표지가 보이도록 액자처럼 놓아두면 ‘
조금씩, 천천히’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실천하게 될 것 같다.
건강에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몇 년간 스트레스를 받다 상황이 정리되면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기 몸에 나타난 이상 증세로 수술을 받고 한동안 치료를 받았었다. 그 기간에 평소보다 줄어든 운동량으로 체중이 확 늘면서 몸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가 되어 1년 정도 여러 다이어트 식단과 건강식들을 살펴보고 시도해보았었다. 처음에는 체중 감량과 앉을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뱃살을 빼는데 집중해서 알아보며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아 일단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간헐적 단식을 가능한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했더니 운동량이 크게 늘지 않아도 군살이 많이 빠지고 5개월 정도 사이에 체중이 7~8kg 정도 줄어 현재 8개월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기본으로 삼은 방법은 탄수화물을 포함한 당질을 제한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을 제안한 의사가 가족들과 함께 실천하면서,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 환자들 식단도 이에 근거하여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적극 권장하는 이 방법을 그대로 따르기는 조심스러워 처음에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많이 늘렸다가 점점 줄이고 대신 채소의 섭취를 많이 늘리는 방식으로 나름 조절해서 적용했었다.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을 젊어서 들었을 때는 ‘그렇게까지나...’하며 웃고 지나갔는데, 음식을 조절하면서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보니 먹는 것이 점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하루 세 끼 밥을 먹을 때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식단을 넘어 영양과 바른 식사법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들이 생기기도 한다.
의사인 이 책의 저자 또한, 현미식물식에 대해 처음 알고 책과 논문들을 먼저 살펴보고 나서 자신에게 실험을 해보며 효과와 부작용, 적용의 어려움 등을 확인하는데 그 과정에서 피로감 감소, 쾌변, 체중 감소, 혈압과 허리둘레에 긍정적 변화가 생기는 것 등을 경험한다. 이렇게 식단의 영향을 확인하게 되자, 약이나 수술 외의 치료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다시 자신의 몸을 실험실 삼아 영양제/보충제, 단식, 식단의 변화 등을 몇 년간에 걸쳐 시도해보고 관련 저서들과 논문 연구를 통해 마침내 ‘현미밥과 저지방 식물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건강 상태와 식습관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는지의 현황, 만성질환의 이해와 예방 관련 정보, 자연식물식의 실질적인 실천법과 주의사항, 영양소에 대한 오해와 바른 정보,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위한 태도와 환경 관련 내용까지 아우르며 건강한 삶을 위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들은 각종 연구 자료와 통계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그리고 건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준 수치들도 포함해서, 숫자가 꽤 나오고 생소한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정독하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특히 유용해서 관심을 가지고 봤던 내용들과 흥미롭게 알게 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한번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성조숙증과 초경 관련 정보
- 탄수화물과 당류의 구분을 포함한 탄수화물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몸에 좋은 탄수화물 섭취법
-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식품 섭취량에서 육류, 어패류, 계란, 우유, 식용유, 설탕의 섭취량 변화와 건강 상태 및 각종 질병과의 관계
-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문제점과 부작용
- 채식이 아닌 건강한 채식
- ‘유당불내증’이 왜 인종차별적인 진단명인지
- 식사 중에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은 이유를 포함하여, 인슐린과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 오메가 3와 크릴오일 낚시질
- 엽산 보충제를 포함한 각종 영양보충제와 건강기능식품의 섭취 불필요성
- 효과적인 수면을 위한 조언
책을 읽으며 당질 제한을 기본으로 하는 식사를 하면서 고민했던 단백질의 영향과 바른 섭취, 탄수화물의 역할, 좋아하는데 섭취가 고민되던 과일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게 되기도 했다.
예전에 즐겨보던 학술지에 내가 관심 있는 문제에 관해 두 학자가 서로 반박하는 논문을 마치 시리즈처럼 연달아 게재하는 것을 보았었다. 양쪽 모두 근거가 타당하고 탄탄해서 내 경험과 더 가까운 쪽으로 의견이 조금 기울었었다. 각종 영양과 건강 관련 책을 찾아 읽다보니 그때 경험이 떠올랐다. 나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는데,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다 맞는 말 같아서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결국 선택은 독자의 몫이라, 요즘 들어 나에게 생긴 기준이 하나 있다면 그 주장하는 바를 통해 저자에게 어떠한 금전적인 이익이 돌아갈까 하는 점이다. 모든 것이 마케팅에 이용되고 알게 모르게 광고적인 요소가 녹아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읽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읽다보니 저자에게 돈보다는 적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우려가 살짝 들었다.
저자도 책에서 말하듯 자연식물식을 전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각자 자신의 상황과 생활주기에 맞춰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해나가는데 있어, 이 책에서 알게 된 여러 원리를 참고한다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부터 찾아 ‘조금씩, 천천히’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우선 현미를 가족 식단에 도입하고 싶은데, 하얀 쌀밥이 진리인냥 잡곡을 조금만 섞어도 반발이 심한 가족을 설득하는데 이 책의 도움을 받고 싶고 우선 가족들이 좋아하는 고구마의 섭취부터 늘려가 보려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