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역을 한 이후에 체중이 많이 불었다. 군 입대 전에는 68 ~ 69kg 정도였지만 군 전역 이후에는 77 ~ 82kg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 생활습관 중 무엇이 바뀐 걸까? 예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했지만, 이제는 내 신체도 노화하기 시작한 걸까? 몸의 화학적 프로세스에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이런 이유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작정 '덜 먹으면 되겠지', '좀만 운동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체중 감량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였다. 예전에는 이런 유의 방법들로 체중 감량을 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였다. 나는 밥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내게 그 방법이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성공하리라 생각하는 건 비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레퍼토리 아닌가. 나는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한 어떤 정보나 절차적 지식도 갖고 있지 않았고, 오로지 이전에 획득한 구체적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던 것이다.
'모르면 괴롭고 알면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격언 중 하나다. 그래. 나는 지금 모르는 것이다. 몸이 작동하는 프로세스를. 어떤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지를. 그래서 괴롭다. 모르니 말이다.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의 나의 행동의 근거는 단순 본능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맛있으면 먹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면, 근거가 있다면 내 행동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알기 위해 이 책을 집었다.
"채소?과일식을 먹어라"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그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명약관화하다. 내가 살을 빼기 위해서는 채소, 과일식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보통 다이어트라는 표현을 '살을 뺀다' 혹은 '체중을 감량한다'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다이어트 의미를 건강한 식단, 올바른 식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다이어트는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닌, 건강하게 살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면 살은 자연스레 빠진다.
지금 인간의 신체는 언제 완성됐을까? 아니, 완성됐다는 표현은 조금 건방지니 언제부터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었을까? 우리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는 호모 사피엔스다. 현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다. 종의 성공을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말이다. 그 수가 약 80억에 달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 출현했을까? 위키백과의 설명을 빌리자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600,000년 전에서 700,000년 전에 등장했다고 한다. 즉 우리의 신체는 600,000년 전 인류의 신체와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농업이 출현하기 전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주식 획득방법은 수렵 및 채집이었다. 즉, 우리의 주 식량원은 자연의 동?식물이다. 하지만 동물은 먹기 쉽지 않았다. 사냥에 실패하는 일도 많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의 안정된 식량원은 식물 즉, 과일과 채소였다.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와 동일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신체 역시 과일과 채소에 길들여져 있다. 이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가 채소?과일식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의 비만에 대한 관점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흔히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 몸은 그 어떠한 생물체보다 완벽하게 진화했다. 현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항상 들어오지 않는 기간들로 인해 지방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 습성이 그들의 몸에 있다. 또한, 과잉 에너지가 들어오면 축적하지 않고 내보내어 효율을 높이도록 진화되어 있다. 문제는 화학첨가제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다. 화학첨가제는 말 그대로 자연에서 온 물질이 아닌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물질이다. 몇 백 만년 동안 자연에서 온 음식들만 섭취한 우리의 몸에 당연히 이런 화학첨가제가 맞을 리 없다. 화학첨가제는 독소를 유발한다. 독소들이 심장이나 뇌로 가는 걸 막고자 우리의 몸은 비만이라는 현상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즉, 현재 내 몸에 해독하기 힘든 독소들이 쌓여 있다는 것이 비만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만은 우리 몸이 현재 독소로 인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임을 기억하자. 화학첨가제를 먹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아, 아니다. 인간이 가축화한 동물들 역시 화학첨가제를 먹는다. 혹시 살이 심하게 찐 동물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뚱냥이가 바로 떠오른다. 그런데 그 녀석들의 몸이 그렇게 비대해진 이유는 화학첨가제가 들어있는 사료를 많이 섭취했기 때문 아닐까?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 중에 살찐 동물을 난 본 적이 없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본래 자연에서 섭취하던 음식물을 섭취해야 비만이라는 위험에 맞닥뜨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명심하자. 비만은 인간이 만든 화학첨가제 때문에 발생한 독소가 구체화된 증상이라는 것을. 우리 몸은 화학첨가제를 받아들이게 진화하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의 신체는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앞서 말했지만 단 하나다. 채소?과일식을 해라. 그 이후의 내용은 전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술이다. 채소?과일식만 실천한다면 사실 그 뒤의 내용은 안 읽어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내용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몰랐던 영양학적 정보도 설명해 주는 동시에 특히 내가 식단에 대해 가졌던 믿음을 상당 부분 박살 내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채소나 과일은 주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과일은 기껏 해서 식사 이후에 먹던 후식 같은 존재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반대로 해야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채소와 과일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 과일은 주식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몇 백만 년 역사 동안 우리의 주식은 과일이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식사 이후에 과일을 섭취한다면 과일이 발효가 되어 건강에 좋지 못하다. 과일은 소화되는 데 30분이면 충분한 데 반해, 고기는 최소 8시간에서 많게는 72시간까지 소요된다.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채소와와 과일을 먹는 건 에너지를 아끼는 길임을 명심하자. 고기 없이 어떻게 사냐고? 채소와 과일만 먹느니 차라리 몸에 안 좋은 거 먹고 빨리 죽을 거라고? 맞다, 지금 이 세계에서 채소?과일만으로 식단을 구성하기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채소?과일식 7, 가공식품을 비롯한 자본주의가 낳은 식품 3의 비율로 식단을 짤 것을 권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가공식품 같은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식품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화학첨가제 때문에 생성된 독소를 채소?과일로 해소하자. 이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도 채소?과일식 7, 가공식품 3으로 이루어진 식단을 약 5일 간 지속하고 있다. 아침에는 무조건 과일만 섭취하고 오후 12까지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점심은 그냥 일반적인 현대인의 식사(김치찌개, 닭갈비, 볶음밥)를 하고 저녁 8시가 되기 전에 다시 채소나 과일로 된 식사를 가볍게 한 후,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12시간 간 공복을 유지한다. 솔직히 밤에 배고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이 0.5 ~ 0.6kg 정도 빠져있다. 몸도 매우 가볍다. 변 역시 자주 보기 때문에 매우 개운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당신도 한 번 시작해 보기를. 건강한 삶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