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단편집 <시몽의 아빠> 출간 소식을 들었다. 최초 번역으로 소개 된 책일까 궁금했는데,아니었다. 해서 문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책을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소개된 책들이 거의 비슷한 것도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무튼..'시몽의 아빠'를 읽어 가던 중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알 길이 없었다. 장편은 리뷰로 남겼는데, 단편집은 리뷰로 남긴 흔적이 없더라는... 그런데 며칠 전 모파상의 '두 친구'가 보였다. 오로지 '두 친구'만 소개된 책인줄 알았다. 그러나 쏜살문고에서 나온 단편집이었다. 마침 속초로 여행갔던 날,들른 서점에서..물고기를 닮은 표지가 재미난 인연이다 싶어 덮석 골랐던 기억만 오롯이 남아 있는....어쩌면 시몽...아빠를 쏜살문고에 편에서 읽었을수도 있겠다 싶었는데,뭔가 강렬한 느낌이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들었나 보다.(책 읽기에 타이밍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매번 놀라는 1인^^) 한 편씩 읽고 있는 중인데, 읽는 작품마다 놀라는 중이다. 특히 <두 친구>도 손에 꼽힐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마다 단편집 가운데 어떤 작품을 제목으로 고를지 고민했을 까를 상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겠구나 싶다. 열린책들은 그냥 단편집..이라고 했다^^) 쏜살의 표지는 귀여운 물고기가 연상되었으나..아, 반전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역부족이란 기분이다. 너무 섬뜩한 반전이라서.. 말하기에도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표지가 밝게 그려진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다. 잉어의 시선이었던 걸까? <두 친구>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일까? 전쟁에 관한 이야기일까 라고 묻는 다면 전쟁에 관한 이것이 전쟁이다..라는 걸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라 말할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접하고 있어서 일수도 있겠다. 아이러니한 건 두 친구가 전쟁 중에 낚시를 하던 순간..물고기를 잡을 때의 모습도..그냥 넘길 수 없게 만들었다는 거다. 전쟁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마냥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텐데... 낚싯줄에 걸리는 물고기들은 인간들이 또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 어지간히 바보들이니 저렇게 서로를 죽이려 들지.소마주가 맞장구쳤다. "짐승들도 저렇게 어리석지는 않아" 결국 잉어를 한 마리 낚아 올린 모리소가 선언하듯 생각을 꺼내 놓았다(....)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바로 어떤 정치 체제에서든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비관론이었다"/128~129쪽 전쟁이야기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더 솔직하고,더 적나라하게 들려주는 것이 전쟁을 멈추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그럼에도불구하고 조금은 희망의 여지를 남겨줄 수 있는 건 아닌가 따져 보고 싶지만 모파상은 요란스럽지 않게..너무도 담담하게 전쟁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있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을 읽는 내내, 노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따라왔더랬다. 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을 읽어야 할 타이밍인가 싶은 생각을 했다.그러나 분량도 방대하고, 아직 읽어낼 자신도 없어 개정판이 나오면 읽겠다는 핑계만 늘어 놓고 있다. 그러는 중에 <모파상의 단편선>에서 눈에 들어온 건 '노인'
"이제 보내 드리고 끝내야지.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렇지만 강낭콩을 생각하면 왜 하필 이때인가 싶네.마침 날씨가 좋은 참이니 내일은 놓치지 않고 모종을 내야 하는데(.....) 고작 3시도 안 됐어.그러니 오늘부터 부고를 돌리기 시작해서 투르빌 쪽을 다 돌면 되지. 돌아가셨다고 밀해도 되잖아.어차피 오후가 넘어가면 끝나 있을 텐데"/ 188~189쪽
숨이 막 넘어가려는 노인을 두고 나누는 부부의 대화가 무서웠다.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아니더라도,설령 마음속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속마음을 이렇게 거침없이 말해도 괜찮은 걸까? 이성보다 무서운 것이 본능이니까...우리는 그걸 현실적인 문제라고 돌려 말하지만... 이제 세상을 떠나게 될 노인에 대한 연민은 없다. 강낭콩을 심어야 하는 것이 더 절박하다. 해서 아직 세상을 떠나지도 않은 노인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를 알린다. 사람들이 부고를 받을 때즈음 노인은 죽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그런데 부고장을 받고 사람들이 왔을 때까지도 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다. 부부는 사람들에게 호들갑을 떤다. 이제 곧..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라면서...."죽어 가는 노인 곁에 머물러 있던 한 나이든 촌부가 곁을 지켰다기보다 자신에게도 머지않아 닥칠 그 일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발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다가 별안간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새된 소리로 외쳤다.갔네! 떠났어!"/197쪽 노인의 가쁜 숨은 생애 대한 열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진심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애도해 주길 바란건 아니었을까... 피도눈물도 없는 사건사고 소식을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이야기 속 부부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은 아닐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웠다. 부부는 노인이 죽고 나서도 애도의 마음보다, 자신들이 사과 파이를 한 번 더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하게 한 노인이 원망스러울 뿐이다.단편의 매력은 짧고 강렬한 한방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노인>은 본능대로 작동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모두가 무서운 짐승들이군요"
그가 빙그레 웃더군요.
"오! 아뇨, 제일 흉악한 건 인간입니다"/179쪽
호기심 끄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섬뜩한 무언가가 기대되는 느낌이들었던 거다. 심지어분량도 짧다. 그런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짧고 강렬하고..'복수'에 대한 서늘함이 느껴진 순간 내 마음과 같은 문장이 보여서 한 번 더 놀랐다..."여자들은 얼이 나간 듯 창백해져서 몸을 떨었다.(...)"/184쪽 놀라움(?)의 결은 물론 달랐지만.... 예심판사에게 의문스럽게 남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남자 존 로웰경의 죽음. 그 자신이 인간사냥을 했던 남자라고 호기롭게 자랑했는데..어느날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시그니처 손!! 경이 누군가의 손목 하나를 마치 동물 박제하듯 걸어 놓았는데..손목이 경의 묘지 위에 놓여 있었다는 거다. 얼핏 들으면 귀신이 등장한 걸까 싶었지만....이 소설에서 언그봔 벤테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범인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범인이지, 설령 범인을 지목할 수 는 없어도, 경에게 복수를 느꼈을 누군가일거라는 예상이 되는 이야기. 누가 범인일지 알면서도 섬뜩함이 느껴진건..복수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군더더기 없이 들려주었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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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제가 주로 수사한 사건은 벤데타들이었습니다.그 지방에는 장엄하고 무척이나 비극적이며 잔혹하고 영웅적인 벤데타들이 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복수,잠시 누그러뜨릴 수는 있어도 결코 지울 수는 없는 해묵은 증오 가증스러운 계략을(...)"/176쪽 (역주, 벤데타-> 코르시카, 시칠리아 등에서 집단 간에 지속되는 불화와 유혈 보복)
ps
모파상에서 언급된 손은 복수의 상징이었는데..우연히 펼쳐보게 된 여행책(벨기에)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해석된 작품을 보게 되었다. "오래전 압제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안트베르펜의 '손'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안트베르펜에서 '손'은 자유를 상징한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