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그림이 예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최근에 알게 된 김성라 작가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같은 제목의 일본 드라마 6편을 이미 봐 버려 줄거리를 다 알고 있다고 여겨 표지나 볼 마음으로 책을 빌렸는데. 도서관의 책은 양장일 경우 표지를 벗기고 관리한다는 걸 깜빡 잊었던 탓에 그만 그림을 못 보고 말았으니.
내가 본 드라마에서는 고바야시 사토미가 주인공 아키코를 연기했다. 같이 등장하는 다른 배우들도 낯이 익었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들에 함께 단골로 출연하는 듯 보였다. 소설은 드라마에서 봤던 내용과 거의 같았다. 아주 약간 차이 나는 점이 있었는데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문제는 고양이다. 책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고양이는 주인공에게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드라마를 볼 때는 고양이에 대한 인상이 그리 와 닿지 않아서 좀 의아한 느낌을 가진 기억이 남아 있다. 소설을 보니 고양이는 작가에게 상당한 무게감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어쩌면 드라마를 볼 당시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에 내가 유의하지 않아서 기억에 남기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는 지금만큼 고양이에 대한 애착이 없기도 했고.
아무튼 이 책에서 고양이 타로는 주인공의 곁을 갑자기 떠난다. 마치 주인공의 어머니가 떠난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이 상황은 소설이지만 나는 금방 감정이입되고 말았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만 여기고 살고 있으니. 이러다가 크게 혼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까운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로 인한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일, 나 또한 어느 쪽에 자리하게 될지 모를 일이기도 하고.
혼외 자식으로 어머니와 둘만 살아온 주인공 아키코. 어머니가 떠난 뒤 어머니가 남긴 가게를 제 방식대로 운영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 나간다. 쉽지 않은 길임에도 단단한 마음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에서 작가와 배우의 가치관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살고 싶어요, 혹은 이렇게 살겠어요, 와 같은. 한껏 응원하게 되는 태도다.
2권의 표지 그림도 김성라 작가의 작품인 것 같은데, 두 번째 책의 내용은 아직 드라마로도 방영되지 않은 것 같은데, 사서 보나 어쩌나......
교만한 생각일 수 있지만 아키코는 누구나 다오는 가게를 바라진 않았다. 사람에게는 취향이라는 게 있다. 이가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략)... 시마 씨에게 월급을 줘야 하니 가게를 열심히 꾸릴 책임이 있지만,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고 재료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유행에 맞춰 요리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과연 통할까?’ _57p.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데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자칫했다가는 상대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풀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문득 오싹해지곤 한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균이라도 들어간다면 큰일이고, 그런 일이 생기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_78p.
아키코는 자신이 어떤 가게를 원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손님들이 산뜻한 공간을 즐길 수 있고, 좋은 재료로 만든 심플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가끔 점심을 먹으러 가고 싶은 그런 가게... 그저 이뿐이었다. _89p.
솔직히 아키코는 가게를 열기 직전, 청소를 마치고 재료 준비까지 다 끝냈을 때의 가게 분위기를 제일 좋아했다. 고요한 수도원 식당 같은 실내에 꽃만 탐스럽게 피어 있다. 그 풍경을 둘러보면 열심히 해야겠다고 힘이 솟는다. _210p.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내가 원하던 삶이었던가? 문득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 일이 행복했던가? 평범한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식당운영, 바리스타를 거쳐 브런치 카페를 시작했던 처음의 마음과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일까? 음식과 공간, 처음의 두려움과 설레임, 식재료와 음식을 대하고 만드는 자세 시간이 흐르며 하나씩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아키코의 일상은 평범하지만 더없이 평온하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유일한 가족이던 엄마가의 갑작스러운 죽음, 출판사에서의 직무변화로 잠시 고민했지만 평소 관심있던 요리였고 함께 책을 만들던 선생님의 격려로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을 리모델링해 샌드위치와 수프만을 판매하는 식당을 오픈한다. 센스있고 배려심 많은 직원 시마씨와 둘이 시작한 식당. 믿을수 있는 식재료로 정성껏 조리해 그날의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하는 아키코의 식당은 처음 우려와 달리 나날이 찾는 손님이 늘어가고, 어느날 문득 엄마를 찾아 방문한 오래된 지인이 전한 아버지에 대한 소식에 아키코의 마음은 전에 없이 동요하게 된다. 무레 요코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한 중년의 여성이 자신을 찾아온 길잃은 고양이와 함께 살며 일상을 가꿔나가는 소소한 일상이야기다. 이 작품이 동명의 다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상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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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