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생존해 있는 진화생물학자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서를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가 하면, 또
많은 사람들은 그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자칭 골수다윈주의자라고 칭하는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조론이나 사이비과학에 맞서 꿋꿋하게 진화론을 설파하고 있다. 처음
[이기적 유전자]를 읽을 때는 문장의 모호함과 난해함으로 인해 고생께나 했는데, 그 후 도킨스의 저작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과학의 경이와 진화의 매력에 푹 빠져 나도 모르는 사이 도킨스의
팬(?)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영국왕립연구소의 대중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진화론에
대한 입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원제 '불가능의 산에 오르다' (Climbing Mount Improbable)가 말해주듯 진화는 깎아지른 절벽을 단숨에 뛰어오르는 마술이
아니라, 완만한 오르막을 서서히 기어오르는 생존의 역사라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설계론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을 올라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설계되었다고 주장하지만, 도킨스는 봉우리 그 너머에 있는 완만한 경사지를 따라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생명체가 설계되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을 잘못 이해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우연과
설계의 차이는 뚜렷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며, 이러한 구별의 모호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들이 설계되었다고
믿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구별이 모호한 제3의 범주에
속하는 대상을 '유사설계물'이라 부르며, 생명체와 그 산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유사설계는 설계처럼
보이지만 우연히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형성되고, 주조되고, 빚어지고, 조립되고, 조합되면서
축적된다. 여러 세대에 걸쳐 발견이 축적된 끝에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유사설계 대상은 완벽한
설계처럼 보여지며, 따라서 사람들에게 설계되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다.
도킨스는 원시지구에서 자가복제를 하는 최초
복제자의 등장은 엄청난 행운이었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행운은 단 한번으로 충분했다며, 단순한 유기화합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되었는지를 거미줄, 날개, 눈
등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준다. 설계론자들은 날개나 눈과 같이 복잡한 신체기관을 예로 들어 이런 기관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적설계론을 내세우지만, 도킨스는 깎아지른 벼랑 뒤편에 있는 완만한
경사지를 가리킨다. 최초의 눈을 가진 생명체는 빛의 유무를 통해 밤낮의 차이만을 알았겠지만, 자연선택을 통하여 복잡한 진화의 길을 걸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음을 스웨덴 생물학자들의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를 통하여 우리에게 소개한다.
다윈주의는 무작위적인 우연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무작위적 돌연변이와 무작위적이지 않은 축적되는 자연선택에 관한 이론이라고 말하는 그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어떻게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진화했는지를 시종일관 불가능의 산에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하며
설명한다. 깎아지른 절벽을 뛰어오르는 일은 신이 아니면 할 수 없지만,
자연선택은 불가능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어 행운의 필요성을 제거하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기어올라 불가능한 복잡성이란 봉우리들을 정복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을 떠나서는 생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과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의 맨 앞에서 사람들을 부추기고 호도하는 것이 지적설계론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킨스의 결론은 항상 명쾌하다. 그가 말하는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입문서로써 손색이 없다.
리처드 도킨스는 대표적인 진화론자다. 그는 한때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이전에 DNA의 발현을 위한 생체 기계에 불과하다는 지론을 폈다. 시간이 좀 지나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의 논지는 좀 과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영국왕립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강의한 내용을 담았다. 원제는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Climbing Mount Improbable)’이다.
도킨스가 ‘불가능의 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단번에 뛰어올라 정상에 도달할 수는 없다. 둘째 내리막길은 없다. 종은 더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더 나빠질 수 없다. 셋째 산봉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일 수 있다. 세상에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하나뿐 아니라 훨씬 다양하다.
진화론을 둘러싸고 그간 지적 설계와 자연 선택간의 지난한 논쟁이 있어왔다. 특히 눈과 귀와 심장, 독수리의 날개, 거미의 그물, 이런 것들이 보여주는 ‘불가능한 완벽성’에 대한 입장 차이는 뚜렷하다.
지적 설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치 ‘불가능 산’의 깎아지른 절벽을 단번에 뛰어오르려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인다. 특히 날개(반쪽짜리 날개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와 눈(눈은 모든 부분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결코 작동하지 않으므로, 점진적으로 진화될 수 없다)의 완벽성에 대해서 그러하다.
이에 반해 저자는 진화론은 산 반대편에 있는 완만한 오르막을 한 걸음씩 오르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자연 선택은 이렇듯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축적되는 과정이다. 그는 지적 설계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인 날개와 눈의 진화 과정을 상세히 언급한다.
도킨스는 부모뿐 아니라 그 종의 다른 일원들과도 다른 괴물 같은 자손이 나오는 ‘대돌연변이(macro-mutation)’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창한 ‘단속평형설(punctuated equilibrium)’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속평형설에 따르면 생물의 계통은 오랫동안 아무런 진화적 변화가 없다가 간간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급속한 진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도킨스에 의하면 대돌연변이는 단속평형설과 달리 한 세대 만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단속평형설 역시 특정 시점에서는 대돌연변이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두 이론은 급격한 진화론을 설명하는 틀에서 보자면 그 차이는 사소할 수 있다. 대학자 사이에 물러설 수 없는 학문적 자존심 때문일까?
특히 이 책이 지닌 강점은 지적 설계와 자연 선택간의 논쟁 핵심 주제였던 ‘날개’와 ‘눈’에 대한 논지에 있다. 도킨스의 책을 익히 봐왔던 독자라면 4강(날개는 어떻게 진화했을까?)과 5강(눈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 이 부분에 대한 고찰만으로도 일독할 가치는 충분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전쟁에서 늘 진화론 선봉에 서는 리처드 도킨스가 영국왕립연구소에서 한 프로그램에 나와 강연했던 내용들을 종합하고 정리한 것이다.
강연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전달력 있는 구성과 문체등으로 딱딱한 느낌은 다른 저서에 비해 덜 했던것 같다.
만약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고, 리처드 도킨스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거나 진화론에 대해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좋은 입문서로 기능할 듯 싶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러니까 '안목'을 조금 변하게 만들어 준 2권의 책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였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은연 중에 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과학전람회 관련으로 도대체 연꽃씨는 왜 자연발아가 어려운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답을 전혀 모르다가, 이 책을 읽고는 어떤 이유인지 어렴풋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해답은 '인간의 눈'이 아닌 '연꽃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고작 몇십년을 사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당장 연근이나 연꽃잎 등 인간의 필요에 의해 당장 매년 필요한 인간이 보기에는
이 연꽃이 왜 자연발아를 못 하는지 또 왜 700년만에 연꽃을 피우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연꽃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동물이, 식물이, 생물들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며,
이에 대해 오직 생물들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인간 중심적인 사고,
그리고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다윈의 진화론도 책으로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읽기 전에
현대의, 좀 더 쉽게 재미있게 설명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나 또한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 진화론을 읽기 전 읽어보길 권하여 읽게 되었다.
나 또한 이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이 책의 유일하다시피한 단점은 한국어판의 제목이 원저 『불가능의 산 오르기』의 제목에 함축된 요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악마의 사도』에서 스티븐 굴드의 『풀하우스』가 영국에서 전혀 다른 제목인 『생명의 장엄함』으로 출간된 일을 경멸조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본문은 한글판 제목이 시사하는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세련된 그림 자료들을 이용해 불가능의 산을 등반하는 독자를 돕는다. "현생 생명체의 경이는 언뜻 깎아지른 절벽같지만, 그 이면엔 완만한 비탈길이 있다."
진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눈 먼 시계공' 및 이와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구현한 거미줄, 가지를 뻗어나가는 표현형 등을 예시로 점진적인 진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시연하는 대목은 굉장히 놀랍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다른 저서 『눈 먼 시계공』보다 본 소프트웨어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 예시가 거미줄 등인 이유는 그것이 2차원 환경에서 간단히 구현 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실제의 진화는 거미줄이나 뻗어나가는 가지와 다르게 수 십, 수 백 차원의 분기가 있으니 현재 기술로 완벽히 진화를 구현하긴 이르다.
도킨스는 저서에서 "흥분되는 발견을 하게 되면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기분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고전의 반열에 든 첫 저서 『이기적 유전자』을 펼치기 앞서 막연한 두려움이 드는 사람이 그런 고민을 토로한다면 나는 본 저서를 먼저 접해보라 추천할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가 그림 자료가 없는 딱딱한 글이라면 본 저서는 그림과 도표 등의 추가 자료가 굉장히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에 사고실험으로만 가능했던 실험들을 소프트웨어로 옮겨 담은 결과물로 컴퓨터 기술 진보에 따른 수혜이니 단순한 만화책의 그림과 같이 가벼운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