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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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리뷰 총점 8.9 (7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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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취미 여행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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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소중히 간직하고픈..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j | 2009.06.11 리뷰제목
난 항상 조금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교 때 친구들이랑 밥 먹는 속도도 내가 제일 느렸고, 책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집을 나서기 전 준비 하는 속도도 느리다. 어떤 영화나 공연, 책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들 조차 느리게 다가온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로 끝나고 나서 한참이 흘러서야 어떤 느낌들을 비로소 내 것으로 만듣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진작 겪었어야 할 성인의 성장
리뷰제목

난 항상 조금 느리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교 때 친구들이랑 밥 먹는 속도도 내가 제일 느렸고, 책을 읽는 속도도 느리고, 집을 나서기 전 준비 하는 속도도 느리다. 어떤 영화나 공연, 책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들 조차 느리게 다가온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로 끝나고 나서 한참이 흘러서야 어떤 느낌들을 비로소 내 것으로 만듣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진작 겪었어야 할 성인의 성장통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한 탓에' 뒤늦게 지금에서 이렇게 많은 방황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읽으면서 잠깐이지만 나를 카오산 로드로 이끌게 했던 박준님의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가 떠오르기도 했고, 길위를 걸으면서 한 여행이라는 사실에 얼마전에 읽은 김준희님의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와는 다른 묘한 느낌이 나를 사로 잡았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읽으면서 실제로 내가 그 길위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내가 실제로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미노의 순례자'라고 생각하는 애런, 말많고 친화력 뛰어난 '베드 호퍼' 마틴, 수호천사로 나타난 할아버지와 조지 할아버지, 걱정을 달고 사는 마농 아줌마 등등 ㅡ. 모두 내가 만난, 나의 친구인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치, 나의 두 손에는 순례자 증서가 놓여 있다는 듯한 느낌과 함께 ㅡ.

 

“이 길은 처음엔 혼자 시작해도 
거의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끝나게 되는 길
이에요.

행운을 빌어요. 부엔, 카미노! (Buen, Camino!)” - P44

 

카미노란 곳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함께이면서 혼자 걷는 길 ㅡ. 산티아고를 가는 길, 카미노가 그렇듯이 우리의 도 그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혼자나 함께라는 절대치란 없는 ㅡ.

  

 

여행 중에는 사회적 지위, 직업, 학력, 능력, 소유 심지어 나이나 외모 따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길위에서 만나면 모두가 친구일 뿐이다.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봐주는 많은 친구둘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곳이 어디든, 그 곳이 여행이고, 그 것이 여행이다 ㅡ. 그래서 여행을 하게된다. 그리고 또 여행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현실에 놓여있는 지금, 온전한 나 자신만을 내세울 수 있는 세상에 놓여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가득 담긴 소원아닌 소원도 빌어본다.

 

특별히 구하는 답은 없어요.

다만 카미노가 주는 걸 모두 받아 들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 P99

 

정말 멋진 대답이지 않은가?! 지금까지, 무슨 일(그것이 여행이 될 수도 있는..)을 하든 그것에서 꼭 무언가를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실제 그랬다. 어떤 사소한 일 하나를 하면서도,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그 덕분(?)에 그 자체에 흠뻑 빠지지 못하고 뒤돌아서 후회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나에겐 크나큰 설렘으로 다가온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이 반반섞인 기분으로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겨가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생각하는 즐거움이란 요즘 나의 삶에 있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여행 이야기라고 해도 기대와 달리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실망스러운 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은 그와는 정반대의 책이었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고 표현해야 적합할 것이다. 기대이상으로 멋지고, 즐겁고, 때로는 슬프게도 만드는.. 어쩌면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들과 내가 평소에 느끼던 것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어떤 일들이 이 책의 내용과 많이 닮아 있어서 더 그렇게 좋게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ㅡ.

 

좋은 것을 보면 자꾸 가지고만 싶어 진다.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좋은 책을 보면 자꾸 욕심을 내는 일이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책에 대한 욕심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그 보다 더한 것은 좋은 곳을 알게되면 정말 가고싶어진다는 것이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만난 지금, 가고 싶어지는 곳이 또 한곳 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당장 떠나고픈 생각은 없다. 산티아고 가는 길, 카미노먼 훗날 좀 더 나이가 들어서 갈 곳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듯이, 그 곳은 내 마음 최후의 안식처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ㅡ.

훗날 언젠가, 
크루스 데 페로에 올라 눈물 흘리고 있을 나를 만나게 되길 소망해 본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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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평점9점 | c****s | 2022.09.30 리뷰제목
걷기, 뛰기, 산에 오르기.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별다른 교육이나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건강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나는 일종의 '중독성'을 들겠다.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애착과는 다른 종류의, 한 번 발을 깊이 들이면 몰입하며 흠뻑 빠져버리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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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뛰기, 산에 오르기.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별다른 교육이나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가 건강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나는 일종의 '중독성'을 들겠다.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애착과는 다른 종류의, 한 번 발을 깊이 들이면 몰입하며 흠뻑 빠져버리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스무 살 무렵 지리산을 올랐는데, 2박 3일 일정이었다. 뱀사골로 올라 세석산장과 백무동을 거쳐 천왕봉을 찍고 중산리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였다. 안개 낀 멋진 아침 풍경, 해 질 녘 붉은 노을, 길섶에서 만났던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정작 가장 또렷하고 생생한 기억은 발의 물집과 다리의 통증,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때의 '나' 자신이다.

 

그때 내가 살았던 것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산을 오르는 것을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초행 이후 지리산을 두 번이나 더 종주했다. 무엇이 나를 그리로 데려다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과 동료가 있었고 마침 그때 가장 할만한 일이 지리산을 다시 찾는 것이라고 느꼈을 뿐이다. 단지, 약간의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긴 했던 것 같다.

 

달리기와 마라톤에 대하여 그 많은 책과 글이 생산된 것을 보면 굳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하루키를 소환하지 않아도 '뛰기'의 매력은 그에 세레 받은 이로부터 여기저기서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나도 십여 년 전에 10킬로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 한 달 동안 매일 그 거리만큼 뛰기 연습을 반복했는데, 결국 한 시간 남짓한 기록만 남긴 체 마라톤의 매력에 발 담그지는 못했다.

 

책에서 저자 김희경은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800킬로를 걸으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순례의 길'에 대한 묘사와 감상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마주친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그는 마치 여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듯 느끼게 된다. 삶은 드라마틱한 모험이 넘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서 매일 새로운 세상과 자신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산티아고를 걷는 사람들을 가리켜 '산티아고 순례자'라는 말을 쓰는 것은 그들의 인종과 성별과 나이는 다르지만 마음과 태도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를 대접받고 다음 마을에서 한 잔 사겠다는 저자에게 미국에서 온 마이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뇨. 나한테 말고 다른 순례자에게 사세요.", "계속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사면서 카미노에 연쇄적인 호의의 망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이 짧은 문구에 산티아고를 걷는 이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태도와 마음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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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카미노 데 산티아고 평점8점 | y***d | 2012.04.04 리뷰제목
구세기 경 스페인의 운둔자 뻴라요가 별을 따라 이동하다 발견한 성야고보의 무덤을 기념하여 성당이 세워지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도시가 형성되었다. 성야고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선교하다가  예루살렘에 돌아가 처형당한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하나인데 산티아고는 스페인말로 성야고보라는 뜻이다. 가톨릭 순례자들이 성야고보를 기리며 산티
리뷰제목

   구세기 경 스페인의 운둔자 뻴라요가 별을 따라 이동하다 발견한 성야고보의 무덤을 기념하여 성당이 세워지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도시가 형성되었다. 성야고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선교하다가  예루살렘에 돌아가 처형당한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하나인데 산티아고는 스페인말로 성야고보라는 뜻이다. 가톨릭 순례자들이 성야고보를 기리며 산티아고까지 걸어가면서 생긴 길이 바로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이다. 산티아고로 가는 많은 경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전통적인 길이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이베리아 반도를 동서로 가로질러 산티아고까지 가는 총 8백 킬로미터의 프랑스 코스(두꺼운 붉은 선)로  길이라는 뜻의 '카미노'라는 일반명사로 불린다. 

 

   카미노 전체를 걷는데 한달이나 걸리는 만큼 시간의 여유가 있는 대학생이나 은퇴자, 장기간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유럽인들이 많은데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인생의 답을 찾아서 카미노를 걷는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 원래는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길이었으나 이 길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을 발견한 코엘료같은 사람들의 저술로 말미암아 영성이 넘치는 순례길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한해 수만명의 여행객들과 순례자들로 붐비게 되고 이제는 한국인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얼마전 알게된 '존 뮤어 트레일'처럼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비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방문객을 극소수로 제한하면서 원시적 생활을 강제하는 곳도 아니다. 보급이 어려워 십여일의 식량을 지고가야 하고 야영이 불가피한 존 뮤어 트레일에 비하면 카미노에는 성당과 작은 마을들이 줄지어 있고 알베르게라는 공동숙소, 호스탈이라는 호텔, 파라도르라는 옛 성이나 수도원을 개조한 고급 호텔이 있어서 자신의 신체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숙소를 정할 수 있다. 배낭을 지고가기 힘들면 택시로 목적지까지 부칠 수도 있고 몸이 힘든 구간은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처음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하여 피레네산맥을 넘는 나폴레옹 루트라는 나름 전투적인 길, 몰리나세카로 걸어가는 아름다운 꽃길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둔덕이나 평지를 노란 화살표를 따라 직진하는 퍽퍽한 길이다. 자신의 인생이 운명의 격랑에 휘말려서 혼동스러울때 아무런 생각없이 걷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걷는 길이다. 그래서인지 길 보다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길을 걷다가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불안해할때 무조건 성당을 찾아가면 성당근처에 숙소가 있다고 알려주던 자원봉사자들, 십여일 걷다가 지쳐 계속 걸어갈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할때 하프코스 마라톤을 연습으로 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실전에서는 풀코스를 뛸 수 있으니 완주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었던 할아버지 순례자들은 모두 낯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수호천사가 되주었던 사람들이다. 혼자서 걷기 시작했을때 까칠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도착할 무렵에는 관계를 그리워하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 호의를 베푸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선의의 연쇄반응이 카미노의 진정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산티아고까지 갈 필요는 없고 꼭 길을 걸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각자가 걸어야할 카미노일 뿐이다. 저자는 사랑하는 남동생을 갑작스러운 병으로 잃고 길을 떠났지만 나는 자녀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길을 떠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삼년전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친구의 꿈을 오랜만에 꾸었다.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은 별들이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곳일테니 별밭이라는 뜻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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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북리뷰]산티아고 가는 길 평점10점 | s******5 | 2013.06.09 리뷰제목
1. 이 책은 지은이 김희경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흔히들 '카미노'라 부르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은이 자신의 '발견기'라고 합니다. 물음표를 안고 길을 떠났으나 답을 가진 사람은 못 만났다고 합니다. 그 대신, 답이 없는 인생과 세상을 불안해하고 외롭다고 느끼던 이들을 만나 마음을 섞었다고 하는군요. 2.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야고보 성인의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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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지은이 김희경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흔히들 '카미노'라 부르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은이 자신의 '발견기'라고 합니다. 물음표를 안고 길을 떠났으나 답을 가진 사람은 못 만났다고 합니다. 그 대신, 답이 없는 인생과 세상을 불안해하고 외롭다고 느끼던 이들을 만나 마음을 섞었다고 하는군요.


2.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으로 알려진 가톨릭의 성지입니다. 이 길을 사람들이 순례한 역사는 천 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는데 그중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로프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에 이르는 '프랑스길'이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3. 셜리 맥클레인, 파울로 코엘료 등 명사들이 카미노에서 체험한 영적 깨달음, 삶의 변화를 고백하면서 이 길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도보 여행가 김남희 씨의 순례기가 출간된 것을 기점으로 관심이 부쩍 늘었고 인터넷에 '카미노 카페'가 개설되어 있답니다. 순례자중 50%는 한국인과 독일인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4. 지은이는 도중에 들른 한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의 방명록에 어느 한국인이 적어둔 글귀를 보며 씩씩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혼자이면서 함께이고, 함께이면서도 혼자인 길." 비록 출발은 혼자였지만, 순례를 마치는 때는 혼자가 아니라는 뜻도 담겨있지요.


5. 여행. 그것도 도보여행 중에는 먹고 자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은이는 가는 길에 동행을 만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사람과 환경에. 카미노가 좋은 것 중의 하나는 걷다 지칠 때면 적당한 지점에 커피나 와인, 맥주,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바가 있다는 것이지요. 카미노는 지나쳐가는 마을의 살림에 꽤 중요한 젖줄이라고 하네요. 순례자들 때문에 생긴 마을도 있다 합니다.


6. 지은이는 도보 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만남 중 나의 마음이 함께 머무는곳이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개가 만나기도 하는군요. 이탈리아에서 온 바르바라란 여성과 개(프리다)가 만나는 과정은 마치 숙명인 듯 합니다. 바르바라가 프리다라고 이름 붙여준 커다란 검은 개는 늘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군요. 물론 도보여행길에도 함께 합니다. 바르바라는 혼자 프랑스 루르드에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출발한 지 며칠 만에 피레네 산맥 기슭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던 날 혼자 숲 속을 헤매던 바르바라 앞에 더럽고 큰 개가 나타났습니다. 개가 다가오는 걸 보는 순간, 바르바라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이 개가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개를 수의사에게 데려가 상태를 체크하고. 이름을 지어주고 수백 킬로미터를 함께 걷는 중이었습니다. 이탈리아로 돌아 갈 때 집까지 데려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7. 카미노엔 '노란 화살표'가 있어서 순례자들의 여정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 그 화살표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군요. 갈림길에 서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이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길을 잃으면 무조건 성당을 찾아가. 원래 카톨릭 순례자들이 걷던 길이라서 늘 성당 근처에 가면 숙소가 있거든."


8. "여기서 뭔가 이상한 감정이 꿈틀대는 걸 느껴. 설명하기 어려운데...길의 끝에 가면 나도 뭔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카미노가 내면의 무엇을 찾게 만들긴 하는 것 같아. 겉으로만 여행을 하는 게 아닌 거지."  카미노 노상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평소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속마음과 비밀을 쉽게 털어놓곤 한답니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종종 치밀어 오르는 고해의 충동 때문일까요? 지은이의 입장에선 한국 순례자들보다 낯선 외국인과 낯선 언어로 이야기할 때 더 쉽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소한 영어라도 그런데로 쓸 수 있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카미노를 '세라피 루트(Therapy Route)'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9. 긴 여정. 순례의 길을 마치고 나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카미노 순례를 마쳤다는 '순레자 증서'를 주는군요. 물론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순례의 마무리는 되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까 나의 '버킷 리스트'에 담아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순서를 앞으로 바짝 끌어올려야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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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 평점10점 | d******7 | 2009.05.21 리뷰제목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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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내가 ‘그녀의 책’이 아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블로그이웃으로 자주 접하던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책 같았다. 이지적이고 자의식 강한 전문직 여성이 아닌, 수시로 흔들리고 망설이고 외로움 타는 보통 여자가 거기 있었다.  누군가 이 책만을 달랑 읽은 독자라면 저자를 코스모스처럼 유약한 ‘천상 여자’인 줄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필로그만 평소의 그녀 같다-  하지만 그녀는 대한민국 상위 1%만이 접할 수 있는 엘리트코스를 거친, 까칠한 차장급 기자이다.  자동차를 렌트하여 미국 캘리포니아를 횡단하는가 하면 한때 마라톤을 했을 정도의 활동성도 지녔다. 한 사람의 내면에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가 공존할 수도 있는 거구나. 어느 쪽이 좀 더 그녀의 본질일까. 어떻게 이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합해내면서 살고 있을까. 


저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거벗고 서 있는 것처럼 자신을 모두 드러낸 듯하다고 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유능한 여성도 때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친근감을 느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펼쳐놓는 내면에 아는 척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정말 그렇단 말이야? 해답을 알면서 그냥 한 번 해 보는 말은 아닐까.


그런 내 심정을 불식시킨 것은 이 부분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비유 중에, 1달란트를 그냥 가지고 있던 사람에 대해 안셀름 그륀 신부가  “그가 두려운 나머지 자신의 삶을 파묻었다”고 해석했다는 부분, 이런 문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의 절실함이 내 마음으로 파고 들었다.  비로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까지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일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일수록,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며 일이 잘못 되면 오래 후회하는 완벽주의자들일수록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겁쟁이들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매사를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삶에서 우연의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였다.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하면서 살아가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일이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래도 어디까지 한번 가보겠다고 하는 마음, 내가 갖고 싶은 용기는 그런 거였다. 카미노에서도 그런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저자가 자신에 대해 거듭 힘들어 하는 부분이 여기에 잘 드러나 있다고 보인다.  거칠게 말해서 ‘고뇌하는 수재’와 ‘단순한 열정’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우연히 나는 ‘단순한 열정’을 타고났다. 그래서 이 쪽에 속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은 대변할 수 있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이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자기검열에 시달리며 조심조심 많은 것을 이루었을 때,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지르느라, 시간과 물자를 허비하며 다분히 변덕스럽다. 이런 상태를 용납할 수 있을 것인가?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나를 규정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생긴 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되,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로 나를 다듬는 일, 세월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한 일이다. 아픈 경험을 통해 떠올리게 된 그 기준처럼 말이다.


결국 남은 기준은 하나밖에 없다. 죽음을 상담자로 삼는 거였다. 내가 죽음을 앞둔 시점이라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선택의 결과,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선택 이후 펼쳐질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더라도 당장 그 일을 하는 게 중요했다.


장영희교수님이 가시고, 정승혜대표가 갔다. 겨우 이름만 아는 사람들이라도 죽음 앞에서 나는 숙연해진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갔는지 저자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결핍과 실수만 바라보는 자책의 눈길을 거두라는 충고였다.  내가 스스로를 더 이상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이미 나는 내가 원하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이걸로 충분한지’ 묻지 말고 오늘의 나, 오늘 가진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받아들이기, ‘이미 충분한’ 내 운명으로 남을 위해 사소한 순간 하나라도 아름답게 만들기, 한번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순례길에 연주를 하고 싶어서 키타를 메고 다니는 젊은이, 생일을 맞은 친구를 찾아 산티아고까지 오는 소꿉친구들, 침대에 누워 죽기를 기다리느니 길 위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하는 남아공에서 온 할머니들, 걷지 못하는 친구를 들것에 싣고 걷는 6명의 친구들... 사소한듯 결코 사소하지 않은 그 순간들이 바로 ‘살아있음의 경험’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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