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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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심리 상담집

리뷰 총점 9.1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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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심리/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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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소한 일, 큰 행복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s*****l | 2016.10.20 리뷰제목
내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보다는 오히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내 기준에 의해 누군가를 재단하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하거나,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반응에 당황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결국 '나와
리뷰제목

내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보다는 오히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내 기준에 의해 누군가를 재단하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시하거나,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반응에 당황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결국 '나와 너는 다르다'라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관계로부터 배우는 이러한 사실을 도외시한 채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를 나 스스로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허튼 기대로 인해 짧은 만남과 그로 인한 상실의 고통만 경험하는 건 아닌지 조용히 뒤돌아보게 됩니다.

 

 새벽까지 달이 밝았습니다. 푸르게 쏟아지는 달빛에 의지하여 산길을 오르노라면 달빛에 비친 어룽어룽한 나무 그림자와 고즈넉한 새벽 숲의 고요가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합니다. 내가 즐겨 찾는 이 자연이 아니었다면 나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그 숱하디숱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고 미워하고 내 속을 박박 긁는, 그야말로 아수라의 세상을 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셈이지요.

 

"요컨대 온전한 정신의 끝은 어디며, 정신이상의 시작은 어디인가? 우리 중에서는 운 좋게도 스스로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 내에서 인생의 난관을 용케 잘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이들이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성공했다'고 규정한다. 반면 우리 중에는 계속 부인하거나 자신의 불운을 투사할 대상을 찾아냄으로써 문제에 대응하는 이들도 있다." (p.429)

 

타냐 바이런이 쓴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우리는 서로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심리 상담 사례집입니다. 영국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아동 심리학자로 25년간의 임상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저자는 실습생 시절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나는 정신분석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정신 분석가들이 그렇게 되는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않았다면 나도 정신분석 이론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신분석가들은 세상에서 자기들이 제일 잘난 줄 알고 있었고 오로지 자신들만이 정신 건강의 바이블을 읽고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삶의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는 쥐고 있지만 정작 그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신분석 이론은 언제나 지나치게 종교적인 느낌이었다."    (p.85)

 

'집안의 치부 혹은 비밀'이라는 의미의 '해골 찬장'(The Skeleton Cupboard)'이 원제인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야말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그렇지만 내가 아닌 '너'로서 현실에 존재하는 호모 속의 호모 사피엔스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타냐의 목에 흉기를 들이댔던 소시오패스, 어린 시절 계부로부터의 성추행을 경험했던 소녀가 연못에 빠진 동생을 구하지 않게 된 사연, 결혼을 앞두고 성적으로 무관심해진 커플, 좋은 집안과 개인의 재능을 모두 갖추었지만 거식증에 걸린 소녀,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중 자신조차 치매 증상을 보이는 할아버지, 인생의 말년에 알게 된 친딸의 생존 소식과 만남을 거부한 모녀, 약물중독과 HIV 환자 등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웃의 사연을 저자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세히 들려줍니다.

 

"자, 이제부턴 솔직해지자. 어떤 아이의 인생을 180도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아 이제 그 아이가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아이를 죽고 싶게 만든 이 거지 같은 세상으로 다시 내보내야 한다면그게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되는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내 보호 본능을 재단하기 전에 당신들의 보호 본능부터 들여다보길 바란다."    (p.114)

 

어렸을 적에 계부로부터의 지속적인 성추행을 경험했던 이모젠은 자신이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연못에 빠진 여동생을 일부러 구하지 않았습니다. 계부와 친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동생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모젠에게는 계부이자 여동생에게는 친아버지인 그 사람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모젠이 상담을 통하여 좋아졌으므로 다시 사회로 네보내진다고 할 때 저자는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분노합니다.   

 

"해럴드 할아버지는 너무나 신사다운 분이기 때문에 나에게 그 점을 대놓고 지적할 수는 없었지만 그분의 침묵은 내게 정신적 고뇌를 겪고 있는 다른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절대로 잊지 않는 교훈을 한 가지 깨우쳐주었다. 인간인 우리는 대개 중대한 일에 진땀을 빼지만 가장 큰 의미를 지니며 가장 큰 절망을 초래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사건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럴드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할머니한테 책임지고 감을 사다줄 수 없게 된 것이 바로 그랬다."    (p.225)

 

해럴드 할아버지의 사연은 이모젠보다 더 기구합니다.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였던 해럴드 할아버지와 그의 아내는 자식도 없이 온전히 두 부부만 서로를 의지한 채 살다가 아내가 치매에 걸려 요양소 생활을 하게 되자 해럴드 할아버지는 아내를 살뜰히 돌봅니다. 그러다 자신마저 정신이 희미해져 간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저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큰 절망을 초래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사건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해럴드 할아버지에게는 아내가 좋아하는 감을 사다주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체육공원 트랙을 몇 바퀴 돌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을 헐떡인다든가, 가볍게 지면에 닿을 줄 알고 높지도 않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정수리까지 찌르르 전해오는 울림을 감지할 때 그 절망감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행복이란 아주 사소한 일을 오늘이고 내일이고 끝없이 반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큰 일을 성취했을 때의 일시적인 행복만 쳐다볼 뿐 정작 사소한 일을 반복할 수 있는 커다란 행복은 눈에 띄지 않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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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심리상담사의 휴머니스틱한 책 평점10점 | m******1 | 2016.10.23 리뷰제목
타냐 바이런(Tanya Byron: 1967 - )은 자신의 할머니가 임신한 젊은 헤로인 중독자가 휘두른 강철봉에 머리를 강타당해 목숨을 빼앗긴 사건을 겪고 인간의 (병리적) 전두엽에 관심을 가지고 임상 심리학자가 된 영국의 저자이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저자가 임상심리사가 되는 과정에서 치른 실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만난 환자들은 공황 발작 환자,
리뷰제목

 

타냐 바이런(Tanya Byron: 1967 - )은 자신의 할머니가 임신한 젊은 헤로인 중독자가 휘두른 강철봉에 머리를 강타당해 목숨을 빼앗긴 사건을 겪고 인간의 (병리적) 전두엽에 관심을 가지고 임상 심리학자가 된 영국의 저자이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저자가 임상심리사가 되는 과정에서 치른 실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가 만난 환자들은 공황 발작 환자,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인 열두 살 소녀, 생모를 거부하는 여자 등등이다.


첫 환자는 뜻 밖에도 소시오패스였다. 저자의 말에 환자가 눈물을 흘리는 등 성공적인 듯 보였던 첫 만남은 소시오패스로 밝혀진 그 공황발작 환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한 저자가 구출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전개 양상을 보인다. 저자가 이렇듯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건을 당하고서 자기 탓을 하자 그의 진로를 결정할 책임자인 정신과 전문의는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과, 자기 자신에게 덤터기 씌우는 짓은 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물론 책은 소설처럼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해석, 무의식, 투사, 전이, 역전이 등 추상적이고 심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용어들을 핵심 용어로 채택하는 정신분석은 지나치게 종교적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여성혐오적인 이론(85, 86 페이지)이라는 저자의 말은 어디서든 쉽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두 번째 사례에서도 이 같은 진지한 통찰이 제기된다.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인 열두 살 소녀 환자가 자신의 양쪽 허벅지 등을 상처 입힌 것과 강박적으로 줄넘기를 한 것을 병리적인 행동으로 간주한 기존의 관례에 이의를 제기하며 저자는 그것을 병적 불안을 조절하는 전략,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 설명한다.(100, 101 페이지)


그런데 병원은 줄넘기를 소녀가 자살을 할 도구로 여겨 금한다. 저자는 죽고 싶어 헸으나 이제 살고 싶어 하게 된 아이를, 그런 행동을 유발한 원인을 규명하지도 않고 그를 애초에 죽으려는 마음을 갖게 만든 이 거지 같은 세상으로 다시 내보내려는 병원을 보며 불안감과 불편감을 느낀다. 저자는 정신분석을 싫어하지만 정신분석가의 견해를 듣는 데다가 더 나아가 한 정신분석가와 많이 친해지기까지 한다.


책 제목의 그 소녀(열두 살)는 다섯 살이 된 여동생이 익사하는 걸 거들었다. 다섯 살은 열두 살 소녀가 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 나이였다. 열두 살 소녀는 새 아버지의 성적 대상이 자신에게서 어린 동생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자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단위로 다른 현장에 배치되는 임상 실습은 너무 잔인하기에 환자들에게 정을 붙이지 않으려 다짐한다.


소설 같은 형식을 취한 것은 더 있다. 지도 교수가 개인적인 일로 며칠간 자리를 비우자 고립무원감을 느낀 저자는 이 일로 그와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갈등은 환자와의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저자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 섹스 요법을 시행하는데 그 부부 환자로부터 선생님은 너무 어리고 아직 정식 의사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 남자는 저자에게 당신은 사기꾼이라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외로움은 정신이상, 나아가 죽음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확신 하에 관련 자료를 찾는다. 외로움은 몸과 마음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장은 외로움으로 인해 이상 심리를 보이는 사람들을 다룬 장이다. 저자는 극적인 요소가 좀 덜해 보이는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말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네 번째 장에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할머니 이야기가 담겼다.(이 책의 원서 출간 년도는 2014년이지만 저자가 경험한 시간대는 저자 나이 스물세 살 무렵인 지난 90년 초이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69세의 남편과 치매에 걸린 아내의 이야기이다. 뇌 이상으로 홀로코스트를 (정신적으로) 다시 겪는 할머니는 측두엽 활동 정지로 변연계에 의존해 사는 탓에 영원히 불안에 시달리고 외부에 대한 과잉 경계로 투쟁과 도주(fight or flight)라는 생존 모드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는 분이다.


할아버지는 자신 역시 미쳐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이미 아내가 미쳐가는 걸 보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너무도 잘 아는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실습생 신분이기에 또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구원이라는 망상, 구조 판타지(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는 모습도 곧잘 연출한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의 끔찍하고 잔인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 돌아온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생이라면 할머니를 죽인 살인범을 죽일 거야?”란 질문을 받는다.


저자가 자신에게 기회가 생겼다면 정말 어떤 식으로든 복수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그렇다면 선생은 이미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고 (살해당한) 할머니를 아직 보내드리지 못한 것이라는 말을 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식이 장애 병동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곳에서 저자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굶어 죽고 싶어 하는 소녀를 만난다. 저자는 그 아이의 자기 통제 욕구와 능력이 그 아이를 낫게 도와줄 수 있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클까봐 두려워 한다.


저자는 그 소녀의 거식증은 사이가 벌어진 부모님을 뭉치게 해준 접착제였던 것일까?란 말을 한다. 그 소녀에게 거식증은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는 걸 미루게 하는 방편이었다. 그 소녀의 엄마는 빈둥지 증후군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다. 소녀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가족 모두의 기대와 달리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소녀는 자신이 떠나면 엄마에게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을 걱정한다는 말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소녀의 거식증에 관해 가족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고 싶다는 말을 소녀의 엄마에게 한다. 소녀는 결국 그 말은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냐며 반발한다.


저자는 소녀에게 엄마를 못 떠날 것 같은 네 감정이 어쩌면 네가 아프게 된 이유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소녀는 “어째서요?”라 되묻는다. 소녀는 결국 저자에게 선생님 말씀이 모두 옳은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소녀의 거식증을, 절망에 빠진 엄마가 활짝 열어놓은 품 안으로 퇴행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빠져 나올 수 없는 덧”에 걸린 것이다. 그런 어느 날 소녀의 어머니는 교통 사고로 숨진다. “인지적 도전도 체계적 해석도 시의적절한 개입도 소용없는 순간”이다. 물론 소녀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은 얄궂게도 소녀로 하여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여지를 주었다.(352 페이지)


전편(全篇)에서 그렇지만 저자의 문학적 감수성과 소설적 구성력 그리고 흥미를 자극하는 능력은 마지막 장인 약물중독 병동과 HIV 보균자 및 에이즈 환자를 연구하고 치료하기 위해 신설된 시설인 말기 환자 병동에서 유감 없이 발휘된다. 저자는 임상심리사들은 어떤 증상을 보고 알아내고 고친다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포착해내는 인본주의적 접근 방식을 쓰는 사람들이라 말한다.(375 페이지) 똑똑하고 논리적인 완벽주의자인 여자 증권 중개인의 내러티브가 눈길을 끈다. 경쟁이 치열하고 성과(成果) 중심적인 증권 중개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초인(超人)이 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최고를 달성할 수도, 최고가 될 수도 없는 지경에서 그녀는 코카인을 만났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절로 갖게 하는 것은 속도감 있는 대화이다. 가령 “커밍아웃하게 된 이유는 뭐였어요?”, “난 커밍아웃 같은 거 안 했어. 그냥 나로 살았을 뿐이야.”, “그렇다면 지금도 자신으로 살면 되잖아요? 왜 자살을 하려고 해요?” 같은 대화를 보라. 저자는 자격증을 딴 지 25년이 되었고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면서 12년을 보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회고록이 아닌 허구라고 설명한다.


정신 건강 분야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다룬 사례라며 내놓은 책을 수없이 읽었다는 저자는 25년간 얼마나 불안했고 또 얼마나 오만했고, 얼마나 순진무구했는지 잊고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머릿 속이 더 뒤죽박죽인 적도 많았다는 저자는 그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노련한 상담사, 아니 어쩌면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의 압권은 재미이지만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 저자의 인본주의적 정신이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자신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정신 건강 치료를 둘러싼 수많은 복잡하고 부당한 사건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 나름의 이유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한다.(435, 436 페이지) 감동적이고 재미 있고 의미로 넘치는 책을 읽은 기쁨이 크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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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a*****7 | 2016.10.09 리뷰제목
해골 찬장(THE SKELETON CUPBOARD) 이 책의 원제입니다. '집안의 치부 혹은 비밀'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라는 제목은 매우 노골적입니다. 어떤 제목이냐에 따라 독자의 선택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일단 이 책을 펼쳐든다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 소설 혹은 드라마, 영화같은 이야기라서...
리뷰제목

해골 찬장(THE SKELETON CUPBOARD)

이 책의 원제입니다. '집안의 치부 혹은 비밀'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라는 제목은 매우 노골적입니다.

어떤 제목이냐에 따라 독자의 선택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일단 이 책을 펼쳐든다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

소설 혹은 드라마, 영화같은 이야기라서...

환자에 대한 비밀 보장 의무를 지키기 위해 등장인물과 정황 등을 가공했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된 사례들은 전부 허구입니다.

저자 타냐 바이런은 영국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아동 심리학자로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이 임상 심리학자가 되기 전 실습생 시절의 경험담, 그때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서툴고 미숙하던 실습생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냈을까요.

그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는 정신 건강 분야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다룬 사례라며 내놓은 책을 수없이 많이 읽어보았다.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퍼뜩드는 생각은 스포트라이트가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되고 그 치료를 맡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절대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러한 접근법은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과 '미치지 않은' 사람들만 있다는 아주 위험하고도 보편적인 믿음을 조장하는 듯하다.

또한 정신 건강 분야 종사자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유리한 위치에서 관찰하고 평가하고 처방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처럼 보일 것이다. 나는 우리 일이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요컨대 온전한 정신의 끝은 어디며, 정신이상의 시작은 어디인가?

우리는 그런 부분을 그들의 문제로 돌리고는 '환자'라는 꼬리표 뒤에, 문제가 있는 건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라는 착각 뒤에 숨는 것이다.

... 안타깝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 그들의 일부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에필로그 중에서)

우선 이 책을 쓴 타냐 바이런의 솔직함에 감탄했습니다. 치료를 하는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혼돈에서 질서를 향하여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그려냈습니다. 조금은 미숙해도, 환자에게 전이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조차도 인간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을 돕고 싶어하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25년 간 심리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될 기회를 갖게 된 건 그들 덕분이라는 말에 감동했습니다.

누구나 각자 나름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은 전혀 모르는 불안증이나 강박증일 수도 있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해결하느냐 아니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은 건강합니까?

우리 몸의 건강을 체크하듯이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컨디션이 최상일 때도 있지만 너무 안좋아서 치료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정신 건강에 문제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두려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내면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숨기고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굉장히 심각한 경우지만 적어도 치료를 받았습니다. 물론 치료 결과가 모두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아플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건 함께 해줄 '사람'이 아닐까요. 우리는 감히 상상도 못할 고통과 불행을 겪은 아이들을 보면서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만 있었더라도 피할 수 있는 불행이 아니었을까요.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건 병원이 아니라, 결국 '사랑'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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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마음은 쉽게도 부서지고 무너진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7.03.19 리뷰제목
예전에는 마음이 아픈 건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한 사람은 미쳤다 여기고 억지로 정신병원에 가두기도 했다. 정신병원이 생긴 뒤에 그렇게 했겠지. 어린이가 이상한 행동을 해도 미쳤다 여겼다. 종교 관계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악마가 들렸다 하고 악마를 쫓아낸다면서 이상한 의식을 했다. 그때 아이는 죽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그런 일 없을까. 우리가 모르는 어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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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마음이 아픈 건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한 사람은 미쳤다 여기고 억지로 정신병원에 가두기도 했다. 정신병원이 생긴 뒤에 그렇게 했겠지. 어린이가 이상한 행동을 해도 미쳤다 여겼다. 종교 관계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악마가 들렸다 하고 악마를 쫓아낸다면서 이상한 의식을 했다. 그때 아이는 죽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그런 일 없을까.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악마(귀신)를 쫓아낸다면서 의식을 치르다 사람을 죽게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뇌를 다치거나 약물 때문에 환각을 보고 어떤 충격을 받고 이상해지기도 하겠지. 뇌를 다친 사람은 전처럼 돌아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약으로 좀 낫게 할 수 있을까. 약물 중독은 약을 끊으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 충격을 받은 사람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면 좀 나아질지도.

 정신이 이상한 건 몇몇 사람뿐일까, 그렇지 않을 거다. 사람은 모두 어딘가 이상하다. 그게 지나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이 다쳤을 때 바로바로 푸는 사람이 있을 거다. 쌓아두면 어느 순간 터지고 무너진다. 정신과 의사와 임상심리사는 무엇이 다를까. 정신과 의사와 임상심리사는 서로 도와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한테 도움을 줄지도. 이 책을 보니 몇해 전에 알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도 임상심리사로 일했다. 그 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일 때문에 바빠져선지 아쉽게도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만나지 못한다 해도 오래 친구로 지내고 싶었는데, 어딘가(살던 곳)에서 잘살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 친구 때문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난 사람 마음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심리학 책은 거의 못 보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나 조금 보았다. 그런 건 별로 읽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안해져서 괜찮았다. 내가 알고 싶은 사람 마음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은 마음이 아픈 사람 때문에 나온 것일 테니까. 내가 소설을 자주 본 건 잘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사람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안다(그건 눈치 보긴가). 내가 안다고 여기는 게 틀릴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타냐 바이런이 임상심리사 실습을 할 때 만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타냐가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타냐 이야기도. 꽤 오래전 일을 이제야 책으로 썼다고 한다. 타냐는 임상심리사로 일한 지 스물다섯해가 다 되었다(지금은 시간이 더 흘렀겠다). 임상심리사로 일하고 익숙해졌을 때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격증을 따기 전 이야기를 쓰다니. 임상심리사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 일이 오래 남아 있었나 보다. 타냐는 열두해 동안 그것을 쓰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타냐가 처음 만난 사람은 소시오패스여서 일을 제대로 못했다. 그것보다 타냐는 자신이 마음이 안 좋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여겼다. 자신은 가져야 하지만 오만은 안 좋은데 말이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모두 고칠 수 있다 여기다 죽는 사람을 보면 좌절하고, 그때서야 자신이 신이 아니다는 걸 알게 된다. 타냐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타냐는 심리사가 도울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도울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이 가진 힘은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 마음은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책 제목에 나온 열두살 여자아이는 자기 동생을 지키려고 동생이 물에 빠졌을 때 거기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 일을 알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타냐는 이모젠이 동생이 물에 빠져 죽어서 충격을 받았다고만 여겼다. 이모젠은 병원을 나갈 때쯤에야 사실을 타냐한테 말한다. 새아빠가 자신한테 나쁜 짓을 하다가 동생(새아빠 친딸)한테 눈을 돌렸다고. 새아빠는 겉모습은 멋지게 생긴 모델인데. 겉모습이 괜찮다고 그 사람 마음까지 좋은 건 아니기는 하다. 이모젠은 그 뒤 잘 살았을지. 몰리는 아주 작아지고 싶다고 한다. 이건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왜 그럴까 했다. 몰리는 엄마가 자신이 떠나면 쓸쓸해하리라는 것을 알고, 엄마가 자신을 돌보게 하려고 먹지 않았다. 엄마를 생각하고 어른이 되지 않으려 하다니. 몰리 엄마는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가 아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몰리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심리사와 이야기를 했다면 좀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아이가 자라고 집을 떠나면 우울증에 빠지는 엄마가 많다. 집안 일이나 아이한테만 마음을 많이 써서겠지. 엄마도 엄마가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해럴드는 아내가 치매여서 돌보았다. 자신도 정신이 이상해진 걸 알고 검사를 받는다. 해럴드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는다. 타냐는 그 일을 해럴드한테 전하기 힘들어한다. 해럴드는 그전까지 정신을 차렸는데, 그 말을 듣고 정신을 놓고 만다. 타냐가 만나는 사람에는 HIV 바이러스 말기 환자도 있다. 패션디자이너로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타냐는 톰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돕는다. 타냐가 만난 사람에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없다. 낫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사는 게 괜찮아지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많지 않나 싶다. 우울증을 마음에 걸리는 감기라고도 한다. 자신이 자기 마음을 잘 돌보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면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사람도 마음은 여리기도 한다. 그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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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뷰]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평점10점 | w******s | 2016.11.08 리뷰제목
열다섯 살 때 임신한 마약중독자에 의해 머리를 난타당해 죽어가는 할머니를 목격한 후 인간의 전두엽에 마음을 뺏겨버린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의 저자 타냐 바이런은 그 때부터 임상심리학자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어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상심리학자이다. 그녀가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 위기에 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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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때 임신한 마약중독자에 의해 머리를 난타당해 죽어가는 할머니를 목격한 후 인간의 전두엽에 마음을 뺏겨버린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의 저자 타냐 바이런은 그 때부터 임상심리학자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어 현재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상심리학자이다. 그녀가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 위기에 빠진 가족들, 성기능 장애, 불치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소시오패스 등 초보 임상심리사였던 타냐가 3년간 했던 그녀의 임상 실습에서 만난 독특환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첫 실습을 나간 병원에서 환자기록부를 받아 볼 때 그녀는 임상학부 동기들 사이에서 그들을 '환자'라고 불러야할지 여부를 두고 기나긴 논쟁을 벌였던 것을 생각한다. 처음에 타냐는 그들을 환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주에 걸쳐 서서히 현장에 빠져들면서 부딪쳐보니 그 사람들은 환자도 고객도 아닌 그냥 '인간' 이라느 것을 느낀다. 삶과 사연이 있는, 연약하고 가끔씩 불행을 느끼고 흥미로운 면을 보이는 실재하는 인간 말이다. 그녀가 임상 실습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환자는 불안 장애와 공황 발작 증세의 레이라는 중년 남성이었다. 타냐는 레이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다가 마침내 그에게서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레이에게 공격을 당한다. 지그문트를 떠올리며 상황을 모면한 덕분에 다치지 않고 해결되었지만, 타냐는 레이를 전혀, 하나도 돕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녀가 두 번째로 만난 환자는 자해 성향이 있는 열 두살의 이모젠이었다. 이 어린 소녀의 다섯살짜리 동생이 물에 빠져 익사했고, 익사한 동생을 이모젠이 발견했다. 엄마는 아이의 양육보다는 자신의 일에 관심이 많았고, 패션 모델인 새 아빠도 아이의 양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타냐는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이모젠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서히 그녀의 마음을 열게 했고, 퇴원날짜를 잡을 만큼 회복시켰다. 하지만 타냐는 어딘가 모르게 의문이 들었다.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중 연못에 있던 이모젠을 만난다. 언제나 이모젠이 들고 있던 인형을 그녀가 연못에 넣고 서서히 수면 아래로 밀어 넣는 것을 보고 타냐는 깨닫는다. 이모젠이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했다는 것을.

 

이모젠의 새아빠는 어린 아이를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이모젠을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모젠이 자라면서 성적 대상이 이모젠의 동생으로 옮겨가려 했고, 이모젠은 그로부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수영장에 빠진 동생의 머리를 발로 살짝 누른 것이다. 순수한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한 동생을 지키는 방법이 비극이었기에 이모젠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에는 분노와 함께 이모젠이 너무 불쌍하다고 느꼈다. 이 어린 소녀는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며 경찰한테 말해 자신을 감옥으로 데려가게 해달라고 말한다. 이모젠이 아닌 실제로 벌을 받아야할 이 아이의 새아빠는, 어린 소녀 두 명을 불행한 삶을 살게한 새 아빠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고는 있을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회적 접촉, 유대감을 열망하게 되어 있다. 삶에서 그것이 빠져 버리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죽음을 향한 느린 행진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듯 외로움은 치명적인 것이다. 

 

타냐는 주변 상황을 보며 자신이 외롭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여러가지 케이스의 사연들도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깨닫는다. 또한, 세상에는 구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슬프게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타냐는 자신의 어리숙했던 실습 때의 모습을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들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병을 완벽하게 완치했다며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부족했던 임상심리사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자신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냐의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로 인해 감동을 받았고, 인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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