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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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에세이 두 번째 결정판

리뷰 총점 9.6 (128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63.78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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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4.03.28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산문, 소설 가리지 않고 작가의 글들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더라도 정갈하고 따뜻한 글을 읽다 보면 새롭게 느껴지곤 한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가의 에세이 결정판 두 번째 책이다. 일전에 그녀가 생전에 쓴 에세이 중에서 35편을 추려 뽑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 이어,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산문, 소설 가리지 않고 작가의 글들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더라도 정갈하고 따뜻한 글을 읽다 보면 새롭게 느껴지곤 한다. 이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가의 에세이 결정판 두 번째 책이다. 일전에 그녀가 생전에 쓴 에세이 중에서 35편을 추려 뽑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 이어, 2002년 개정판으로 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하여 엮었다고 한다. 등단 이후인 1971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가가 쓴 46편의 산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첫 번째 에세이 결정판에서도 느꼈지만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 물론 작가가 정하지는 않았겠지만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작가 자신이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한 결심과 의지를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등단하게 된 과정을 쓴 글에서 작가는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글을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작가의 글을 읽을 때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아이들을 키우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쓴 동명의 산문에서 따왔다. 작가는 부모의 지나친 사랑, 지나친 극성이 혹여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를까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을 말로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소박하고 간결한 작가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이처럼 46편의 산문은 그 시대의 평범한 일상과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소망과 마음이 담겨있다.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어렴풋이나마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과거로의 여행을 한 느낌이다.

작가는 삶의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항상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글을 읽다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슴이 시리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은 작가의 삶이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 지키면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모든 이들을 배려하는 삶이었기 때문일 게다. 작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는 그녀의 글들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댓글 0
종이책 사랑을 배우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s*****l | 2024.05.19 리뷰제목
인류사나 과학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 대한 인류의 지배력이 가장 강하고 그로 인하여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20세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하고 묻는다면 글쎄요? 하는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주식 격언에도 있는 것처럼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니까요. 인류의 힘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20세기를 지나쳐 온 우리는
리뷰제목
  인류사나 과학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 대한 인류의 지배력이 가장 강하고 그로 인하여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20세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하고 묻는다면 글쎄요? 하는 물음표가 달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주식 격언에도 있는 것처럼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니까요. 인류의 힘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20세기를 지나쳐 온 우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시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물론 AI와 같은 초자연적인 과학의 힘 앞에서 무력하게 퇴장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며칠,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읽는 내내 나는 문득 지난 1세기의 의미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크고 작은 분쟁도 많았고, 지역에 따라 생존의 위기에 처한 나라도 있었지만, 지구 전체로 볼 때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안정된 시기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와 같은 힘의 밑바탕에는 어쩌면 다정함이나 사랑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불쑥 들었던 것입니다.

"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 모녀끼리의 눈치로, 어느 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홑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파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의 닮음, 소망의 냄새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P.381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에서)

그렇습니다. 20세기를 주로 살았던, 말하자면 20세기 토박이 작가인 박완서는 그녀가 썼던 어떤 글에서도? 어머니 손길과 같은 다정함이 묻어나곤 합니다. 어쩌면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주된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의 온도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수사나 기발한 표현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시대의 정서를 잘 포착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기 작가가 갖추어야 할 최대의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까닭에 작가는 불혹이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판단이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테지요.

"나는 용감하게 인도에서 차도로 뛰어내리며 그를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환성을 질렀다. 나는 그가 주저앉는 걸 봄으로써 내가 주저앉고 말 듯한 어떤 미신적인 연대감마저 느끼며 실로 열렬하고도 우렁찬 환영을 했다. 내 고독한 환호에 딴 사람들도 합세를 해 주었다. 푸른 마라토너 뒤에도 또 그 뒤에도 주자는 잇따랐다. 꼴찌 주자까지를 그렇게 열렬하게 성원하고 나니 손바닥이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P.172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중에서)

박완서 작가의 애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작가의 삶을 비교적 길게 지켜보았던 나로서는 그녀의 글을 예사로 읽기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허망하게 잃었던 작가가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보였던 절절했던 심정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천주교 신자인 작가가 '온종일 신을 죽였다. 죽이고 또 죽이고 일백 번 고쳐 죽여도 죽일 여지가 남아 있는 신. 증오의 마지막 극치인 살의, 내 살의를 위해서라도 당신은 있어야 해.'라고 썼던 당시의 피폐했던 삶과 끝내 그것을 극복하고 '이 세상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썼던 작가의 고백을 나는 마치 내가 겪은 일인 양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에는 언제나 사랑이 넘쳤습니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사랑이 있는 시대, 사랑이 있는 정치, 사랑이 있는 역사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고로 우리는 사랑이 있는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 역사에 사랑이 개입해 본 적이 있나요. 우리 정치사에 사랑이 있어본 적이 있나요?"  (P.158)


21세기를 갓 시작한 우리는 정말 주변의 사랑을 모두 잃은 채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뭐니 뭐니 해도 정치권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 시대의 작가들 중 많은 이들이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랑을 잃고 극단적인 편가름과 서로에 대한 증오만 키우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국민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대 '자유주의 세력과 동료 시민'으로 양분하여 내 편이 아닌 자는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계나 예술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박완서 작가는 어쩌면 사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사랑의 장으로 이끌었던 21세기의 마지막 작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랑으로부터 멀어지는 순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오직 증오와 파멸뿐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서막은 그렇게 열리고 있습니다. 사랑은 이제 현실이 아닌 교과서에서나 배울 수 있을 듯합니다. 단지 한 권의 책을 통하여 말입니다.

1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6 댓글 2
종이책 구매 새로움인지 그리움인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a****m | 2024.01.30 리뷰제목
박완서 이름만으로도 눈물나는 그리움입니다. 새 책이 나왔는 소리를 들으니 선생님 살아오신듯 하고 오랫만에 만나는 어머니 품안으로 달려드는 아이의 서러움같은 것이 반가움보다 앞섭니다. 날마다 새롭게 다시 그리운 이들에겐 새로움 만큼이나 그리움에 가까이 다가가는 이름도 드물듯 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순간의 감정온도가 몇 도를 가르키는지 체온이 몇 도에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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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이름만으로도 눈물나는 그리움입니다. 새 책이 나왔는 소리를 들으니 선생님 살아오신듯 하고 오랫만에 만나는 어머니 품안으로 달려드는 아이의 서러움같은 것이 반가움보다 앞섭니다.
날마다 새롭게 다시 그리운 이들에겐 새로움 만큼이나 그리움에 가까이 다가가는 이름도 드물듯 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순간의 감정온도가 몇 도를 가르키는지 체온이 몇 도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참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이름들은 하나 둘 별이 되어 어느사이 밤하늘이 총총해져갑니다. 이쪽도 세상나이 제법 먹었다는 소리겠지요. 도리상영 반가움이 앞서다보니 미처 책을 받아보기도 전에 선생님 영전에 인사부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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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g*****3 | 2024.02.02 리뷰제목
내가 사는 도서관에는 박완서 작가 문학관이 별도로 있어 둘러본 적이 있다. 많은 책을 냈음에도 난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 얼핏 도서관에서 에세이를 꺼내 읽으면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꾸밈없는 문장 이면서도 그 안에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느낌이 풍겨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6.25를 겪고 오빠를 잃고 그리고 아들을 잃었던 아픔을 지니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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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도서관에는 박완서 작가 문학관이 별도로 있어 둘러본 적이 있다. 많은 책을 냈음에도 난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 얼핏 도서관에서 에세이를 꺼내 읽으면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꾸밈없는 문장 이면서도 그 안에는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느낌이 풍겨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6.25를 겪고 오빠를 잃고 그리고 아들을 잃었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멍이라 할 수 있다. 에세이를 읽는 건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향이 개성에서 더 들어가는 산골마을로 산봉우리로 마을이 하나씩 있던 작은 마을... 그러나, 그 누구도 그곳을 열악하다고 하지 않았다. 소신껏 자신들의 몫을 하고 나누어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마을이다. 책에서 묘사된 고향의 모습은 몇 페이지를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그리워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 후 고향을 떠나 인왕산 근처에 터를 잡았는데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이니 그 시절 여인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산다는 건 큰 용기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친모는 그렇게 했고 자녀들의 교육에도 정성을 쏟았다. 비록, 전쟁으로 대학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말이다. 가정주부가 되고 나서 우연히 기고한 작품이 상을 받으면서 시작된 작가의 길... 그러나 왠지 푸근한 것은 살아왔던 그 삶이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었기 때문일까? 지금은 대중교통이나 기차가 잘 발달되어 어디든 쉽게 여행을 가지만 80년 대만 해도 이동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인과 같이 새마을호를 타고 떠난 여행 이야기는 고되면서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볼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 생각 역시 그 시대를 따라간다 단어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듯이 말이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지금과 전혀 다른 배경이 생소하면서도 더 인간적인 면을 느낄 때도 있었다. 저자는 여행 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되면 굳이 지인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조용히 다녀온다고 한다. 왜 그럴까? 보통 그 지역의 지인에게 부탁하곤 하는 데 오히려 자신 정성스럽게 대해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불편해도 숙박하는 게 편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동안 답답해서 어디로 갈지 헤맬 때 이해인 수녀님을 알게 되어 수녀원에 묵었던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공감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동시에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보면서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 에세이였다.

 

40세란 좀 늦은 나이에 시작한 소설 쓰기도 6ㆍ25의 악몽을

배설해 내려는 몸부림과 무관하지 않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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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4.01.20 리뷰제목
책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맺혔다. 엄마를 보는 듯이 책을 손에 곱게 들고 살포시 넘겨 본다. 가장 뒤에 있는 사진부터 찬찬히 본다. 작가님이 쓰시던 소품부터 친필편지까지. 나도 엄마의 메모들을 아직 가지고 있다. 다시 써 줄 사람이 없기에 그냥 막 휘갈긴 낙서라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박완서 작가님은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작가였다. 엄마가 떠나고 한동안 작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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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맺혔다. 엄마를 보는 듯이 책을 손에 곱게 들고 살포시 넘겨 본다. 가장 뒤에 있는 사진부터 찬찬히 본다. 작가님이 쓰시던 소품부터 친필편지까지. 나도 엄마의 메모들을 아직 가지고 있다. 다시 써 줄 사람이 없기에 그냥 막 휘갈긴 낙서라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박완서 작가님은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작가였다. 엄마가 떠나고 한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이제쯤이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먹먹함으로 읽어간다. 작가님의 위트있는 글솜씨가 사람의 마음을 담담하게 만들어 준다. 자장가를 불러주듯이 평안함을 주는 글이다.

 

당신이 살아온 일들을 생각을 적었기에 그때 당시의 생활상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에게는 향수를 주는 그런 글들이고 젊은 세대들이 본다면 신선함미저 느낄 그런 글들이다. 미도파와 시대백화점(175p)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그랬다. 미도파라는 말을 요즘 사람들이 알까. 미도파가 알아주는 백화점이었는데. 하지만 그런 나도 시대백화점은 처음 들어서 나 또한 낯섦도 존재했다. 그런 낯섦음은 미팅문화에서도 드러났는데 작가가 적어 놓은 춘향이와 이도령 이수일과 심순애(207p)를 써놓고 짝을 맞추는 방법은 진짜 옛날 영화에서나 보았을뿐 해보지 못한 방법이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풍기면서도 조금은 유치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 했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가면 뭐든 유치하기 마련이 아닌가.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그 프로그램이 촬영되는 장소의 시장이 나온 걸 봤다. 무슨 시장님 행차하듯이 그렇게 온 것이 아니라 수행원 하나 없이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왔더라. 한 도시의 시장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와서 혼자 호빵을 먹으면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합석을 하고 그러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전 시장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부인과 함께 와서는 소탈하니 음식을 먹고 지역 사람들와 이야기를 하고. 정치인들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좋다. 자기네가 뭐라도 된냥 뻐기고 다니는 사람들 말고 말이다. 인도 수상이 마차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264p)을 언급한 글을 보면서 작가님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정치인을 이야기했고 그 글을 보면서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던 걸 떠올렸다.

 

전반적으로 에세이라는 장르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히 드러낸다. 그래서 글을 통해서 작가라는 사람을 조금은 더 인간적으로 접할 수가 있다. 드러나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글에서는 조곤조곤 조용함을 풍기지만 실제 성격은 우악스럽다거나 화통한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님은 왠지 모르게 글과 똑닮으셨을 것 같다. 사회적인 비판도 논리정연하게 따박따박 증거를 들어가면서 말씀하셨을 것 같고 그런 것은 글에서도 드러나있다. 작가님의 책을 많이 가지고 있고 많이 읽어와서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나는 작가님께 이 책을 통해서 또 한발짝 더 다가갔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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