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 그루는 그냥 나무 한 그루가 아니다. 어디든 나무를 심고 나면 나무가 있는 그 곳은 예전의 빈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공기가 바뀌고 주위 환경이 달라지고 나무를 지나는 모든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살고 싶은 쪽으로, 같이 잘 사는 쪽으로. 그러니 나무는 심을 때도 신경을 기울여야 하지만 벨 때는 심을 때보다 훨씬 고민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나무를 베면 나무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무로 이어져 있던 세상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므로.
책을 펼치자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 나타났다. 주인공인 나무도 근사하고 나무 곁에 서 있는 집들도 아늑해 보이고 창문마다 고운 얼굴들이 보여서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곳이라면 누구라도 살기 참 좋겠구나, 이런 곳에서라면 작고 큰 걱정마저 수월하게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 혼자 사는 게 아니고 사람만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양이도 새들도 집을 잃은 사람까지도 함께 살 수 있는 곳이겠구나. 그림책을 넘기는 내 마음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던지.
그러다 갑자기 나무가 쓰러졌다.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는 베어 버린 것이다. 나무는 말을 못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침묵, 그림책에서도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무가 사라지고 나면 말이, 이야기가,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무가 없고 말이 없는 세상, 절대로 바랄 만한 세상이 아닌 것인데.
책은 동화로 분류되어 있다.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많이 봐야 할 그림책이다. 늘 생각하지만 이런 좋은 책은 보고 나서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나의 하찮은 실천력이 몹시도 답답하기만 해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거인의 침묵』이라는 책은 다소 눈물이 날 수도 있는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울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거인의 침묵』 표지에는 건물보다 키가 큰 나무가 등장한다. 주황색의 띠지를 열어보고 표지만으로도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내용을 읽으니 역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의 감상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띠지를 다시 씌워서 아이와 읽었더랬다.
역시 나처럼 글씨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감상을 했다. 직관적인 그림책 덕분에 우리 아이는 거의 완벽하게 이야기를 상상해냈다. 그렇다고 책을 감상하는 시간이 짧았냐? 아니다. 일러스트에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던지 그런 그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한참 시간을 쏟았다. 창문 하나, 문하나 놓치지 않고 빼곡히 사람이나 동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동네의 '오늘'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계절별로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거인의 침묵』은 일러스트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나 슬펐지만, 어느 페이지 하나 허투루 표현된 것이 없이 일러스트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을 주는 책이랄까.
나무의 나래이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나무가 천천히 커간다. 시장님이 연설하고, 미끄럼틀이 생기고 사라지고, 노숙자의 집이 되기도 하고, 고양이 구출 작전을 펼치기도 하는 등 나무는 마을의 터줏대감이 되어 오래오래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책이 몇 페이지 남았는데도 더이상 나무의 나래이션이 들리지 않게 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자리 잡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이는 “그림도 아주 슬펐는데, '...'하고 더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장면이 너무 슬퍼”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이래서 『거인의 침묵』이라는 것을 아이가 곱씹는 표정을 보며 엄마인 나도 한동안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는 유독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아이이기에 『거인의 침묵』을 더욱 슬퍼했는데, 어른인 나는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서 더 서글픈 마음이었다. 책을 읽고 북극곰 출판사에서 주신 독후활동을 하며 아이는 내내 슬퍼했다. 자연과 건물이 같이 잘 어우러진 세상에 살고 싶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이것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거인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곱씹어본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연을 침묵 '시켜'왔는가. 그리고 그것이 결국에는 우리의 침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의 마음이 든다.
환경운동가 일러스트레이터 바루작가가
나무를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들려주는 묵직한 현실을 전해주는 그림책이에요.
마치 나무가 우리에게 정말 마음을 전하는 것 같이
큰 나무를 떠오르게 하는 판형이에요.
큰 판형의 큰 그림이 좀 더 생생하게 나무의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요.
나무는 자신의 일생을 소곤소곤 우리에게 귓속말 하듯 전달해요.
나무는 스스로 행복한 날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새들을 반가워하고, 사람을 지켜보며 자신만의 삶을 지내고 있어요.
나무는 계속 변해가는 도시 속 에서 거인처럼
큰 나무로 도시와 함께 할 수 있게 될까요.
인간의 이기심이 단 한 페이지의 충격적인 그림으로 잘 묘사되어 있는 그림책이에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