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줄에 들어섰을 무렵 우아하게 늙어가는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민했던 우아하게 늙어가는 법은 막상 나이가 들었을 때는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실천에 옮겨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간단한 것이라도 실행에 옮겨볼 것을 그랬습니다.
나이 듦이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과 마음이 쇄락해지고, 또 그런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을 전공하는 제임스 힐만은 다른 생각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그는 <나이 듦의 철학>에서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는 삶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무언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 “성격이 운명이다”를 인용하면서 ‘성격이란 특징, 기벽, 즐거움, 헌신 등의 독특한 조합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고, 판단은 냉철해진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삶의 막바지 기간에 우리의 성격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아주 친절한 듯합니다. 책머리 부분에 독자에게 전하는 글을 먼저 싣고, 서문이 이어진 다음에 이 책의 구조에 대하여 설명해두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제1부 ’지속‘에서는 ’오래됨/늙음‘이라는 관념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인물, 장소, 사물의 성격에 품는 애정에 이 관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제2부 ’떠나감‘에서는 우리가 삶의 무대에서 서서히 떠나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신체의 징후를 살펴보고, 그런 징후들이 성격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합니다. 나이듦으로 인하여 생기는 기능장애가 성격의 기능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3부 ’떠나버림/남음‘은 신체적으로는 떠나는 시기이지만 각 사람이 구현한 독특한 성격은 남아 후세에 전해진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서문으로부터 제1부에 이르기까지 나이 듦에 관하여 정의를 내리고 있다고 보았는데, 그런 까닭인지 읽는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쉽니 않을 정도로 난해하였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총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보았는데, 그래서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2부는 각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드러나는 신체 기능의 저하와 그에 따른 심리변화까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라서인지 비교적 쉽게 읽히는 맛이 있습니다.
’지속‘이라 함은 아마도 활력을 유지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말하는 듯한데, 노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피부도 탄력을 잃어 늘어지기 시작하고, 밤에 자주 깨어나는 것도 나이가 들면 뚜렷해지는 증상입니다. 근유도 밭아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면서 치매에 대한 걱정이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성격이 성마르게 되고, 감각이 무뎌지며, 성에 대한 욕망도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옛날에는 나이든 사람은 ‘조상’, 젊은이들의 본보기, 사회의 문화적 기억 및 전통의 전달자라고 인식되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이유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든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아올린 경험치들이 누리망 공간을 비롯한 공유되면서 나이든 분들의 살아오면서 쌓아온 삶의 지혜를 누리망을 통하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이 기억과 전통의 전달자라는 인식미 많이 희석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젊은이도 세월이 흐르다보면 나이든 사람이 됩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우리네 옛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