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편은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1편으로 되어있다. 포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이 모험 편 역시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다. 저가의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저절로 자세히 보게 한다. 자세히 보아야 사물을 똑바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포우 소설의 대부분은 때로는 너무 세심하게 묘사에서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서움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힘들기도 하다. 그런 힘든 부분은 작가의 세심하고 심오한 통찰력의 난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놀이기구 한 번 탈 수 없는 내 심리적 약함 때문이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에는 인간의 욕심으로 난파선이 된 배경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4명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육을 먹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지 섬찟한 기분이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는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어쩔 수 없다는 공론으로 표류 중인 배에서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뽑기를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사람을 죽이고 일정 부분을 버리고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과정은 인간의 심리묘사를 그야말로 극한을 생각하게 한다.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게 하는 글이어서 며칠간이나 힘들었는데 그런 글을 쓰는 작가의 정신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의 경우는 포가 볼 수 있는 모든 사물은 실제로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듯하다. 등산을 하면서 부분 부분 눈으로 찍는 사진처럼 신비롭다. 어느 날 영남 알프스의 제약산을 지나면서 보았던 산 그림자까지도 포의 눈앞에서는 숨을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모험이 아니고도 책 속의 내용만으로도 살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산기슭 위를 걷는 기분이다. 작가의 눈에 비친 신중하고 섬세한 부분들로 인해 지구 건너편의 북아메리카 대륙의 신비를 상상할 수 있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가리왕산 정상에서 동해를 바라보던 그 신비스럽던 대 자연의 신비는 차라리 숨죽이고 있었다면, 로드먼의 일기에 나타난 탐험은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집의 마지막을 읽고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모습들을 생각해 본다. 우린 흔히 거울 속에 비친 부분들이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뜯어내고 고쳐내며 얼굴의 역사를 바꾼다. 그러나 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심리적인 감정이 깊숙한 곳에서 노출되는 듯하다. 올바른 것을 올바르게 보고,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인정할 수 있는 자존감이 강하다면 포 소설에 나타난 공포나 음산함을 보는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분열된 자아에서 오는 무의식의 광기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결말을 가져오는지 어두움을 통해서 밝음을 본다. 좋지 않은 이미지나 말을 담을 때처럼 대부분의 소설을 힘들게 읽었으나 수렁에서 나온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그 섬세하고 깊숙함에서 표출되는 심오한 진리를 알게 하는 힘이다.
애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5. 모험 편/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외
추리소설의 시작을 알린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을 읽으면서 굵고 짧게 살았던 포의 삶이 아쉽기만 하다. 그의 이른 죽음으로 인해 포가 가진 능력 즉, 다방면에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없기도 하지만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포는 26살에 13살의 사촌 버지니아와 결혼했지만 궁핍한 삶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를 결핵으로 잃었다. 포는 아내와 사별 후 2년 뒤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40년의 짧은 생을 살았던 에드거 앨런 포가 이룩한 업적은 인간의 광기와 엽기를 보여준 단편소설, 서정성이 짙은 시, 편집자, 문학이론가의 면모였을 것이다. 더구나 당시엔 비주류로 괄시받던 추리와 공포를 단편소설로 보여줌으로써 미스터리, 공포, 풍자, 환상, 모험 등 상상력의 한계가 무한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개척자의 삶이었을 것이다. 살인, 광기, 공포, 두려움, 환영, 엽기적인 단편소설 뿐 아니라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도 썼을 정도로 그의 상상력이 무한대임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어 몹시 즐거웠다.
미스터리 편, 공포 편, 풍자 편, 환상 편, 모험 편 등 5권으로 구성된 <에드가 앨런 포 소설 전집>의 마지막은 모험 편이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는 포를 탐정소설의 선구자라고 부르지만 모험소설의 선구자 중 하나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이다.
특히,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가 인상적이다. 소설은 북아메리카에 미개척지가 남아 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을 횡단한 어느 문명인 이야기를 가상으로 엮은 것이다. 인간과의 교류보다 대자연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고자한다는 줄리어스 로드먼의 탐험 일기라는 형식으로 탐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에서는 북아메리카 횡단을 시도한 엔팽 일행, 영국인 카버 대령 팀, 구리 광산을 찾아서 떠난 새뮤얼 헌, 카버 대령의 두 번 째 여행에 합류한 국회의원 리처드 휘트위스, 캐나다 선교사들, 조지프 프로비셔, 피터 본드, 알렌산더 매켄지 경, 루이스와 클라크, 데이비드 톰프슨 등 많은 탐험가들이 있지만 정작 로키산맥을 넘은 최초의 탐험가는 줄리어스 로드먼이라는 인물이라며 모험담을 소개한다.
줄리어스 로드먼의 여정을 따라 가다보면,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설렘, 미개척지에서 대자연에 압도되는 모습들, 듣도 보도 못한 동식물들을 보고, 댐 쌓기 명수 비버, 괴력의 불곰에 대한 새로운 관찰 기록들, 수족 등 원주민과의 만남 등 자연이 훼손되지 않았던 시기의 야생의 모습이 세밀화처럼 묘사되어 있다. 마치 청정무구한 시절의 북아메리카를 횡단한 느낌이다. 모험을 즐기고 탐험하는 이야기를 통해 어딘가에 있을 미개척지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이 작품 역시 포의 남다른 상상력과 관찰력, 분석력, 통찰력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쉬운 점은 포의 죽음으로 인해 이 글의 연재가 중단되면서 영원한 미완성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포는 보들레르가 쓴 포의 전기로 유럽 문단에 알려지면서 천재적인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포가 문단에 미친 영향은 상상 불가한 이야기다. 포가 만든 뒤팽이란 탐정 캐릭터는 코난 도일에게 사립탐정에 대한 영감을 주었고, 개인적 강박 관념을 주제로 쓴 소설은 도스토옙스키에게 영감을 주었고, 포는 시인 보들레르 등 무수한 작가들에게 인간 본성의 사악함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 포의 작품을 만나서 무척이나 행복한 독서였다.
에드거 앨런 포 5 모험편
코너스톤에서 발간한 ‘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은 미스터리 편, 공포 편, 환상 편, 풍자 편, 모험 편으로 총 5권으로 되어있다.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중 제 5권 모험편으로,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두 편이 실려 있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도 역시 모험담이다.
주인공인 아서 고든 팜은 친구인 어거스터스와 모험을 나서게 된다. 어거스터스의 이버지 배에 몰래 숨어들어 항해를 떠나는 모험을 한다.
그러나 그 모험은 그들 둘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낭만적인 모험이 아니라, 그야말로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결국은 그 모험 끝에 살아 돌아와, 한편의 모험기를 남긴다.
특이한 내용은 식량의 부족으로 그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는데, 바로 제비뽑기로 그들 중 한명을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 것.
그 순간을 포는 이렇게 묘사한다.
<이제 내 생존확률은 정확히 반반이다. 그 순간 내 가슴이 호랑이 같은 잔인함에 지배당했고 불쌍한 동료 파커를 향해 사악한 증오가 일었다.>(134쪽)
그게 죽음을 앞둔 인간의 심리인가
다행(?)하게도 주인공인 아서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면하고 대신 파커가 희생양의 제비를 뽑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설마 했었다, 그 순간 - 그러니까 파커가 희생양으로 확인되는 순간 - 다른 구원의 손길이 오는가 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고, 결국 파커는 피터스가 찌른 칼에 목숨을 빼앗긴다.
그리고? 파커의 시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달 17일부터 20일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나흘동안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135쪽)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도, 죽인 후 먹을 수도 있다!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는 부제에도 나타났지만,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을 최초로 횡단한 어느 문명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모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모험기를 인생의 지금 시점에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도 저런 모험을 떠나야지’,가 아니라, 저런 모험기가 실상은 우리네 삶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저렇게 제비뽑혀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그래서 그가 먹을 양식 - 파커의 살 대신으로 -을 나누어 먹으며 다른 사람들이 생존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고비를 넘었다 하더라도, 결코 그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들도 저런 모험기를 읽어가는 대신에 다른 모습의 모험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진행형으로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전집 다섯 권을 다 읽고 느낀 소감은, 다른 편들을 읽으면서는 그런대로 즐기면서 읽었다 싶은데, 유독 5편만은 읽고 난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다섯 권을 읽느라, 힘든 탓일까? 아니면 모험의 내용이 그리 유쾌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인생이 그런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 그런지도!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의 마지막은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2015.06.20. 코너스톤)》입니다. 모험의 사전적 의미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진행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두 편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경험한 기이하고 괴상한 모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모험을 떠났다가 위험을 맞았고 기지를 발휘해서 살아 돌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서도 ‘에드거 앨런 포’는 자신의 장점인 공포와 미스터리를 적절히 첨부해서 기괴한 이야기를 탄생 시킨 것이지요.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에 수록된 두 편의 이야기는 ‘환상 편’에 수록하여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기기묘묘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을 통해 읽었던 수많은 단편 소설 중에서도 길이가 가장 긴 두 편의 이야기 중에서 「아서 고든 핌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 친구 ‘어거스터스’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에 매료된 ‘아서 고든 핌’이 부모님과 외할아버지를 속이고 어거스터스를 따라 ‘그램퍼스 호’에 숨어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출항 후 선장에게 반기를 든 일행들이 배를 빼앗아 아서와 친구는 위험에 처하지요. 아서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배를 되찾지만 그램퍼스 호가 난파당하면서 더 큰 위험에 빠집니다. 아서가 6월 17일에 그램퍼스 호에 숨어들고 8월 7일 ‘제인 가이 호’에 의해 구출될 때 아서와 피터스 두 명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상어 떼가 우글거리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았던 모험은 아서와 피터스가 이후 겪은 위험천만한 모험에 비하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서와 피터스는 인정사정없이 백인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야만인들 소굴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거든요.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다섯 권을 읽으며 줄곧 생각해 왔지만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을 읽은 뒤 ‘에드거 앨런 포’는 상당한 지식을 소유했던 지식인이었을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만 보더라도 항해술이나 조류 생태 등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그토록 상세하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은 단편을 엮어서 짧은 시간에 이야기 하나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기도 작아서 갖고 다니기 좋습니다. 올 여름 휴가지에서 읽을 소설을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