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표지가 멋지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제목은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한다.
<이책은>
서평 모집 당첨 도서.
책 먼저 받고서도 이제서야 서평을 올리게 됨을...
<저자는>
저 : 가쿠타 미쓰요 ---발췌하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로, 수준 높고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문학성과 대중성까지 동시에 인정받아 현재 일본문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작가이다.
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아동문학작가가 되기 위해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지망했고 대학 재학 중이었던 1988년에 사이카와 안이라는 필명으로 아동 소설을 발표, 코발트 노벨 대상을 수상하였다...
국내에 발표된 작품으로는 『납치여행』 『틴에이지』 『내일은 멀리 갈 거야』 『그녀의 메뉴첩』 『공중정원』 『대안의 그녀』 『전학생 모임』 등이 있다. |
<책내용 맛보기>
출판사 리뷰중에서 발췌하다 평범했던 주부 계약직 사원은 왜 은행 고객의 돈을 횡령하고 도주했는가? 안온한 일상의 폐부를 찢고 섬뜩한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리얼 서스펜스
소설은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 중인 41세 주부 우메자와 리카의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횡령 사건 직후 일본에서는 리카의 여고시절 동창생 오카자키 유코, 요리교실 친구 주조 아키, 옛날 애인 야마다 가즈키 이렇게 3인의 시점에서 리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린다. |
<책읽은 소감>
지인은 은행에 근무하던 중 경찰서에 불려가 횡령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작게는 신입사원으로 출납을 보는데 한 달 뒤에 물어넣기를 여러 번. 점심시간에 교대를 해주며 공과금을 받아서는 지로용지와 돈을 함께 착복하는 수법으로 당했다는데, 공과금을 낸 고객이 한 달 후 독촉장을 가지고 와 확인해보면 전표는 없고 돈만 대신 내줘야하는 상황. 그러다 큰 건이 터졌는데 내부자가 백지수표를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는데 내연의 관계라 의심을 받고...맘만 먹으면 가능한 시스템였다니 신입사원은 그 일로 정나미도 떨어지고 은행을 그만 두었다는 오래전 이야기. 세월 흘러 몇 십년 만에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남자직원을 마트서 우연히 조우했다나...
프롤로그에서 리카는 태국 치앙마이에 있다. 거기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나간 시간들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 세상에 자신 하나 사라졌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날까 라고 자조하는데 죽음이 아니고 행방이 묘연함을 말함이다. '종이달'은 무슨 뜻일까? 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옛날 일본의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고 그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카가 회상하는 시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다 느꼈던 종이달 이었음이라.
리카는 빼어난 미모는 아녀도 비교적 예쁜 외모로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지냈다. 부모님이 경영을 하셔서 늘 풍족했고 자신이 가진걸 나눈다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기부하면 한 아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고...그런 행사에 용돈으로 후원했다니 부모님은 칭찬을 했고 용돈을 더 주셔서 점점 후원 아이를 늘려 6명까지도 했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친구는 리카가 그 당시 정의감에 불탔고 순수함으로 임했음을 회상한다. 다른 아이들은 1차 후원금을 냈을때 평생 잊지 않겠다는 짧은 문구와 사진이 오는 그 현상만을 즐기고 공유하는데 편지나 사진이 오지 않으면 중단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리카는 그 문구가 평생 그 아이에게 짐으로 얹혀 있을터인데 후원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잖나 그런 말을 했더랬다.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보고 다니던 카드회사에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 그러던 차 소개받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하며 회사는 그만뒀다. 알뜰살뜰히 집안 일을 하면서 요리를 해 남편이 맛나게 먹어주면 그게 행복인가 지내지만 이들에게는 아기가 안 생긴다. 자신이 문제일까봐 병원도 못가고, 남편이 문제여도 어쩌나 싶어서 둘은 그렇게 지내는데 남편은 불평불만이 없는 착한 남자라는데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착한 것과 다정한 것은 다르다. 그냥 화를 안 내고 불평불만을 안할 뿐이지 이 남자는 아내에 대해 살가운 애정공세를 펼치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고자인가 싶다.
하루는 리카가 몸이 동해 배란일이라고 말했더니 그런 소리를 먼저 할 줄은 몰랐다며 등을 돌리고 잔다. 향수까지 뿌렸던 리카는 이불을 뒤짚어 쓰고 말로 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을 갖는다. 여자든 남자든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면 회복불능이기 싶다고 한다. 그 후로 부부는 단 한번도 별을 따지 않는다. 리카는 다시는 잠자리 얘기는 하지 않을뿐더러 남편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남편이 직무상 해외출장으로 오래 집을 비워야 하자 같이 가자고 하는 남편. 어차피 잠자리도 하지 않는 관계인 리카는 자신의 일이 있다고 따라나서지도 않는다. 여기서 이해가 안갔던게 남편이 바람을 피나...끝까지 그런 이야기는 없다.
남편은 자신이 버는 수입으로 그럭저럭 넉넉지는 않아도 생활이 됨을 지나가는 말로 아내에게 말하는데 전업주부인 리카에게는 생색내기로 들린다. 그러다 은행의 시간제 일을 하게 된다.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지면서 계약직 전환해 영업을 지망한다. 부유한 노인들이 고객층인데 대개는 자식들과 연락두절인 상태이고...밉지 않은 외모에다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은 리카를 차나 화과자로 대접도 하고...그녀의 인기는 높아만 간다. 괴팍한 대단한 고객이 리카가 맘에 든다며 다른 은행의 모든 걸 이 은행으로 옮기기까지. 그러면서 리카에게 고가의 선물도 하고...리카만 놀라운 게 아니고 다른 시간제 직원들도 놀라워하고 부러워한다.
어느날 괴팍한 고객의 집에 방문하니 낯선 이가 있고 손자임을 알게 된다. 명함을 주게 되고 회식이 끝나고 우연히 조우해 술자리가 이어졌고 그후로도 몇 번 간간이 만나게 된다. 그러던 차에 대학생인 손자 고타와 관계를 하게 되고 4년 만에 희열을 맛본다. 그렇다고 육체적 탐닉에 빠진 건 아니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리카는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뜬금없는 자신감이 솟는다. 고타가 할아버지의 인감을 훔치러 갔다는 사실과 영화를 만드는 중이고 빚이 있으며 자신의 부모도 망하다시피 추락한 상태라는 것. 등록금만을 애걸했지만 거절당하고 의절한 상태라는데 리카는 자신이 아는 모습이 아니라 의아하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이 돈이 도구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이면 그때부터 사고의 조짐이란다. 지름길인 백화점을 늘 통과만 하는데 그날은 피부테스트 단 5분이면 된다는 말에 발길이 멈췄고 고가의 화장품을 사기에 이른다. 문제는 자신의 지갑에 돈이 있는줄 알았다가 없어서 일단 수금한 돈으로 지불, 금방 CD기서 찾아 입금한다. 이 행위가 처음인 리카. 고타를 알게 되면서 품위가 있으면서 젊어 보이는 옷을 사게 되고 피부관리, 미용실...
리카에 대한 절대믿음을 갖고 있는 고타의 할아버지가 맡긴 돈을 가짜 예금증서를 만들어 주며 있지도 않은 신상품을 가짜로 만들고. 그네들은 리카가 권하니까 그 돈은 없어도 되는 부유층임을. 바야흐로 그녀의 종이달은 뜨기 시작한다. 그 돈으로 고타의 빚을 갚으라 주고, 맨션을 임대하고, 차를 사주고, 호텔 스위트룸에 숙박하고, 고타와 만날 때는 재벌의 아내인양, 직장 출근시는 시간제 직원으로의 이중생활을 하며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삶에서 이렇게도 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리카에 대한 우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코. 유코는 리카의 기사를 보며 아연실색하는데 행여나 리카의 소식이 궁금해서 동창회에 참석한다. 동창회에서는 없는 사람이자 사건의 장본인인 리카를 매도하기에 이르고 유코는 준비해간 통에 남은 음식을 담아 싸온다. 저녁이 해결되자 평소 30분여 걷던 거리를 버스를 탄다. 남편의 동의하에 절약을 실천하는데 전기세 아낀다며 8시 취침...딸이 청소년용 화장품을 훔쳐서 경찰서에 불려 간 유코는 눈물을 흘린다. 자신은 절약이라지만 생일날 잘 먹자고 굶다가 죽으란 말인가.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도 이건 아니다.
리카의 사회 친구인 아키는 이혼을 당했다. 쇼핑 중독으로 말미암아 두 번이나 큰 금액을 변상해 준 남편이 딸의 양육권마저 주지 않았다. 딸은 친조부모의 휘하에서 자라나는데 다행이 만나게는 해줬다. 자신이 벌어야 하는 삶이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아끼고 모으고, 그러다 다시 체면 유지를 위해,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쇼핑중독의 본능은 되살아나고...12살 딸에게 선물한 백이 문제가 된다. 자신을 보는 딸의 눈초리가 교태가 묻어남을 간파한 것.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어린애의 행동이 소름끼치면서 딸은 늘 필요한 게 있을때만 연락했구나...
가즈키는 리카의 기사를 보고는 깜놀한다. 자신과 사귀었던 그 리카라면 이런 일은 못 할텐데...아내가 있고 남매를 둔 가장인데 한참 연하인 애인도 있다. 회식 후 우연한 관계로 발전했는데 데이트 비용 등을 애인이 다 부담하고 무엇보다 유부남인 자신을 옮아매지 않아서 만남을 지속한다. 아내는 퇴근하면 멍한 시선으로 삶의 의욕없이 술잔을 들고 있거나 매사 심드렁하니 돈타령을 한다. 그러자니 늘 귓전으로 흘려 듣고 피하기만 한다. 아내는 과거에 잘 살았는데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한 명으로 손꼽힌다는 저자는 이런저런 상을 많이도 수상했다. 그런 수상작가답게 내밀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예담의 책들은 늘 나에게 좋은 기억인데 하물며 권남희 역이다. 애도하는 사람/으로 기억을 한 권남희 역이라 그런가 매끄럽게 읽히면서도 여성의 심리를 잘도 묘사했다. 평소 대화도 없다시피한 가장과 그 안에서 성적 학대까지 감수하면서도 가정은 깨지 않는 리카. 오히려 숨통을 트이게 한 고타에게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고, 남의 돈으로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한 리카. 그녀는 많은 걸 다 가져봤고 해봤다. 고타가 그랬다. 한 번도 당신에게 뭘 사달라거나 빌려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리카는 맞다고 생각한다.
1억 엔이 얼마인가 검색하니 20억 원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말은 들키지 않아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첫 번이 문제다. 처음으로 해 본 것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번에는 들키지 않게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수법이 진화하는거다. 은행에서 리카가 처음이나 초반에 들켰다면 일이 그렇게 커지진 않았다. 고객의 돈을 잠시 빌렸지만 갚아나갈 수 있는 대책도 같이 세웠음이라. 그러나 한번 맛보기 시작한 딴 세상은 제어가 되지 않았고 점차 대담하게 더 지능화되는 수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성실하게 쌓아놓은 이미지가 평생의 인적 재산인데 그게 리카를 잡는 발목이 되다니.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타인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많이 의식한다고 한다. 성취감은 자신이 느끼는 것이고 만들어 가는 것. 심하지만 않다면 쇼핑을 통하거나, 성형을 하거나, 자기 개발을 한다던지...뭐든 좋은 것이라해도 중독이라는 건 좋지 않다. 부모에게 효도도, 자식에게 부모 노릇도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음을 안다. 기왕이면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음이다. 또 돈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갖지 못하는게 아닌 갖지 않아도 됨이다. 이미 가진거나 진배없음이라. 그 기준은 자신이 정하기 나름이다. 리카가 저지른 비행은 실화라는데 돈이 없이 현대를 산다는건 쉽지 않다. 돈을 많이 가지고도 내면이 헛헛하다면 늘 결핍일터 내면을 탄탄하게 다져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