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만큼 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도 드물다. 수많은 작품들을 써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 다양한 소설을 써내면서 때로는 짜릿함을 때로는 뭉클함을 주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을 탐독하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의 작품을 스무 편쯤 읽었으리라. 그의 작품을 처음 읽었던 날의 느낌을 잊지 못해서 그의 전작들을 훑기 시작했다. 한동안 뜸하다가도 또 그의 책을 손에 들게 된다. 이 책도 읽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었지만, 읽지 않은 책 같았다. 제목마저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책이다.
제목에서 나타나다시피 유괴라는 게임을 말하는 소설이다. 어릴적부터 대학 입시, 취업 등 살아오면서 늘 이겨왔던 사쿠마. 그가 근무하고 있던 광고기획사에서 한 대기업 부사장에 의해 자신이 기획한 광고가 배제되었다. 게임에서 져본 적이 없는 사쿠마는 그에게 복수의 칼날을 간다. 부사장의 집을 바라보고 있던 중 담을 넘어 가출하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는 뒤를 밟는다. 부사장 가쓰라기 가쓰토시의 정부의 딸 주리라고 밝힌 그녀는 자신을 유괴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가쓰라기에게 그러한 사정이 있는 줄 몰랐던 사쿠마는 주리가 원하는 돈과 자신의 복수를 위해 유괴 게임을 시작한다. 삶이 게임의 연속이며 그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그 답게 유괴 게임이 시작되었다. 가쓰라기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들을 세세하게 계획하여 먼저 팩스로 그의 딸 주리가 유괴되었음을 알린다. 경찰을 따돌리는 계획,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세부적인 계획을 짰다.
여기에서 딴지 하나. 팩스를 보내게 되면 상대방의 팩스 번호가 찍히게 마련이다. 이 번호가 찍히지 않았을까. 경찰이 사쿠마의 정체를 곧 알게 되어 자신을 잡으러 오지 않을까 싶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팩스 번호에 대한 내용은 없고, 가쓰라기가 사쿠마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가 유괴범임을 알았다고 느꼈다.
유괴 게임은 성공한 듯 보였다. 주리는 3억 엔에서 2억7천엔을 가져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테고 그의 10퍼센트 3천만 엔을 가진 사쿠마 또한 평소대로 자신의 삶을 살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던 주리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미 2주전에 죽었으며, 주리라고 밝힌 여대생과 알리바이를 위해 갔던 장소에서 발견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주리를 죽인 범인으로 사쿠마를 가리킬 수도 있었다. 그러면 사쿠마와 함께 유괴 게임을 벌였던 여자는 누구였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답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유괴 게임이 일단락 되었을때 이렇게 빨리 해결될 리 없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지막 반전을 숨기고 있었다. 비정한 아버지. 그럼에도 딸을 보호하려고 하는 아버지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가 되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머리가 좋은 남자답게 기꺼이 게임에 응했고, 누구에게도 진 적 없었다는 한 남자가 순식간에 자기 꾀에 빠져들 게 되었던 묘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소설에서도 나타났지만,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는 식이다. 부모에게는 착한 아이라는 가면을, 교사에게는 성실한 학생이라는 가면을. 누구나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정작 결정적일때는 그 가면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소설이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게임이 아닌 소설이라는 점.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악했다는 점. 상대방이 어떤 패를 가지고 있을 것인가를 예측한 두뇌 게임이라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