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마다 영감을 받은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단어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엘레강스Elegance, 우아함을 선택할 것이다. 누군가 나의 옷에 관해 평할 때도 다른 어떤 말보다 “당신이 만든 옷은 참 우아해요.”라는 칭찬이 가장 기분 좋다. 문득 이 단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알고 싶었다. 우리는 언제 ‘우아하다’는 말을 쓸까? 우아한 몸가짐, 우아한 의상, 우아한 말투, 우아한 표정, 우아한 색감, 우아한 일상 등 ‘우아하다’란 단어는 일상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하지만 막상 이 단어를 정의해보라고 하면 한마디로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001 엘레강스, 세상 모든 멋진 형용사의 교집합」중에서
고상함, 기품, 아름다움, 점잖음, 고급, 품위라는 멋진 수식어들이 가득 등장한다. 모두 ‘우아’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미지다. 사전 속 단어 중 ‘간결’과 ‘정제’라는 표현에 특히 눈길이 간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 불순물을 없애 물질을 더욱 순수하게 만든다는 말이 우아함의 숨은 가치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한자를 살펴보니 넉넉할, 뛰어날 우優와 맑을, 바를 아雅로 해체된다. 결국 여유로움과 단정함도 ‘우아’의 이미지에 포함될 수 있는 게 아닐까?
---「001 엘레강스, 세상 모든 멋진 형용사의 교집합」중에서
우아함이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우아하다고 느끼는 패션은 분명 존재한다.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한 우아함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오드리 헵번과 그녀의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가 떠오른다. 마를린 먼로처럼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여성들이 사랑받던 1960년대, 큰 키에 깡마른 몸매의 소유자였던 오드리 헵번은 심플하면서도 담백한 실루엣의 패션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지방시Hubert de Givenchy의 블랙 시스 드레스sheath dress는 굵은 진주 목걸이, 업스타일 헤어, 우아한 애티튜드와 결합하여 오늘날까지 패션의 기본 공식처럼 여겨지는 고전이 되었다.
---「003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처럼」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우아함은 여름을 앞둔 봄의 절정 같은 온도다. 밝고, 따스하고,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18~22℃ 정도의 분위기랄까.물론 도회적이고 차가운 얼굴에서도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분위기는 우아함보다는 도도함에 더 가까운 것 같고, 왠지 모를 거리감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다. 어두움을 안은 우아함보다는, 이왕이면 주변과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우아함을 가지고 싶다.
---「011 우울한 우아함은 없다」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시인했고,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표현하는 데도 능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누구의 부인이 아닌 ‘재클린 부비에’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재키의 패션은 심플하지만, 장소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또한 세 줄 진주 목걸이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필박스 햇 등 그녀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스타일도 만들어냈다. 이처럼 그녀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014 누가 뭐라든 당당할 수 있는 용기」중에서
인사도, 대화도 결국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 눈을 마주치고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이런 태도가 우아함과도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인사에는 단 1분도 걸리지 않지만 이것이 누군가의 하루에, 누군가의 마음에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다.
---「018 햇살을 닮은 ‘그라시아스’ 유쾌한 ‘비즈’」중에서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가장 못생긴 발을 가진 사람’‘최고령 발레리나’ ‘세계 5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등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내가 그녀의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따로 있다. 바로 ‘오늘만 욕심부리는 사람’이다. 평소 그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뚜렷한 목표와 신념을 향해 달려가는 강인한 여성상이 생각나지만, 그녀는 정작 허황되게 꾸는 꿈보다 ‘오늘만 열심히 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029 오늘만 욕심부리는 사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