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돈과 시간이 여유롭다면 자신을 위해 무얼 하고 싶은가요? 일단 종미 씨가 좋아하는 커피나 디저트부터 최고급으로 즐겨 보세요. 커피나 디저트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요는 사소한 것부터 종미 씨만의 사치를 시작하는 거예요. 난 과일만은 최고급으로, 세계적 갑부 만수르 수준으로 먹어요. 유난히 싱싱하고 당도 높은 과일을 먹으면 내가 부자가 된 느낌이 들거든요. 꼭 돈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답니다. 가끔 유통기한이 지난 아이크림을 발가락에 바르거나, 향기 좋은 샤워젤로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렇게 내가 나를 어루만지고 사랑해 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 p.22, 「나를 위한 작은 호사를 누려 보세요」 중에서
나는 이제 엄마들이 조금은 더 뻔뻔하고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아이들 뒷바라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마다하며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한 삶을 살 수는 없잖아요. 100점짜리 엄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지는 엄마가 아닙니다. 내 인생만 중요하게 여기는 엄마도 아니죠.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듯 자녀와 자신이 균형 있게 발전하고 성장해야 좋은 엄마이지 않을까요?
--- p.40, 「더 뻔뻔하고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요」 중에서
경란 씨를 비롯한 중년 여성들은 가족을 믿어야 해요. 뭘 믿느냐고요? 가족들이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걸 믿어야 한답니다. 빨래나 설거지가 하루쯤 밀린들 집안이 폐허가 되지도 않고, 배달 음식이나 홈쇼핑 식자재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시부모님도 다른 가족들이 며칠 정도는 돌봐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p.58,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믿음」 중에서
직장은 내 행복, 내 성취감, 나의 알토란 같은 월급이 보장할 노후 때문에 다니는 거예요. 그 과정에 수시로 스트레스와 모멸, 좌절과 분노, 우울함이 동반되죠. 특히 후배들이 나를 은근히 피하거나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느낌이 들 때 자존감은 바닥을 칠 거예요. 그러나 상사의 구박이나 후배의 눈치 때문에 사표를 쓰진 말자고요. 직장인은 일할 권리만큼이나 버텨낼 권리도 있답니다. 잘 견뎌내는 것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입니다.
--- p.65, 「우리에겐 잘 버텨낼 권리도 있어요」 중에서
주변에 유선 씨 같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회의하자고 하면 단톡방에 올려 달라고 한다던가, 뭘 가르쳐주면 감사 인사는커녕 아무 말도 안 하고 휙 가버린대요. 업무상 궁금한 게 있어서 90년대생 직원에게 카톡을 했더니 다음 날 회의 중에 “근무 시간 이후에 전화나 문자는 안 하셨음 좋겠다”고 당당히 제언하더랍니다. 그만둔다는 입사 3년 차 후배에게 조금만 더 참아 봐라, 이 고비를 넘기면 좋은 날도 온다고 달랬더니 “계속 일해봤자 부장님이 제 미래의 모습이라면 지금 그만둘래요”라고 해서 그날 밤 폭음을 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 p.94, 「전혀 다른 종족의 출현」 중에서
다만 남편과 남사친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본질은 똑같은 ‘남자’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요. 남자들은 아무리 로맨틱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스위트 가이라도 남편이 되고 나면 대부분 무심해지고 매력 없는 존재가 돼버리거든요. 어쩔 땐 콱 분리수거 하고 싶을 정도로요.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완전 다른 존재가 돼버립니다. 물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션과 최수종 씨 같은 남편도 있긴 하죠.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너무너무 특별하고 희귀한 사례랍니다.
--- p.107, 「배우자가 아니라서 그래요」 중에서
대부분의 여성은 자기 몸보다 자식이나 남편의 건강에 더 신경 쓰느라 병을 키웁니다. 너무 완벽한 현모양처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탈진해 마음의 병도 얻고요. 그러다 나이가 들면 그동안 무시당하고 혹사당한 몸이 청구서를 보냅니다. 세무서보다 더 정확하고 가혹하게 세금을 내게 만들죠. 각종 질병과 치료비로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중년에 이르러서야 몸에게 아부도 하고 건강에 신경을 씁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성인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은 이제 병을 평생 같이 갈 친구로 여기면서 약 먹여 줄 테니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달랜대요. 병이란 녀석에게 잘 보이려고 약도 먹이고 운동도 하면서요.
--- p.115,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중에서
왜 중년일까요. 중년이 되어서야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다른 의견도 수용하는 유연성이 생기고,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꾸민 내가 아닌 진짜 나의 성격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시기랍니다. 그래서 무엇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지, 왜 자신을 더 존중하고 아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하게 되지요.
--- p.222, 「언제나 마땅한 기쁨을 누리세요」 중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기교를 채택했답니다. 때때로 어려운 악절에 들어가면 절대 속도를 늦춰서 노화로 인한 속도의 감퇴를 자연스럽게 감췄죠. 그게 더 대비되어 인상적인 연주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체력의 약화가 꼭 약점만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일화지요. 나 역시 줄어든 근육량과 에너지를 인정하고 삶의 속도를 ‘안단테’로 바꾸려고 해요. 악보에서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 연주하란 뜻의 안단테를 유지하다 천천히 매우 느리게인 ‘아다지오’로 넘어가는 것이 우리 삶의 마무리인 노화의 과정이겠죠.
--- p.240, 「삶의 속도를 안단테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