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거리가 꽤 자주 나를 위한 작품을,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내가 꺼내 보고 또 꺼내 보는 반짝이는 경험의 빛을 탄생시킨다는 걸 깨달았다. 거리는 내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내게 해준다. 거리에서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 p.11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이 도시 그 자체처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지만, 하나로 어우러져 있지는 않다. 내 친구인 사람들이 서로 친구는 아니다. 가끔씩 내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고 뉴욕 사람들이 모두 동류로 느껴질 때면, 이런 우정들은 느슨하게 연결된 목걸이의 구슬처럼 느껴진다. 각각이 서로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 내 목 아래쪽에 가볍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내게 마법 같은 따스한 연결감을 불어넣어주는 구슬.
--- p.15
그들이 했던 말이 다시 귓가에 울리고, 그 얼굴과 몸짓이 눈앞에 떠올라 나는 혼자 웃는다. 나는 여기에 대화를, 저기에 해석을, 또 그다음 어딘가에는 논평을 덧붙이며 그 장면들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나는 내가 시간을 뒤로 돌리며 나와 마주치기 전의 그들을 상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나는 흠칫 놀라, 내가 하루의 이야기를 쓰고 있음을, 막 나를 지나간 시간에 형태와 질감을 부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오늘 하루 나를 스쳐 간 사람들이 이제 나와 함께 방 안에 있다. 그들은 친구가, 거대한 친구들의 집단이 되었다. 오늘 밤 나는 내가 아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 그들은 내게 서사적인 충동을 되돌려준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게 해준다. 내 삶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도록 나를 일깨워준다.
--- p.46
똑바로 들여다보기엔 힘겨운, 너무도 힘겨운 진실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과 공동체를 갈망한다. 그 두 가지 모두 삶에 있기를 바라기에는 썩 괜찮은 것들이지만 갈망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갈망은 살인자와 같다. 갈망은 우리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감상적이 되면 우리는 낭만만을 추구하게 된다. 내게 있어 페미니즘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가 아니라 힘겨운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힘겨운 진실을 추구한다.
--- p.60
나는 내 삶을 돌아보았고, 내가 혼자 사는 법을 배운 적이 전혀 없음을 깨달았다. 내가 배운 것들은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고통이 지나갈 때까지 누워 있고, 회피하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일이었다. 나는 익사하고 있지 않았지만 헤엄을 치고 있지도 않았다. 나는 누운 자세로 물에 뜬 채, 구조되기를 기다리며 해변에서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 p.77
그 후에 내가 외로움에서 나 자신을 비틀어 떼어냈던 게 기억난다. 외로움은 나를 겁에 질리게 했다. 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 균형이야말로 모든 것이었다. 나는 내 주위 잔디밭을, 건물들을, 주차장을, 직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조그맣고 빈틈없는 세계를 둘러보았다. 이 세계에서 내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방법을(다시 말해 무례한 모욕을 피하고 어디까지 굴복할지 한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똑바로 앞을 보고, 입을 다물고, 온전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삶의 크기가 얼마나 되든,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되든, 삶은 순간이라는 좁고 똑바른 길을 걸어 나가는 데 달려 있다고 나는 단호하게 생각했다. 나는 몽상으로부터 몸을 돌려 걸어갔고, 주방 문을 통과했다.
--- pp.102~103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나 자신에게 되뇌기 시작했다. 분노야말로 로더가 떠다니던 바다였는걸, 그 바다는 로더가 절대로…. 갑자기 말들이 내 안에서 죽어버렸다. 익숙한 생각이 스스로 완성되기를 거부했다. 나는 내가 실은 나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던 이야기는 언제나 나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결코 로더를 진정으로 알지 못했고, 그의 전체를 바라본 적도 없었다. 나는 필요할 때마다 그를 이용해왔다.
--- p.165
좋은 대화는 지성과 정신의 단순하지만 신비로운 어울림에 달려 있는데, 그 어울림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통의 관심사나 계급적 이해관계, 혹은 공동으로 세운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다. 기질이란 항의하는 투로 “그게 무슨 뜻이야?”라고 묻는 대신 본능적으로 이해한다는 듯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겠어” 하고 대답하게 하는 무언가다.
--- p.171
결혼은 친밀감을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유대감은 부서져 내린다. 공동체는 우정을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여는 끝이 난다. 지적인 삶은 대화를 약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 삶의 신봉자들은 괴상해진다. 사실은 정말로 혼자 있는 게 더 쉽다.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것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는 존재와 함께 있는 것보다는. 그럴 때 우리는 결핍과 함께하게 되는데, 그건 어째선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결핍은 가장 나쁜 방식으로 우리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상상을 억누르고, 희망을 질식시킨다.
--- p.216
그 편지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혼돈을 꿰뚫어 보며, 쓰는 것으로부터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내고자 한 갈망의 기록이다. 다른 종류의 내적인 추구다. 다시 말해, 지도에 없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다. 정보의 전달이란 표면을 건드려보기 위해 일련의 연결 신호들을 발신하는 일이다. 반면 이야기하기란 황무지 한가운데 한 줄기의 길을 내는 일이다. 삶에는 둘 다 필요하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경험이 부족해진다.
--- pp.23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