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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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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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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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전창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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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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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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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다시 화학자의 미술관을 구경하다(『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19.06.13 리뷰제목
전창림 교수의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처음 읽은 게 2013년도의 일이다. 바로 전에 대학생 때 읽었던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다시 읽었고, 바로 후에는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을 읽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림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로부터 적지 않은 미술 관련 책을 읽었는데 『미술관에 간 화학자』가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의 독후감을 보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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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교수의 『미술관에 간 화학자』를 처음 읽은 게 2013년도의 일이다. 바로 전에 대학생 때 읽었던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다시 읽었고, 바로 후에는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을 읽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림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로부터 적지 않은 미술 관련 책을 읽었는데 『미술관에 간 화학자』가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의 독후감을 보면 그림을 보면서 그에 관련한 과학을 접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적고 있는데, 사실은 그보다 더 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베스트셀러, 내지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미술관에 간 OO시리즈도 나왔으니 말이다. 그 시리즈는 나름 괜찮은 기획이지만, 아직까지 화학자를 넘지는 못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 작용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이는 첫 번째의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사항이다. 여전히 그림에 관한 해박한 배경 설명을 하고 있고, 첫 번째 것보다 특히 화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그린 사람의 삶 역시도 중요하니 당연하다. 하지만 과학은 좀 줄었다. 그것도 이해는 간다. 화학자가 그림에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주로는 물감에 관한 얘기인데, 그건 이미 첫 번째 책에서 많이 해버렸다. 그걸 그대로 반복할 수도 없다. 그래서 좀 줄었는데,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도 그것이라 인상 깊은 대목들도 그런 대목들이다.

 

이를테면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의 창백한 은색에 관한 얘기가 그렇고, 초록과 분홍을 오묘하게 조화시킨 프라고나르의 그네에 관한 얘기가 그렇다.

또한 위대한 걸작들의 퇴색에 관한 이야기, 즉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과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관한 얘기 역시 화학적으로 읽었을 때 더 명확하고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거기에 하나 더 흥미로운 내용을 추가하자면, 미술사에서 선과 색 사이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다. 루벤스와 푸생 사이의 논쟁이 들라크루아와 앵그르 사이에서 절정을 이룬 색과 선 사이의 논쟁, 즉 그림에서 선(drawing)이 더 중요한지, (color)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이다(들라크루아는 색이고, 앵그르는 선이었다). 이 논쟁을 저자는 다시 수학의 선화학의 색으로 치환해내고 있다. 재미 있는 발상이기도 하고, 또 그럴듯하다.

 

이런 그림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도움 받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그림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참 다양한 관점에서 그림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화학자 전창림 교수의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지는 않지만, 가장 정연하고 충실한 책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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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번째 이야기, 흥미롭네요. 평점10점 | w*****e | 2022.03.06 리뷰제목
초상화에서 웃는 모습을 잘 그리지 않는데요. 대개는 진지한 표정을 그리기 마련인데,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프란스 할스라는 화가는, "웃는 초상화" 때문에 재조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림상의 모델이 된 남자는 과연 정말 웃고 있는 것인가. 모델의 치켜 올라간 수염 때문에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모델의 부드럽고 선한 눈매와 치켜 올라간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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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에서 웃는 모습을 잘 그리지 않는데요.

대개는 진지한 표정을 그리기 마련인데, 네덜란드 출신 화가로 프란스 할스라는 화가는, "웃는 초상화" 때문에 재조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림상의 모델이 된 남자는 과연 정말 웃고 있는 것인가.

모델의 치켜 올라간 수염 때문에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하지만 모델의 부드럽고 선한 눈매와 치켜 올라간 수염이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번째 이야기,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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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명화를 화학자의 시선에 담아 본다. 평점10점 | n******5 | 2021.12.17 리뷰제목
미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성경, 작가의 생애, 작품 경향, 작품에 쓰인 화풍 등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미술과 화학'이라고 하면 접점도 없고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나, 그림을 그리는 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고 작품의 진위를 위해서 또는 작품 속의 그려진 밑그릇을 감식하기 위해서는 X레이를 활용하기도 하니 미술과 화학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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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 성경, 작가의 생애, 작품 경향, 작품에 쓰인 화풍 등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미술과 화학'이라고 하면 접점도 없고 서로 상반되는 것 같으나, 그림을 그리는 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고 작품의 진위를 위해서 또는 작품 속의 그려진 밑그릇을 감식하기 위해서는 X레이를 활용하기도 하니 미술과 화학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2007년에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던 책을 2013년에는 어바웃어북에서 증보개정판이 나왔다.

그리고 2019년에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된다.

저자인 전창림은

"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 대학교(Universite Piere et Marie Cuire)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정구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파리 시립 대학교에서 액정을 연구하다가 ‘해외 과학자 유치 계획’에 선정되어 귀국한 뒤 한국화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홍익대학교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프랑스 유학 당시 화학 실험실과 오르세미술관을 수없이 오가며 어린 시절 화가의 꿈을 화학자로 풀어낸 저자의 연구 분야는 미술에서 화학 문제, 즉 물감과 안료의 변화, 색의 특성 등이다. 저자는 「화학세계」와 「한림원소식」(한국과학기술원) 등의 과학 저널에 미술 에세이를 연재하고 홍익대학교 예술학부에서 ‘미술재료학’ 강의를 하는 등 미술과 화학 또는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일을 해오고 있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저자가 화학자 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미술사가나 미술평론가 보다도 작품 해설 능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는 '이 책이 미술평론이 아니고 미술평론가나 미술사가들의 글과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해설 및 작가의 삶에 대해서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또한, 저자는 미술과 화학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미술은 화학에서 태어나 화학을 먹고사는 예술이다. 미술의 주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또 캔버스 위 물감이 세월을 이기지 못해 퇴색하거나 발색하는 것도 모두 화학작용에서 비롯한다”는 저자의 짧은 코멘트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무릎을 쳤다. 물감이 화학물질이고 그림이 변색하는 게 화학작용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대다수의 미술전문가들조차 놓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라고 말한다.

캔버스 위의 작품들이 그려진 것도 화학물질인 물감이고, 작품은 세월이 지나면 퇴색, 발색하게 마련이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인 고흐, 세잔, 모네, 마네 등이 살던 시대에도 물감은 현재의 물감과는 많이 달랐다. 작가들이 자신이 작품 속에 표현하고 싶은 색상을 돌이나 또는 나무, 상아 등을 태워서 얻어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물감은 가격도 고가에 속했다.

우리에게는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해바라기>의 노란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해외 전시를 보낼 경우에 물감 상태, 진동, 습도, 기온 변화로 인하여 변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서 해외 반출이 금지됐다. 그러면 왜 이런 변색이 일어날까?

고흐는 노란색을 즐겨 썼는데 그 이유는 불꽃 같은 예술혼을 태웠던 남프랑스의 강렬한 태양이 노랗게 이글거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생전에는 가난했던 고흐였기에 값싼 크롬 옐로를 애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니 변색의 우려가 생긴 것이다.

같은 노란색을 사용한 고갱의 <황색 그리스도>는 고흐의 노란색과는 차별화가 됨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야의 그림 속의 블랙은 분열과 모순으로 방황했던 고야 스스로를 향한 자기고백이며 부조리로 오염된 세상을 향한 고야의 경멸적 항의 였다. 고야는 붓과 검은색 물감을 들고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그림들을 그렸다. 기괴함 마저 느껴지는 블랙.

울트라 마린도 가격이 꽤 비싼 물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의 그림에는 울트라 마린이 많이 쓰이지 않았다.

다양한 초록색을 사용한 풍경화를 그렸던 컨스터블.

절규하는 하늘의 색’에서는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붉은 빛 하늘은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자개구름, 또는 붉은 빛 하늘색이라는 학자들의 연구도 있다.

중세 성화를 보면 성인들의 뒷배경에 금박이 많이 쓰이기는 했지만 근세에 와서 금박을 탁월하게 작품에 사용했던 작가는 클림트이다. <키스>, <아델 블로흐 바우어>등에 쓰인 화려한 금박들, 그의 아버지가 금세공사였던 것과 클림트가 14세부터 빈응용미술학교에서 7년간 모자이크, 도자기, 부조 등 다양한 공예장식 기술을 배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 전설 속의 이야기, 신화 등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야 된다. 또한 작품 속에는 작가의 삶의 모습이 함께 있기에 작가의 생애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작가들이 어떤 안료를 사용해서 작품을 그렸는지, 어떻게 만들어 썼는지를 아는 것도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된다.

어떤 화가는 색의 미적 요소를 넘어 안료에 담긴 과학적 성질까지 따라가면 사용하기도 했다. 엑스레이는 그림의 위작을 가려내는 중요한 기술로 활용된다. 오래되어 훼손된 명화를 복원하는데도 유요하게 쓰인다. 화가의 색채, 붓질, 안료 등을 분석해 미술사의 잘못된 오류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도 한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는 유명한 작가들의  불후의 명작을 화학적 시선으로 감상하기도 하고 작가들의 생애를 따라 감상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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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그 두 번째 이야기 평점10점 | y********j | 2021.04.04 리뷰제목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배웠던 과학 과목 중 그나마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화학이었다. 물리나 지구과학은 그 원리를 이해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화학이나 생물같은 과목은 어떻게든 노력해서 암기하면 됐으니까. 그런 기억 때문인지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미술관에 간 의학자]와 함께 제일 부담없이 펼쳐들 수 있었던 책 중 하나. 첫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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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학창시절 배웠던 과학 과목 중 그나마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화학이었다. 물리나 지구과학은 그 원리를 이해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화학이나 생물같은 과목은 어떻게든 노력해서 암기하면 됐으니까. 그런 기억 때문인지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미술관에 간 의학자]와 함께 제일 부담없이 펼쳐들 수 있었던 책 중 하나.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저자의 그림에 대한 감상과 그 지식의 꼼꼼함에 감탄하면서 읽어내려갔기 때문인지 기대를 품고 두 번째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를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용어들이 있다. 바로 명암법을 가리키는 '스푸마토 기법'과, '키아로스쿠로 기법'. 전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용했던 방법으로 공기 원근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쉽게 말하자면 멀리 있는 것을 희미하게 그리는 방법이다. 후자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입체감과 원근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명암효과를 가져오는 빛은 화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연구분야로, 빛을 흡수한 물질의 화학반응, 혹은 화학반응에 따라 일어나는 발광현상 등을 연구한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물감의 종류들. 보티첼리의 <봄>에서 저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템페라'라는 물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안료를 녹이는 용매제로 주로 계란이 이용되었는데, 계란이나 벌꿀 등을 용매제로 활용하여 색채를 띤 안료가루와 혼합해 만든 물감이 템페라다. 템페라가 발견되기 전에는 석고 위에 수성물감을 스미게 하는 프레스코를 주로 썼는데, 프레스코는 색감이 탁해 그림을 정교하게 그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석회를 물에 개어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석회반죽이 말라서 사용이 곤란해지기도 했다. 템페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는 단점이 있지만, 프레스코에 비해 색상이 선명해 좀 더 정교한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


 

보티첼리의 <봄>을 바라보는 꼼꼼한 시선도 매우 인상적이다. 갓 태어난 사랑과 미의 여신 비너스, 봄의 여신 플로라, 서풍의 신 제피로스, 하늘에 떠 있는 큐피드와 화면 왼쪽의 세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제피로스가 잡으려 하는 반라의 여신이 그려져 있다. 클로리스가 제피로스에게 붙잡혀 둘이 결합하여 플로라로 변신하였다. 플로라의 다른 이름이 '프리마베라(봄)'이다. 대지가 봄바람(서풍)을 받아 꽃을 피우면 봄이 된다. 이 그림에는 변하기 전의 클로리스와 변한 뒤의 플로라가 함께 그려져 있다. 클로리스와 플로라의 연결고리는 클로리스의 잎에서 흘러나오는 꽃이다. 이 꽃이 그대로 플로라의 옷의 꽃장식이 되었다.

 

그림 왼쪽의 세 여자는 삼미신으로 가장 화려한 오른쪽 신은 쾌락을, 가운데 여신은 순결을 뜻한다. 순결은 쾌락과 대립하지만 세 번째 여신이 둘을 화해시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머큐리는 천상과 지상을 오르내리며 신과 인간 사이를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머큐리는 메디치 가의 수호신이기도 한데, 메디치라는 가문의 이름과 의학을 나타내는 메디신은 어원이 같다. 머큐리는 악한 침입자를 막는 뱀이 꼬여 있는 지팡이 카두세우스를 들고 비너스가 다스리는 왕국을 수호하는데, 이것은 지금도 의학의 상징으로 쓰인다. 백합 문양의 손잡이가 달린 칼을 차고 있는데, 이 백합은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다.

 

그림을 보면서 특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루벤스의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와 앵그르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이 그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살이 넘치는' 루벤스의 그림들. <레우키포스 딸들의 납치>에서도 관능적이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역동적인 포즈는 근육을 만들어 살갗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풍만한 여성들의 뽀얀 피부는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소묘가 회화의 본령이라고 여겼던 앵그르는 우아한 곡선미를 통해 여성의 누드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그는 로마에 있을 때 여체 그리기에 몰두했는데,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이 이 때 그려진 걸작이다. 앵그르 특유의 곡선 미학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색채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여인의 살갗을 생생하게 부각시켰다.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인의 육체. 여성인 나도 그림을 보면서 이리 두근거리는데,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 사람들이 느낀 감상은 어땠을까!

 

유독 인상적인 그림이 많은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 그림은 모딜리아니의 <큰 모자를 쓴 잔느 에뷔테른>이었다. 가장 슬픈 화학작용으로 사랑을 꼽은 저자는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비극적인 사랑에 집중했다.

 

어쩔 수 없이 모딜리아니를 등진 잔느.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버린 잔느의 이야기는, 특히 두 살도 되지 않은 첫째와 뱃속에 있었던 8개월 된 둘째 아이를 생각하니 슬픔이 배가 되는 듯 하다.


 

잔느의 영혼까지 다 느끼지 못했기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는 모딜리아니. 후에 그린 <[눈동자를 그린] 잔느 에뷔테른의 옆 모습>에는 잔느의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천국에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어줄게요'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잔느와 모딜리아니는 과연 천국에서 다시 만났을까.

 

고흐의 <해바라기>가 갈색으로 시든 이유, 기상학자들이 밝힌 뭉크의 <절규> 속 붉은 하늘, 고야의 검은 그림들, 엑스레이로 밝혀진 명화 속 수수께끼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림이 그려진 배경과 화가의 사연, 역사적인 내용들까지 버무려져 그림 속 화학 이야기가 한층 풍성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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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 평점10점 | a***2 | 2019.06.14 리뷰제목
최근 미술에 대해 예전 예술적, 인물적, 시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던 것을 넘어 좀 더 다양한 시점을 통해 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미술을 보는 즐거움이 더욱 넓어졌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시리즈는 약 12년 전 1권이 출판되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 6년 전 개정판 출간되었고, 드디어 이번에 두 번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돌아왔다. 1권을 재미있게 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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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에 대해 예전 예술적, 인물적, 시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던 것을 넘어 좀 더 다양한 시점을 통해 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미술을 보는 즐거움이 더욱 넓어졌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시리즈는 약 12년 전 1권이 출판되고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 6년 전 개정판 출간되었고, 드디어 이번에 두 번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돌아왔다. 1권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이번 2권 출간이 더 기대되었다.

 

예술과 거리가 먼 분야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과학이다. 화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를 표현하는 미술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화학이 만나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이야기하듯 미술에 사용되는 재료들의 많은 부분이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재료도 점점 더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으며, 원근법, 명암법 같은 수학적, 과학적 원리가 미술 속에 다양하게 녹아있다. 미술과 과학은 생각보다 가깝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의 일부가 갈색으로 시들고 있는 것은 해바라기의 밝은 노란색을 얻기 위해 쓴 크롬 옐로라는 염료가 개기환경과 외부 조명에 의해 변색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아마 고흐 자신도 오랜 시간과 빛의 화학 작용이 작품의 색을 변색시킬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라바조의 입체적이고 강렬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빛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빛에 대한 과학적 원리를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하여 테네브리즘이라는 명암법을 통해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어내 우리를 그의 그림 앞에 한없이 멈춰서있게 만든다.

 

그렇다고 미술을 과학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엘 그레코, 마사초,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고야, 터너, 밀레, 고흐, 클림트 같은 위대한 화가들의 삶의 이야기, 작품에 대한 시대적, 도상학적 이해를 통해 과학적이면서도 인문적이고 예술적인 시선으로 화가와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쿠르베의 자서전과도 같은 그림들 속에 담긴 그의 일상과 생각, 그림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카라바조의 삶, 밀레의 만종에 얽힌 이야기들. 뭉크의 ‘절규’에서 보여주는 하늘 색을 밝혀낸 노르웨이의 기상학자들, 그림에 대한 표절 논쟁들. 다양한 관점들이 화가와 작품을 좀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림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전혀 다른 무언가가 보이고, 몰랐던 이야기가 들린다. 분야의 편견 없이 이성과 감성 모두를 통해 바라보는 미술은 한 방향에서 바라볼 때 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 아마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가 매번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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