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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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뷰 총점 9.6 (4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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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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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능준한 번역 솜씨로 다가온 우리말 ‘리비우스 로마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c | 2018.03.13 리뷰제목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는 기원전 64년 혹은 59년에 태어나서 서기 17년에 사망했다. 사망 시점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의 생애는 아우구스투스의 생애와 거의 겹친다.리비우스는 기원전 29년부터 로마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4년 뒤 첫 1~5권이 발간되었다. 원제는 『Ab Urbe Condita Libri』, '도시가 세워진 이래로'라는 뜻이다. 통
리뷰제목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는 기원전 64년 혹은 59년에 태어나서 서기 17년에 사망했다. 사망 시점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의 생애는 아우구스투스의 생애와 거의 겹친다.

리비우스는 기원전 29년부터 로마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4년 뒤 첫 1~5권이 발간되었다. 원제는 『Ab Urbe Condita Libri』, '도시가 세워진 이래로'라는 뜻이다. 통상 『로마사』 또는 『로마 건국사』로 번역된다. 이 책은 발간 즉시 높은 인기를 끌어 이전의 역사가들이 쓴 로마사는 모두 빛바래게 되었다 한다.

원저가 다루는 로마사 범주는 로마의 개국 신화(B.C.753)부터 아우구스투스의 통치(B.C.9)까지 750여 년간이다. 현재 상당 부분 소실돼 1~10권, 21~45권 등 35권만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로마사』의 영역본은 『The early history of Rome』이다. 세인트 존스대에서 2학년 과정 필독서 중 하나다.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10권 묶음 한 단위로 발간했다. 도시의 창건으로부터 왕정 시대를 거쳐 공화국의 수립과 팽창을 다룬 첫 1~10권을 펴냈고, 그 다음에 공화국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11~20권(소실), 포에니 전쟁을 다룬 21~30권, 이어서 소아시아에서의 전쟁을 다룬 31~40권, 로마 제국이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인 41~50권 (이중 후반 5권 소실), 이런 식으로 그는 14단위(140권)까지 펴냈다. 141·142권은 유작으로 남았다.

10권 묶음의 출간은 온전히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 단점이 되었다. 시인 페트라르카와 교황 니콜라스 5세 등이 없어진 원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책은 두루마기 형식이었으므로 화재로 불타거나 전쟁시 약탈되기 쉬웠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아우구스투스의 죽음까지 다룬 150권까지 완성했을 것이라 본다. 이번에 우리말로 나온 『로마사』 1권은 A4판형 기준 서문 포함해서 532쪽이다. 권당 106쪽 가량이니 142권 전체로 보자면 15,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물론 현존하는 판본 중에는 불완전한 것도 있어 이보다 적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에 설치된 리비우스 기념상


출판사 현대지성에서 총 35권의 원저를 전4권에 담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 풍성한 로마사 향연을 만끽할 수 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먼저 선보인 『리비우스 로마사 1』은 원저 1~5권을 담았다. 1권은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어 2~5권은 로마에 공화정이 들어서는 모습과 갈리아인이 로마를 약탈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리비우스는 서문에서 후대 사람들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는 독자들이 우리의 조상이 어떤 종류의 삶을 살았고,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로마의 권력이 처음 획득되어 그 후 계속 확장되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정치와 전쟁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등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촉구한다. 그런 다음 우리나라의 도덕적 쇠퇴의 과정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먼저 오래된 가르침이 무시되면서 도덕적 기반이 붕괴한 과정,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신속한 해체 과정, 이어 도덕적 세계관의 전면적 붕괴 과정을 살펴보기 바란다. (...) 역사의 연구는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라틴어 원전으로 된 『로마사』는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법학교나 대학에서 라틴어 수업을 위한 교재로 널리 쓰였다한다. 라틴어 특성상 문체가 간결하고 담백하다. 동양의 시각에서 보자면 능히 사마천의 『사기』에 필적할 만하다. 혹자는 정확도 면에서 『로마사』가 다른 역사서보다 뛰어난 것으로 본다. 가령 단테는 『신곡』 지옥편 28곡에서 "그르치지 않는 리비우스가 쓴 것과 같이"(『단테의 신곡』(상) 가톨릭출판사, 384쪽)라며 칭송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론』(연암서가, 2016)에서 리비우스의 『로마사』를 통해 16세기 부패로 쇠락하던 피렌체 공화국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을 도출하고자 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교황청, 피렌체, 밀라노, 제네바, 나폴리 등 5개국으로 쪼개져 합종연횡이 난무했다. 게다가 스페인,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등 외세가 수시로 내정에 개입하던 외우내환의 시기였다.

마키아벨리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도시국가 피렌체가 다른 공국과의 경쟁과 외세의 개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있었다. 그는 『로마사』 10권까지 분석하면서 피렌체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비정한 권모술수, 약속 위반, 느닷없는 배신, 냉정한 기만, 신속한 폭력 등이 불가피하다고 설파했다.

독자에게 다행스런 점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종인 선생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도 맡았다는 점이다. 사실 『리비우스의 로마사 1』에는 주요 인물이나 용어 풀이가 없어 다소 읽어내기 불편하다.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론』 부록 편에 실린 63쪽 분량의 「용어·인명풀이」를 참고하면 좋다. 『로마사』에서도 옮긴이 주 형식으로 따로 설명하고 있으나 빈약한 감이 없잖아 있다.

추천사를 쓴 김덕수 서울대 교수는 독일 출신 역사학자 프리츠 M. 하이켈하임의 명저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번역, 소개한 로마사 전문가다.

능준한 번역으로 정평이 난 이종인 선생이 맡은 번역 솜씨 역시 깔끔하다. 별도로 선생이 덧붙인 리비우스의 로마사 해제와 작품 해설은 세밀히 살펴 읽어야 할 정도로 매우 알차다. 옮긴이의 번역뿐만 아니라 로마사 전문가다운 식견 덕분에 『리비우스의 로마사』가 수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온새미로 전해졌다. 나는 봄날 그리운 임 보듯 마냥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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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비우스 로마사 1 (서양역사)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p***s | 2018.03.08 리뷰제목
유럽 문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와 그리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언어 등 여러 분야에서 로마와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네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내용이 한정적이고, 암기 위주이다 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광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책들
리뷰제목

유럽 문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와 그리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언어 등 여러 분야에서 로마와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네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내용이 한정적이고, 암기 위주이다 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면서 광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책들이 로마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역사 이야기지만 소설처럼 흥미진진해서 한권씩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사서 봤었네요.


반면 사실에 기반한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의견도 많이 들어가 있어 일부 논란이 되기도 했었네요. 이후 로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로마의 역사를 다룬 유명한 책인 로마제국쇠망사를 비롯해 비잔티움 연대기 등 몇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위대한 역사가인 리비우스가 쓴 로마사는 괜찮은 번역서를 찾지 못해 언제 한번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네요.


이번에 '리비우스 로마사' 가 완역되어 나오면서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리비우스는 로마사를 100여권이 넘는 책으로 펴냈다고 하는데 상당 부분이 소실되고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권은 많지 않네요. 만약 전체가 남아 있었다면 고대 로마사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되었을텐데 아쉽네요.


리비우스 로마사는 다른 로마사 책들과는 달리 '동시대' 에 살았던 '로마인' 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후대에 쓴 로마사 책들은 이미 로마 제국의 영화가 다한 시대에 쓰여졌기 때문에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보다 제 3자의 입장으로 객관적인 시각이 되는데 리비우스는 로마에 살면서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리비우스 로마사 I' 에서는 로마의 건국 이전부터 초기 왕정 시대 및 갈리아인에 의한 로마 침략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로마는 공화정에서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으로 나아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에는 다른 국가들처럼 왕정이었네요. 그러나 왕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화정으로 바뀌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봐도 원로원이라는 의회, 평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호민관, 선거로 임기가 정해진 지도자 선출 등 혁신적인 부분들이 많네요.


로마는 유럽 대부분과 중동,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이뤘지만 초창기에는 이탈리아 반도에 있는 여러 민족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베이이를 점령한 이후 로마를 버리고 그곳으로 이주할 계획도 있었고, 갈리아인에게 침략을 당하면서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까지 갔었네요.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초기 로마의 역사가 달라졌다면 현대 사회도 지금과는 크게 달려졌을 것입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책도 두꺼운 편이기 때문에 읽기 쉽지 않지만 실제로 로마에 살았던 사람의 글로 로마사를 읽는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남다르네요. 로마사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는 만큼 고대 로마사를 상세히 알 수 있었는데 다음에 나올 책들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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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비우스 로마사1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h | 2021.07.30 리뷰제목
시중에 로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여러 권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몸젠)의 "로마사", 등 여러 책이 사람들에게 로마를 전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어로 지은이가 직접 다시 옮겼다. 우리나라에 로마인의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로마의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로마와 관련된 가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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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로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여러 권 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몸젠)의 "로마사", 등 여러 책이 사람들에게 로마를 전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어로 지은이가 직접 다시 옮겼다. 우리나라에 로마인의 이야기는 대중적으로 로마의 역사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로마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저작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대 역사가가 썼다는 점과 로마에 대해 가장 방대한 분량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로마와 관련된 책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는 150권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데, 리비우스는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142권까지만 쓰고 생을 마감했다. 이 중에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원서는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인정받는 1~10권, 21~45권, 총 35권이다. (당시 한 권의 분량은 오늘날 책으로 환산하면 약 60~100쪽 분량이라 한다.)


이 책은 트로이이에서 탈출한 아이네아스(Aeneas)가 이탈리아에 정착한 이야기(기원전 753년)에서 시작하여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의 로마 건국을 지나 리비우스 자신이 살았던 아우구스투스(Octavianus Gaius Julius Caesar) 시대까지, 약 744년간의 로마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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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리비우스 로마사 1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v*****7 | 2018.03.23 리뷰제목
로마의 역사는 지중해 일대의 역사 전체와 그 비중이 맞먹을 만큼 장구하고, 그 위신이란 고대 서유럽사 전반의 그것을 대표한다 할 만큼 중요합니다. 셀주크 투르크가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아나톨리아 반도를 차지했을 때 스스로도 감개무량했던지 점령지의 행정 단위를 "룸(그들식 발음으로) 술탄국"으로 불렀을 정도죠. 심지어 이곳은 원래의 로마(도시)로부터 32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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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역사는 지중해 일대의 역사 전체와 그 비중이 맞먹을 만큼 장구하고, 그 위신이란 고대 서유럽사 전반의 그것을 대표한다 할 만큼 중요합니다. 셀주크 투르크가 만지케르트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아나톨리아 반도를 차지했을 때 스스로도 감개무량했던지 점령지의 행정 단위를 "룸(그들식 발음으로) 술탄국"으로 불렀을 정도죠. 심지어 이곳은 원래의 로마(도시)로부터 3200km 정도, 서울 부산 사이 거리의 열 배 가까이 떨어져 있는데도요. 심지어 저 전투는 서로마 제국이 이미 멸망하고도 600년 가까이가 지난 후 치러졌는데도 말이죠.

11세기 후반에조차 로마의 위신이, 그 아슬아슬한 후계자인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에 의해서 그 정도라도 유지되었다면, 전성기의 공화국, 팽창기의 제국 시절엔 과연 어땠겠습니까. 하물며 리비우스는, 아직 제정, 정확하게는 원수정 초반의 승승장구하는 로마 역사 첫물만을 잠시 구경하다 생을 마쳤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의 저술에는, 말하자면, "당대인들 보아라, 외국인 너희들 경배하라. 후손들이여 주목하라. 우리 로마의 역사, 이처럼이나 자랑스럽고 당당하며 장엄하다." 같은 긍지가 뚝뚝 묻어납니다. 그의 필치는 한 마디로 요약하여 긍지와 애국심 그 자체입니다.

대개 자긍심 가득한 역사가의 필치와 시선이 자칫 잘못하면 주관주의, 국수주의, 독단으로 치닫기 일쑤이지만, 이 책은 심지어 그런 위험이나 경솔함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는,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로마 비(非) 시민권자는 물론 심지어 로마에 적대적인 이의 눈으로 읽는다 가정해도 엄정하고 공정합니다. 어떤 대목은 아예 "과학적"이란 느낌마저 줍니다. 무려 2000년도 넘은 아득한 옛 시절, 이처럼이나 체계적으로 사물과 사람을 보고 판단하며 정리하는 사람이 다 있었나 싶을 만큼입니다.

역사는 대체로 "이야기"이기도 하며, 불어에서 "이스투아(historie)"는 역사란 뜻, 이야기(="레씨 recit")란 뜻을 함께 가집니다(영어에선 history와 story가 발음, 철자, 단어 엔트리 등 모든 면에서 구분되나, 직접 어원은 역시 프랑스어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특히 근대에 들어 계몽주의 지성인들에 의해 "과학"으로 접근해갔으며, 랑케의 실증주의에 이르러서는 그 엄정성이 극치에 달했습니다. 헌데 그로부터도 천 수백 년 세월을 격한 이 리비우스의 저술은, 이미, 매우 체제가 질서 바를 뿐 아니라, 어떤 파트에서는 "행정가의 경륜"이 묻어나기까지 합니다. 한 개인이 대체 어떤 식으로 지적인 훈련을 받거나, 스스로 소양을 쌓았길래,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책을 쓸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게만 여겨졌습니다.

리비우스의 로마사는 이야기로서 망라적일(=빠진 데 없이 촘촘한 사연을 담았을) 뿐 아니라, 당대인과 외국인, 심지어 적국에 대해서조차 신뢰를 보낼 수 있는 표준적 관점을 담았습니다. 물론 역사의 초반에는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의 젖을 먹었다느니, 독수리 떼가 누구에게 더 많이 날아와 결국 로물루스가 창업의 정통을 더 크게 얻었다느니 하는 신이한 전기(傳奇)가 길게 서술됩니다. 허나 당대인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고대사를 이상화, 신비화했다는 증언, 인용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겠습니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가 아니라 말입니다. 고려 후반의 승려 일연도 <삼국유사>를 저술할 때, 그 기괴한 사연들을 일일이 사실로 믿어서 기록에 남긴 게 아니라, 신화나 전설은 그것대로 후대에 전할 필요가 있다는 동기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우리가 일본 중근세사를 읽으면, 이른바 요바이(夜這い) 풍습 등 참으로 미개하고 낯뜨거운 야만 습속이 많아 얼굴이 다 붉어집니다. 그런데 로마의 창업 초기로 거슬러올라가 봐도, 아직 인지가 덜 깨일 무렵이라, 젊은 남성들이 나체로 질주하며 처녀를 차지하는 경쟁을 벌였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말그대로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완력으로 장래와 신변을 도적질당했다기보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동네 친구 또래 몇몇을 놓고 양해 하에 스스로 선택권을 줬다는 식으로도 선해가 가능합니다. 현대의 젊은 여성이라고 해서 "쟤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어디 한 남자만 찍어 놓고 살겠습니까?(물론 그럼 좋긴 하지만) 둘 혹은 셋 중에 능력 있고 과단성 더 있는 쪽에 순간 마음이 기울 수도 있죠.

p60:10에 보면 두움비르란 직책이 나옵니다. 라틴어의 duum 등에서 보는 모음 철자 겹침은 실제로도 두 배 길이로 발음하기에 저런 표기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어떤 건 철자가 같은데도 두 배로 길게 늘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정격을 갖춘 라틴어 텍스트는 모음 위에 장음기호[이런 걸 마크론이라고 하죠]을 붙여 표기합니다). 참고로, 본문에 duumvirs라고, 영어식으로 복수형이 표기된 걸로 보아 이종인 선생께선 영역본을 저본으로 삼으신 듯합니다. 라틴어 복수는 duumviri로, 어미(엔딩) -i가 붙거든요.

아무래도 이 시기(제1권은 건국초부터 390 BCE까지 다룹니다. pp. 548~550의 연대기에 타임라인이 잘 정리되어 있고, 이런 점 역시 이 책만의 최고 장점 중 하나입니다)는 로마가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기반을 다져 나가는 도상(途上)이다 보니, 인접 후진 지역의 주민, 종족들과 갈등하는 양상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도, 꼭 로마 시민이 아니어도 라티움 지역인들과는 말이 통했고(왜 "로마어"가 아니라 "라틴 어'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방언의 편차는 있어도 반도 인근의 거주자들과는 의사 소통에 큰 무리는 없었을 겁니다.

허나 알프스 넘어, 갈리아 지역을 응시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드세고 미개하기에 막무가내이며(로마 인의 관점에서), 그들 나름대로 확고한 정체성을 지녔기에 결코 대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로마사의 전반부는 이 골 족과의 대립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마치 중화 제국이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을 상대로 "왕화"를 시도하거나 군사적 징치를 도모하던 족적과 유사합니다. 물론 우리는 근거도 없이 승자 위주의 세계관에 편승하여 자기기만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되며, 리비우스나 로마인의 관점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상대측의 입장까지도, 행간을 넘어 객관적으로 관찰하려 애 써야 하겠습니다.

갈리아 인들이 얼마나 로마인들의 골치를 썩였나 하면, 우리가 잘 아는 불세출의 정치인, 군인이었던 줄리어스 시저도 그의 대표 저술 중 하나가 <갈리아 전기(戰記)>일 정도입니다. 골 족 상대로의 대 승전이 그의 커리어 정점을 찍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고, 물론 로마가 생존의 기로에 서서 기사회생한 모멘텀이기도 합니다. 헌데 이 1권에서 다뤄지는 전쟁 기록은 그보다도 300년이나 더 앞선 시기의 것들입니다. 로마인들에게 골 족이 차지하는 위상이랄까 하중은, 마치 중화 제국이 흉노 족을 상대로 느꼈던 부담과 공포감과도 유사합니다. 수백 년 동안이나 말입니다.

역시 300년이나 앞선 시기이지만, 이 책에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또 등장합니다. 줄리어스 시저(동명의 조상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요 원)의 가문이 얼마나 유서 깊었는지 또다시 확인 가능하며, 예컨대 현대 작가 칼린(Coleen) 매컬로 여사의 대작 픽션에서, 재산은 막대하지만 위신이 전무했던 마리우스 장군에게 그처럼이나 비싼 대가를 받고 혼사를 치를 수 있었던 저력의 먼 연원이 대체 어디서부터인지도 새삼 짐작 가능합니다.

르네상스 역사를 공부할 때 중요한 지리적 기준 중 하나가 알프스 이남이냐 이북이냐 하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알프스 이편/저편"인데, 그야말로 자신과 타인을 대단히 주관적으로 편가름하는 범주라서 어리둥절할 때가 많았죠. 이런 이상한 명칭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려면 바로 이런 로마 시대의 사료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고전 중의 고전을 읽는 보람과 재미는 이런 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책에는 "키살피나"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게 cis+alpina입니다. cis는 말하는 사람, 혹은 어느 기준점을 상정했을 때 "이쪽, 같은 편'이란 뜻입니다. 이게 천 수백 년이 지나 나폴레옹의 시대에 이르면 이 사람이 반도를 정복하고 인위적으로 편성한 "치살피나 공화국"이란 이름도 등장하는데. 완전히 같은 어원이고 단 그로부터 수백 년 전 이탈리아어에 폭 넓게 구개음화 현상이 일어나 "키"가 "치"로 바뀌었을 뿐입니다(우리말에서도 종종 발견되죠). 왜 저기 시스 AB형이라든가,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 용어에서도 이 접두어 cis-(반대어근은 trans-)는 너무너무 자주 쓰이죠.

이 1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서사는 혹 단 둘만 꼽으라면,


1) 현대 영어권, 아니 서유럽 문화권에서 두루 "폭군의 대명사"로 꼽히는 타르퀸 더 프라우드(오만왕 타르퀸)이 과연 누구였는지, 어쩌다 그런 유취만년의 신세가 되었는지. 정통 역사가의 서술을 읽어 나가며 머리 속에 정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타르퀸 왕은 서유럽에서야 거의 네로만큼이나 유명한데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죠. 이 폭군이 왜 중요하냐면, 이후 로마가 공화정을 이어나가며 혹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실력자가 등장할 때마다, "너, 타르퀴니우스처럼 되고 싶냐? 여러분들, 기분에 끌려 또 독재자 밑에서 신음하시렵니까?" 같은, 일종의 건국이념 반면교사나 안티테제 처럼 기능하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멀게는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한 것도, 대외적 정당화의 기반은 이 고사에서 마련한 행위입니다.

2) 역시 유명한 "정결한 루크레티아" 이야기가 대체 무엇이 원전인지, 이 1권에서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대 젠더 담론으로 보면 여성에게 자신이 책임 질 수 없는 사유로 무슨 정절(을 위한 죽음)을 강요하느니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사실 이 책에서도 확인되지만 본디는 그런 가부장적 도그마와는 무관한, 한 자부심 높은 여인의 결연한 처신(무슨 남존여비 사상의 희생양이 아니라, 복수를 해 달라는 확고한 결의, 자신의 존엄을 선명히 하려는 동기였죠. 남자도 치욕을 당하면 자결하는 고사가 역사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을 잘 드러낼 뿐입니다. 이뿐 아니라 루벤스 외 여러 거장의 그림으로도 유명한 각종 사연의 기원, 모티프가 무엇인지도 그야말로 원전으로(그것도 바로 이 1권애서!) 확인 가능하죠. 또, 앞서 말한 매컬로 여사의 픽션에서는, 브루투스가 그런 거사를 감행한 내적 동기를 놓고, 그 모친의 훈육 방식이나 처신이 아이한테 남긴 나쁜 영향을 은근 암시하는데, 이 1권을 통해 먼 조상님 브루투스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서술은 당당하고 시야는 원대합니다. 성인은 이 책을 읽고 품위 있는 정사서의 기준이 무엇인지 가치관을 재정립할 수 있고, 자라나는 청소년이라면 바로 이런 위풍 빛나는 역사를 읽고 그 역사를 숨쉬며 만들어 나가는 인물이 되겠다고 보다 큰 꿈을 품을 수 있습니다. 추천사에 나온 대로, 왜 여태 그리스 사가들의 대작들에 비해, 이런 중요한 고전이 늦게 번역되었는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이종인 선생 같은 최고 권위자의 손에 의해 이처럼 우리 독자들과 감개 어린 조우가 이뤄졌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저 최고,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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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드디어 만나 본 전설의 로마사 책! 평점10점 | l****1 | 2018.03.14 리뷰제목
아주 오래 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촉발되었던 로마에 대한 관심이 로마사에 대한 공부로 이끌었고 드디어 이 책까지 읽게 되었네요. 그 책이란 바로 최근에 나온 티투스 리비우스의 '리비우스 로마사'를 말합니다. 왜 '드디어'란 말을 썼는고 하면, 지금까지 로마사에 대한 많은 책이 나왔는데 '리비우스의 로마사'야 말로 바다의 물고기처럼 많은 로마사 책들에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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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로 촉발되었던 로마에 대한 관심이 로마사에 대한 공부로 이끌었고 드디어 이 책까지 읽게 되었네요. 그 책이란 바로 최근에 나온 티투스 리비우스의 '리비우스 로마사'를 말합니다. 왜 '드디어'란 말을 썼는고 하면, 지금까지 로마사에 대한 많은 책이 나왔는데 '리비우스의 로마사'야 말로 바다의 물고기처럼 많은 로마사 책들에게 있어 하나의 기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티투스 리비우스는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때 사람으로 그와 교분까지 나눈 바 있습니다. 즉 로마인이란 것이죠. '리비우스의 로마사'는 그러니까 로마인이 쓴 로마사란 얘기입니다. 어떤 역사를 알고 싶을 때, 동시대의 증언만큼 믿을 수 있는 것도 또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어떤 전언이나 텍스트를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닌 목격과 참여라는 직접 경험으로 얻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로마사를 공부할 때 꼭 한 번 만나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후대에 투키디데스와 필적할만한 역사가라는 평가를 받았을만큼 '리비우스 로마사'는 역사서로써도 아주 충실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마키야벨리 역시 이 '리비우스 로마사'를 바탕으로 그 유명한 '로마사 논고'를 썼었죠.



 사실 저도 이 책의 존재를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를 읽고 알게 되었는데, 그 때만해도 전설 속의 책과 같았던 '리비우스 로마사'를 드디어 읽을 수 있게 되었네요. 리비우스는 어딘가 '사기'를 쓴 사마천과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사마천처럼 궁형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만, 원래부터 역사가가 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어쩌다 보니 역사서를 쓰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티투스 리비우스는 정치로 성공하고자 하는 포부가 있었지만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사이에 벌어진 내전 때문에 그 뜻을 펴지 못하고 맙니다. 그러다 키케로의 제자로 들어갔고 그 키케로를 통해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었죠. '리비우스 로마사'는 그러한 뒤늦게 찾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낳은 산물이었습니다.


 '리비우스 로마사'는 로마 건국부터 리비우스가 살았던 시대인 아우구스투스 황제까지 모두 45권을 썼다고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중 11권에서 20권까지는 사라져 현재 전해지는 것은 35권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금 나온 '리비우스 로마사 1'은 1권부터 5권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수 년간 지속되었던 에트루리아인과의 전쟁을 그들의 도시 베이에를 함락시킴으로써 로마 재건의 기틀을 다졌던 독재관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의 시기까지인 것이죠. 


 역사서인데다 옛날 사람이 썼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들이 읽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술술 읽힙니다. 원래 '리비우스 로마사'는 라틴어 산문의 품격을 한껏 드높였다는 키케로의 제자가 쓴 글답게 아주 유려한 라틴어 문장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역사서에는 인물들이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했던 연설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수사학에 정통했던 리비우스답게 그 연설 또한 아주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답니다. 때문에 지루할 틈이 별로 없는 로마 역사서라고 하던데, 과연 직접 읽어보니 그렇더군요. 해설까지 합해 594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라 이 짧은 리뷰로 정리하기가 곤란하여 이렇게만 말하는 것이 참 애석한 일이긴 한데, 어쩔 수 없네요. 이 책에 대해선 딱 이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직접 읽어보니, 왜 그토록 많은 로마를 다룬 책들이 '리비우스 로마사'를 근거로 제시하는지 잘 알겠더라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1권을 시작으로 '리비우스 로마사'가 다 번역되어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음 권도 무척 기대됩니다. 그저 어서 나와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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