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방에서 개나 고양이가 함께 지내는 것이 요즘에는 그닥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은 놀랍고도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을에서 누가 애완견을 안고 다니는 모습만 눈에 띄어도 노인들은 하나같이 '망칙스럽게 개새끼를 어찌...' 하면서 혀를 끌끌 차거나 내일 곧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낙담한 표정으로 '말세야. 말세'를 외치곤 하였다. 깊은 한숨과 함께.
그랬던 게 엊그제 일처럼 선명한데 요즘에는 애완견이니 반려견이니 하면서 제 자식 대하듯 하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괜히 말 한 번 잘못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어디 개뿐인가. 고양이며, 닭이며, 돼지까지도 애완동물로 받아들여지더니 요즘에는 뱀과 거미 등 전에는 기겁을 하며 피하던 동물들까지 애완동물로 대접을 받는다. 물론 이런 풍조가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컨대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 의한 동물학대 등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추세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여인들이 누군가가 던진 벽돌에 맞아 한 명이 죽고 한 명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도, 그렇다고 적극적인 반대의 마음도 없는 나로서는 애완동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에서도 개를 키웠던 적이 두어 번 있었던 것 같다. 애완용으로 길렀던 것은 물론 아니고 키워서 팔면 약간의 돈을 손에 쥘 수 있겠다고 판단한 어머니의 결심이 크게 작용했다. 장에서 사 온 잡종견은 마당 한귀퉁이에 매어진 채 우리가 주는 밥을 게걸스레 먹어치우거나 낯선 사람을 보고 컹컹 짖거나 할 뿐 사람들과의 특별한 교감은 없었다. 그러나 이따금 목줄이라도 풀리는 날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우리 형제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기도 했고, 어두운 산길을 걸어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어머니의 곁을 든든히 지켜주기도 했었다. 오랫동안 정이 들었던 개가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도는 이름도 모르는 개장수에게 팔려가고 나면 우리집은 한동안 적적함에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일본의 여성 문학가 이토 히로미가 쓴 <개의 마음>은 개를 키우지 않는 나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 책이다. 작가가 일본을 떠나 타국 생활을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의 가족과 동고동락했던 애완견 '다케'의 마지막 2년을 기록한 책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다케. 태어난 지 13년 된 저먼 셰퍼드. 인간의 나이로 56세. 개 수명으로 따지면 애저녁에 저세상으로 떠났을 나이. 내가 두 딸을 데리고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지 15년이 지났다. 처음 미국에 첫발을 내딛고 1년 반 후에 다케를 만났으니, 이국 생활의 대부분을 다케와 동고동락한 셈이다." (p.12)
전남편과 이혼한 후 작가는 두 딸을 데리고 미국에 정착했다고 한다. 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유대계 남자와 재혼을 하고 막내딸 도메가 태어나고 파피용 견종인 '니코'와 앵무새 '삐짱'이 한 가족으로 살게 된다. '다케'가 죽기 전, 일본 구마모토에서 홀로 사시던 그녀의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그녀는 미국과 일본을 수시로 오가야 했다. 당시 89세의 늙은 몸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애견 '루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루이'를 온전히 돌볼 수 없었던 그녀의 아버지가 허망하게 떠난 후 늙고 병든 '루이'는 그녀의 책임으로 남는다.
그녀가 집을 비웠던 많은 날들 중 '다케'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케'의 안락사를 권하지만 그녀는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한다. 힘들어 하는 '다케'를 이끌고 산책을 나가고, '다케'의 용변을 치우고,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다케'의 모습에서 그녀는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 몇 년간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나 음식 광고를 보면서 "저거 맛있겠다" 하고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는 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구마모토에 갈 때마다 아버지는 타코야키나 야키소바, 이것저것 싸구려 주전부리를 사오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더 살고 싶다는 갈망을 보여주는 유일한 반증이었다. 매번 맛도 없는 건조음식에 통조림을 섞어주면서, 나는 부디 개에게는 그런 갈망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다케가 꽁치 머리나 쇠고기 뼈다귀, 접시에 묻은 케이크 재료를 제발 떠올리지 않기를." (p.193)
개와 함께 같은 방에서 뒹굴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솔직히 작가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군말 없이 개의 수발을 들 자신도 없고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오롯이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면서 울고 웃었던 2년여의 기록이 나와 같은 독자에게도 새삼 뭉클한 감동으로 전해졌던 이유는 명확했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개나 사람에게 다를 게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내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다케와 함께한 마지막 2년 동안, 나는 삶과 죽음의 민낯과 마주했다. 다케를 보내고 내 삶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도 아스라이 사라지고 늘 그렇듯 밥과 산책으로 이루어진 일상이 반복된다. 촉촉한 혀와 살랑거리는 꼬리,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는 선량한 눈망울이 내 곁에 있다. 니코와 루이가 몸을 기대온다. 무겁고 귀찮다는 생각도 잠시,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에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p.254)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필집입니다. 특히나 저 세상으로 보내기까지 마지막 2년의 기록이라고 하니 더더욱 공감이 될 수밖에요. 일본의 여성 문학가 이토 히로미가 주인공 '다케'를 만난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의 추억들을 함께 담았습니다. 개를 오랫동안 키워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깊이 빠져들 내용들입니다. 특히나 늙고 병든 개를 키우는 분이라면 더더욱이요. 책을 읽는 내내 늙고 병든 반려견을 이렇게도 지극정성으로 돌봐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개에게도 이런 심성이 있는 작가라면 사람에게는 더 인정이 많은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인정 많은 작가와 반려견 '다케'의 이야기는 반려견을 키워본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개의 마음>인 이유는 책을 읽으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개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통해 아주 잘 설명하고 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개를 3마리 키워본 사람으로서 개의 마음이라는 게 잘 이해가 됐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개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마음이라는 게 있거든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도 개에게는 당연하지 않고, 개에게 당연한 게 사람에게 당연하지 않더군요. 그래선지 개를 키우며 생각도 넓어지고 배려심도 생기고 상황상황에 따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하게 해주더군요.
다케와 공과 관련된 얘기들에서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제가 키웠던 개들은 공에 대한 집착같은 게 없어서였는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공에 집착하는 개를 키운 주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그래도 참 잘 대처한 장면들을 보며, 당황스운 상황에서도 의도치 않게 좋은 방법이 생긴다는 걸 봤습니다. 공을 던지면 냉큼 달려가 물어오는 다케. 근데 문제는 물어온 공을 절대 놓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잡아 빼려고 해도 절대로 놓지 않는 다케. 주인은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공을 두 개 준비하는 거죠. 공을 물러오자 다른 공을 던지니 그렇게 놓지 않던 공을 훽 놓아버리고 달려가더라는 것입니다. 으하하. 그 장면이 상상되서 어찌나 웃기던지요.
개를 키우는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바로 똥과의 인연입니다. 저도 개를 키우며 똥 때문에 참으로 애를 많이 먹었거든요. 배변훈련에 실패한 개는 아무곳에나 쌉니다. 으하하. 산책나갈 때도 배변봉투는 꼭 챙겨야지요. 저자는 '개를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와 함께하는 삶은 똥이 구 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우아~~~ 맞아요 맞아요. 똥이 9할입니다. 그만큼 똥으로 인해 주인이 해야 할 일이 엄청 많다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런 것들이 다 반려견을 키우는 재미 아닐까요?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진 다케는
이제 나뭇가지를 물어오지 못한다.
언덕 아래까지 내려가지도 못한다.
언덕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두 곳 모두 다케에겐 힘에 부친다.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시간은 흐르고 가야할 때가 점점 다가옵니다. 다케에게도 그 시간이라는 녀석은 절대 비켜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좋은 주인을 만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든 다케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죽음이라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요즘은 개를 키우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키웠던 개가 죽은 이후로 그 마음을 달래고자 다시 데리고 온 아이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거든요. 다케의 유골을 받아 든 저자는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겠다고 한 생각도 잊어버린 채 울고 맙니다. 도자기가 아니라 묵직한 나무 상자에 담긴 다케의 유골은 은백색 재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넌 다케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을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다케를 가장 사랑한 주인이었으니까요.
저는 아주아주 나중에 다시 개를 키워보려고 합니다. 떠나보냄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그 날에요. 그 땐 제가 먼저 키웠던 개들에게 못해줬던 사랑을 듬뿍 전해줘야 겠습니다.
개만큼 인간과 가까운 동물은 없을 것이다. 집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목적과 애견을 넘어서는 반려견으로서 개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비록 말은 못하더라도 왠만한 사람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특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함께 사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여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귀엽거나 때로는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개의 마음을 인간은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인간과 개는 얼마 만큼의 감정적 교류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로 그러한 궁금증에 대해서 『개의 마음』은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초로의 저자는 다케, 루이, 니코라는 총 3마리의 개를 키웠는데 이 책에서는 다케라는 반려견과 함께한 마지막 2년의 기록이 담겨져 있다. 개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2년이라는 마지막 시간 동안 점점 더 변해가는 다케의 노화는 마치 인간이 늙어가는 그 모습과 닮아 있어서 묘한 느낌이 든다.
이혼을 하고 딸을 데리고 낯선 이국 땅인 미국으로 가서 외국인 남편을 만나 다시 아이를 낳고 키우고 후에는 병을 앓게 된 아버지를 돌보느라 8년 동안 샌프라시스코와 일본의 구마모토를 바쁘게 오갔는데 이러한 일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저자를 힘들게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그 모습이 다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아버지의 죽음에서 얻게 된 자책과 회한은 아버지의 반려견인 루이를 데려와 키우면서 마치 그 빚을 갚는것 같은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다. 또한 다케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은 아버지와 다케의 죽음에서 조금씩 치유됨을 보여준다.
처음 개를 키웠을 때 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더욱이 개의 마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 힘들었지만 점차 세월이 지나면서 다케를 비롯해 루이와 니코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개들을 마치 자식처럼 오롯이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개를 키우는 분들에게는 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짐작 했던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견주 입장에서는 개의 이야기들에 더 주목하기 마련이다.
작정한 것도 아니였는데... 살다보니, 개의, 개에 의한, 개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데...
지금와서 느껴보면, 개 중에서도 성격이 맞는 애들하고만 유독히 잘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어렴풋이 기억으로만 남아있는...집나간 개, 남에게 줘버린개,슬쩍 갖다 버린개는
별로 떠오르지 않고...
나를 너무 잘 따랐지만 집주인 아줌마가 없애버리라고 해서 엄마가 개장수한테 팔아버린 쫑이,
부모님 이혼 후에 처음 집에서 키웠던 뽀식이,
그리고, 성격은 좋지만...그닥 매력은 없었으나 한동안 나와 살았던 졸리,
그리고, 내가 키워본 중에서 가장 나를 사랑하고 의지하는 세나,를 제외하고는...다른 개들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 중에서 아무래도 지금 키우고 있는 늙은 할머니개 세나.
심리 상담을 마치고 나서 애착의 대상이 자연스레 옮겨간 세나가 없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종종 우울했거나..괴로워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책에서처럼 매일 개똥을 치우고, 개산책을 시키고 샤워를 시키고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기꺼이 개를 키우는데 주저하지 않고, 또 주변 사람에게도 많이 권하게 된다.
예상했던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고, 종종 지루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 같다.
하지만, 개를 세마리나 키우고, 고양이나 거북이 새까지 키울 자신은 없을듯.
뭐, 깜냥대로 사는거지뭐.
종종 개를 사랑할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사람도 사랑하고, 개도 사랑하면 되지 굳이 한쪽을 선택할 필요는 없는것 아닐까?
어느 날인게 이별을 하게된다하더라도...물론, 슬프겠지만...난 기꺼이 세나나 밍키의 마지막 길까지 함께하겠다.
그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개들에 대한 속죄일수도 있겠고,
내가 더 씩씩하게 살 수 있도록, 나를 사랑해준 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수도 있겠고.
통근 시간에 부담없이 슬렁 슬렁 읽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종이책에 비해 e북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