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섬 제주 유산
이 책을 읽으며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은 제주도에 가장 어울리는 얘기 아닌가 싶었다. 여태까지 나의 제주여행이 무의미한 도피성 외유였나 싶을 정도로 이 책에는 제주도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1년 12달 매주 새로운 테마로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이야기를 엮은 구성 때문에 주말마다 제주도 여행을 가야디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고 이번 여름 휴가도 이 책 때문에 제주도를 가게 되었다.
실제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스무살까지 살았던 저자는 다들 알고 있는 한라산, 오름, 감귤, 해녀, 화산섬 그 이상의 다채로운 제주에 대한 지식과 정보, 재미를 알게 해준다. 예를 들면 2월에는 제주 람사르 습지로, 메밀꽃 피는 5월에는 메밀이 바꾼 제주 밥상 이야기로, 해녀항쟁이 있던 12월에는 역사 무대인 세화오일장으로 안내하며 풍부한 사진자료도 함께하는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숲을 좋아하는데 곶자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었다. 제주어 사전에 따르면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과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곶자왈은 원래 있던 지형 이름이 아니다. 제주에는 곶과 자왈이라는 두 개의 다른 지형이 있었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가시덤불 지역이다. 곶자왈은 제주 지하수의 절반가량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엉기성기 쌓인 용암들 사이로 빗물 등이 내려가면서 깨끗하고 맑은 지하수가 만들어진다. 곶자왈은 흙이 극히 없고 오로지 바위와 돌이 아무렇게나 얽혀 있어서 농업이나 임업 같은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곳이다. 집 하나 지을 평평한 지대가 없으니 버려졌다. 그 덕에 비료나 농약도 뿌릴 일이 없고 분뇨나 폐수가 나오지도 않는다. 가장 깨끗한 지하수를 만들어 제주 사람들을 살리는 곳이 곶자왈이다.
그 외에도 북촌리 대학살, 건국 신화, 송당 본향당 신화, 출륙 금지령, 이형상 제주목사 분투기, 제주 해녀항쟁 등의 역사이야기와 똥돼지 문화, 결혼식 문화, 돌하르방, 제주의 식문화, 제주 갈옷, 제주 허벅, 대비마마 어머니의 술, 모주 같은 제주도 특유의 문화이야기도 즐겁게 읽어볼 수 있다.
고진숙(지음)/ 블랙피쉬(펴냄)
내겐 《순이삼촌》이 먼저 떠오르는 제주! 존경하는 현기영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뵈었고 제주 4.3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작품을 통해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대신 안기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당시 군부 독재가 그를 기소하지 않고 살려준 이유는 딱 한 가지! 만약에라도 그들은 제주 4.3 이 세상에 알려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가님으로부터 당시 제주에서 있었던 일, 이후 제주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듣고 난 뒤 다시 소설을 읽었던 감회는 정말 남달랐다. 그래서 제주를 아름다운 여행지, 즐기는 섬이 아니라 다크 투어리즘으로서 진지하게 한 번 여행해 보고 싶었다.
책에도 언급되는 제주민속촌!! 이곳 역시 방문 코스 중 하나였다. 여기서 나는 기적적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다. 나는 여행지에서 해설을 들을 때 가급적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분을 찾곤 한다. 강화도에 갔을 때도, 광주에 갔을 때도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선생님의 해설을 들었을 때 그 지역에 대해 책에도 나오지 않는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선생님의 해설은 남달았다. 한 시간 코스 설명 이외에도 너무 열심히 질문하는 나 때문?에 한 시간을 더 개인적으로 허락해 주셨고 덕분에 나는 제주에 대해 꽤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또 하나 내가 제주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제주 설문대할망 설화 때문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설화는 내 생각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버금가는 우리 신화라는 생각이다. 우리 신화가 우수한 이유는? 우리 신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여성이며. 이들 여성들은 의존적이지 않고 남성 중심 사회의 수많은 불평등, 편견과 혐오에 정면으로 맞서며 마침내 신이 된다!!!!! 감동!!!!!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신화는 없다. (이렇게 말하면 나 또 국뽕되는건가?ㅋㅋㅋㅋㅋ)
제주를 가장 최근에 간 것은 올봄!! 다크 투어리즘으로 제주를 제대로 보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책에서 내가 직접 듣고 느꼈던 장소를 만나면 반가웠고 가보지 못한 곳은 메모해 본다. 조만간 제주를 다시 찾을 일 있을 때 꼭 찾아보려고!
제주에서 찍은 사진은 눈이 퉁퉁 부은 사진뿐!!!
제주 해녀 박물관에 갔을 때 자신의 어머니가 해녀 출신이라는 문화 해설사 선생님의 해설과 가족사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너무 우니까 나중엔 해설사 선생님이 나를 토닥토닥해주셨다. 내가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제주 문화가 담긴 CD를 내게 주셨다. 대구에 가서 제주를 잊지 말라고.....
코로나 이전에 제주에 갔을 때와는 또 다른 제주의 모습, 다크 투어리즘의 제주.
아름다운 여행지로서의 제주를 즐길 때 한 번쯤 제주 역사를 떠올려보시길. 월별로 네 가지씩 제주를 소개하는 이 책은 총 48가지 제주의 장소를 담았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제주의 모습을 책을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제주는 내게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 여행 너머의 여행, 섬을 넘어 생명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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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섬제주유산 은 제주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의 역사, 자연 환경, 제주의 언어와 음식, 문화 등에 대해 읽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한꺼풀씩 벗겨가는 것 같았다.
제주의 언어는 일반 사투리와는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제주의 환경 특성상 바람이 많아서 짧고 크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자연 환경과 음식 등 너무 많은 것이 달라서 마치 다른 나라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빈부 격차가 없었고 부자든 가난하든 다 초가집이었다는 것, 제주 똥돼지가 맛있는 이유, 시어머니 부엌과 며느리 부엌이 따로 있다는 것(시어머니가 독립적이고 간섭이 적다), 돌하르방은 제주도가 원조가 아닐 가능성이 크고 제주 전통과도 무관하다는 것, 제주 사람은 과거 200년간 허가 없이 육지를 가지 못했다는 것, 모주의 유래 등 제주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된 책이다.
월별로 제주 답사할 곳 -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곳, 제주의 독특한 자연 환경 - 등을 소개하는, 진짜 제주를 만날 수 있는 책!
#제주
알면 알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섬이다.
"해녀들은 숨이 허락하는 만큼만 욕심 없이 채취한다. 그렇게 해야 바다도 살고 인간도 산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처럼 제주는 알면 알수록 그 가치가 더 크게 보이고 더 아름다운 섬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