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웅진씽크빅/2023.4.17.
sanbaram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나 노년을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년퇴직 후의 삶을 걱정하게 된다.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부터 경제적이나 육체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다. 노년을 먼저 살아본 저자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78세에 내었고, 10년 후 개정판을 내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나는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마트(SMART) 원칙을 일상에서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S : 심플리파잉(Simplifying), 삶을 단순화 시켜라. M : 무빙(Moving), 움직여라. A : 어펙팅(Affecting). 마음을 유연하게 하라. R : 릴랙싱(Relaxing). 몸과 마음을 이완하라. T : 투게더링(Together-ing). 함께하고 나눠라.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우리 인생의 가장 큰 화두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저자 이근후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이화여재대학교 교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임 후에는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40여 년간 23종의 책을 썼다.
“태어난 이상 우리는 각자 가진 삶의 조건을 토대로 좀 더 나은 사람, 점점 성장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입니다.(p.12)”라고 말하는 저자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통해 우리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40만부의 판매를 기록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는 평생 시험, 취업, 결혼 준비 등 많은 준비를 하지만 정작 나이 듦의 준비는 소홀하다. 나이 드는 것도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닥치면 당황하고 실수하기 마련인데, 나이 든 후에 시작한다면 너무 늦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사는 요령을 5개의 주제로 묶었다. ‘1장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2장 이렇게 나이 들지 마라, 3장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4장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5장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그대에게’가 그것이다. 저자는 인생을 ‘0-25세 : 봄. 25-50세 : 여름, 50-75세 : 가을, 75세 이후 : 겨울’ 등 4계절로 구분해서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각자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저자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해결 방식을 더 많이, 다양하게 섭렵해 간다는 뜻이다.(p.44)” 그 많은 방법을 제쳐두고 불평, 불만, 무시, 외면 등 유아기적 방법을 쓰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 몸과 마음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이 방법을 쓰게 되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긴 노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을 떨쳐 버리고, 시간을 편안히 보내겠다는 생각 대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고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낭비된 인생이란 없어요. 우리가 낭비하는 시간이란 외롭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뿐이지요.”라고 미치 앨봄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에서 말했다. 저자의 삶의 철학은 ‘차선으로 살자’ 라고 하면서 나이답게 사는 것이 언제나 엄숙하게 살라는 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건강하다. 인생이 재미있다. 그것을 잘 조율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어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경쟁하면서 콤플렉스를 느끼며 살아왔다. 경쟁 유도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그래서 인생을 마무리할 시기에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비교하고 채우려 든다.(p.101)” 늙어도 경쟁, 죽는 것도 경쟁이다. 그러나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데 소중한 시간을 다 써버리지 마라. 뭐든 지나치면 원치 않은 일이 벌어지듯, 좋은 욕심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꿈과 공부, 경쟁, 상대적 가난, 인간관계, 연애, 취업문제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 노인 세대가 굶주림과 생존, 이념의 공포와 싸우며 살았다면 젊은 세대는 또 다른 면에서 삶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사회문화적 현상과 가치관들도 급격하게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방식의 시각으로 젊은이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비판하지 말고 현 시대에 맞게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자식에게 부모는 하나의 벽이다. 벽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자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습관처럼 벽을 의식한다. 벽은 보호막도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식의 앞길을 막아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p.109)” 자식이 그 벽을 뛰어넘으면 완벽한 성장을 이루게 되지만 벽이 높고 튼튼할수록 부모에게 기대는 습관이 몸에 밴 자식은 부모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준비가 필요하다. 자녀가 성장해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게 되면 부모도 과거의 상처나 자녀를 위한 희생적인 돌봄으로부터 자유롭게 떠나와야 한다. 그동안 자녀를 돌보기 위해 조금은 소홀했던 자신을 돌보고, 새롭게 펼쳐진 인생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애를 쓰듯, 부모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식에게서 독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노년은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충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우리의 늙어 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p.136)” 세월은 많은 것을 가져갔다. 건강과 에너지, 일과 의욕 그리고 미래. 그러나 나에게 남은 것이 있다. 많은 시간과 깊어진 눈과 즐길 줄 아는 여유다. 그것으로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시시껄렁해 보이는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인생의 무늬를 이룬다. 그러니까 매 순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면서 살아가라고 저자는 권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성석제의 말처럼 인생의 황홀한 어느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 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을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의 저자 매트 와인스타인은 개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은 ‘앉아!’와 ‘가만있어!’라고 말한다. 개들도 배우는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평생 배우지 못한다.(p.185)” 그들은 “바빠”와 “급해”를 입에 달고 정신없이 달려간다. 가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성격은 일생 동안 발달하고 성숙해 간다고 한다. 어느 순간에 성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경과 속에서 죽을 때까지 발달한다는 것이다. 청, 장년기에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는지에 따라 노년의 시기에 드러나는 성격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청, 장년기의 사람들은 자기의 중심을 잡고 인생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일러주는 인간관계의 비결은 상대의 특별한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상대의 장점을 알면 인간관계가 쉬워진다. 장점은 그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고 한다.
“석불이는/ 천년 비바람에/ 눈도 귀도 입도/ 모두 잃었다/ 그러나 미소 짓는 걸 보면/ 돌도/ 깨달음에 이르러/ 평안하다는 뜻이다.(p.292)” 저자가 봉사하러 다니는 보육원에서 5살 아이가 읊은 시라고 한다. 비록 짧은 시지만 생각할수록 많은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신라인들이 경주 남산에 수많은 불상을 세운 데는 죽어서 서방 정토에 가기보다, 발 딛고 사는 이곳에 서방정토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웃을 일이 있고 즐거움 몇 개쯤은 분명히 있다. 순간순간의 작은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미래를 불러온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며 만족하는 삶을 살 때 행복한 인생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딱 하루를 산다면 어떤 삶을 살겠습니까. 수시로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답을 하는지. (p.355)”라는 저자의 말을 매일 생각한다면 노년의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 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깨끗한 새 정신'으로 살아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 65년 전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지금에야 그 뜻을 깨닫고 가슴에 새긴다. 늦었지만 기쁜 통찰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교장 선생님 흉내를 낸다. "오늘도 또 깨끗한 새 정신으로 하루를 살자." 내가 오늘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 인생의 하루를 그것과 바꾸고 있으니까. p.130~131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그 늙어 가는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아니지만, 나이 들면서 좋은 일, 즐거운 일을 만들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10년 넘게 40만 부가 판매되며 나이 듦에 관한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가 10주년 특별 에디션으로 새롭게 나왔다. 새롭게 쓴 저자 서문과 엮은이와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으니, 오래 전에 읽었더라도 다시 한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며 살아온 저자의 몸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육체적으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유쾌하기만 하다. 2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지금은 오른쪽 눈도 희미한 실루엣만 보인다. 이 책을 처음 펴냈던 10년 전에 이미 당뇨, 고혈압, 통풍, 허리디스크 등 일곱 가지 병이 있었는데, 이제는 몇 가지 병이 추가되어 걸음은 더 느려지고 말도 어눌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살고 싶다는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병에 걸렸더라도 내 몸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면 된다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명의보다 낫다고 말한다. 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자는 것이다. 사실 병에 걸리면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인 것 같아 원망하고 자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당당하게 아파라'는 말을 듣고, 병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여기here'와 '지금now'이다. 행복을 즐길 시간과 공간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은 항상 다른 곳, 바깥에만 시선을 두고 불행해한다. 뇌 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은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과거의 행복한 기억, 미래에 다가올 행복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지금 내가 즐거워야 엔도르핀이 형성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행복하기만 하느냐고, 슬프고 괴로운 때도 있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괴롭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즐겁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좋든 나쁘든, 나에게 닥친 이 순간에 충실할 때만이 인생은 즐거워진다. p.277~278
이 책에는 여전히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노학자가 평생을 지켜온 삶의 원칙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이듦이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껴지도록 일상의 소소한 재미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일흔 넘어 시작한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학과를 졸업한 것이다. 당시 1125명의 졸업생 가운데 최고령자이자 문화학과 수석 졸업자였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대학 교수였고, 정년 퇴임을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한 공부이니,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 몸은 늙어도 생각은 녹슬지 않는다는 것, 체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쓸데없는 공부'에 대한 마인드도 공감이 되었다. 공부가 꼭 쓸 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가설이 '정신결정론'이라고 한다. 그 어떤 행동에도 원인이 있다는 가설이다. 쉽게 말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이 말은 우연이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우니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모든 일은 천천히 차곡차곡 진행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 좋은 행동을, 좋은 삶을 이끈다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소망이라도 간직하고 바란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기운과 힘이 생긴다. 그러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잡고 실천하면서 나는 잘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나이 듦의 지혜 53가지를 배워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