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아니 너무 많이 이용한 조합이라 이제는 식상할 수도 있다. <별에서 온 그대>라던지 <옥탑방 왕세자>에서도 이미 경험한 바 있으며 여러 팩션들에서도 자주 쓰인 바 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상하이 699번지 아파트라는 딱 한 장소를 지정해 놓고 그곳을 텔레포트처럼 이용하면서 1937년과 2015년을 연결했다. 이렇게 한 장소를 지정해서 연결한 영화로는 <시월애>가 생각났다. 일마레. 물 위에 떠 있던 아름다웠던 집. 영화 속의 주인공은 한 집을 매개체로 삼아 만나지는 않지만 편지를 주고 받았었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이 이야기가 독특한 것은 일단 중국 작가가 쓴 이야기이고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다른 공간적 배경이기에 낯설 수 밖에 없다.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공간적인 배경이 달라지니 전혀 알지 못했던 남의 나라 역사가 나오게 된다. 그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상하이에 그때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같은 소재로 접근했다고 해도 새로움을 준다.
쭝잉은 행동력이 탁월했고 직설적이었으며, 계산적이지 않고 단순함에 가까운 집착을 보였지만, 자신은 그녀의 삶을 전혀 몰랐다.
255p
미래의 여자인 쭝잉은 의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법의관이다. 가족이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지극히 복잡하다. 과거의 남자인 성칭랑은 변호사다. 그 또한 가족이 있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는 쭝잉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밤 10시 그리고 새벽 6시.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만나고 헤어지고 불시에 과거로 떨어지는가 하면 다시 현재로 돌아오기도 한다.
성칭랑에게는 바쁜 하루의 시작이었고,
쭝잉에게는 장소만 바뀌었을 뿐 한가한 하루의 연장이었다.
94p
지지부진하게 이렇고 저렇고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도 주인공들은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자신들이 어떻게 그런 대상이 되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묻고 따지고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대처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부상자들이 생기자 의사였던 쭝잉은 그곳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현재 이곳에서 그녀를 그렇게 찾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돌아올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남아있다. 자신이 돌봐야 할 환자가 있다는 이유다. 오히려 성칭랑을 시켜서 현재로 돌아와 그곳에서 필요한 약을 사오게 시킨다.
물론 현재에 살고있는 쭝잉의 동료 및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당최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서 궁금만 할 뿐이다. 집주인은 없는데 이상한 사람이 들락거린다. 충분히 이상한 상황이다. 현재에서는 현재 나름대로 과거에서는 과거 나름대로 성칭랑과 쭝잉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들의 비밀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전쟁이 일어난 과거의 상황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까.
자오시즈 작가의 밤 여행자 1권 리뷰입니다. 등륜 & 니니 주연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작 내용이 흥미로워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정발이 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현대와 민국시대를 오가는 타임슬립물이라는 설정 만으로도 매력적이었는데 클리셰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부검의로 일하는 쭝잉은 어느 비오는 날 택시에서 미스터리한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