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다 밝혀졌다. 왜 성칭랑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지가 알려진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 그것으로 인해서 낯선 곳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그때 심정은 어떠했을까? 과거에서 현재로 온 사람과 현재에서 과거로 간 사람 중에 더 잘 적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성칭랑과 쭝잉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둘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 을 아주 잘 하는 편이라고 봐야 하겠다.
쭝잉의 경우에는 오래전 일이니까 그저 단순하게 적응만 하면 되지만 성칭랑의 경우에는 다 새로운 것이고 낯선 문물일텐데도 불구하고 금세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황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가 어디서 핸드폰을 보았겠는가. 그가 어디서 신용카드를 보았겠는가. 택시나 지하철 등 생전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이곳에 살았떤 사람 마냥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쭝잉이 카드나 핸드폰을 그에게 주면서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너무 잘 아는 것을 보았으니 굳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낀 것일까.
그때 성칭랑이 쭝잉에게 "저 등이 나의 길을 비추고, 쭝 선생의 길도 비춰주니 귀한 인연이네요"라고 말했다.
193p
사실 한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면 당연히 시작되어야 할 것 같은 로맨스가 1권에서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아니 왔다갔다 하면서 과거에서는 발생한 전쟁 때문에 그리고 현재에서는 쭝잉의 가정사와 사고 때문에 무언가 일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단지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그 분위기가 이제 무르익었다. 2권에서는 확실한 이들의 옹호자가 나타난다. 바로 쭝잉의 외할머니다. 외할머니가 등장을 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와지고 할머니는 성칭랑을 좋게 봐주시고 믿을만한 사람으로 봐주신다. 전쟁으로 인해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그의 옷에서는 항상 화약 냄새가 묻어있다. 자신의 가족이 하고 있는 많은 공장들을 이전시키기 위해서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이리뛰고 저리 뛰고 있는 그다. 단지 자신의 일만 했더라면 절대 간섭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외삼촌의 죽음과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쭝잉의 경우는 어떤가. 그녀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만든다. 그로 인해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틀어지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쭝잉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71p
결말이 예상 외여서 놀랐다. 이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어디에서 끝이 나게 될 것인가를 전혀 가늠치 못했는데 그들의 관계를 딱 정립시켜 주는 사건이 발생을 하면서 확정이 되어 버린다. 뒤에 나오는 에필로그에 외전까지 아주 알차게 마무리가 되어서 읽어가는 내내 흐뭇했다. 한 가지 스포를 하자면 이 이야기는 지극히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더욱 행복하다. 성칭랑과 쯩잉이 살아가면서 언젠가 또 밤 여행자가 되는 날이 또 오지 않을까. 그 날엔 그들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어디로 갈 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덧. 47쪽에서 그날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엄마가 죽은 쭝잉의 생일날이다. <초에 전자칩이 있어 노래가 나오는 거였는데, 망가져서 아줌마가 쓰레기통에 버렸는데도 노래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느릿느릿 음울하게 말이에요.>
케잌이야기를 하면서 초 이야기를 하는데 왜 물에 넣어도 밟아도 절대 죽지 않고 계속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나오던 그 연꽃 모양의 생일초가 생각이 나는건지. 심각해야 할 상황인데 자꾸 그 생각이 나서 쿡쿡 웃어버리고 말았다.
밤 여행자 1, 2 리뷰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생동감있게 잘 풀어낸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보통은 타임슬립을 한다고 치면 아예 다른 세계로 떨어져서 그 세계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데(주로 현대인이 고대세계로 가는 작품들이 많고요) 이 책은 과거의 인물이 특정 조건 하에서 현대로 타임슬립하면서 동시에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현대인과 현대의 여러 사물들을 가지고도 타임슬립이 가능하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성칭랑과 쭝잉, 서로를 잘 모르는 타인이지만 진정한 이해자가 거의 없다는 처지의 공통점이 맞물려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심리묘사가 탁월했습니다.
또 소소하게는 현대인이 평생 고대에서 살아가는 일반적인 타임슬립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피엔딩을 이끌어 낸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자오시즈 작가의 밤 여행자 2권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약간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아요. 민국시대로 넘어가면서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동시에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이 닥쳐오는 지를 알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곧 다가올 시간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와 민국시대를 오가는 장치나 상황도 잘 그려냈고 마무리가 어떻게 될 지 그게 제일 궁금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