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망자가 2명 발생하였고,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멘트를 우리는 매일매일 코로나 브리핑을 들으며 브리핑 맨 처음에 듣게 된다. 나는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비록 알지 못하지만 죽은 고인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한다. 코로나 19에 걸려 고통을 느끼며, 바이러스와 투쟁하다가 결국엔 죽음에 이른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좀 더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텐데...그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그들은 누군 가의 부모, 자식일텐데, 유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나는 이들의 죽음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것은 좋은 죽음일까? 나쁜 죽음일까?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재럿은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에 따르면 좋은 죽음이란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죽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노화에 의한 죽음을 말한다. 죽음에 대해 준비할 수 있고,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마지막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이다. 또는 질병에 걸렸고, 이미 병세가 심각하여 완치될 확률은 적어서 연명 치료 없이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면 나쁜 죽음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가 많이 보는 죽음의 형태이다. 그 한 예로 치유 불가능한 병에 걸리거나, 병세가 악화되어 더 이상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연명 치료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게 되다가 결국엔 고통만 받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박탈 당한 채, 가족들이 대신, 또는 의사가 대신 결정을 하게 된다. 환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이 고통을 스스로 끝낼 수 없다. 그렇게 고통을 끊임없이 받다가 결국엔 죽게 된다. 그동안 환자는 '기나긴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살아 있어도 이미 그 환자는 죽은 것이다. 생명 유지 장치에 의해 물리적인, 신체적인 생명만 살아있지 그의 영혼, 정신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모든 인간들은 죽는다. 그런데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까? 그 이전에는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로 인한 사망, 자살,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돌연사,불치병 등 여러 형태의 죽음의 모습을 본다. 죽음은 이렇듯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5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 고속도로에서 뒷 차의 후방추돌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고 그 사고로 차는 폐차를 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 우리 가족들 모두 크게 다치지 않았고, 후유증도 겪지 않았다.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그 당시 나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고 임신 초기였다. 심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도 다행히 유산 되지 않고 기적적으로 둘째는 살았고 지금 6살이 되었다. 그 사고 이후, 죽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죽음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뿐...
이 글의 저자 데이비드 재럿은 40년 간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그는 주로 병원에서 노년기를 보내는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노인 의학 전문의이다. 그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많은 죽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죽어가는 환자의 5퍼센트만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절반은 일반 병원에서, 4분의 1은 양로원에서 죽는다.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환자가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할 때는 병명이 알려진 상태로 주로 말기 암이나 퇴행성 신경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환자와 가족에게는 불가피한 운명을 받아들일 시간이 조금은 있다. 하지만, 5퍼센트만이 이렇게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고, 나머지 95%는 죽음에 대한 준비도 없이 고통 속에서 허망하게 힘겨워 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돌연사, 노쇠, 뇌졸증, 치매 등 33가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인 의학 전문의로서 40년 동안 진료하면서 보아온 죽음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다룬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33가지 다양한 죽음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 죽음은 33가지 죽음이 아니라 하나의 죽음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보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도 없는 죽음이다. 심지어는 나쁜 죽음들도 많았다. 그런 죽음들을 대할 때마다 의사도 절망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치료했지만 결국 환자가 죽게 되는 경우 그 슬럼프와 슬픔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환자의 죽음은 '환자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고 말한다. 의사나 가족들이 대신 결정하고 조치를 치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