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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 ‘언어 천재’ 타일러가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위기
타일러 라쉬 저/이영란 감수
소름이 쫙쫙 끼쳤다. 범행의 전모가 밝혀진 순간 그 범행을 꾸민 인물의 집요함과 치밀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으니, 이런 사람하고는 옷깃 스치는 인연조차 없기를 아니 꿈에서도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랄 정도였다.이 작품은 바로 그 인물의 캐릭터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가 된다.
'나를 찾아줘'의 나에 해당하는 인물, 즉 주인공 에이미는 부자집 외동딸에, 미모까지 갖춘 '어메이징 에이미'인데, 이 작품은 남편 닉과 에이미가 번갈아 화자로 서술하는 구성을 취함으로써 더욱 빛이 날 수 있었다. 중간까지는 예상한 대로 전개되나 싶었던 내용이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돼고, 반전이 형성돼 간다.
화자도 둘이지만, 시제로 둘로 진행됐다. 남편 닉은 현재를 말하고, 아내 에이미는 과거의 시간으로 서술하고 있다. 처음에는 에이미가 부부사이의 권태에 대해 토로하고 있는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꾸미는 인물, 그 인물의 감정선을 좇아갔다가 서서히 밝혀지는 그 정체에 내 감정까지 더불어 복잡해졌다.
'나를 찾아줘'에서 벌어진 사건은 닉의 아내 에이미의 실종사건이다. 결혼 5주년 기념일에 집에서 에이미가 사라지고, 사건은 실종사건에서 점차 남편 닉이 아내를 살해했다고 의심받게 되는 정황으로 점점 몰아진다.
닉이 현재 상황을 서술하고, 아내 에이미의 사건발생 전 일기장이 서술되면서,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두사람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점점 권태에 젖어가고 아내에게 불성실해진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닉은 아내의 돈으로 바를 시작하고, 아내의 생명보험을 증액하는 등 정황은 닉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거기에 두 사람의 불화와 결혼생활이 까발려지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시점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현재에서 만나고, 현실을 말하게 된다.
어느새 닉은 아내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가 돼버린 것이다. 언론은 줄기차게 닉을 따라붙어 선정적인 보도를 하고, 그런 가운데 그의 외도 사실마저 발각되면서 그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닉은 변호사를 구해 조언을 받지만 기소가 되고 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닉은 누명을 벗게 된다. 하지만 닉이 살해혐의에서 풀려나기까지 그 과정이나, 엔딩은 결코 개운하지 못했다. 닉, 과연 그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하면서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유혈이 낭자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잔인한 장면보다 더 큰 공포가 있었다. 범인의 성격은 경악스러울 정도였고, 그 캐릭터가 드러나기까지의 반전이나, 그 캐릭터야 말로 이 작품을 이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그 사람이 왜, 어떻게 범행을 계획해는지, 캐릭터 자체가 범행이고, 범인이라 줄거리보다는 캐릭터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 집중해서 읽는 것이 이 작품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그 캐릭터는 스티븐 킹의 '미져리'에서 '애니 윌키스'와 맞먹을 정도로 진저리 쳐졌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 끔찍한 캐릭터야 말로 600여쪽이 넘는 '나를 찾아줘'를 끝까지 읽게한 일등 공신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나를 찾아줘'는 데이빗 핀치의 계획에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하는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럴만큼 대중들에게 흡입력있는 이야기라는 것인데, 여주인공'에이미'와 리즈 위더스푼조합이라니.. '금발이 너무해'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을 주로 연기했던 그녀, 과연 리즈 위더스푼은 연기 변신에 성공할 것인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게되고, 그 사람과 몇년을 살때까지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는가, 또는 그 사람을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말고 진실한 내면을 알수 있는가. 또는 이해할 수 있는가.
굉장한 찬사를 받았던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는 결혼하고 5년을 산 부부의 각자의 내면의 깊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가지게 만든 작품이었다. 맨처음 배우자를 만났을때의 그 두근거림, 설렘, 사랑으로 가득찬 나날들이었을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잘 보이고 싶고,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지만, 여러 해를 살다보면 그이의 습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습관 등을 하나하나 알아 가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그 사람의 사소한 습관까지도 알수 있는 가족으로 변하게 된다.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더 자리하는 곳. 때로는 권태기가 찾아와 다른 이를 마음에 품기고 하고 바람을 피우는 일까지 생긴다. 누군가 그러더라. 결혼해 10년쯤 살다보면 '그저 가족'이라고. 어떤 이는 남편과 자신을 가리켜 '우리는 형제'라는 말까지 하더라.
결혼 5주년을 맞아 아내인 에이미가 사라지고, 결혼기념일마다 하곤 했던 보물찾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녀가 남긴 보물찾기 쪽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에이미가 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최근에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에이미는 미소를 지으며 아침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경찰들이 오고, 에이미가 남겨둔 보물찾기 단서를 찾아가던중 닉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에이미가 사라지는 날 부터의 닉의 시점, 7년전 처음 닉을 만나 일기를 써 온 에이미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이 된다. 우리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진실된 속마음, 그동안 멀리해 왔지만,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생겼고, 식었던 사랑이 다시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고 닉이 에이미를 죽였을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TV 매체의 여론도 닉에게 적대적이 되어간다.
대중과 가까운 사람들, 흔히 연예인 부부들 중에 '쇼윈도 부부'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에서는 남남처럼 지내지만 대중에게 보일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사이좋은 잉꼬부부처럼 보여주는 걸 일컫는 말이다. 책 속에서 에이미의 부모는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시리즈로 된 책을 쓰고 있었다.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와는 전혀 다른 애인데, 부모앞에서는 자신의 진짜 에이미를 감추고, '어메이징 에이미'처럼 행동하게 된다. 외동인 자신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부모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부모에게는 에이미 이외에 다른 어린애는 없었으므로. 부모의 큰 기대가 아이를 망칠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였다.
모든 여자들에게 부러움을 주는 사랑스러운 에이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때, 닉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을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에이미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런 부부가 있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났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닉은 에이미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을수 있을까. 에이미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린 여자애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각이 되고, 임신한 아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데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수많은 의문으로 가득찬 소설이었다.
읽어갈수록 닉을 미워하다가 또 에이미를 미워하다가 결국에는 이 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을때 그 사람의 단점까지도 품을 수 있는 사람과, 그 모습이 가짜 모습인것처럼 변했다고 느꼈을때 불륜을 저지르거나 의문을 남겨놓고 사라지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다시 가정을 꾸렸을때 그들은 서로 진정으로 이해하며 살수 있는가. 나는 이게 의문스럽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유행가 가사는 위태로운 부부생활을 목격하게 될 때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부부처럼 성스러운 맺어짐은 없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맺어지면 서로가 불행할 뿐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격한 이혼소송을 두고 한 기자가 그래도 한때 서로 사랑했던 사이일텐데 지나친 이혼소송은 보기 안 좋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남이 님이 되는 것은 쉬워도 님이 남이 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라고...이 책 《나를 찾아줘》 는 실종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얼핏 들춰본 실종 1일,2일,3일 이라는 카운트다운을 보았을 때 실종 소녀를 찾는 부모의 이야기라고 어림짐작을 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설마 부인의 실종일 줄이야 ...흠...
그럼 한 가지 질문.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쓴 책의 모델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으로 인형같은 미모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항상 주목받았고 그런 특별함을 즐겼다. 자뻑보다 심한 증세를 뭐라 하더라, 아 ~ 공주병. 그녀는 심각한 공주병을 앓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인이나 난장이로 만들어버리는 심한 백설공주병을 앓고 있다. 그런 그녀가 첫 눈에 반한 남자, 닉은 행운의 남자일까? 불행의 남자일까? (답은 책을 읽고 판단을 ^^)
‘어메이징’ 한 에이미를 만난 행운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닉은 에이미의 까탈스럽고 변덕스러운 성격에 질려버린다. 기자였던 닉이 실직하자, 에이미도 실직하고 두 백수는 돈 많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고가의 주택에 살지만, 경제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동시에 둘 사이에도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닉은 점점 무너져가는 결혼생활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선뜻 헤어지지 못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에이미의 돈으로 바를 차렸기 때문이다. 실직 상태였던 닉은 쌍둥이 동생 고 역시 실직되자, 바를 차렸는데 그것이 모두 부인 에이미의 전 재산이라는 것. 그러던 어느 7월의 아침, 결혼5주년을 맞이한 날, 에이미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에이미가 실종된 이후, 모든 것이 계획된 범죄라는 듯, 닉이 에이미를 죽이기로 작정한 것인양 흘러간다. 에이미가 실종되기 전 갑자기 증액된 아내의 생명보험금과 닉의 노트북에 검색된 ‘미시시피 강을 떠내려가는 시체’ 라든지 창고에 가득 쌓인 고가의 취미 용품등은 졸지에 닉을 아내의 실종 신고자가 아닌 아내의 살해범으로 둔갑해 놓는다. 게다가 발견된 에이미의 일기장에는 닉과의 불행한 결혼생활의 기록이었으니... 게다가 결혼하기전부터 유명했던 그녀로 인해 닉은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메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닉은 나를 사랑했다. ‘아’가 여섯 개쯤 들어가는 사랑. 그는 나를 사아아아아아아랑했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것은 진짜 내가 아니었다. 닉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를 사랑했다
1부에서 에이미는 사랑에 빠진 완벽한 결혼생활을 자랑한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흘러갈수록 에이미의 완벽한 결혼생활에는 붕괴의 조짐이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동화《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모델로 살아가야 했던 그녀는 만들어진 ‘하나의 제품’으로 살았다. 똑똑하고, 창의적이고 친절하고 사려 깊은데다가 재치 있고 쿨한 여자가 바로 에이미였다. 게다가 만들어진 제품과도 같은 부부이미지의 장인장모 틈에서 닉은 이방인과 같은 낯선 느낌을 항상 느껴야했고 에이미의 평범하지 않은 성격은 닉을 벼랑끝으로 내몬다. 닉의 생각과 교차되어 진행되는 에이미의 이야기는 결혼에 관한 남녀의 동상이몽처럼 서로 다른 생각의 평행선을 그린다.
이어 2부에서는 서서히 에이미의 정체가 드러난다. 남들과는 다른 성장기를 보냈던 에이미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인 소시오패스로 자란다. 마치 오래 전 보았던 《요람을 흔드는 손》의 악녀-미소를 머금고 눈빛하나로 사람 하나 거뜬히 죽이는 여자-와 같은 모습이다. 드러나는 에이미의 정체에 경악한 닉은 에이미의 죄를 밝히기 위해 쌍둥이 동생과 의기투합하지만, 글쎄 악녀를 이긴 남자는 아직까지 들어 본 적이 ^^;;
정신없이 빠져 들어 읽었던 것 같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지만, 이 점 찍기가 또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씀. 불타오르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백일이라고 했던가 .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만나는 남과여의 결말을 보는 듯 했다. 뭐 닉과 에이미의 애증으로 점철된 결혼의 역사도 사랑하기 때문이라면 할말은 없지만, 나름 결혼생활을 설명하자면 아마도 잔잔한 호숫가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에는 완벽해보이고 우아해보일지라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발을 경박스러울 정도로 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경박스러울 정도의 발놀림의 힘은 사랑일 것이다. 너무도 완벽해보였던 닉과 에이미의 모습에서 서로 사랑하기를 멈춘 순간, 완벽하고 우아해보이는 모습대신 서로에게 증오의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느낀 생각이다. 처음에는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으나, 점점 접입가경의 치정극은 싸이코 드라마로 변해간다. 그러나, 남녀 사이에만 존재하는 말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 ^^
이렇게 《나를 찾아줘》는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듯 섬세한 심리 묘사와 극적 긴장감을 잠시도 늦추지 않는다. 거기에 남녀간 사랑의 면면들을 길리언 플린만의 여성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어 스릴러이지만 스릴러라 느낄 새 없이, 현실의 한 페이지처럼 책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잔잔하게 퍼지는 소름과 같은 심리극이라면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까.
얼마 전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이제 결혼 10년차에 접어드는 친구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 했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은 맞는데, 지금은 그 사랑에 어떤 희망도 잡을 수 없다고 한다. 연애시절 그 사람이 없다면 죽을 것 같았는데, 결혼한 지금은 그 사람이 곁에 있어 죽을 것 같다는 친구.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건지,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는 친구를 보면서 나와 내 남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의 행동이나 말투, 그리고 성격.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때면 저 사람이 내 남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지금 내가 보고, 말하고, 느끼는 사람. 진짜는 어떤 얼굴일까?
미주리 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닉과 에이미. 그들은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 받았고, 하버드를 나왔으며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에이미. 어린 시절 자신이 주인공인 어메이징 에이미란 책의 모델이기도 했던 그녀. 친절하고 매너 있고, 유머 있는 신문기자 닉. 완벽한 한 쌍의 부부. 그들의 결혼 5주년 아침. 아름다운 에이미가 사라져버렸다. 닉은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메스컴은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인 그녀의 실종을 비중 있게 다룬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남편 닉을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화려한 뉴욕 생활을 그리워한 에이미, 에이미에게 불만이 쌓여갔던 닉.. 완벽한 부부에게는 어떤 허점들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정말 닉은 에이미를 살해한 것일까?
가끔 내 자신이 나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내 모습을 3자의 거울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 멘붕이 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었어? 내 안에 이런 모습을 감추고 살았던 거야? 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나만의 모습. 내가 나에게도 경악할 때가 있는데 남편의 모습은 오죽할까? 흔히들 결혼하고 상대가 변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은 아닌지... 애써 진짜 모습은 외면한 채 좋은 모습만 크게 바라보고, 사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하지만 결혼을 하고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진짜 모습이 크게 보이고,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내 결혼생활을 반추해 본다.
연애시절, 장점이던 성격이 결혼 후 단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고, 그 단점들이 견딜 수 없는 화로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연애시절의 그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부부들은 어떤 방법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노력할까? 길들여진 서로의 습관과 공기 같은 부부가 오히려 편할 수도 있을까? 나처럼 단순하고, 복잡하게 생각하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에이미 같은 여자가 굉장히 피곤하다.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일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스토리를 만들 자신도 없다. 겉으로 보여 지는 대단한 스펙. 어린 시절부터 늘 돋보여야 하고, 주목 받아야 했던 삶. 자신을 우러러야 할 사람들이 그런 시선을 던지지 않을 때, 에이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든 남자들이 부러워할 것 같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닉이 에이미의 실체를 알아가면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까?
나는 평생 동안 그들에게 하나의 상징이자 걸어 다니는 이상형에 불과했다. 살아있는 어메이징 에이미. (중략) 우리의 하나밖에 없는 자식. 외동아이에게는 불공평한 책임이 따른다. 외동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은 부모를 실망시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죽어서도 안 된다. 자신을 대체할 어린애가 없으니까. 어린애는 자기 하나뿐이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완벽해지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권력에 흠뻑 취한다. 독재자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397)
예쁘고 똑똑하면... 용서되는 세상일까?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서 다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들. 글쌔.. 오만정이 다 떨어질 것 같은데 그러면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세상이란 요지경 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악어와 악어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내 배우자의 본 모습을 나는 아는가? 살을 맞대고 살면서 사랑한다고 느꼈던 모든 것이 교묘하게 만들어진 거짓이라면... 그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탁월한 심리묘사를 만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나를 찾아줘' 처음 손을 잡았을때부터 한번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늦은 새벽까지 단숨에 읽을 정도로 스토리의 흡입력이 대단했다.
스토리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되고 있다. 결혼 5주년 기념일날 아내가 사라졌다. 평소처럼 쌍둥이 여동생과 같이 운영하는 바에 시간을 보내던 남편은 이웃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평소처럼 느긋하고 즐거운 날이였다. 이웃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그의 집 현관문이 활짝 열려져 있다는 이야기에 부랴부랴 집에 돌아 온 남편은 아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를 한다. 헌데 사라진 아내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아내가 누군가에 의해 상처를 입고 엄청난 피를 쏟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잘 생기고 매력적인 연하의 남편과 어린이 책의 주인공으로 아름다움과 지적인 매력까지 겸비한 연상의 아내... 우리나라에서도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지고 있어 크게 주목하지 않을 정도인데 흔하다. 허나 소설 속 커플은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모로 인해 남들이 눈에는 분명 완벽한 커플로 비춘다.
딸을 걱정해서 달려 온 아내의 친정부모님은 물론이고 방송매체에서도 사라진 아내를 찾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남편은 궁리에 몰리게 된다. 누가, 아내를 데려갔을까? 경찰과 남편은 거리의 부랑아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인다.
남편은 한번도 제대로 결혼기념일마다 내주는 아내의 게임을 푼적이 없다. 두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시간을 토대로 게임을 즐기는 아내....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남편은 5주년 결혼기념일을 위해 준비한 아내의 수수께끼같은 게임을 풀기 시작하는데...
사건의 중심이 되는 1부에는 아내의 이야기는 일기장을 토대로 전개되어 있다. 많은 숨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기장... 경기불황으로 실직하게 된 잘생긴 남편은 능력 있는 아내로 인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너무나 태평한 남편의 모습에 살짝 반감이 들기도 했으며 이런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처럼 시샘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고 쿨한척 살고 싶은 여자의 이야기는 멋있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허나 드러난 진실이 아니라 숨은 진실은 모든 것의 열쇠가 되는데....
장기간 베스트셀러 올랐을 만큼 높은 인기를 얻은 작품 '나를 찾아줘' 책을 읽은 엄청난 독자리뷰가 이 책에 대한 평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 이미 영화로 결정되어 배우까지 정해졌다고하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사라진 아내 역활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지 무척 기대게 된다.
인간이 가진 본모습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섬뜩한지 다시한번 느끼게 된 작품이다. 자극적이고 강한 것에 이끌린 사람은 그것에 중독된다고 한다. 끝이 뻔히 보이지만 발을 뺄 수 없는 현실....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어리석어도 인간이기에 그럴수 있다.
심리묘사의 재미가 무엇인지 톡톡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1부 초반부에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중반으로 갈 때쯤부터는 이런 생각 자체가 들지 않을 정도로 빠져서 읽었다. 스토리의 흡입력이나 진행 속도도 빠르고 재미도 있다. 저자 길리언 플린의 데뷔작인 '그 여자의 살인법'은 어떨지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