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은 제목처럼 죄란 무엇인가, 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라스콜니코프가 저지른 살인을 계기로 파헤치는 소설이다. 세기의 소설답게 엄청난 몰입감으로 순식간에 소설을 다 읽어버렸다. 뛰어난 배경 묘사는 둘째치고, 인물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쳐 마치 독자가 살인을 저지른 라스콜니코프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는 내가 세상을 구할 영웅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지만, 곧 온갖 죄책감에 시달려 병자가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멀리하고, 친구도 멀리하며 고립하는 그는 살인을 저지를까, 말까란 고민에서 이젠 자백을 하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란 기로에 선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그러다 이 모든 것을 우연일수 없다며,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신의 섭리이자 계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죽음의 우연성을 목격한 것이다. 죽고자 했던 마을 여자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나고, 반대로 죽을 생각이 없었던 술주정뱅이 마르멜라도프는 마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도 어쩌면 순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인을 하고자 마음먹었던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맞아 떨어 진다는 것, 자신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경찰들이 증거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거짓 자백을 해서 용의자로 몰리게 되었다는 것. 이 모든 상황들이 마치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비춘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상권에서 질문은 ‘죄는 누가 결정 하는가.’와 ‘죄를 지은 사람은 어떠한 벌을 받게 되는가.’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므로 당대 문명이 정한 법도 안에서 죄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죄는 환경과 문명과 역사에 따라 바뀐다. 과거에는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피를 흘리고, 약탈을 하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라스콜니코프가 학생 시절에 적었던 논문에서 그는 나폴레옹과 솔로몬, 알렉산드로 대왕 모두가 수많은 학살을 저질렀지만, 오늘날에는 혁명가와 영웅으로 칭송한다고 적는다. 그 내용을 재판관 포르피리에게 말하며 희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한다. 현재 자신의 죄를 방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맹점이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당대 문명이 정한 법도 안에서 죄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 스스로 변호해도 피를 흘리게 한 이들은 응당 벌을 받는다. 혁명을 했지만 다시 또 다른 혁명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라스콜니코프처럼 그들 스스로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갈 것이란 예견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하권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죄를 지은 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는 죄를 지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란 물음에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권이 더욱더 기대된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죄와 벌이라는 책 제목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을 모티브로 하여 노래 이름 등 다양한 요소가 등장했기 때문에 책을 몰라도 왠지 모를 낯익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예전에 여러 번 읽은 경험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생 당시 세계 문학 전집 중 한 권으로 처음 접하게 됐는데 처음 접해서 읽었을 당시의 충격은 생생하다 못해 아직도 외국 소설 중 하나를 말해보라고 하면 이 책을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다. 그런 죄와 벌을 거의 10여 년 만에 을유의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만큼 이전과는 다르게 두 가지 요소를 살피고 비교해가며 을유가 옮겨 적은 책 죄와 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며 읽었다.
1. 분량 측면
죄와 벌의 원서는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처음 타사에서 출간된 죄와 벌을 접했을 당시의 나는 해당 작품을 완전 축약된 240 페이지 남짓한 버전으로 읽었다. 보통 이 정도의 차이가 보인다면 원작과 비슷한 분량의 다른 책을 찾을 법도 한데, 당시에는 원서에 대한 정보가 나에게 아예 없었기 때문에 그저 이런 작품이구나 하며 받아들였다. 한참 뒤가 되어야 타 출판사에서는 분량이 많아 상하로 나누어서 출간하거나 한 권에 1200쪽이 넘는 두껍고 거대한 도서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을유의 죄와 벌도 마찬가지로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어서 출간되었으며 적어도 내가 어릴 때 당시 접했던 책 정도의 내용 누락 및 각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인명 등의 발음
다음으로는 외국 작품이면 항상 고려하게 되는 인물명이다. 유명 세계 문학의 경우 출판사마다 인물명을 옮겨 적는 기준이 달라 어디에서는 '도스토옙스키'로 또 어디는 '도스토예프스키'로 하는 등 제각각으로 옮겨 적는다. 특히 구개음화가 있는 러시아어 특성 상 이것을 살려서 인물 이름을 쓸 것이냐 아니냐 부터 해서 조금 골치 아픈 부분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죄와 벌에서는 대표적으로 주인공 '로디온 라스콜니코프'의 이름이 그 예시가 되겠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라스콜리니코프', '라스꼴리니코프' 등 다양하게도 옮겨 적었다. 을유는 현지 발음을 대부분 살린 것으로 보인다. 원음에 가까운 표기에 익숙했던 독자에게는 친숙할 수 있으나, 몇몇 명칭에 대해서는 기존에 읽었던 버전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3. 그래도 원작의 스릴은 그대로다
오래간만에 읽는 죄와 벌이었지만 역시 그 특유의 암울하고 음침한 느낌과 긴장감 있는 전개, 그리고 미묘한 심리가 오고 가는 점은 여전히 고스란히 느껴졌다. 결국 이런 게 바로 스릴러고 서스펜스가 아닌가 싶다. 죄의식과 현실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갈등이 한데 얽혀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매력 말이다.
그래서 혹시 죄와 벌을 다시 읽고 싶다고 하면 을유의 버전으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위 리뷰는 해당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