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파리에 뮤지엄은 어떤 게 있을까? 몇 개나 있을까
여기 파리의 뮤지엄을 한눈에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책이 있다.
어떤 뮤지엄이 있는지 알 수 있을뿐더러 그 뮤지엄을 하나씩 둘러보며 작품 또한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까.
게다가 그 감상하는 것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으로 그게 가능하다.
뮤지엄을 다니머 작품을 차분하게 밤에, 그래서 아무도 오지 않는 뮤지엄을 독차지하고 둘러보는, 기분좋은 감상해보자.
자자가 이렇게 구성을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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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미술관은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같은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깊은 감동을 받는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도 느낀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들을 조용하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을 위해 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는 바로 이런 아쉬움에서 탄생한 책이다.
깊은 밤, 나만을 위해 열린 미드나잇 뮤지엄에서 매일 환상적인 명작들을 만나 보자. 첫째 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꼭 알아야 할 작품과 작가들을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다. (책 날개에서)
그럼 저자를 따라 나서보자. 어떤 뮤지엄이 있을까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로댕 미술관
프티 팔레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
마르모탕 미술관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
그 안에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라는 질문은 우문이다.
어찌 그 많은 작품들을 다 열거할 수 있을까
그러니 그 중에서 몇 점 대표적인 것만 말하고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구성이 그렇게 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방법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저자가 편집한 대로 뮤지엄을 따라가며 살펴보는 것이다.
박물관 전체 해설부터 시작해서 전체 작품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그 다음에 저자가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 몇 점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선호하는 화가 및 작품을 찾아내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고흐의 작품과 다른 화가들 작품 몇 점을 추려내 별도로 살펴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고흐의 작품은 모두 5점이다.
그중 2점은 파리에 있는 작품이고 나머지 3점은 다른 곳에 있다.
오르세 미술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로댕 미술관 <탕기 영감의 초상>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 있는 작품도 있다.
<밤의 테라스> 크뢸러 뮐러 미술관
<별이 빛나는 밤> 뉴욕 현대 미술관
<감자 먹는 사람들> 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
로댕 미술관 <탕기 영감의 초상>
고흐는 테오의 소개로 탕기라는 화방을 알게 된다.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에서 작은 화상을 운영하며, 가난한 화가들이 완성한 그림을 물건으로 바꿔 달라면 기꺼이 해주는 마음씨 좋은 화상이었다. 화가들은 그를 ‘탕기 영감’이라고 불렀다.
탕기 영감은 인간관계에 다소 어려움을 겪던 고흐와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물감을 사러 탕기 영감의 화방에 가면 다른 화가들의 작업에 관여할 기회가 생겼고, 그들과 몇 시간씩 색채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다. 탕기 영감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인상파 화가들과 폴 세잔의 그림을 가게에 걸어둘 정도로 보는 눈이 있던 사람이었다.
아버지뻘 되는 탕기 영감과의 관계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고흐의 욕구를 충족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속사정까지 파고 들지 않더라도, 고흐가 그린 <탕기 영감의 초상>에서 그를 향한 깊은 호의를 느낄 수 있다.
손을 앞으로 모으고 앉은 겸손한 포즈와 온화한 표정은 평소 고흐가 탕기 영감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파리를 떠나기 전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탕기 영감의 초상화 세 점을 남겼는데, 현재 로댕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이 세 번째 버전이다.
<탕기 영감의 초상>은 고흐가 감정적, 경제적으로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새로운 도시에서 새롭게 눈 뜬 밝은 색채로 표현한 가장 그다운 그림이다.
탕기 영감은 세상을 떠난 1894년까지 이 그림을 소중히 간직했고, 그의 딸이 로댕 미술관에 판매한 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3 - 204쪽)
또 하나, 다른 방법은 개별 작품을 소개하는 저자의 발언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다.
이 부분, 저자의 통찰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을 내 것으로 만드는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 많이 들어있다.
베로네세 <가나의 혼인 잔치> - 루브르 박물관
이 그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 조르조 마조레 수도원의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진 것이다. 그러니 원래 베네치아에 있던 것인데 어떻게 루브르에 와 있을까
그건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가져간 것이다. 여기 또 사연이 있는데, 이 그림이 워낙 커서 가져갈 때에 그림을 잘라서 가져갔다는 것이다.
나중에 반환 요구가 있었는데, 거절의 이유 중 하나가 커서 운반하기 어렵다는 것도 들어있다. 돌려주려면 다시 잘라야 하니까.
그런데 이 그림은 그런 슬픈 역사 말고 또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데, 바로 이 그림이 루브르의 <모나리자> 근처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모나리자에 신경을 쓰느라, 이 그림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을 ‘루브르에서 가장 슬픈 그림’이라 한다. (126-131쪽)
루브르에서 가장 슬픈 그림 <가나의 혼인잔치>, 677X 994cm
조르주 브라크 <기타를 든 여인> : 퐁피두 센터에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콜라쥬 : 캔버스에 모래와 회반죽을 섞어 칠하거나 종이를 붙이는 등 물감이 아닌 다른 재료를 그림에 활용하면, 재료는 기존의 성질을 잃고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시 태어난다. 이는 재현이라는 오랜 회화의 관습에 반하는 개념이었다. (174쪽)
이런 글을 통해서 화가들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다른 재료를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브 클랭, <SE71, 나무, 커다란 푸른 스펀지> : 퐁피두 센터에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물감을 뿌리며 우연성과 의도 사이의 미묘한 교집합을 이끌어낸 폴록은 미국식 예술의 대명사가 됐다. (178쪽)
밑줄 긋고 알아두어야 할 것
그랜드 매너(Grand Manner) :
고전 회화에 표현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이다. 고상함, 우아함, 화려함, 장엄함 같은 수식어를 동반한다. (93쪽)
칸딘스키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 :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목적을 가지며 색채가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168쪽)
다시, 이 책은
어느 뮤지엄에 가도 마찬가지다. 거기 있는 것을 모두 볼 수가 없다. 아무리 발품을 팔고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낸들 그저 그중에 몇 점을 보고 올 뿐이다.
이 책 소개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보여주는 작품들 소개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이걸 다 소개할 수가 없으니 그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런 것은 말해야겠지.
고흐 그림 감상법 하나 :
고흐는 붓, 나이프, 손을 이용해 물감의 질감이 느껴지도록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고흐의 원작을 감상할 때는 정면에서 먼저 본 후, 옆으로 자리를 옮겨 물감의 두께를 가늠하며 화가의 터치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 좋다. (32쪽)
아, 이렇게 감상해야 하는데 복사본만 가지고 있으니, 그걸 아무리 옆으로 보고 앞에서 본다해도 물감의 두께가 보일 리가 있나. 그래서 그림 감상을 진짜 하려면 뮤지엄으로 가야 하나보다. 그런 아쉬움은? 이 책으로 달래볼 수밖에.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