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첫 사진이 나올 때까지는 스킵하셔도 됩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서평이 아닙니다. 서평은 첫사진부터 시작입니다)
나는 올해 만 나이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12월생이다. 갑자기 두 살이나 어려졌지만 그럼에도 올해 앞자리가 4로 바뀌었다.
마흔살...시중에 많은 책 중에 마흔...시리즈가 참 많다.
대부분은 나처럼 8살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십여년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대학진학을 위해 나처럼 지방에 살았던 사람들은 서울로 유학을 온 사람도 꽤 됐을 것이다.
대학시절만 해도 사회정의를 외치고, 진보 신문지를 읽으며 꿈을 키우고,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한 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세상이 바뀌고 내 삶도 나아지려나 하고 꿈 많은 대학시절을 보냈다. 사실 IMF이후라...그렇게 많은 꿈을 꾸는 것도 사치였다.
나는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지만 막상 원하는 공부가 아닌 취업이나 국가고시 준비에 유리한 사회과학 중 법학을 전공해 학교 공부는 어느새 출석 도장찍고 겨우 취업에 필요한 학점을 맞추는데 여념이 없었다.
저자가 어릴 적 우리는 모두 예술가였다. 고 했는데 나는 예술가까지는 아니라도 나에게도 꿈이, 희망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어렵게 또는 쉽게(사실 이 기준은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 서울 중간대학 문과 출신에 학점도, 영어점수도 평범하고 자격증도 없던 나를 누군가는 아주 쉽게 취업을 했다고 했고, 또 옆에서 지켜본 친구들은 원서 40여개씩 쓰다가 어렵게 취업을 했던 것을 아는 사람은 힘들었다고도 평가한다) 한국 최고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두 곳을 다닌 이력이 생겼다.
학교도 재수, 취업도 재탕? 이직?을 통해 현 직장에서 15년차가 됐다. 여전히 실무를 하는 막내급이다.
솔직히 말해 안정적이기는 하다. 맞벌이에 토끼같은 자식이 둘이나 있고, 직장에서도 적당히 인정받고 적당히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한편으로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지금의 직장에서 내가 가진 보잘것 없는 능력의 10%도 채 발휘하지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래서 도피처로 어릴 떄부터 좋아한 책을 꽤 많이 읽게 됐다.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도 읽으면서 재미를 느꼈다. 살아가면서 어찌 됐든 미술관에 꽤 가게 되는데 거기서 그래도 뒤로 밀리지 않을만큼의 지식과 예술에 대한 흥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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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내안에 살고 있던 예술가는 사라지고 그냥 어른이 된 나에게 이 책이 다가왔다.
"하나의 '삶'은 하나의 별이라는데 삶을 보는 관점과 사는 방식은 이 지구의 사람 수 만큼 다채롭게 빛난다고 했다. ---저자 방구석 미술관
하지만 하늘을 보라! 별이 보이는가? 잘 안 보인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올려다봐도 자연스럽게 있어야 할 별들이 빛과 공해에 잘 보이지 않는다. 북극성 정도의 진짜 큰 별이나, 간혹 어쩌다 보인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빛'으로 살아가는데 우리 가슴속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빛이 되는, 또는 적어도 내 자신이 빛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데, 잘 안되는게 사실이다.
그런 때 마흔이라는 숫자를 만나면 답답해진다. 내가 그랬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되어 빛나는 27편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위안을 얻고, 생각해보고 작던, 크던 무언가 다시 느끼고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예술 작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주는 따뜻한 책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볼 것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의미있게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예술을 즐기고 나의 의미, 고유함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part 1의 나를 깨우는 질문들, part 2의 삶을 예술로 만드는 비밀, part 3는 결국 지도는 내 안에 있다로 나만의 예술을 실현하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의 시작은 온 카와라의 <JAN. 4, 1966> ('오늘' 연작), 1966년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끔 미술을 보면 알다가도 모를 것이 마르셀 뒤상의 <샘>같은 작품을 봐도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데 그가 맨 처음 그렇게 했기에 작품이 되고 예술이 됐고, 그는 성공했다. 세상 모든 일에 처음이 결국 중요한가? 이런 생각도 하게 만든다.
온 카와라 작품이 그런 이야기를 보여준다. 화가 이우환의 작품도 그렇다. 단순함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게 작품이 된다. 가끔 우리 아이가 그린 그림이 이런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보면서 이게 과연 수백억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솔직히 있다. 그래서 예술은 어려운가보다.
이우환은 매일 쌀을 씻던 어머니의 정신에서, 겉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에서 자신이 평생 추구해 나가야 할 아름다움을, 예술을 발견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선과 점으로 일관된 그림이고, 똑같은 패턴처럼 보이지만 화가 자신도 매일 점을 찍으며 전혀 새로운 것을 느낀다고, 매 순간은 반복되지만 그 순간만큼은 특별한 순간이라고 되뇌었을지 모른다.
그림에서 의미를 찾아내는데 저자는 탁월한 재능이 있다. 글이 따뜻하다.
뻔한 말인데도 밉지가 않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은 얼마 전 합스부르크 왕가 그림전 전시로 원래도 유명한데 더 유명해졌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최고의 화가이자 국왕 펠리페 4세의 총애를 받았던 궁정화가다.
벨라스케스는 1623년 궁정화가로 발탁되어 사망할 때까지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실을 위해 많은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특히 왕실 초상화는 그의 중요한 임무였다.
벨라스케스가 그 당시 궁정화가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았으며 국왕 펠리페 4세 등 왕실 인물들의 초상화를 훌륭하게 그려내서 많은 작품들과 그 시대 생활상, 왕가인물들을 알 수 있게 만들어줬다.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인 <시녀들>, 1656년작은 왕실의 집단 초상화이면서 생생한 모습과 사실적 공간 구성을 묘사한 작품으로 오늘날 이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시녀들이 제목이니까 시녀들이 주인공 같으면서도 중간에 마르가리타 공주가 주인공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좌측에 벨라스케스 본인의 모습도 보인다. 거울에는 국왕과 왕비도 보인다.
여기는 그의 작업실이다. 그의 작업실에 왕가가 총출동한 것으로 그의 명성을 스스로 높이고 있다. 구성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훗날 피카소가 유일하게 넘고 싶은 화가라고 칭송해서
피카소만의 해석으로 시녀들 연작을 발표했을 만큼 뛰어난 화가였다.
흔히 5장 7부로 일컬어지는 스마트폰의 범람에 대해서 저자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예술품, 미술이 좋다고 한다. 내가 선택해서 또 잠시 멈춰서 음미하면서 볼 수 있기에. 나 역시 동의한다. 가끔은 스마트폰을 멀리 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해 오는 정보의 폭격에 휘말리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인 뒤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민해야 해." _ 프랜시스 베이컨 ---p.47
뒤샹의 나태함이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 그리고 파리의 공기 50cc 작품을 보며 또 한 번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머리가 비상한? 또는 독창적이며, 선구자적인, 또는 4차원의 생각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은 있다.
물론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말 위대한 작가라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결코 비난의 목적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하지만 솔직히 대작가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전부 모두 내 마음속에 와 닿았던 것은 아니다. 가끔은 읽고 나서 "이게 뭐지?" 할 때가 솔직히 있었다. 아마 내 예술적,문학적 소양이 떨어져서 일것이다. 분명하다.
하지만 가끔 우리집 조카가 엉뚱한 소리를 잘 하는데, 그 친구 이야기를 엮어서 표지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 이라고 내면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일단 인터넷 서점이 대세인 오늘날 기본적으로 판매 부수는 꽤 나갈 것이다. 나 역시 작가 이름만 보고 내용은 전혀 보지도 않은 채 구입한 책이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다. "대문호의 기발한 상상력과 허무주의에 빠진 세상을 블라블라한 이 시대 뛰어난 수작"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대부분의 미술품, 예술작품, 문학이 나름의 가치가 있고 뛰어난 작품성이 있다는 것 분명히 인정한다. 하지만 때로는 명성에 기대어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또 과대포장된 부분은 없는지 묻고 싶은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도 모네의 작품 수련이 연작으로 나오는데 모네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한 책으로 꼭 한 번 더 제대로 만나고 싶다.
초여름 선선한 하늘로 스며 들어가는 분홍빛 노을을 보는 일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무언가를 보는 일과 세잔의 아몬드 나무 습작을 보는 일은 과연 무엇이 다를까?
그 모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내면의 기쁨을 보는 이에게 선사해 줄텐데, 더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보는 이에게. ---p.197
어떤 작품을 보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고 세잔에 대한 그 어떤 지식을 되뇌는 것보다 앞선다는 저자의 말이 나는 삼국지나 황석영 선생님의 장길산,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과 같은 대하 장편소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한 인간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을까 하며 감탄을 그치지 않으면서 그 장편소설을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하고, 그 작품을 읽으면서 삼매경에 빠질 때 무한한 내면의 기쁨을 느낀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 좋다.
예술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예술과 대화를 시작할 때, 무한한 자유의 날개를 펼친다.
삶은 정답이 없어 좋다.
삶이 근본적으로 품고 있는 그 자유를 사랑한다. ---p.261
격하게 동감한다. 마흔, 비록 내 삶에 자유의 폭은 많이 줄어들었지만(회사에, 4살배기 쌍둥이아빠로, 양가의 아들로, 누군가의 친구로 살아가기에)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자유로우니까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통해 일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살면서 한 번은 일탈을 해보라고 했는데, 아 이제는 그런 조언을 실천에 옮길 수 없어서 서글픈 밤이다. 하지만 가끔씩 살아가면서 작은 일탈을 할 때, 얼마 전 김정운 선생님의 무려 108,000원 정가의 책(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책이 비싼가! 그의 10년 연구의 정수를 나는 힘 안 들이고 가진다고 위안해 보지만, 다른 책은 그런것이 아닌가? 자타가 공인하는 책덕이지만 이 책은 정말 구입하는데 힘들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했는지)을 와이프 몰래 카드로 지를 때의 일탈을 나는 그래도 경험할 수 있는 지금의 여유가 마냥 싫지만은 아닐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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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스럽게 읽고, 느낀 점과 제 생각을 많이 담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