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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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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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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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묘한 미술관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2.02.02 리뷰제목
'13년 동안 파리에 살면서 미술관을 몇 번이나 가보았을까? 아마도 1500번은 훌쩍 넘은듯하다.' 라는 저자의 이 글을 읽는 순간, '아, 부럽다!' 란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주요 박물관에 들러 유명한 작품들 스캔하는 수준으로 보고 나온 나로서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미술책을 읽는다. 코로나로 인해 언제쯤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
리뷰제목

 

  '13년 동안 파리에 살면서 미술관을 몇 번이나 가보았을까? 아마도 1500번은 훌쩍 넘은듯하다.' 라는 저자의 이 글을 읽는 순간, '아, 부럽다!' 란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주요 박물관에 들러 유명한 작품들 스캔하는 수준으로 보고 나온 나로서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미술책을 읽는다. 코로나로 인해 언제쯤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미술책 읽는 것에 더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미술관에 가기 힘든 시기인데 흩어져 있는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한다.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한 배경과 화가의 취향을 다룬 취향의 방,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알레고리 해석 등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한 지식의 방, 누가 봐도 아름다운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전시한 아름다움의 방, 늘 죽음이 지근거리에 있었던 화가들에 대해 다룬 죽음의 방,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으로 가득 찬 비밀의 방, 이렇게 총 다섯 개의 방으로 나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익숙한 그림들을 만나는 즐거움, 새로이 알게된 사실로 뿌듯함을 느낀 시간이었는데,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품들이 있었다.

 

  히틀러가 예술 작품에 집착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것은 아니러니하게 느껴지는데, 히틀러가 가장 좋아한 화가는 페르메이르였다한다. 주인에게서 반강제로 구입해 영원히 소유하려고 했던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와 함께 페르메이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히틀러는 역사의 중요성을 다룬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를 통해 독일 민족정신과 역사를 강조하는 자신의 모습을 동일시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했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같지는 않다. 그것이 바로 취향 아닐까? 대부분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보면 일상의 평온함과 고요를 느끼지만, 히틀러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주문에 따라 교황의 서재,'서명의 방'에 철학을 주제로 한 <아테네 학당>을 그렸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디오게네스등 고대 철학자 54명이 등장하고 있으니 저자의 표현대로 어벤저스급의 천재 학자들이 모인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아테나 학당>은 미술사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작품인만큼 자주 만났다. 하지만, 4세기 후반부터 5세기 초반까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약한 여성 철학자인 히파티아와 무슬림 학자인 이븐루시드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왜, 저자는 이 그림을 아름다움의 방에 넣어두었을까? 르네상스의 미술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작품의 완성도,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으로서의 내용등 아름답게 볼 이유는 충분했다. 여러 이유에 개인적으로 하나 더 더한다면, 16세기 유럽 사회에서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여성과 비기독교인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방에 어울리는 그림이었다고 말하고싶다.

 


 

  페르디난트 호들러는 성인이 되기 전에 부모와 양아버지, 다섯 형제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다. 어린 시절의 결핍,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는 여성 편력으로 이어졌지만 발렌틴 고데다렐을 만나면서 안정을 찾게 되었는데, 발렌틴은 병에 걸려버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그녀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그림으로 남겼다. 

 

  초창기 그림에서 발렌틴은 상체를 세우고 앉아 있지만 그림은 점점 대각선에서 마지막에는 누운 수평적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는 생명력이 있는 것은 수직으로, 죽음과 관련된 것은 수평으로 그렸는데 그런 특징을 사랑하는 이의 초상화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채색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분홍색에서 죽음이 느껴지는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p213

 

 페르디난트 호들러는 생소한 화가였기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로운 것이었다. 호들러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숱하게 목격하면서 죽음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고, 그랬기에 오히려 평온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문이었을까? <제네바 호수의 일몰>을 비롯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호들러의 풍경화는 발렌틴의 죽음을 그린 그림들과는 달리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하지만, 발렌틴이 죽고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하니, 예술로서 극복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아닐까싶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해서 누구를 그린 것이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주 마르가리타를 그린 것이냐? 거울 속에 비친 펠리페 4세 부부를 그린 것이냐? 많은 미술책에서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기에 식상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림 속의 그림인 <아테나와 아라크네>,<마르시아스와 아폴론의 시합>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었다.

 

 휴브리스( 그리스 비극에서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가 신과 갈등을 벌이고 그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주인공이나 영웅의 특성)에 대한 교훈적이야기를 담은 대표적인 그림들이다. -p 243

 

 '벨라스케스 자신이 신의 경지에 올라서고 싶다는 것일까? 그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고 알려주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동경한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실력이 루벤스에 뒤지지 않고 그를 뛰어넘어 예술의 신들과 겨룰 정도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정말 그런 의도였을까? 나 또한 궁금해졌다. 화가의 의도를 궁금해하고 내나름대로 접근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저자 진병관은 벅스뮤직과 엠넷미디어에서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근무하다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2009년 파리로 떠났다. 파리사진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사진가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즐거운 미술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예술가의 삶, 시대적인 배경, 미술 기법등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내용은 물론이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 하나 하나에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했다. 작품을 관람하면서 자기만의 해석을 더할 수 있다면 이 미술관의 해설자로서 더 바랄게 없다는 저자의 말은 곧 미술작품 감상의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작품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내 삶에 어떻게 녹아들게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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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묘한 미술관』 by 진병관 평점10점 | d******7 | 2021.09.19 리뷰제목
하늘길이 막히기 이전에 회사 동료들과 일주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일정이 미술관 내지는 박물관 투어였는데 휴식 시간이 간절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술품 앞에서 '감상'이 아닌 '감정'만 깃들고 피로만 누적된 채 귀국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경험이었다. 『기묘한 미술관』을 읽은 직후 여행을 준비했었다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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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이 막히기 이전에 회사 동료들과 일주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일정이 미술관 내지는 박물관 투어였는데 휴식 시간이 간절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술품 앞에서 '감상'이 아닌 '감정'만 깃들고 피로만 누적된 채 귀국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경험이었다. 『기묘한 미술관』을 읽은 직후 여행을 준비했었다면, 적어도 미술관 투어에 앞서 기본 학습은 되어 있었을 텐데 후회막급이다. 자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처음 등장했던 말). 이에 대해 반박하는 분들도 일부 있겠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전문가의 지식을 미리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 학창시절,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유추해 보면 쉽게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간 미술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은 바 있지만 이번 『기묘한 미술관』은, 가장 흥미로운 도서다. 13년간 파리에 살던 저자는, 미술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그러니 미술관 출입을 1500번은 훌쩍 넘을 정도였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책 속에는 다섯 개의 관으로 나눠 작품의 탄생과 배경, 화가의 삶과 죽음,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사조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예술품까지 다채로운 각도에서 조명한다. 특히 그림에 대한 본문 해석에서 좀더 확장된 스토리를 담은 페이지 《깊이 읽는 그림》을 통해 당대 사회적 이슈와 그림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입체파 화가들에 의해 콜라주 기법을 발전시킨 세간원 화가 '앙리 루소',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이후 계절별 화사한 꽃들을 모두 담은 '한스 볼롱기에르'의 <꽃이 있는 정물화>, 자신이 본 것만을 그린 <올랭피아> 스캔들을 통해 서양 미술사의 가장 큰 획을 그은 '에두아르 마네', 세상 불편해 보이는 가족 초상화를 비롯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에드가르 드가', 어릴 적 화가를 꿈꿨던 20세기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미술 컬렉터인 '아돌프 히틀러'가 좋아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통해 화가들의 취향을 들여다 보았다.

 

 

현재 인터폴에 도난당했다고 등록된 미술품만 3만 점에 이르는데 세기의 미술품 도난 사건을 논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떠올릴 정도다. 경매에 나온다면 40조 원의 가치라는 해석이 따른다. 1545년 피렌체 미디치 가문의 코시모 공작이 프랑스 국왕에게 보낸 '아뇰로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는 여러 제목으로 불리면서 상당히 복잡한 해석이 들어간 그림이다. 기득권을 비판하는 정치 풍자 캐리커처로 유명했던 '오노레 도미에'는 서민들을 보는 시선을 따뜻했다. 기원전부터 금색은 가장 높은 권력이나 빛을 상징하는데 쓰였으나, 12세기 들어 푸른색이 성모마리아의 색이 되면서 유력 가문과 왕과 교회는 더 많은 푸른색(울트라마린)을 얻기 위해 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입체파와 야수파가 주류로 자리 잡은 20세기 초 현대 미술계에서, 파스텔 톤의 몽환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최초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 '렘브란트 판레인'은 단체 초상화 <야경>으로 인해 추락하고 끝내 파산한다.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이라는 여인은, 루이 15세의 정부로 살다간 퐁파두르 부인으로 불렸다. 프랑스 왕실을 기울게 한 것은, 그녀가 쥐고 있는 추후 프랑스 혁명을 주도할 백과사전 때문이다. 16세기 유럽 사회에서 여성과 비기독교인은 비주류였으나, 세기의 지식인을 한자리에 모아 그린 '라파엘로 산치오'의 <아테네 학당>에서는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와 무슬림 학자 '이븐루시드'가 발견된다.

 

 

오베르에서 머문 고흐의 마지막 70일간 행적에서 자살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관한 주장들은 <까마귀 나는 밀밭>에 모두 묻혀버렸다. 무능한 선장의 과욕이 부른 대참사로 무고하게 희생된 선원들의 비극을 알린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병원 영안실의 시체까지 찾아다니며 그린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선천적 장애나 다모증을 가지고 태어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고 궁전의 구경거리나 왕의 소장품이 되었다.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삶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녔다. 인간 내면을 강조하고 풍경의 본질을 표현하는 상징주의와 병렬주의는 그의 작품의 핵심이다. 스페인 왕실 궁정화가였으나 계몽주의와 함께 변화를 꿈꾼 스페인 회화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그림> 시리즈는 그의 죽음만큼 쓸쓸해 보인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순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근친혼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유전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 비평가 테오필 고티에로부터 '대지의 화가'로 평가받은 '장 프랑수아 밀레'는 노동을 신성하게 여겼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연결하는 그의 작품은 고국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알아보았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하고 베일에 싸인 결코 교회에 걸릴 수 없었던 제단화이자 후대 학자들이 임의로 정한 제목 <쾌락의 정원>을 그렸다. 수많은 수수께끼가 담긴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왜상기법을 응용해 3D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두개골로 유명하다. 15세기 유럽에서 열 발의 화살을 맞고도 살아남았던 성인 세바스티아누스의 인기는 엄청났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그의 그림으로 전염병이 사라졌다는 믿음과 해부학 연구를 위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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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2
종이책 기묘한 미술관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3 | 2023.02.15 리뷰제목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소설책을 제일 좋아하지만 중간에 미술 관련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어떤 책은 시대순으로 어떤 책은 주제를 가지고 어떤 책은 지역으로, 미술을 소개하는데 이번 책에선 인물이다. 모두 5개의 방.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 이 방안에는 어떤 인물이 있고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걸 상상하는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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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소설책을 제일 좋아하지만 중간에 미술 관련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어떤 책은 시대순으로 어떤 책은 주제를 가지고 어떤 책은 지역으로, 미술을 소개하는데 이번 책에선 인물이다. 모두 5개의 방. 취향의 방, 지식의 방, 아름다움의 방, 죽음의 방, 비밀의 방. 이 방안에는 어떤 인물이 있고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걸 상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이번에 읽은 책에선 모르는 화가가 없었다. 화가 이름은 알지만, 화가와 그림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아는 것. 이런 이야기는 언제든 즐길 준비가 돼 있다.

 

책을 읽다 기억에 남는 것 몇 개만 남겨본다. 제일 먼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20세기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미술 컬렉터. 바로 아돌프 히틀러. 그가 좋아한 화가가 바로 페르메이르다. 히틀러는 페르메이르의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를 오스트리아 주인에게 반강제로 구입해 소유한다. 이후 전쟁 패배가 가까워지자 히틀러는 비밀 장소에 그림을 은닉해 작품을 영원히 소유하려고 했다. 히틀러가 좋아했다고는 하나 페르메이르는 미술사에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다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들과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재조명받는다. 페르메이르는 카메라 옵스쿠라 작업을 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도 카메라 옵스쿠라 방법과 함께 자신만의 원근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잊혔던 이 작품이 세상에 다시 나타난 것은 1845. 오스트리아 체르닌 가문이 이 그림을 구매할 당시 그림에는 페르메이르가 아닌 피터르 더 호흐의 서명이 있었다. 누군가 그림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조작은 한 것이라고 한다. 재조명되어 유명해진 것도 있지만 이후 다양한 사건 사고가 페르메이르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히틀러는 패망이 다가올 때쯤 500만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여러 장소에 나눠 숨겼는데 이 그림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페르메이르하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제일 먼저 생각났는데, 이젠 이 그림도 기억할 것 같다.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폭풍, 페르메이르의 콘서트, 마네의 토르토니 카페에서. 이 그림들의 공통점은? 바로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 함께 전시되었던 작품이자, 동시에 1990년 미국에서 발생한 미술품 도난 사건에서 함께 사라진 작품이라는 사실. 이 세 작품을 포함해 그림 열세 점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것.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미술품 도난 사건 중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모나리자 도난 사건. 모나리자는 처음부터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1849년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가격 추정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엔 라파엘로의 성 가정이라는 그림이 60만 프랑으로 가장 고가였다고 한다. 반면 모나리자는 9만 프랑으로 그다지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지금은 40조 원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하니, 대단하긴 대단하다. 아무튼. 19118월 화가 루이 베루는 자신의 다음 작품을 위해 모나리자를 모사하러 루브르 박물관에 갔지만, 전시 장소가 텅 비어 있음을 알게 된다. 경비원에게 문의했지만 사진 촬영 중 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모나리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베루는 다시 작품의 행방을 물었고, 그제야 박물관 어디에도 모나리자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 언론뿐 아니라 미국 신문 헤드 라인을 장식하며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 사건은 대서 특필됐다. 2년 후 1913년 피렌체 미술거래상 제리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자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갖고 있고 이탈리아 화가가 이탈리아 여인을 그렸으니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리는 편지를 쓴 사람이 있는 여관으로 가 그림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경찰에 신고한다. 범인은 검거되고 191414일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돌아온다. 이후엔 진품 논란이 있었고, 그림의 아랫부분에 염산 테러를 당하기도 했으며, 돌팔매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모나리자를 향해 붉은 페인트를 뿌리는 소동이 벌어지고 난 후 모나리자는 해외 전시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나리자 그림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음이 넘나 재미있다.

 

앙리 루소, 조토 디본조네, 프랑수아 부세, 테오도르 제리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한스 홀바인 등. 다양한 그림과 작가를 알아가는 시간.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2
종이책 구매 기묘하게 빠져드는 명화이야기 평점10점 | p******t | 2021.09.12 리뷰제목
코로나때문에 해외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데 여러 명화들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기묘하게 빠져들게 만든 책입니다. 여러번 미술관 투어를 하며 들었던 내용이 나오면 미소를 짓다가도 몰랐던 이야기를 보면 아하 하고 지식의 저장고에 쉽게쉽게 입력하게 만듭니다.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가이드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명화 스토리들을 기묘하게 풀어내는 저자 진병관 가이드님의
리뷰제목
코로나때문에 해외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데 여러 명화들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기묘하게 빠져들게 만든 책입니다.
여러번 미술관 투어를 하며 들었던 내용이 나오면 미소를 짓다가도 몰랐던 이야기를 보면 아하 하고 지식의 저장고에 쉽게쉽게 입력하게 만듭니다.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가이드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명화 스토리들을 기묘하게 풀어내는 저자 진병관 가이드님의 능력에 박수쳐드리고 싶네요.
유럽미술관에 가고픈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기묘한 미술관 , 끝없는 미술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자에게 추천 평점9점 | d*******3 | 2021.09.27 리뷰제목
저자 _ 진병관(유튜브 _ parisvideonote)   벅스뮤직과 엠넷미디어에서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근무하다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2009년 파리로 훌쩍 떠나왔다. 파리사진전문학교(EFET)를 졸업하고 사진사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Guide-Conferencier)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_   "'여행을 하기도, 미술관에도 가기 힘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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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_ 진병관(유튜브 _ parisvideonote)

  벅스뮤직과 엠넷미디어에서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근무하다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2009년 파리로 훌쩍 떠나왔다. 파리사진전문학교(EFET)를 졸업하고 사진사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Guide-Conferencier)로 활동하고 있다.

 

프롤로그 _

  "'여행을 하기도, 미술관에도 가기 힘든 시기인데 흩어져 있는 명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묘한 미술관>은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상상 속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총 다섯 개의 관으로 나뉘어 있다. 1관은 '취향의 방'으로,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취향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2관은 '지식의 방'으로, 명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알레고리 해석 등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전시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으로,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과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4관은 '죽음의 방'으로 늘 죽음이 지근거리에 있었던 화가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 마지막 5관은 '비밀의 방'으로 아직도 작품에 대한 미스터리가 전부 해석되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들을 전시했다."

 

첫 인상 _

  진병관의 '기묘한 미술관'은 전반적으로 미술 작품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화보집에서 나올 법한 종이를 사용했다. 여타 미술 책과의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책 속 그림들이 좀 더 선명하고 생생하다.

  여러 각도로 작품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 점이 미술을 향유하기 시작한 자에겐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렌즈를 찾아서 '미술'이라는 세계를 보기 바란다.

 

Review _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작품에 대한 작가적 관점, 역사적 관점, 미학적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진행된다. 미술관에 가서 색감과 구도를 따지기 어렵다면 이러한 관점도 추천한다.

  미술은 하나의 화석이라고 생각한다. 이 화석은 역사적인 의미의 화석이기도 하지만, 화가의 족적을 담고있는 화석이기도 하다. '작가'라는 렌즈를 끼고 본다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대인 관계 그리고 전반적인 생애가 보이고, '역사'라는 렌즈를 끼고 본다면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풍경, 그 시대를 지배했던 관념 등을 알 수 있다. 미술은 색감과 구도 그 이상이다.

  <기묘한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오노레 모디에의 '삼등 열차'였다. 재력을 손에 쥔 자만이 '남겨졌던' 미술의 시대에 이 그림은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주제로 했다. 배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열차 안이다. 하지만 열차 안은 마치 출근길 버스를 연상케 한다. 가장 앞에 있는 고단한 얼굴을 한 여성과 그 옆에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기대어 자고 있다. 이들이 캔버스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데, 그렇다고 주인공이라 할 수 없다. 그 뒤 배경으로 똑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1800년대에 그려진 그림이다. 화가 오노레 도미에는 자본을 많이 챙긴 부르주아들을 풍자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반대로 평범한 일상을 사는, 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이 점에서 오노레 도미에는 혁명인 듯하다.

 

한줄평 _

  • 미술관에서 멍만 때린 기억이 있다면, 연인과 미술관 데이트를 하는데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기묘한 미술관>과 함께 세계 각국의 미술관 여행을 해보고 싶다.

 

난이도 _

  끝없는 미술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자에게 추천

 

 

읽은 기간 : 21.09.10 ~ 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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