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경제에서 생산의 핵심요소는 토지와 자본이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의 핵심요소로 등극했다. 3차 산업혁명에서의 지식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지도, 백과사전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정보들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컴퓨터에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러한 변화가 모든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서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화되고 전달 프로세스도 디지털화된다. 거기다 생산, 운영, 거래 프로세스까지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지식이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로의 전격적인 변화는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존재했던 지식과 프로세스의 분리 혹은 작업과 지식의 분리현상을 없애고 있다.
--- p.31, 모든 지식이 디지털을 향할 때, 산업과 고용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러한 기존 개념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제품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제품화’다. 제품의 서비스화는 제조업이든 농업이든, 심지어 전통적 서비스업이든,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물을 제시간에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건설사들은 건설장비들을 구매하여 보유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건설장비들이 고장을 일으키면서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러한 문제가 건설사의 목표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계획된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건설장비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장비가 공사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건설장비에 대해 잘 알고 유지보수를 잘할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 기존에 건설장비를 판매하던 회사들이 서비스회사로 변신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처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모델 혁신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이 자동온도조절기 ‘네스트Nest Thermostat’를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든지, 삼성전자가 스마트TV를 판매한 후에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어도비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 단일 소프트웨어 제품을 서비스화하여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란 이름으로 제공하는 것 등이 비슷한 사례다. ‘제품의 서비스화’는 지향점에 따라 제품 지향적 서비스(유지 및 운영 계약, 컨설팅 등), 사용자 지향적 서비스(제품의 리스나 공유 등), 결과 지향적 서비스(이동성과 같은 최종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 등)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 p.38, 상품과 서비스의 융합, 새로운 경쟁의 규칙
특히 온디맨드 이코노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기업 간 혹은 산업 간 협업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몸집이 가볍고 민첩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형태의 재통합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각자의 특별하고 다양한 역량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최대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수평적으로 통합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면, 기업들이 가진 핵심 기술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앞으로 그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혁신적 기술과 다양한 기법들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고객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 역시 더 많이 확보할 것이다. 좋게 보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이러한 상향평준화가 지속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기업 간 경쟁은 개별적인 경쟁에서 플랫폼 간 경쟁으로 변화할 것이다. 플랫폼 간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컴퓨팅 기능이 제품, 서비스 사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여러 기업이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루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등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 p.60, 대기업 공중분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산 프로세스를 포함한 모든 업무 프로세스와 제조·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가치-원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중략) 과거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이었다. 그런데 이 개념에는 사람이 없다. 판매된 전체 상품 중 우리 회사가 판 것의 비중만 중요하다. 누가 얼마나 샀는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온디맨드 시대의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단어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고객점유율customer share’이다. 고객점유율은 고객 한 사람이 소비한 전체 금액 중 한 기업이 가져가는 금액의 비중을 말한다.
--- p.89, 문제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고객점유율’
지멘스는 1879년 세계 최초로 외부 전력에 의해 움직이는 전기 기관차를 개발했고, 1880년에는 지금과 같은 전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제작했다. 이후 인공 심장 박동기, 뇌 단층 촬영기, 컬러 액정 휴대폰 등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2000년대부터는 에너지, 산업 자동화,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흥국들의 기술발전과 저가공세로 독일 제조업 기업들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지멘스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맨 앞에서 이야기했던 ‘인더스트리 4.0’ 혹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다.
(중략) 이러한 전략적인 방향설정 덕분에 인더스트리 4.0에서 스마트팩토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지멘스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인더스트리 4.0의 과제를 크게 3가지 통합으로 봤다. 첫째 제품개발 가치사슬의 수평적 통합, 둘째 엔지니어링 통합, 셋째 공장 생산설비의 수직적 통합이 바로 그것이다. 지멘스는 3가지 통합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생산·운영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제시했다.
--- p.160, 지멘스의 디지털트윈과 마인드스피어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말도 식상해진 요즘 같은 시대에, 기업이 생존을 넘어 장기적·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이제까지 이야기한 기업 생존과 성장의 3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솔루션을 만들어 온디맨드 형태로 제공하는 것, 둘째는 조직 구성원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극대화하여 이들이 고객의 문제해결에 창의적으로 나서게 하는 것, 셋째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함께 제공할 파트너를 찾고 이들의 역량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3가지 조건을 관통하는 핵심단어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이들을 동기부여해 고객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좋은 파트너를 발굴하고 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이 모든 과제는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사람 간에 신뢰를 쌓아야 가능하다.
--- p.258, ‘사람 중심의 기업가정신’에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