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마음속에 하나둘씩 방이 생겨난다.
방 하나에 추억과
방 하나에 사랑과
방 하나에 미련과
방 하나에 눈물이…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방에 가득한 그 마음들을
마주하고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마구마구 욱여넣고
방문을 닫아버리면
언젠가는 툭, 하고 터지듯 열려버리는 날이 오고야 만다.
그리하여 이것은,
내 마음속 방에
미련과 애증과 연민과 눈물의 마음들을 차곡차곡 잘 담아서,
그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하고 속삭여주고,
문을 잘 닫아주는 이야기.
다시 말해 이것은,
지난날의 사랑과 지난날의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고,
그렇게 천천히 정을 떼고
내일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이야기기도 하며,
지금은 애달파하며 아파할지라도
언젠가 문득 생각이 나면,
그때는 용기 내어 다시 열어 들여다보고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그리고 또다시 잘 넣어놓을 수 있을,
그러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날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다.
--- pp.30~31, 「기획의도」 중에서
◎ 사랑과 사람을 놓아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
꿈과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남들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서,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오랜 사랑과 시간을 쏟았던 대상을 놓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 힘겨운 시간을 통과한 누군가는 다시 그 사람, 그 사랑, 그 악기를 잡을 것이고, 누군가는 안녕을 고할 것이지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진심으로 응원하고픈, 그런 이야기.
◎ 나의 한계를 인정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너무 사랑하고, 너무 갖고 싶어 아무리 애써봐도 결국 나는 할 수 없고 가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닫는 순간이 있다. 사랑이, 사람이, 세상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배우는 아픈 순간을 견뎌나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후회 없이 사랑한다면 설사 그것을 얻지 못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마음속에 무언가 하나씩을 지닌 채 어른의 문턱을 넘게 된다. 그 시간들을 지나온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인스타그램으로 대변되는SNS의 가장 큰 부작용은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를 통한 자존감 하락이라고 한다. 남들과 나를 비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세상 속에서 내가 보고 있는 ‘남’의 모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 채 나의 자존감은 날로 낮아져만 간다. 1등도 2등도 3등도 꼴찌도, 모두가 타인을 부러워하며 모두가 불행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부족함, 나의 못남, 나의 결핍을 인정하고, 억지로 웃거나 행복한 척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pp.32~33, 「기획의도」 중에서
#18 동_ 무대 출입문 안(백스테이지) + 무대(저녁)
출입문 앞에 가까이 서서, 창문으로 무대를 보고 있는 송아의 얼굴.
송아, 멀리 보이는 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붉어지는 눈가. 그 위로,
송아(Na) 눈물이… 났다.
무대 위. 피아노에 완전히 몰입해 연주하는 준영의 얼굴, 그 위로,
송아(Na) 그가 쏟아내는 음악이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아서… 내 안에 담긴 것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 pp.81~92, 「1회 트로이메라이Traumerei : 꿈」 중에서
조용조용히 ‘Happy Birthday’ 계속 연주하는 준영. 보고 있는 송아.
송아의 눈에 고인 눈물. (신75까지 음악 이어지는)
송아(Na) 나는 음악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74 동_ 사무실 송아 자리(밤)
빈 사무실. 송아 책상 위, 송아-동윤-민성의 사진 있는 책상 달력.
7월15일, 민성 손글씨와 하트 뿅뿅 ‘송아생일’
송아(Na) 정작 내가 언제 위로받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75 동_ 리허설룸(밤)
눈물 고인 눈으로 준영의 연주를 보고 있는 송아.
이윽고 연주 끝나고….
준영, 송아를 돌아보면. 말없이 준영을 보고 있는 송아.
잠시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송아와 준영(아직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송아의 눈에 가득 차오른 눈물.
#76 동_ 리허설룸 앞 복도(밤)
깜깜한 복도. 열려 있는 리허설룸 문에서 새어 나오는 밝은 빛.
그러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벽에 기대서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
정경이다.
흔들리는 정경의 눈동자.
송아(Na) 하지만, 그날 나는 알 수 있었다.
#77 경후빌딩_ 건물 앞(밤)
현호, 건물 앞에서 심호흡 한 번 하고. 결심한 얼굴로 로비로 들어가는.
#78 경후문화재단_ 리허설룸(밤)
송아(Na)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넨 이 사람 때문에,
준영 …우리, 친구 할래요?
송아 (눈동자 흔들리면)
준영 (피아노 앞에서 일어난다) 아니, …해야 돼요. 친구. 왜냐면….
송아에게 다가오는 준영, 조심스럽게 송아를 안는다.
송아 !!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준영 (따뜻하게) 이건, 친구로서니까.
송아(Na) 언젠가 내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천천히 송아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하는 준영의 손.
그러자 송아의 눈에 가득 고였던 눈물이 툭, 터지듯 흐르기 시작하고.
천천히 천천히, 괜찮다는 듯, 토닥여주는 준영의 손.
준영의 품에 얼굴을 묻은 송아의 어깨,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고…
이내 작게 들썩이기 시작한다. 흐느끼는 송아.
송아(Na)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는 걸.
그런 송아의 등을 계속, 천천히 토닥여주는 준영.
송아와 준영의 뒤, 창문에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점점 굵어지고 곧 거세어진다.
송아(Na) 그래서 나는,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 그날… 알았다.
--- pp.272~274, 「3회 이니히innig : 진심으로」 중에서